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79)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79화(79/374)
79화 교단의 금고(1)
며칠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사이 준은 나름의 성과를 챙길 수 있었다.
드디어 마야가 폭주하지 않고 머리로 마력을 느끼고 두 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
“저기.”
“흡.”
무형의 마력을 조종하는 준을 따라 마야가 비수를 던졌다.
직접 두 눈이 마력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준이 기흉노파의 주술을 읽는 것처럼, 마야는 이제 마력의 흐름을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좋아. 이러면 선조의 영혼들로부터 정신이 오염되는 건 막을 수 있는 단계가 됐어.”
“……감삼다.”
그렇게 답하는 마야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해 보였다.
지난 며칠 동안 몇 번이고 죽을 것만 같은 고통에 시달렸다.
만약 이곳이 성지가 아니었더라면, 마야는 진작에 미치광이 살인마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인데…….”
“……안 하는 검미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네.”
영혼을 느끼는 영역은 지금 시작해도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지금 깨우친다고 해서 비약적인 성장을 노리긴 힘들었다.
“왜 그런 검까?”
“네가 영혼을 느낀다 하더라도 선조들이 다가오지 않을 테니까.”
“……시끄러운 영감들이 말임까?”
준의 말에 마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느끼기에 선조들은 언제나 그녀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못해 안달 난 자들이었으니.
“그 영혼들은 그나마 온건한 쪽이야. 비교적 최근 영혼이 된 자들이겠지.”
마야가 앞으로 상위 계층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오래된 영혼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
마야도 무언가 느끼는 게 있는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이문(二門)임다.”
“……이문?”
마야의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준은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고 되물었다.
“리더 덕분에 전 지금 일(一)문 단계임다.”
“음.”
“리더가 말한 단계는 이문임다.”
조경족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능력의 단계였다.
“부족장은, 이문이었슴다. 최연소라고 들었슴다.”
“그런가.”
게임 속 설정에 의하면 마야의 아버지, 조경족의 부족장은 7계층에서도 활약하던 인물이었다.
만약 마야가 이문에 다다르게 된다면, 7계층까지도 활약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준의 목표는 삼(三)문까지 개방하는 것이었다.
‘삼문을 개방하는 건 좀 먼 이야기가 되겠지만.’
당장은 일문으로도 충분했다.
마야의 성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그때였다.
“열심히네.”
“엘레노어?”
검은 붕대로 눈을 가린 사제, 엘레노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홀로 수련을 하겠다고 모습을 비추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성지에 찾아온 것이다.
“고작 일주일만에 뭔가가 바뀌었는데.”
영혼을 볼 줄 아는 엘레노어는 금방 마야의 바뀐 상태를 알아차렸다.
“네 작품이야?”
“나 혼자 했겠어? 얘도 고생 좀 했지.”
“맞슴다. 고생했슴다.”
“여러모로 참…….”
엘레노어는 눈앞의 마법사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듣자하니 교황 엘라힘에게 직접 성지에 들어올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고 하던데.
단지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일까?
‘그럴 리가.’
눈앞에 있는 마법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나, 엘레노어는 눈앞의 마법사가 학구열 하나 때문에 큰 이득을 포기할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
‘성지의 특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
물론 교단의 역사가 있는 만큼 성지의 특성에 대한 소문은 꽤 널리 퍼져 있었지만, 그것도 굉장히 중구난방한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정확히 알고 왔다는 건, 여기서 뭘 얻을지까지 계획했다는 거네.’
눈앞에 있는 마법사의 뱃속에는 능구렁이 열댓 마리는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엘레노어는 금방 본론을 꺼냈다.
“아무튼, 교황님께서 부르셔.”
같은 교단의 인물도 아닌 사람들을 이렇게 자주 찾다니.
엘레노어는 그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눈앞의 마법사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 * *
“오랜만이로군, 로스힌.”
“그렇습니다, 교황 폐하. 왜 이리 저를 불러 주시지 않은 것입니까?”
“교단의 금고를 어디 함부로 열어서 되겠나?”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자주 좀 불러 주십시오.”
이젠 노년에 접어들기 시작한 남자, 로스힌의 말에 교황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없네. 들어오는 건 없고, 나가는 것만 있는데 어찌 그리 자주 열겠나? 그나저나 자네도 꽤 늙었구먼 그래.”
“방금 드린 말씀을 잊으신 겁니까? 8년입니다, 8년. 회색 머리카락이 흰색이 되기까지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지요.”
“쯧쯧. 그러게 좋은 것도 좀 챙겨 먹지 그랬나.”
“성하께서도 머리가 다 하얗게 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런 이야기는 됐습니다. 그보단 저를 이곳에 부르게 만든 이들의 얼굴이나 보여 주십시오.”
“안 그래도 불렀으니 좀 차분히 기다려 보게. 곧 올 걸세.”
교황의 말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이 방에 찾아왔다.
“일주일만이로군, 준.”
방금까지 서로가 늙었다며 대화를 나눴는데, 이번에 찾아 온 이들은 그 면면이 모두 젊은이들이었다.
“이렇게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속은 약속이지 않은가.”
둘의 대화에 로스힌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방에 들어온 세 사람들을 바라봤다.
듣자 하니 정체를 알기 힘든 탑외 출신의 마법사와, 버려진 황족, 그리고 이젠 사라진 어느 부족의 부족민이라 했던가.
하나하나가 어디 평범한 출신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곧 한 명이 더 추가된다고 했었지.’
저 무리에 새로이 들어가게 될 그녀를 떠올리던 로스힌이 옅게 미소를 띄웠다.
그녀의 존재는 자신의 오랜 친우인 엘라힘의 아픈 손가락이었으니까.
최근에 그 해묵은 고뇌를 풀었다고 들었다.
‘교단에도 변화의 바람이 찾아오는가.’
그의 생각이라도 느낀 것인지, 엘라힘이 로스힌에게 말했다.
“이 세 사람이 8년 만에 자네를 부르게 한 이들일세.”
“이거 참.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일을 줬다고 해야할지.”
“방금까지 자주 좀 보자고 해 놓고서?”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닙니까, 말이.”
“음. 아무튼, 소개하겠네. 이쪽은 흰고래 용병대일세.”
“용병대장을 맡고 있는 준입니다.”
“대원 에이든입니다.”
“마야임다.”
이어서 엘라힘이 로스힌을 세 사람에게 소개했다.
“교단의 금고지기인 로스힌일세. 자네들을 보물창고로 데려다줄 인물이지.”
“다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로군요. 반갑습니다. 아리클로토스 교단의 금고지기인 로스힌입니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로스힌의 인사에, 마법사가 눈을 반짝였다.
* * *
‘게임 속에서는 그렇게 보기 힘든 사람이었는데.’
로스힌은 최소한 캐릭터들을 6레벨이나 7레벨 정도는 육성해야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만큼 교단에 공적을 쌓아야만 했었고.
그마저도 너무 늦게 찾아가면 볼 수도 없었다.
게임 속 스토리상 엘레노어가 10레벨의 레이드 몬스터가 되어 지상에 현현하면서, 아리클로토스 교단의 세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기울기 때문이다.
‘그런 미래는 이제 없어졌지만.’
아무튼.
“저, 그런데 보물창고라 함은…… 이곳 성지에 있는 겁니까?”
“아닐세. 교단의 금고에는 별별 물건들이 다 들어 있어서, 성지에는 들일 수 없었네.”
그럼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일까.
그리 생각한 에이든이었으나, 아니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 온 것입니다.”
“예? 아, 혹시 아공간 주머니라도……?”
“하하, 비슷하지요.”
아이에게 질문을 들은 할아버지처럼 인자하게 웃던 로스힌이 품에서 종을 꺼냈다.
‘음.’
그 종을 보자 한 번 고생했던 게 떠오른 준이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다행히 저 종은 외신의 종이 썼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아이템이었다.
“세 분 모두 제 손을 잡아 주십시오.”
로스힌의 말에 모두가 그가 내민 손 위로 각자의 손을 포갰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손을 떼시면 안됩니다. 놀라지 마시고. 그저 몸을 맡기십시오.”
“예……?”
에이든이 뭐라 묻기도 전에 로스힌이 종을 흔들었다.
“잘들 다녀오시게.”
슈욱-!
곁에서 엘라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순식간에 그의 목소리가 길게 늘어지면서 종국엔 들리지 않게 되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의 통로가 펼쳐지고, 로스힌이 주먹만한 종을 흔들 때마다 통로의 풍경이 휙휙 바뀌었다.
종국에 눈을 떴을 때, 세 사람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의 공간에 와 있었다.
“여긴……?”
“교단의 금고입니다.”
감았던 눈을 뜬 에이든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찌 된 게 매번 신기한 경험을 해도 이렇게 질리지가 않는지.
준도 게임 속에서만 봤던 풍경을 직접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의 풍경은 순백의 신전과 달리,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석조 건물의 내부였다.
“그런데, 금고라기보단…….”
“감옥 같지?”
에이든과 준의 말에 로스힌이 껄걸 웃음을 터뜨렸다.
“이름은 금고라 붙이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듣기 좋은 곳만은 아닙니다.”
“왜 그렇습니까?”
호기심 많은 에이든의 질문에 로스힌이 금방 설명했다.
“이곳에 교단이 걸어 온 길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로스힌이 들고 있던 종을 흔들자, 이번에는 그 종에서 황금빛 신성력이 흘러나왔다.
“다만, 우리 교단이 걸어 온 길이 항상 찬란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 빛을 따라 걸어오십시오.”
말하자면, 교단이 멸한 여러 사이비 종교 혹은 사악한 악인들의 물건도 이곳에 즐비해 있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문제가 생길 일들이 많다는 거지.’
때문에, 이곳 금고에 발을 들이는 이는 그만큼 교단이 신뢰하는 사람이란 의미였다.
“좋습니다. 계속 따라오십시오.”
차가운 벽돌의 복도를 따라 걷는 로스힌.
일행들은 그런 로스힌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가 걸을 때마다 벽에 걸려 있던 횃불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 빛은 신성한 황금빛이다.
“뭔가, 장엄한 곳에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수천 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곳이니까.”
“수천 년…….”
이곳에서 가져가야 할 물건이 여럿 있었다.
‘언젠간 그것도 여기서 가져가야 하는데.’
애초에 가지고 나가는 것도 허락받지 못하겠지만, 가지고 나간다 하더라도 문제였다. 그걸 들고 다니기엔 지금은 시기가 너무 일렀으니까.
파계승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만큼 그걸 가지고 나간다면 창천교에게 본격적으로 노려질 위험도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대들에게 허락된 곳은 딱 이곳까지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걷자 도착한 공간.
교단의 금고는 총 지하 3층까지 존재했고, 준과 동료들이 갈 수 있는 곳은 1층이 한계였다.
“2층과 3층은…… 아직 여러분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기에.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니오.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로 로스힌의 말처럼 지하 2층과 3층에는 현재 준과 그 일행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물건들로 가득했다.
“선배. 굳이 이런 곳까지 찾아오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물건들이 좀…….”
에이든의 저런 감상처럼, 고작 지하 1층임에도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불길함이 가득했다.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있는 갑옷이라거나.
강철로 만들어진 원통 안에 가시가 빼곡한 아이언 메이든.
보랏빛 액체가 묻은 식칼 등.
“흉물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만…….”
“대부분은 그런 것들이지.”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은 경매로 팔아 넘기니, 남은 건 이런 꺼림칙한 것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독도 잘 쓰면 약이 되는 법이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8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