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84)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84화(84/374)
84화 미개발 개척단
미개발 개척단은 이름 그대로 개척되지 않은 블랙아웃의 땅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블랙아웃 내에서 흉악 범죄를 일으킨 죄수들을 개도시킨다는 명목하게 있지만, 실상은 그저 범죄자들을 갈아 넣어 블랙아웃을 개척시키는 행위일 뿐이었다.
‘그 중 가장 큰 수혜자는 이슈스 학회고.’
블랙아웃의 비밀을 밝히는 조직과 블랙아웃을 개척하는 조직의 만남.
게임 내에서도 이슈스 학회의 의뢰를 하다 보면 미개발 개척단과 조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크들과의 전투가 끝나고.
죄수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멋대로 휴식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부상을 살펴보며 눈살을 찌푸렸고, 또 누군가는 다른 죄수들과 시비가 붙었다.
“미, 미개발 개척단……?”
반면, 이제야 저 집단의 이름을 알아차린 에이든이 어딘가 영혼이 빠진 표정으로 준을 바라봤다.
아까까지 이번 의뢰를 행복하게 받아들이던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나름 황실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라고? 황실의 그 누구도 얘들한테 큰 관심은 없겠지만.”
“저치들이 만드는 떡고물에 관심이 있겠지.”
“음음.”
여전히 엘레노어에게서 살짝 시선을 피한 준은 마야를 바라봤다.
그나마 일행들 중 별다른 불만이 없는 사람은 마야뿐이었다.
‘그냥 관심이 없는 건가?’
한편, 에이든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선배를 지켜야 한다.’
저런 에이든의 다짐이 다소 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준은 언제나 말했다.
같은 파티원이 아닌 이들은, 무조건 의심하라고.
하물며 범죄 경력이 없는 이들도 배신하는 세상, 저런 범죄자들을 신용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도 몇몇 이들은 음흉한 시선으로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주목.”
죄수들의 고개가 일제히 한 사람에게 향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제국의 제복을 입은 사내였다.
“흐음.”
바로 옆에서 준이 짧게 소리를 냈다.
제법 준과 다닌 시간이 오래 된 에이든은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캐치했다.
‘언짢아하신다?’
저 사내에게 무언가가 있는 걸까.
에이든이 주변 죄수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들은 주목이라는 한 마디에 저 무표정한 사내에게 고개를 강제로 돌렸다.
그러나 자의로 돌린 듯 보이지는 않았다.
하나 같이 무언가에 강제로 움직이듯,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환영하오. 나는 미개발 개척단의 단장이자, 감독관을 맡고 있는 레온이라고 하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자신을 레온이라 소개한 인물에, 준도 대답했다.
“……반갑소. 흰고래 용병대를 이끌고 있는 준이오.”
“앞으로 잘 부탁하지. 그런데…….”
레온의 시선이 에이든에게 향했다.
동시에 에이든은 그로부터 일종의 기세를 느꼈다.
자연스럽게 검의 손잡이에 올라간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최소 베른 경의 바로 밑.’
에이든은 단번에 상대가 보통의 실력자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대의 동료는 생각보다 긴장이 심하구려.”
그러자 준은 어깨를 으쓱일 따름이었다.
언짢은 기분이야 에이든 정도만 알아차릴 수 있었고, 실제로 준의 목소리는 태평했다.
“뭐, 원래 이런 업계 아니겠소. 긴장해서 손해 볼 게 없는 바닥이지.”
“임무에도 저런 기세를 보여 주길 바라오.”
“그 부분은 확실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요.”
그리 말한 단장은 이슈스 학회의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눈 뒤, 등을 돌려 죄수들에게 향해 말했다.
“날뛰지 마라, 짐승들아.”
뒷모습에도 그가 혐오 어린 표정을 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재차 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나 같이 레온의 눈치를 보며 죄수들도 일행들에게 관심을 끊으려던 찰나.
“마법사님?!”
“……당신들이 왜 여기에?”
침묵에 휩싸인 죄수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체구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머리카락에 호박색 눈동자가 눈에 띄는 청년과.
마찬가지로 작은 체구에 청년하고 비슷한 외모의 여인이 살짝 놀란 듯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크? 루시?”
이제는 없어져버린 ‘청운’ 소속의 모험가이자, 한때 검은 숲 공략전 당시 팀을 이뤘던 진랑족 쌍둥이였다.
* * *
루크와 루시.
두 사람은 이전과 여러모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 여기저기 흉터도 생겼고, 느껴지는 기도도 과거에 비해 훨씬 성장한 듯 보였다.
‘4레벨 정도 된 건가.’
원래도 3레벨에 있기엔 아까운 두 사람이었던 만큼, 저런 성장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쪽이 이번에 합류하기로 한 용병대였나요?”
루시의 물음에 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있던 루크가 천진난만하게 떠들었다.
“와! 루시! 진짜 이번엔 마법사님이랑 같이 다니는 거야?!”
에이든이 골든 리트리버라면, 루크는 어린 토이 푸들 같은 느낌이다.
“……에이든?”
그런데 흔히들 하는 골든 리트리버에 대한 착각이 있다.
그건 리트리버가 아주 순한 성격이라는 착각이다.
기본적으로 리트리버는 사냥개다.
적으로 인식한 존재에겐 한없이 사납다는 말이다.
루크와 루시. 두 사람을 향해 에이든이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냈다.
그 모습에 준이 깜짝 놀라 에이든을 바라보자, 에이든이 급히 시선을 내렸다.
“아…… 죄송합니다, 선배. 그…….”
“야야, 그럴 만도 하지. 준, 쟤들이 무슨 짓 했는지 잊었어?”
엘레노어는 진랑족 쌍둥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둘 때문에 네가 죽을 뻔했잖아. 몇 번이나.”
“아.”
당시 에이든은 히든피스 속에 갇혀 있느라 몰랐지만, 준은 루크와 루시에게 습격을 받기도 했다.
우애곡절 끝에 둘을 제압하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었다면 죽음을 맞이했을 터.
거기에 그들이 소속된 ‘청운’에 의해 발생한 페어리 퀸의 각성은 공략대를 전멸시킬 뻔했다.
“…….”
에이든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모든 일이 마무리 되었을 쯤이었다.
‘저 녀석 입장에서는 저런 반응도 당연한 건가.’
뭐라고 해야 할까. 썩 싫지만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화내 주고 있다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그는 용병대의 리더였고, 의뢰에 맞춰 움직여야했다.
그에 준이 입을 열려던 찰나.
“그으…….”
루크가 먼저 앞으로 나왔다.
“그땐 죄송했습니다!!”
“……?”
사과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 루크가 허리를 푹 숙였다.
“다시 만나게 되어서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저희가 예전에 했던 일을 생각하면 염치없는 짓이었죠!”
“……잠시 당황해서 말씀드릴 겨를이 없었네요. 그땐 정말 죄송했습니다.”
루크의 행동에 루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였다.
사실 저런 말 한 마디로 정리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준은 저 두 사람에게 죄를 물을 생각은 없었다.
죄를 용서했나?
아니, 그것보단 그런 행위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으리라.
그에게 그 일은 무사히 생환함으로써 끝난 일이었으니까.
당시 준에게는 두 사람에게 복수하는 것보단 공략전의 생환으로 인한 이득이 더 중요했었다.
벌이라면 황실이 알아서 내리지 않았겠나.
“…….”
에이든은 그제야 두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봤다.
온몸에 흉터 자국이 보였다. 검은 숲에서 마주했을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흔적들이다.
루크는 팔 한쪽이 불편한 것처럼 보였고.
루시는 정돈되지 않은 머리카락 사이로 큰 흉터가 보였다.
오른쪽 관자놀이부터 목 뒤까지 무언가에 그어진 흉터다.
미개발 개척단.
이름 그대로 개척되지 않은 곳을 개발하기 위해 모인 이들.
당연히 블랙아웃에선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기에,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했다.
고작 몇 개월 동안 수차례나 죽음의 위기를 겪은 것이다.
“하아……. 알겠습니다. 고개를 들어 주세요.”
“……용서, 해 주시는 건가요!”
“제가 그런 걸 할 자격은 없겠죠. 판단은, 황실이 할 테니까요.”
판단은 황실이 한다.
에이든은 스스로 내뱉은 말이 참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정작 본인은 황실이 그렇게 공정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곳에 혐오감을 갖고 있음에도 불리할 땐 황실을 입에 올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에이든은 저들을 무작정 미워할 수 없었다.
만약, 포레스트 가디언의 흉부에 숨겨져 있던 숲의 정수를 루크가 마지막까지 막아 주지 않았더라면, 에이든도 마무리 일격을 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더 화를 내 봐야…… 임무에 지장만 생기겠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이들과 더 이상 열을 올릴 필요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임무는 저들과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에이든은 스스로를 그렇게 납득시켰다.
준은 그런 에이든의 표정을 바라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젠 제법 감정 컨트롤도 할 줄 알잖아?’
준은 에이든에게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의심하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무조건 의심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대를 의심하면서도 움직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했다.
에이든은 그것을 훌륭히 터득한 듯 보였다.
‘육체적인 성장만이 저 녀석의 장점은 아니니까.’
아무튼.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루크와 루시. 두 사람은 조금은 안도한 표정으로 허리를 폈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 봬서 반가운 건 진심이에요! 아, 참! 혹시 괜찮다면 저희 조 사람들을 소개해 드리…… 일?!”
뭐라 말하고 있던 루크의 입이 강제로 다물어졌다.
화들짝 놀란 루크는 읍읍! 소리를 내며 입을 만지작거렸고, 루시는 익숙한 모양인지 가만히 서서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슈나이처와 대화를 끝마친 개척단장, 레온이 차가운 표정으로 죄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휴식은 끝이다. 다들 다음 포인트로 이동한다.”
타인의 말은 죽어도 안 들을 것 같은 죄수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정해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는 루크와 루시도 껴 있었다.
저들이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처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 선배…….”
“언령이야.”
그의 시선이 죄수들의 목으로 향했다.
준의 것보다는 훨씬 투박한 쇠목걸이.
그 안에서, 준에게 익숙한 종류의 힘이 느껴졌다.
자신의 목에 걸린 초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계열의 힘이 느껴지고 있던 것이다.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지나칠 정도로 효율적이라고 해야 하나?”
곁에 다가온 엘레노어가 한 말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효율적이다라.’
딱 맞는 말이다.
죄수들은 목에 걸린 쇠목걸이가 있는 한, 단장의 말에 항명할 수 없다.
단장이 먹으라면 먹어야 했고, 걸으라면 걸어야 한다.
‘죽으라는 명령에도.’
필시 저들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인권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현장이다.
‘스승의 언령보다 강력한 제약이 있군.’
다만, 준은 본능적으로 저 언령이 마법은 아니리라 판단했다.
마법은 마력을 자연의 힘으로 치환시키는 능력에 가까웠으니.
저렇듯, 인간에게 제약을 거는 것은 주술의 영역에 더 가까웠다.
‘하기야. 애초에 저 정도의 강제성을 발휘하려면 그만큼 들이는 힘도 커질 테지.’
그렇다면 준이 저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더 이상 준의 얼굴에선 언짢음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8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