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8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85화(85/374)
85화 활약
루크 마크너.
진랑족의 후예로,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근력을 지닌 종족이다.
과거에 그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하루 빨리 세상에 보여 주고 싶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있었다.
그로 인해 찰나의 실수를 저질렀고, 지금의 신세가 되었다.
‘어서 빨리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데.’
발걸음이 빨라졌다.
“루크. 천천히 걸어요. 체력을 안배해야죠.”
“아……. 미안, 루시.”
“……마음이 급해졌군요.”
“……응.”
흰고래 용병대.
처음 두 사람이 그들을 봤을 땐, 정말 별거 없는 용병대였다.
용병‘대’라고 하는 것도 맞을까?
검은 숲 지휘관의 인맥으로 겨우 공략전에 참가했을 뿐인 두 사람.
그런데 어느새 두 명의 동료가 더 늘었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당시 교단에서 파견을 나왔던 사제였다.
그뿐인가? 루크는 그들 모두 만만치 않은 성장을 거뒀음을 깨달았다.
그게 루크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이번 임무도 반드시 성공해야 해. 그럼 우리한테 주어진 형량은 모두 끝나는 거야.”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알고 있죠? 성급히 움직였다가 큰 부상을 입으면 모든 게 본말전도라는 걸. 당신의 팔을 보세요.”
“…….”
루크는 잘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을 바라봤다.
개척단장은 그리 친절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죄수들을 소모품처럼 사용했고, 소모품을 수리하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사제님이랑 마법사님이 계신데. 괜찮지 않을까?”
“평소에 제가 뭐라고 했죠?”
“……타인을 믿지 마라.”
“그게 저 마법사라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이전 모험단에서 우리가 어떻게 쓰여졌는지 기억하세요.”
공략전 당시, 루크와 루시는 이유도 모른 채 ‘청운’의 단장이 내린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 믿음의 결과가 지금이었다.
“하지만…….”
“저 마법사에 대한 신뢰가 대단한 것 같군.”
그때, 바로 옆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쌍둥이가 소속된 조의 조장인 조셉이었다.
“조셉?”
쌍둥이보다 늦게 들어왔음에도 대단한 실력으로 빠르게 개척단에 녹아든 사람이다.
바깥에선 본래 군인이었으나, 상관의 명령에 항명한 대가로 이곳에 오게 됐다고 들었다.
“실력은……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다른 마법사들을 그리 자주 본 게 아니니. 그래도.”
대답하던 루시는 공략전 당시를 떠올렸다.
“무섭도록 침착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사람이죠.”
“과연. 전사라기보단 지휘관의 자리에 어울리는 자로군.”
“마법사니까요!”
루크의 대답에 조셉은 어딘지 씁쓸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리가. 마법사들은 그리 똑똑한 이들이 아니다, 루크.”
“네? 왜요? 아는 것도 많은 사람들인데.”
“아는 것과 그걸 활용하는 건 다르니까. 지식과 지혜의 차이라고 해야겠지.”
“우음…….”
루크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고, 루시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으! 역시 조장님! 아주 품격 있는 한마디셨습니다!”
바로 옆에서 또 누군가가 대화에 참여했다.
죄수들 사이에서 ‘콧수염’이라 불리는 사내다.
평소 루크와 콧수염은 서로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루크가 콧수염을 불편해했다.
얼굴로 사람을 구분해선 안 될 일이지만, 콧수염은 뭐랄까…… 정말 박쥐 같은 인상이었다.
실제로 하는 행동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자기 먹을 것을 구해 보겠답시고 유약해 보이는 탐사대 조수, 브레이트에게 알랑방귀를 뀌어 대는 꼴을 보면…….
조셉은 그런 콧수염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모래를 불러일으키는 들판의 바람에 시선을 옮겼다.
“그 마법사의 실력을 볼 시간이 왔군.”
모래 바람 사이에서 녹색 피부의 괴물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크 무리였다.
* * *
블랙아웃 내에서 오크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비록 오르쿠타스의 전쟁 들판은 오크 중에서도 약한 녀석들이 모인 곳이지만, 그럼에도 오크는 태생부터 강인한 존재다.
하나하나가 성인 평균 키를 훨씬 웃도는 신장을 지녔고, 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전사로서 키워진다.
“쿠워르타다!!”
알 수 없는 언어를 내뱉으며 오크들 중 선두에 선 오크가 무식하게 큰 방망이를 휘둘렀다.
저 공격은 정면에서 막으면 그대로 팔근육이 찢어질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개척단의 죄수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오크들을 상대했다.
“조져 버려!”
누군가는 재빠르게 움직여 공격을 피하고, 또 누군가는 능숙한 무기술로 공격을 흘려 반격한다.
그러나 전장은 그리 쉽게 승기가 잡히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크들의 숫자가 많았던 것이다.
죄수들의 숫자는 모두 스물.
그에 반해 덤벼 오는 오크들은 열다섯이었다.
“음.”
다른 사람들이 한 마리의 오크를 둘씩 붙어서 처리하는 사이, 조셉은 홀로 오크를 상대했다.
두 자루의 도끼가 단단한 오크의 근육마저 찢어발기고 녹색의 피를 바닥에 흘려보냈다.
“상황이 좋지 않군.”
벌써 몇 명의 부상자가 나타났다.
‘초입부터 이런 상황이라니.’
아직 목적지인 신전엔 도착도 하지 못했다.
신전 주변은 이곳보다 위험하면 위험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으리라.
이럴 때를 대비해서 용병대를 불렀겠지만.
‘마법사가 아무리 뛰어난 지휘관이라 한들.’
이곳에 있는 이들로는 온전히 이번 임무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고작 4명뿐인 용병대가 엄청난 활약을 할까?
조셉은 그런 희망적인 생각은 내다 버렸다.
그나마 믿을 만한 것은 사제의 치유 능력이겠지만.
‘스물에 가까운 죄수들을 온전히 치료해 줄 리가 없겠지.’
사제의 신성력도 무한은 아니다.
벌써부터 힘을 소모하고 싶진 않을 터.
‘많이들 죽겠군.’
딱히 죄수들이 죽든 말든 상관치 않았지만.
죄수들의 죽음은 곧 임무의 실패로 직결된다.
조셉은 이 미친 집단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얼굴이 어두워지려 할 때였다.
[부여계:엘리멘탈 아머리] [부여 속성:화(火)]최전방에 서 있던 이들의 무구가 붉은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몇몇 죄수들이 화들짝 놀라긴 했지만, 이내 그것이 뒤에 있던 마법사의 솜씨임을 파악했다.
“오냐, 오늘 살 타는 냄새 좀 맡아 보자!”
멀지 않은 곳에서 싸우던 죄수가 타오르는 검으로 오크 중 하나에게 달려들었다.
본래라면 진작에 반응했어야 할 오크가 뒤늦게 반응했다.
그것이 놈의 죽음으로 직결됐다.
‘왜?’
호전적인 것으로 소문이 난 오크가 고작 불에 겁을 집어먹은 것인가?
조셉이 고개를 잠시 갸웃거렸지만, 그것도 잠깐뿐이었다.
그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진랑족 쌍둥이에게 외쳤다.
“하나씩 처리해라!”
“네!”
“알겠습니다.”
말썽이 가득한 죄수들이지만, 그래도 저 진랑족 쌍둥이는 자신의 명령을 잘 들어주었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쉽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살 타는 냄새가 지독하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오크 무리가 등장한 것이다.
“쿠워르타다!”
자신들만의 언어를 외치며 추가로 등장한 열 마리의 오크들.
앞서 상대하던 녀석들의 반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무리 마법사의 인챈트가 있다 해도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힘널 오브 라이트] [라이프 오브 라이트(Life of light)]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신성력이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온몸에서 힘이 터져 나오는 듯했고, 자잘한 상처들이 순식간에 치료됐다.
검은 붕대로 눈을 가린 독특한 외견의 사제가 이뤄 낸 기적의 힘이었다.
용병대의 움직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방에 있던 두 명의 전사가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 * *
마야와 함께 앞으로 뛰쳐나온 에이든은 자신들이 감당할 적들의 숫자를 셌다.
‘다섯.’
이미 죄수들이 자리를 잡은 곳에서 싸우기엔 본래 실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에이든은 한참 피 냄새에 흥분한 오크들의 뒤를 노리기로 했다.
‘선배가 오크의 힘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하셨지.’
확실히, 실력만 따지고 보면 3레벨 혹은 4레벨에 해당되는 죄수들이 오크 한 마리에 여럿이 붙어 처리했다.
에이든이 보기에도 죄수들의 실력이 결코 나쁘지 않음에도 저 정도 수준인 것이다.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어.’
하지만 어째서 달리는 발걸음은 이토록 가벼운 것일까.
에이든은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하지 못했다.
그 대신, 먼저 달려 나가는 마야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에이든이 먼저 시선을 끌고, 마야는 주변과 동화되어 그대로 오크들의 뒤를 잡았다.
“퀘에에엑?!”
흥분한 오크들은 마야의 인기척을 뒤늦게 느꼈다.
그땐 이미 마야가 그들의 발목을 검으로 쓸고 지나간 뒤였다.
본래라면 돌처럼 단단한 근육이 검을 막아 줬어야 했으나, 마야가 쥔 두 자루의 검은 너무도 손쉽게 그들의 발목을 베며 지나갔다.
순식간에 목표로 두었던 다섯 마리의 오크 중 세 마리가 마야에 의해 발이 묶였고.
두 마리는 달려드는 에이든에게 집중했다.
두 놈 중 하나가 먼저 앞장서서 에이든이 달려오는 경로를 향해 무식하게 큰 몽둥이를 휘둘렀다.
본래라면 막아야 할 위치였으나, 에이든은 오히려 발에 마력을 모아 터뜨렸다.
[돌진]투쾅!
디디고 있던 땅이 터지며, 순식간에 가속한다.
오크의 시야에선 에이든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궤에…… 깨에에에엑!!”
옆구리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오크는 그제야 금발 머리 인간이 자세를 낮춘 채로 자신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음을 인지했다.
옆구리에선 본래는 없었던 긴 선이 생기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생각보다 느려.’
그동안 봐 왔던 베른의 움직임과는 판이하게 다른 속도.
에이든은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움직임에 망설임을 지워 버렸다.
‘선배랑 엘레노어 사제님의 말씀이 맞았어.’
자신의 실력은 4계층에서도 충분히 먹힌다.
여유롭다,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야.’
에이든은 동료의 비명 소리에 이쪽으로 분노를 터뜨리는 오크를 바라봤다.
‘할 수 있다.’
그동안 베른에게 당하기만 하느라 잃어버렸던 자신감이 되돌아오는 듯했다.
에이든은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씩 미소를 짓는 준을 발견했다.
그 미소에서 하나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 감정의 정체는 ‘믿음’이었다.
자신의 동료들이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에이든은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마법사가 뛰어나다고?”
전투가 끝났다.
조셉은 놀라운 눈으로 임무에 합류한 용병대를 바라봤다.
고작 5인 용병대에 사제가, 그것도 실력이 상급에 해당 될법한 사제가 껴 있는 것도 놀라운데.
두 전사들의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
‘가진 바 능력은 4레벨 수준이지만.’
움직임이 과감하다.
마치 몇 번이고 사선을 겪은 듯한 베테랑과도 같은 움직임이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죄수들도 저런 움직임은 보여 주지 못했는데.
‘재능? 아니. 저런 능력은 재능으로 채울 수 있는 게 아니지.’
비단 놀란 것은 조셉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 사람이 저렇게 잘 싸웠었나……?”
“……글쎄요. 검은 숲에서 봤을 땐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루크와 루시가 금발청안의 사내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 몇 개월 만에 저 정도 성장이라니…… 마법사님의 실력일까?”
“자꾸 저한테 묻지 마세요, 루크. 저런 케이스는 저도 처음 보니까.”
한편, 죄수들은 사제에게 환호하기 시작했다.
죄수들의 시선에선 용병대의 전사 둘보다, 몸을 치료해주고 전투에 도움을 준 사제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화속성의 인챈트를 한 마법사까지.
“캬아아! 사제님이 있으니 이렇게 편하구만!”
“이것 좀 보라고! 저번 임무에서 다쳤던 상처가 벌써 이렇게 나았어!”
“고작 그딴 걸로? 난 방금 돼지 새끼 공격 막다가 팔에 금이 갔었다고!”
“아니, 검에서 불이 푸화악! 쏟아졌다니까! 돼지 새끼들이 겁먹고 아무것도 못하는 거 봤어? 봤냐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임무에 투입된 이들이다.
당연히 치료사의 존재도 없었다.
죄수들에게 부상은 곧 죽음과 직결되는 문제였으니, 저런 반응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용병대는 단 한 번의 전투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죄수들의 환호성이 그리 가리키고 있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8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