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89)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89화(89/374)
89화 바르바타
죄수들의 행군은 시간이 갈수록 느려졌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면서 생긴 일이다.
“죄수들이 많이 지친 것 같은데. 좀 신경 써야 하지 않겠나?”
“그들에 대한 처우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심려치 마시지요.”
슈나이처의 말에도 레온은 단호히 거절했다.
‘죄수 놈들은 믿을 수 없다.’
레온의 아버지는 그와 마찬가지로 개척단장이었다.
그는 언제나 죄수들을 계도시키겠다는 명목을 철저히 지켰고, 많은 죄수들을 살려 냈다.
-죄수도 결국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들이 가진 문제점을 고치면, 사회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거야.
하지만 레온은 결국 아버지의 말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믿었던 죄수들에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가 그것을 증명해 냈다.
‘놈들은 고쳐서 쓸 놈들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믿었다.
삶의 목적이었던 아버지를 잃었고, 그 부족함을 죄수들에게서 찾았다.
놈들이 고달파하고, 죽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
소모품은 소모품답게.
사람은 소모품에게 믿음을 주지 않는다.
레온은 그렇게 믿었다.
* * *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확실히, 죄수들을 못 믿을 만도 하네.”
“하하…… 그렇겠죠, 네……. 저희는 죄수니까요…….”
준은 루크가 해 준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이젠 죽어 버린 콧수염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풀이 죽은 루크에게 꿀이 발린 육포를 슬며시 넘겨주며, 준은 생각에 잠겼다.
“죄수에게 아버지를 잃었다라.”
그렇다면 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레온이라는 양반이 죄수들을 믿게 만드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죄수를 어떻게 믿어?’
이 의견만큼은 준도 이견이 없었다. 심지어 죄수 신분인 루크도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이란 게 흑백논리처럼 단순하게 흘러가진 않는단 말이지.”
죄수들?
법을 어겼으니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래야 사회가 돌아갈 테니.
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생명체다.
법이라는 시스템은 그 불완전한 생명체인 인간이 만든 것이고.
‘대표적으로 조셉 같은 사람을 예로 들 수 있겠지.’
조셉의 죄명은 군 작전 중 명령불복종이다.
그 이유는 전염병이 창궐한 마을을 불태우라는 명령에 항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셉은 죄인인가?
그렇다. 그는 죄인이 맞다.
군인이 명령을 거부했으니까. 그는 법을 어겼다.
그럼 조셉은 믿지 못할 인간인가?
글쎄.
그에 대한 질문엔 생각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처럼 세상은 복잡하다.
“세상을 흑백으로만 보는 저 단장님을 어떻게 설득시킬까…….”
죄수들을 믿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을 믿게 하는 방법은 있다.
준은 조셉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 * *
“죄수들을 분리시켜라?”
준의 말에 조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고쳐 써먹지 못할 놈들이랑, 그럭저럭 써먹을 놈들. 그 둘을 구분 지어야 한다는 거지.”
“어떻게?”
“그건 이제부터 당신이 생각해야 할 일이지.”
“너무하는군.”
조셉은 불평부터 내뱉었지만, 준의 제안을 거절하진 않았다.
그만큼 그에게 떨어지는 조건도 달콤했기 때문이다.
“그럼 길레느 상회와 연줄을 이어 주는 게 쉬울 줄 알았어?”
“끄응.”
“그래도 맨손으로 하라고 하진 않을게. 이거 받아.”
준이 넘겨준 것은 체력 포션이었다.
작은 플라스크에 담겨진 것으로, 당장 체력이 부족한 죄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 터.
“대신 죄수들을 확 휘어잡아 줘.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신은 따르도록. 만약 그게 안 되는 녀석들은 거르고.”
“시도해 보도록 하지.”
조셉은 이를 받아들었다.
대신 조셉은 말로 타이르지 않았다.
단지, 말을 듣지 않으면 쥐어 팼고.
전투 중에 나름 최선을 다하는 녀석들에겐 상을 내려 줬다.
“마셔라. 기운이 좀 날 테니.”
“끄응…… 뭐, 뭐야. 포션? 이런 건 어떻게…….”
“닥치고 마셔.”
“고, 고맙다.”
그와중에도 말을 듣지 않는 녀석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까지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죄수들이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긴 하지만.’
이제부턴 명령을 따르지 않는 녀석들은 반대로 방해된다.
“나, 저거 본 적 있슴다. 부족 사람들이 짐승들한테 썼던 방법임다.”
“그게 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야와 에이든의 대화였고, 마찬가지로 옆에 있던 엘레노어가 말했다.
“조련이지, 조련. 말 잘 들으면 먹이 주고, 안 들으면 다진 고기로 만들고.”
준과 조셉은 죄수들을 조교하기 시작했다.
* * *
“정지.”
준의 말에 슈나이처와 레온이 주먹을 들었다.
멈추라는 신호. 일행들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멀뚱히 섰다.
“무슨 일인가?”
“주술입니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
그러나 준의 눈에는 뚜렷하게 주술의 흔적이 보였다.
결계였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러 도착한 목적지.
준과 일행들은 첫 번째 매개체, 오크 주술사 바르바타와 조우하는 데 성공했다.
[파이어 볼]화염의 불덩이가 앞으로 쏘아지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무채색의 파동이 퍼져 나가며 불덩이를 소멸시켰다.
“음. 결계로군. 그것도 아주 견고한.”
슈나이처의 얼굴이 구겨졌다.
무릇 결계는 진입하면 많은 희생자가 나오기 마련.
아직 오크 로드와 마주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수의 전력 소모는 피하는 게 좋았다.
‘하다못해 내 장비들이 있었더라면 모를까…….’
안타깝게도 주술에 대응할 만한 장비는 모두 놓고 온 상황.
어쩔 수 없이 직접 들어가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죄수들을 안으로 들여보냅니까?”
“으음…….”
레온의 물음에 슈나이처가 입을 열러던 그때, 준이 먼저 나섰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음? 준. 무슨 방법이 있는 겐가?”
용병대장인 만큼 이런저런 지식이 많은 마법사였지만, 주술에 대한 지식까지 기대하긴 힘들다는 게 슈나이처의 판단이었다.
오히려 이건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다.
마법과 주술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었으니까.
“나름 주술 쪽 지식이 있으니, 확인해보겠습니다.”
“……정말인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준은 눈앞에 펼쳐진 주술을 응시했다.
‘기흉노파가 쓰던 주술과는 결이 다른 종류다.’
기흉노파의 주술은 대부분이 저주와 영혼 쪽에 치우쳐져 있던 반면, 오크 주술사 바르바타의 주술은 결계와 강화에 특화된 듯 보였다.
‘구조는 어떤 방식이지?’
남들에겐 그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처럼 보였으나, 준의 눈에는 명확히 주술의 기운이 만들어 낸 흐름이 보였다.
‘이전보다 더 잘 보인다.’
기흉노파를 상대했을 땐 그저 흐름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기운의 흐름이 보일 정도로 명확하게 느껴졌다.
“매개체는 내부에 있는 오크들의 몸뚱이인가? 아주 이기적인 기술인걸.”
매개체가 결계 내부에 있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 결계를 파괴하려면 반드시 내부로 들어가야 했다.
거기에 시시각각 바뀌는 주술의 흐름들이 보였다.
‘뒤바뀌는 흐름에 따라 주술 진입 시 장소도 바뀌는 건가.’
서른에 가까운 인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수가 있었다.
준은 자신이 깨달은 부분에 대해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당연하지만 무작정 진입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내부에 있는 오크들에게 각개격파를 당할 테니까.
“다 같이 손을 잡고 가는 방법은 어떻슈?”
한 죄수가 그렇게 제안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그러면 주술에 의해 강제로 튕겨질 가능성이 높았다.
“외부에서 충격을 주는 것은 어떻겠나.”
슈나이처가 건틀릿을 쥐고 말했다.
학자치고는 꽤나 터프한 대답이었지만, 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주술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니, 무소용입니다.”
대신전에서 탈출하던 중 슈나이처가 보여 주었던 압도적인 무력. 그러나 그 무력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거기에 그 기술을 쓴 순간부터 슈나이처도 한동안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버리니, 상당히 손해를 보는 장사였다.
“그럼 어떻게?”
“파괴하겠습니다.”
“응? 무슨 소린가? 방금 안 된다며?”
맞다. 강력한 한 방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다들 물러서십시오.”
그렇다면, 기교로 부딪히면 그만이다.
* * *
“마야, 보여?”
“보임다.”
“손가락으로 계속 가리켜 줘.”
“알겠슴다.”
오크 주술사, 바르바타의 주술은 기흉노파처럼 어떤 절대적인 존재에게 제물을 바치는 종류가 아니다.
그 대신, 그는 직접 제물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했다.
‘저 주술의 매개체는 오크들의 육체, 그리고 영혼이다.’
말인즉슨, 마야의 눈에도 결계를 감싸고 있는 영혼들의 흐름이 보인다는 말이었다.
“저기서 여기로, 이렇게 이동 중임다.”
“저거군.”
준은 영혼을 보는 능력이 없었으나, 마야가 가리키는 방향에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움직이는 주술의 기운을 읽었다.
그렇게 마야가 가리킨 영혼의 숫자는 총 스물 다섯 개.
준은 그 모든 흐름을 기억하고, 마법을 영창했다.
[다중 영창] [디텍팅 타깃] [고속 영창] [윈드 커터]거의 1초 간격으로 소환한 바람의 칼날이 결계의 흐름을 찢어발겼다.
아무리 견고하고 정교하게 만들었다 한들, 흐름이 깨지기 시작하면 전체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고작 25초.
준이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영혼들을 찢어 버리기까지 걸린 시간이었고.
“어, 어어어!”
누군가가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무언가가 스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치 관처럼 보이는 거대한 석조 건물이었다.
* * *
“허허…….”
10년지기 조수의 죽음 이후.
슈나이처는 겉으로는 멀쩡한 태도를 보였으나, 매일 밤마다 브레이트와 지내 왔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남들에 비해 부족한 실력에도 끈기를 가지고 굳건하게 걸어왔던 제자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조바심이 있었고, 그게 모든 것을 그르치고 말았다.
‘이런 내 모습 때문에 자넨 그런 선택을 했던 건가?’
준은 뛰어난 마법사다. 적어도 슈나이처에게 저 마법사는 특별했다.
가진 것에 비해 오만하지도 않았고, 언제나 신중했으며, 항상 많은 것을 눈에 담았다.
당연히 탐욕이 일어날 정도로 대단한 인재라고 생각했다.
아마 브레이트는 준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에 더더욱 자괴감을 느끼고 조급함을 느꼈던 것일까.
‘이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이전처럼 준의 활약에도 슈나이처는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그는 학자였고, 기록하는 자다.
그리고 이번에 일어난 사태 또한, 살아서 돌아간다면 숨김없이 외부에 알릴 것이다.
그게 비록, 조수의 이름을 더럽히는 결과가 될지라도.
‘하지만, 브레이트. 그럼에도 나는.’
자네의 실수를 더 커지지 않도록 만들겠네. 그게 내가 자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
관처럼 꽉 닫혀 있는 석조건물의 문 앞.
슈나이처의 주먹이 단번에 문을 파괴했다.
오랜 시간 햇빛이 들지 않은 건물 안에서, 수십 쌍의 붉은 안광이 터져 나왔다.
“오르쿠타스 바할…… 다루 바 하르곤……! 하르곤 바할!!”
대충 해석하자면 오크들의 신을 찬양함과 동시에 돌아온 자신들의 영웅, 하르곤을 찬양하는 말이었다.
그 말을 외친 존재는 오크 주술사, 바르바타였다.
“전원, 전투 준비!”
* * *
오르쿠타스 바할!
하르곤 바할!
어둠이 가득한 건물 내부.
대충 봐도 안에서 보이는 붉은 안광은 오십 쌍을 넘겼다.
한때 오크 로드와 함께 세상을 위시했던 정예 오크 전사들이다.
놈들이 석조 건물 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
전투의 신호탄을 터뜨린 것은 준이었다.
[어스 버스트]콰콰콰콰-!
진작부터 끌어모으고 있던 마력을 대지에 스며들게 만들고, 그대로 폭파시켰다.
그 위에 서 있던 오크들이 파편에 맞고 쓰러진다.
하지만 과거 그렘린들에게 썼던 것과 다르게, 놈들은 폭발의 여파로 날아온 돌의 파편을 버텨 냈다.
쿠오오오오오――!
오히려 그 고통을 분노로 승화시키며 달려들려던 찰나.
쿠르르릉―!
[어스 버스트]로 인해 지반이 흔들리면서 오랜 세월 오크들을 감싸 주고 있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후퇴해라!”
레온의 명령과 함께 일행들이 뒤로 물러섰고, 그 와중에 몇몇 튀어나온 오크들은 에이든과 마야가 막아섰다.
카각―!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오크들의 숫자는 총 열댓 마리.
놈들은 제대로 된 야장술로 벼려진 글레이브를 휘둘러왔다.
‘무거워……!’
한 놈 한 놈이 에이든의 허리만큼 거대한 팔근육을 지닌 놈들이다.
순수한 근력에서부터 에이든이 밀려났다.
그러나 에이든은 당황하지 않았다.
진작에 준에게 관련된 조언을 받기도 했고, 실제로 필드에서 광폭화 상태에 빠진 오크들에게도 힘으로 덤비면 안 된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뒤로 두 걸음 물러서고, 과거 준에게 받았던 아티팩트, [샐러맨더의 축복]을 발동시켰다.
화르르륵―!
에이든의 마력에 화속성이 부여되면서 붉게 넘실거리는 불꽃이 검로를 따라 잔상을 남겼다.
남은 잔상이 어지러이 오크 전사의 시야를 차단했다.
놈의 바로 뒤에서 다른 두 마리의 오크가 덤벼들었으나, 에이든은 뒤로 빠지기보단 과감하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돌진], [배쉬]목표는 처음 검을 맞댔던 오크.
다른 두 녀석이 그런 에이든의 돌진에 반응하고 차단하려던 순간, 마야가 움직였다.
에이든의 바로 뒤에서 그림자처럼 튀어나온 마야의 손에는 두 자루의 비수가 들려 있었다.
푸욱, 카강!
한 마리는 방향상 에이든에게 가려진 마야의 움직임을 놓쳐 눈에 비수가 꽂혔고, 다른 한 마리는 막는 데 성공했으나 에이든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푸화악!
에이든의 검이 정면에 있던 오크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아무리 바위처럼 단단한 오크의 근육이 있다곤 하지만, 오러가 깃든 검마저 막을 순 없었다.
이내 놈의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와 에이든의 몸을 적혔다.
“후우…….”
두 번의 도약.
앞에서 덤벼드는 오크들로부터 거리를 벌린 에이든이 폐의 깊은 곳에서부터 숨을 내뱉었다.
그의 숨결에서 옅은 핏빛이 일렁거렸다.
아티팩트이자 그의 방어구인 ‘파괴자의 가죽’이 오크 전사의 피를 흡수하며 발동되었다.
끓어넘칠 듯한 힘이 전신을 감싸고, 머리에 파괴 본능이 치솟았다.
타고난 정신력으로 그 감각을 억제시킨 에이든의 눈이 흉흉한 붉은 빛을 띄웠다.
마치 오크들의 광폭화와 비슷했다.
“오른쪽.”
“그럼 난 왼쪽.”
흘러넘치는 힘을 다리에 집중시킨다.
재차 발현된 [돌진].
이번에는 오크 전사들도 에이든의 움직임을 일순간 놓쳤다.
콰득!
섬뜩한 소리가 들린 후에나 오크들은 제 동료 중 한 명이 당했음을 인지했다.
“후우…….”
놈이 쓰러지고, 에이든이 내뱉는 붉은 숨결이 한층 더 진해졌다.
* * *
“역시.”
에이든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준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괴자의 가죽.
한때 준이 키웠던 전사 캐릭터에게도 쥐어 줬던 아티팩트형 방어구였다.
적을 쓰러뜨릴 때마다 1스택씩 쌓이고, 스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신체 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최대 스택 수는 5번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런 식으로 신체 능력을 증가시키는 기술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거셀 테니.
하지만 그 부분은 엘레노어와 준의 포션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전형적인 ‘잡몹 처리’에 능한 아티팩트인 것이다.
‘반면 마야는 조금 고전 중인가.’
조경족 특성상 마력을 다루는 힘이 약한 만큼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대신 마야는 철저하게 아칸더스의 송곳니로 오크 전사들을 괴롭혔다.
관절을 노리거나, 힘줄을 끊어 적들이 멋대로 날뛰지 못하게 만든다.
거기에 조금만 신경을 끊으면 주변과 동화되어 [혼령질주]를 사용하니, 준이 오크였다면 절대 상대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적일 것이다.
‘거기에 마야는 애초에 보스전 캐릭터야.’
그 부분을 감안하면, 마야는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크르르아아아아―!
그때쯤, [어스 버스트]에 의해 무너진 건물 내부에서 오크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건물이 무너지면서 죽은 오크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두 바 헤르바. 다 투칸!”
오크 주술사, 바르바타도 건재했다.
“개척단. 돌격.”
레온의 명령과 함께 개척단원들이 욕지기를 내뱉으며 돌진했다.
뒤이어 엘레노어의 축복, 그리고 준의 인챈트가 발휘되었고,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9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