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98)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98화(98/374)
98화 실종
장인의 솜씨가 깃든 가구로 가득한 방.
짐짓 위엄이 내려앉은 사무실에서, 한 사내가 당황한 기색으로 되물었다.
“4계층 오르쿠타스의 전쟁 들판에서 디멘션 리버스의 조건을 찾아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은 다름 아닌 모르데나인 알베르트 백작.
현 블랙아웃을 통괄하는 자였다.
“도대체…… 이번 시즌에선 무슨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쩌나.”
당신 말고 누구한테 물으라는 거야?
사내는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그것을 참아 내는 데 성공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백작이지만, 그는 최근까지도 블랙아웃 내에서 피바람을 불게 만든 존재다.
속된 말로 블랙아웃 내에서는 황제에 버금가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럼…… 한 번 정리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9개월 전. 검은 숲 공략전에서 그간 밝혀지지 않은 ‘페어리 퀸’이라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을 해결한 것은 흰고래 용병대입니다.”
그 뒤로, ‘왕’의 칭호를 받은 샤일록의 젠카르 마탑을 무너뜨린 배후가 밝혀졌다.
배후를 밝힌 집단의 이름은 역시 흰고래 용병대, 그것도 단 한 명의 마법사가 해낸 일이었다.
그뿐인가?
외부에 밝혀진 것은 아니나, 적성에서 창천교의 등장과 함께 디멘션 리버스의 위기가 일어났었다.
그 과정에서 아리클로토스 교단의 주교급 인사가 창천교와 힘을 합쳤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더해졌다.
다행히 그 위기는 어느 한 용병대의 활약으로 무마할 수 있었다.
그 용병대의 이름은 또 흰고래 용병대.
그리고 현재.
오르쿠타스의 전쟁 들판에서 밝혀진 적 없던 디멘션 리버스 현상이 일어났다.
“적성에서의 사태가 끝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그런데 오르쿠타스의 전쟁 들판 쪽 문제는 해결된 것입니까?”
“그러니 내가 자네와 이렇게 무탈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아니겠나?”
“세상에……. 도대체 그게 누굽니까? 디멘션 리버스를 단독으로 막아 내다니.”
“이슈스 학회의 슈나이처 교수와 미개발 개척단, 마지막으로 흰고래 용병대가 참여했다더군. 자세한 내용은 건네준 보고서에 적혀 있을 걸세.”
“흰고래 용병대? 이번에도 그들입니까?”
이쯤되자 사내는 흰고래 용병대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 아닐까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물론, 증거 하나 없는 단순한 망상일 뿐이다.
“놀라운 일이지. 용병대장인 마법사가 올해 처음 블랙아웃에 발을 들이고 일어난 일일세. 이게 믿겨지나?”
“세상에…….”
본래 블랙아웃이라는 곳이 예측불허의 세상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그, 그럼 그 흰고래 용병대는 어디 있습니까……?”
아직 이슈스 학회에서 공식으로 발표하진 않았기에 세상은 조용했으나.
그들이 이번 사태를 발표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열광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게 올바른 일일 터이나.
“실종됐다네.”
“예?”
“오크 로드 하르곤. 그 디멘션 리버스를 해결함과 동시에, 그들의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군.”
“설마 그 오크 로드라는 존재와 함께……?”
“글쎄. 거기까진 모르겠군.”
거기까지 말한 백작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사내에게 시선을 떼며 말했다.
“아무튼, 관련된 내용은 잘 전달해 주게나.”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내 정신을 차린 사내는 모르데나인 백작에게 건네받은 서류를 챙기고 황급히 방을 나섰다.
하루 빨리 이 소식을 황실에 알려야 했으니.
황실에서 보내 온 사자가 밖으로 나가고, 홀로 남은 모르데나인 백작은 의자에 몸을 맡겼다.
“흰고래 용병대라…….”
그 맹랑한 마법사의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과연 그는 죽었을까?
왠지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건 내 소망일지도 모르겠군.’
어쨌거나 그들은 자신의 흥미를 끌어당길 만큼 다양한 사건을 일으켰으니.
“뭐가 됐든 일 한번 크게 일으켰어. 만약 그들이 돌아오면 이 세상은 어떻게 그들을 받아들일까?”
* * *
쏴아아아아-
세찬 비가 흘러내린다.
기름칠한 로브로 전신을 가린 남자가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숲속에 오도카니 위치한 오두막에 도착했다.
쿵, 쿠궁, 쿵, 쿵.
몇 번의 노크 끝에 문을 열자.
“왔슴까.”
검은 머리카락에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남자를 맞이했다.
실종됐다고 알려진 준과 마야였다.
“어. 에이든은 좀 어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슴다.”
“하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오크 로드 하르곤의 죽음 직후.
흑경의 영혼을 탈취한 놈이 물귀신처럼 일행들을 집어삼키고, 일행들은 알 수 없는 숲에서 눈을 떴다.
준과 마야, 그리고 엘레노어는 멀쩡히 정신을 차렸으나.
유일하게 에이든만이 여태까지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엘레노어.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여전해. 영혼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어.”
“하아……. 이거 복잡하게 됐네.”
로브를 벗어 낸 준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옅은 보랏빛의 안개가 자욱한 숲.
준과 일행들이 이곳에 떨어진 지도 어느덧 나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곳은――
“도대체 어디냐고, 여기.”
준조차 알지 못하는 필드였다.
* * *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에이든의 상태였다.
오크 로드에게 잠식당했던 흑경이 일행들을 집어삼키는 과정에서, 에이든은 일행들의 가장 앞에 있었다.
“내가 알기로 이 정도로 영혼이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 건, 극히 한정적이야.”
엘레노어의 설명에 준이 되물었다.
“한정적이라면?”
“어떤 거대한 존재를 마주치고, 정신적인 충격에 빠진 거지. 일종의 쇼크 증상이라고 해야 할까?”
“흑경의 영혼이 그렇게 거대했나?”
“그건 아니고…….”
엘레노어는 자신의 검은 붕대를 손으로 훑으며 말했다.
“자세히 본 건 아닌데. 그 검은 고래 새끼가 우릴 집어삼킬 때 말이야. 그…… 어떤 존재를 느꼈어. 익숙한 무언가였지.”
“……너한테 익숙하다고?”
그러자 준의 머릿속에 곧바로 떠오르는 게 있었다.
“외신?”
“맞아. 그놈이야.”
“오크 로드는 과거 외신과 얽히게 되면서 영혼이 명계에 묶였다고 했었지. 놈이 죽기 직전에 우리를 물귀신처럼 끌어 가려 했던 거고. 그렇다면…….”
“찰나지만, 외신과 마주한 것 같아. 가장 앞에 있었으니까.”
“……복잡한데. 치료 방법은?”
그 물음에 엘레노어가 고개를 가로어젔다.
“시간이 답…… 이라곤 해도, 이런 케이스가 흔한 건 아니라서 확답을 못하겠네. 반대로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못하거나, 광인이 되는 경우도 있거든.”
“후우.”
그러면서 준은 마야에게 시선을 옮겼다.
“마야. 너는 좀 어때?”
“기운이 좀 없는 것 말고는 별거 없슴다.”
“그러는 너야말로 좀 지친 것 같은데, 괜찮아?”
엘레노어가 다분히 걱정스럽게 준을 바라봤다.
“아직까진 버틸 만해.”
그러면서 준도 낡은 의자에 눕듯 몸을 기댔다.
그러면서 재차 먼지가 가득한 오두막 내부를 바라봤다.
깨끗하다.
허공을 바라봐도 보이는 것은 먼지가 둥둥 떠다니는 허공뿐이다.
‘이런 풍경을 보게 된 게 얼마만인지.’
‘이정준’ 시절에는 너무도 당연했던 풍경.
하지만, 준으로선 그저 낯설기만 했다.
평소에는 언제나 그의 주변을 맴돌았던 마력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필드에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후우. 좋아, 한번 정리해 보자고.”
지난 나흘이라는 시간 동안 준은 이 필드에 대해 몇 가지 알아낸 점이 있었다.
첫째.
이 필드에서는 마력이 흐르지 않는다.
아직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흑경이 있던 조용한 평야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조용한 평야는 흑경이 먹어 치우느라 마력이 머물 시간이 없던 것뿐이었지만.
이곳에선 마력 자체가 느껴지질 않았다.
둘째.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연보랏빛의 안개가 가득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억력]을 사용해 되짚어 봐도 이와 관련된 필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전생자의 기억에서도 마찬가지로 건질 만한 것은 전무했다.
셋째.
이 주변은 온통 숲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한때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쓰였을 법한 가도를 발견했다.
다만,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한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넷째.
“저건 왜 안 사라지는 거지?”
“으음…… 글쎄.”
준의 말에 반응한 사람은 엘레노어였다.
두 사람은 현재 창밖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보랏빛의 피부에, 얼굴은 끔찍한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온 듯한 형태로 죽어 있는 괴물의 시체였다.
그러니까, 네 번째로 알아낸 정보는…… 죽은 몬스터의 사체가 입자화되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가서 해부라도 해 봐야 하나.”
고민하듯 준이 말하자, 엘레노어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가능하면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렇기야 하다만…….”
현재 일행들은 쉽사리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에이든이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는 것.
괜히 외부로 움직였다가 몬스터의 어그로라도 끌었다간 움직이지도 못하는 에이든을 데리고 도주해야 했다.
그건 별로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마야. 나가서 확인해 보자.”
“알겠슴다.”
해체에 있어서는 마야가 일가견이 있는 만큼, 그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보랏빛 피부의 괴물 주변으로는 아직까지 전투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었다.
움푹 파인 땅과 쓰러져 기울어진 나무 몇 그루 등등.
이 보랏빛 피부의 괴물을 마주한 것은 일행이 이 오두막을 발견했을 무렵이었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숲을 헤매고 나서야 발견한 오두막. 놈은 이 오두막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조심해. 혹시 안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생명 반응은 없슴다. 영혼도 완전히 사라졌슴다.”
“으음.”
마야는 꺼리는 기색 없이 순식간에 괴물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배의 가죽을 가르고, 내장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벌렸다.
“내부가 부패하고 있슴다.”
“심장 쪽은 어때?”
“움직임이 없슴다.”
“한번 갈라 볼까?”
준의 말에 마야가 망설임 없이 놈의 심장을 갈랐다.
그 안에서는.
“……실린더?”
푸른빛의 기운이 담긴 실린더가 튀어나왔다.
익숙한 그 빛깔은, 마력의 색을 띠고 있었다.
“엇.”
“사라지고 있슴다.”
마력이 담긴 관을 뽑아내자 괴생명체의 사체가 입자화 되며 사라져 버렸다.
“이게 놈이 사라지지 않은 원인이었나…….”
“마력이 담긴 거, 맞슴까?”
“맞아.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응축된 마력이네.”
“……그런데, 마력이 이렇게 액체화되어 있기도 함미까?”
“아니. 그런 경우는 없어.”
마력 포션의 경우에는 신체 내부에 마력이 모이도록 유도하는 역할이지, 그 자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도대체 뭘까? 여기서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낸들 알겠슴까.”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던 마야가 터벅터벅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건?”
“마력을 액화시킨 거야.”
“마력이라…… 상당히 응축되어 있는데?”
엘레노어는 실린더 안에 담겨 있는 마력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고도로 응축된 마력 액체라……. 좀 아는 게 있어?”
이쪽 관련해서 정보가 없던 엘레노어의 물음에 준이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의 연금술사. 놈들이 만든 작품이야.”
“……연금술사?”
“어. 그리고 주로 녀석들의 흔적이 발견되는 곳은…….”
5계층 필드가 유력했다.
“젠장. 어째 더럽게 강하더라니.”
이제는 사라진 괴물이 쓰러져 있던 곳을 바라보던 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졸지에 예정에도 없던 5계층으로 떨어져 버렸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9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