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화(1/15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
“야, 야, 어젯밤에 쩔지 않았냐? 갑자기 정전되더니 서버 다운이라니…… 난 내가 기절한 줄. 보상 같은 건 없나?”
“보상은 무슨. 서버 관리 못해서 터진 거면 모를까 천재지변이었잖아. 전 세계가 동시에 정전됐다는데.”
“그래. 게다가 기껏해야 1, 2초 다운된 것뿐인데. 하여간 새끼, 욕심이 그득그득해서는…….”
“낄낄-”
[시작 마을 모레티]초심자 지역 중 한 곳인 모레티의 광장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어제 있었던 대규모 정전 사태 [블랙아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례없는 전 세계 정전 사태.
각종 매체와 은행권 등 주요 산업 시설에서는 불과 1~2초라 할지라도 크나큰 타격이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저 잠깐 벌어진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소소한 일 정도?
“그보다 이번에 불새단이 10층을 공략하러 간다던데?”
“진짜? 와…… 9층 공략한 지 얼마나 됐다고? 대박이네.”
“에효, 우린 언제 미궁탑에 가보냐.”
“언제 가긴, 일단 초심자 지역부터 벗어나야지. 미궁탑은 중앙 대륙에 있잖아.”
“하아…… 저렇게 눈에 보이는데 멀다 멀어.”
사람들은 저 멀리 보이는 하늘을 뚫을 듯 높이 세워진 탑을 보며 중얼거렸다.
대륙 어디든 보이는 높다란 탑.
모든 플레이어의 목표인 [미궁탑]이었다.
세계 최초 자율 인공지능 [에단]이 창조한 가상현실 게임 [이블 테일].
개발 단계부터 여러 가지 루머들이 많았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신생 제작사 [안드라]에서 상용화되지도 않은 자율 인공지능을 이용해 게임을 만든다?
거기에 지금껏 상용화된 헬멧 착용 게임들과 달리, 오감을 데이터화 시킬 수 있는 캡슐형 기기를 사용해서?
만화 같은 일에 처음엔 사람들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제작 발표 이후 3년이 지나는 동안 이렇다 할 소식이 없자, 사람들은 역시나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고 치부했다.
그렇게 5년째가 되었을 때,
[이블 테일]의 등장은 전 세계를 경악케 만들기 충분했다.불어오는 바람부터 공기의 내음.
햇살과 건물들의 풍경.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전투까지.
모든 게 새롭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불가능의 도전.
[이블 테일]을 경험한 사람들은 심지어 이 게임을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동시 접속자 수 3억 명.
전체 가입자 수 15억 명.
단순한 인기를 뛰어넘어 열광이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이 게임은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그렇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은 [이블 테일]을 즐기고 있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다.
“도,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 번호로 연락 좀 해주세요!!”
“아, 아니!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제발……!”
웅성- 웅성-
사람들 사이에서 모레티 광장을 뛰어다니는 미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모레티 마을에 미친 사람 아직도 뛰어다님?
-ㄴㄴ 3일 지나니까 이제 목에 팻말 같은 거 걸고 분수대에 서 있음.
-ㅇㅇ. 나도 봄. 로그아웃 안 된다고 울면서 서 있던데. 자기 말로는 정전됐을 때 게임에 갇혔대.
-관종 새끼ㅋㅋㅋㅋㅋㅋㅋ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잘만 되는 로그아웃이 왜 안 됨?
인 게임 커뮤니티에서 그에 대한 시시콜콜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10일째가 되던 날이었다.
“저 사람…… 그 사람 맞지?”
“진짜 로그아웃 안 되나?”
“설마. 그랬으면 이미 제작사에서 조치를 취했겠지. 관리자들도 몇 번이나 왔다 갔던데?”
사람들은 여전히 광장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너튜브에 24시간 풀타임 영상 올라 온 거 있는데 저 사람 진짜 로그아웃 안 되나 봄.
-ㄴㄴ 저 사람 엔피씨임.
-미친…… 알고 보니 개발사가 심어 놓은 거고?
-혹시 히든 퀘? ㅋㅋ
20일째가 넘자 비웃기만 하던 커뮤니티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죽은 거 아냐?”
“에이, 설마.”
“너튜버랑 방송 BJ들이 저기 적혀 있는 주소에 찾아 갔었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하던데?”
“당연히 아무것도 없겠지. 저거 다 구라라니까?”
“심지어 경찰까지 신고가 하도 들어와서 아예 뉴스까지 나왔다던데. 신고 좀 그만하라고.”
“애초에 없는 주민번호로 뭘 찾아달라는 건지…….”
웅성- 웅성-
사람들의 수군거림.
30일째가 넘어서자 관심은 조금씩 다시 불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신은 그 전보다 더 잔혹한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툭…… 투툭…….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
고개를 떨군 채 남자는 광장 중앙 분수대 앞에 서 있었다.
“……로그아웃이 되지 않습니다.”
메마른 입술이 들썩였다.
“……도와주세요.”
체력은 이미 바닥나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굶주림 역시 최대치가 된 지 오래라 시야가 안개가 낀 듯 흐릿했다.
며칠이나 되었을까.
날짜를 세는 것조차 잊은 채 그는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저, 저 미친놈…… 지겹지도 않나?”
“커뮤니티 보니까 저기 적혀 있는 주민번호도 다 가짜라며?”
“얼마나 사람들이 신고를 많이 했으면 어제 경찰에서 공고를 올렸다더라. 아예 없는 번호라면서.”
“쯧쯧…… 하여간 세상에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다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건 냉담한 반응뿐.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툴썩-
그는 무릎을 꿇고 절을 하듯 머리를 숙였다.
“제발…… 찾아주세요…….”
투두두두두두…….
소나기인 듯 떨어지는 빗방울이 거세졌다.
“흐…… 흐흐흐흑…….”
봇물 터지듯 시작된 눈물은 그동안의 괴로움을 쏟아내듯 멈추지 않았다.
광장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그들에게 근심이나 걱정이 있을 리 없었으니까.
그런데…… 자신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꽈악-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우진은 주먹을 움켜잡았다.
“게임 속에 갇히다니…….”
상상만 하던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다.
그런데…….
자신의 상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차라리 혼자 게임 속에 갇힌 거라면 포기하고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꾸만 일상의 대화들이 귀에 들린다.
오늘 저녁 반찬이 뭔지.
회사 상사에 대한 투덜거림.
저녁에 데이트가 어쩌니 하는…….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게임 밖 현실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저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그들은 언제든 현실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자신은…….
‘갈 수 없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마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홀로 가로막힌 기분이랄까?
“로그아웃…….”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시 한 번 로그아웃을 외쳐봤지만.
“……제길.”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이곳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는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 * *
“죄송하지만 고객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아무래도 주민번호가 잘못된 것 같은데…….”
이블 테일의 관리자인 GM 데인은 살짝 짜증 나는 투로 눈앞의 남자에게 대답했다.
-야, 모레티 담당 누구야?
-그게…….
-휴가 다녀왔을 땐 정리되어 있을 거라면서? 무슨 일은 이딴 식으로 하고 있어! 왜 아직도 이 인간 광장에서 이러고 있냐고!!
-죄, 죄송합니다.
게임 내 운영자들만 사용 가능한 전용 채팅 창을 보며 데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각종 루머의 주인공, 김우진이 광장에 서 있는 지 45일째가 되던 날이었다.
“그, 그럴 리가요. 다시 한번 해주십시오. 김우진입니다. 나이는 35세이고…….”
그는 여전히 절박했다.
“지금까지 수십 차례가 넘도록 신원 조회를 요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절박한 만큼 운영진들은 진절머리가 나는 듯 보였다.
“오늘 찾아온 건 더 이상 관리팀에서 고객님에 대한 신원 조회 요청을 수락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리기 위함입니다.”
GM 데인, 제2관리팀의 팀장인 고준철이 김우진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
“……네?”
“저희 관리팀은 고객님께 어떠한 거짓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이건 관리자들만 사용하는 건데 예외적으로 고객님께만 보여 드리는 겁니다.”
탁- 탁-.
그는 귀찮은 듯 홀로그램으로 된 키보드를 거칠게 두드리고는 창을 돌려 우진에게 보였다.
-신원 조회 불가능.
-존재하지 않는 주민번호입니다.
“고객님. 로그아웃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시지 않으면 저희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똑바로 알려 드린 겁니다! 제가 왜 제 주민 번호도 모르겠습니까!”
우진은 다급히 소리쳤다.
“저희가 사용하고 있는 계정 시스템은 [월드 인포]라 불리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가입자들을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요?”
“불러주신 정보가 없다는 건 고객님께서 가짜 정보를 말씀해 주시는 것이거나…….”
데인은 우진에게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니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겠죠. 후자 일 리는 없고, 결국 거짓 정보를 자꾸 말씀하시면서 소란을 피우신다는 건데…….”
움찔-.
우진의 어깨가 그 순간 마치 뭔가에 짓눌리는 것처럼 고통스러워졌다.
“이대로 계속 근거 없는 루머로 저희 [이블 테일]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신다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지 손상?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는 소리야?”
“네?”
“그래! 해봐!! 뭐든 제발 좀 조취를 해보라고! 강제 종료든 계정 정지든……! 이 빌어먹을 게임에서 제발 좀 나가게 뭐라도 해달란 말이야!!”
‘……뭐, 뭐야?’
자신의 팔을 부여잡으며 소리치는 우진의 모습에 오히려 경고를 하던 데인이 당황했다.
-이봐, 저 사람 데이터 코드 확인 가능해?
-저…… 팀장님. 그게…….
-왜 뜸을 들여?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현실 정보뿐만 아니라 인게임 데이터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장난해? 현실 정도야 구라 친다고 해도 게임 안에 버젓이 있는 캐릭터 정보는 찾을 수 있어야지!
-아시잖습니까. 개인 정보는 저희가 관리하지만 인 게임 데이터는 [에단]이 관리하잖습니까.
고 팀장은 부하의 보고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그래서? A.I가 관리한다 해도 조회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잖아.
-[블랙아웃]이 있었던 날 유저 데이터에 오류가 생겼던 모양입니다.
-……무슨 오류? 정전이라고 해봐야 기껏 1~2초였잖아.
-네. 그런데 오히려 너무 짧았던 게 문제였나 봅니다. 원래 정전이 되면 바로 보조 전력이 들어오게 되어 있는데…….
부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정전 시간이 짧아서 주 전력과 보조 전력이 동시에 가동되며 순간 과부화가 걸린 것 같습니다.
-나 참, 장난해? 정전 시간이 짧아서 오히려 문제라니. 말이 되냐고!
-개발팀에서는 그렇게밖에 해석하기 어렵다고…… 그게 아니면 [에단]이 오류를 내려고 스스로 셧 다운을 한 거라는데, 전 세계가 정전된 거니 그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복구는?
-자가 복구 중이라고는 하는데, 지워진 데이터는 현재 기록부터 새로 저장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빠득-!!
-새로 저장? 미치겠군.
보이지 않아도 그의 말에 부하들의 어깨가 출렁였을 것이다.
-아직 외부로 알려지진 않았지?
-무, 물론입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 여전히 인공지능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언론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있어. 이번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끝이야. 알겠어?
-걱정 마십시오. 오류가 있다고는 하지만 저 사람처럼 게임 플레이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게임 문제를 떠나서 현실에도 없는 주민번호를 말하고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가족들이라고 신상 정보를 얘기해 줬었는데 모두 없는 번호였습니다.
-R&C 테크놀로지? 자기 회사라는데 그런 곳은 아예 처음 들어봤고요.
-……그래. 일단 그쪽으로 분위기를 잡도록 해. 일단 강제 종료라든지 계정 정지 같은 행위는 [에단] 쪽에서 허가하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유도하고.
-알겠습니다.
“자, 잠깐……!! 잠깐만요!!”
심각한 표정의 데인을 보며 우진은 불안한 듯 그의 소매를 움켜잡고 소리쳤다.
“제 게 안 되면 이거라도 확인해 주세요. 최진숙. 1959년생입니다. 주민번호가…….”
데인은 그를 보며 쯧, 하고 들리지 않게 혀를 찼다.
“최진숙, 김인철, 김진남. 세 분의 신원 조회도 이미 수차례 끝난 상태입니다. 모두 없는 번호고요.”
“다시 한 번만요……! 뭔가 잘못되었다고요!!”
“죄송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없습니다. 착각 하시는 것 아닙니까? 자꾸 없는 번호로 우기시면 저희도 곤란합니다.”
……착각?
툭-
소매를 잡아당기자 우진의 팔이 맥없이 떨어졌다.
떨어진 팔처럼 간신히 유지되던 이성까지 끊어져 버리는 기분.
“하, 하하…….”
빌어먹을 게임에 갇힌 X같은 상황은…… 그래, 그렇다고 치자.
뭐? 주민번호가 틀리다고?
아니, 백번 양보해서 내 존재?
사라졌다 치자고!!!
아무리 그래도…….
“왜 멀쩡히 살아 있는 내 가족을…….”
없다고 하는 거야?
“하, 하하……. 저기요, 이거 뭐 몰카 그런 거죠?”
그 영화 있잖아. 트루먼 쇼?
뭐 그런 것처럼 전부다 날 속이고 있는 거냐고!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말이야.
“정도라는 게 있는 거잖아!!! 왜 가족까지 건드리는 건데!! 이 씨발!!! 누구야……! 도대체 누가 날 이딴 식으로 엿 먹이고 있는 거냐고!!”
꽈악-!!
우진은 데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착각? 개소리 집어치워! 당장 이 개 같은 게임에서 당장 날 빼달라고!!”
“무, 무슨 짓입니까!!”
데인이 난동을 부리는 그를 거칠게 밀었다.
콰앙―!!!
우진의 몸이 그대로 날아가 뒤로 처박혔다.
표시 불가인 ??레벨로 측정되는 관리자의 힘을 고작 10레벨 전사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도시 안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즉사했을지도 모른다.
“아…….”
데인은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난감한 표정으로 황급히 우진에게 달려갔다.
“죄송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 상황을 대비해서 최고 레벨로 설정이 되어 있는 상태라…….”
흑…… 흐흑…….
그가 내민 손을 움켜잡은 채 우진은 엉망이 된 얼굴로 울먹이며 말했다.
“……제발.”
그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말을 이어갔다.
“로그아웃만…… 하게 해주세요…….”
툴썩-.
그는 고개를 떨궜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듯 꺾인 고개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치직…… 치지직…….
그때였다.
흐릿해진 시야가 신기하게 점점 선명해졌다.
“……?!”
그의 앞에 뭔가가 나타났다.
[______]‘……커서?’
마치 허공에 타자를 치는 것처럼 깜빡이던 커서가 빠르게 뭔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긴급 복원 프로그램 가동.] [문제 확인 중…….]‘이, 이게 무슨……?’
[로그아웃 가능 여부 확인 중…….]치…… 치칙…….
치지지지지직…….
[연결 포트 탐색 완료] [검색 결과 : P-09-183 포트] [1개의 포트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연결 가능한 유일한 포트입니다.] [연결 중…….]우진이 뭐라 할 새도 없이 빠르게 그의 앞에 입력어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여ㄴ_결 ㄱ_ㅏ능 호__ㅏ_ㄱ인.]그러더니 갑자기 고장 난 TV 화면처럼 치직거리며 문장들로 변했다.
“뭐, 뭐지……?”
정적.
변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소란스러웠던 마을의 풍경이 모두 사라진 뒤였다.
광장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도, 하늘도, 불어오는 바람도 없었다.
오직 그만이 검은 공간에 홀로 남아 있었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Yes / No]“로그아웃?”
우진은 떨리는 눈빛으로 시스템 창을 바라봤다.
“지, 진짠가?”
하지만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알림이지 않은가.
해야 했다.
탈칵.
우진은 천천히 손을 들어 [YES] 버튼을 눌렀다.
[로그아웃합니다.]솨아아아악—!!!
새하얀 빛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제발!’
그는 마지막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눈을 떴을 때.
부디…….
현실에 있길.
[로그아웃이 완료되었습니다.]“……이게 뭐야?”
하지만 눈을 뜬 그는 당혹감에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주위를 바라봤다.
로그아웃.
말 그대로 게임 밖으로 나가는 명령어.
하지만 게임 밖이 ‘어떤’ 현실이라는 설명은 없다.
하…… 하하…….
“씨발.”
이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