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0화(10/150)
[당신은 죽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머물렀던 마을로 강제 귀환됩니다.]▶ 초심자 지역입니다.
▶ 사망 시 능력치 패널티가 없습니다.
▶ 사망 시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습니다.
“…….”
눈을 떴다.
쾌쾌한 냄새가 나는 사당엔 그 혼자뿐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초심자 지역에서 사망은 극히 드문 일이었으니까.
모험가 조합 뒤편에 있는 [소생자의 사당].
사당의 기능은 간단했다.
사망 시 부활 아이템이 없는 자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곳에서 깨어난다.
레벨이 오를수록 부활 대기 시간은 길어지고, 능력치가 다운되거나 경험치나 장비의 일부를 잃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레벨이 오를수록 죽음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긴 몇 번을 죽는다고 해도 패널티가 없는 초심자 지역이지.’
몸을 일으키자 지끈거리는 두통이 썩 좋지 않았지만 우진은 마치 보란 듯이 웃었다.
아무것도 잃지 않은 죽음.
꽤나 괴팍한 짓이긴 했지만 가성비로 따지면 나쁘지 않은 결정이지 않았을까.
그런 자조적인 생각이 들자 우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쿡 찔렀다.
“상태창.”
이름 : 칸
직업 : 전사
레벨 : 12
종합 포인트 : 240
잔여 포인트 : 0
특성 : 모험가, 고독함, 용살, 불굴, 신속, 기척
칭호 : [신속의 사냥꾼]
전문화 : 혼각술 (1/1)
각인 : 불완전한 사르반딘의 정수
상태창 마지막 줄에 새로운 능력치 추가되었다.
탈칵―.
손가락을 가져가자 창이 하나 더 나타났다.
이름 : 불완전한 사르반딘의 영혼
설명 : 죽음으로 인해 영혼과의 계약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근력 + 15
▶ 민첩 + 15
▶ 특성 : 검은 수호자
▶ 특성 : 굶주린 낙인
▶ 특성 : 껍질눈
[새로운 특성을 깨우쳤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성 : 검은 수호자
▶ 체력이 절반 이하일 때 검은 안개로 자신의 몸을 가릴 수 있다.
▶ 검은 안개가 지속되는 동안 하급 재생력과 같은 속도로 상처가 천천히 회복된다.
우진은 각인된 정수의 효과에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체력 재생만으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특성인데 거기에 은신 효과까지 더해지다니…….
하지만 더 대박은 그다음이었다.
특성 : 굶주린 낙인
▶ 하루에 한 번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에 낙인을 찍을 수 있다.
▶ 낙인이 찍힌 자의 가장 높은 능력치의 1/3을 자신에게 적용시킨다.
▶ 빼앗긴 수치만큼 낙인이 찍힌 자의 능력치는 감소 한다.
‘생명체라는 건 마물에게도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잖아.’
그렇다면 낙인의 사용처는 무궁무진해진다.
특히 던전의 보스에게 낙인을 찍는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야.’
사냥이 아닌 다른 곳에도 낙인을 쓸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낙인의 근본적인 사용법일지도 모른다.
사냥이 아닌 살인.
‘초심자 지역을 지나면 그때부턴 언제든 PK를 할 수 있는 무법지대가 시작된다.’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일.
대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갖추는 게 좋다.
[이블 테일]은 마물을 사냥하고 탑을 오르며 영웅담을 만드는 희망차기만 한 게임은 아니었으니까.다만 마지막 특성은 무엇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특성 : 껍질눈
▶ 가려진 것을 볼 수 있다.
짧은 설명 한 줄이 다였다.
“흐음…… 뭘 본다는 거지?”
감이 잘 오지 않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위의 두 개로도 가치는 충분했으니까.
“후우…….”
우진은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사르반딘에 대해서 조사해 봐야겠지.”
빠득―
우진은 사당을 나서며 한 가지 다짐했다.
‘이곳에 오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전신을 휘감았던 고통…….
그건 단순한 효과가 아닌 명백한 의지였다.
‘내 몸을 빼앗으려는 의지.’
그리고 여전히 그의 몸 안에 놈은 존재했다.
비록 자신의 죽음으로 멈췄지만 그건 그저 약간의 시간을 번 것뿐이었다.
“위험했어.”
이세계에서 그런 것이 자신을 따라왔을 줄이야.
놈은 언제라도 자신을 노릴 것이다.
“할 테면 해봐. 내 몸은 내 거다.”
빠득―.
그는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며 경고하듯 말했다.
“네놈이 누구든 절대 안 뺏겨.”
* * *
“사르반딘?”
모험가 조합의 조합원은 우진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저도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그렇습니까.”
조합원은 우진이 건넨 주머니를 확인했다.
“고블린의 이빨 모두 받았습니다.”
[D등급 – 고블린 이빨 10개 수집]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 : 1실버]우진이 앞에 놓인 동전을 받자,
[축하합니다.] [튜토리얼 – 모험가로서의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모험가 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고작 1실버의 조촐한 보상에는 과할 정도로 화려한 황금빛의 알림창이 나타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 9등급 모험가를 뜻하는 징표입니다. 모레티 마을과 함께 어둠숲에 있는 마을들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어떤 마을이 있습니까?”
“서쪽으로는 오갈이라 불리는 사막 지대의 보급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가면 파르타라고 불리는 중급 도시가 있습니다.”
“……도시?”
“네. 초심자 지역의 유일한 도시죠. 아 참, 혹시 뭔가를 찾으신다면 파르타에 가보세요. 그곳에 도서관이 있거든요.”
“도서관이요?”
“네. 인간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책은 기억한다라는 말이 있죠. 책엔 망각이 없으니까요.”
조합원은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뿌듯한 듯 히죽거렸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너무 사람 같아서 드는 이질감.
이곳과 똑같은 진짜 현실을 경험해서일까.
저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짜 프로그램일까 싶은 생각도 든다.
“감사합니다.”
우진은 모험가 등록증을 받으며 조합을 나왔다.
“파르타라…….”
평균 레벨 25 정도의 사냥터를 가진 어둠숲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
‘오크 성채가 있는 곳이지. 아마.’
나쁘지 않은 목적지였다.
어차피 던전 보드의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가야 할 곳이기도 했으니까.
탈칵―.
우진은 커뮤니티 창을 불러왔다.
게임 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엔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십거리들이 올라오곤 했다.
어찌 보면 유일하게 그가 현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했다.
단 조건이 있었는데, 필드나 던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오직 마을에서만 가능했다.
“……어?”
커뮤니티의 글은 거의 [고블린 둥지]의 새로운 랭커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다들 시간이 남아도나 보네. 이럴 시간에 사냥이나 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예상보다 더한 관심에 우진은 피식 웃으며 빠르게 스크롤을 내렸다.
‘그래, 다들 많이 써라. 그래야 개발자들도 눈도 돌아갈 테니까.’
툭―.
그러다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흠?”
커뮤니티에 도배된 글들 중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 [속보] 10대 클랜 긴급 소집 한다고 함.
현재 [이블 테일]의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들이었다.
‘10대 클랜이라…….’
우진은 [고블린의 둥지]에 들어가기 전에 파티원을 모으던 남자를 떠올렸다.
10대 클랜 중 하나인 [제이나 클랜]의 일원이었다.
‘초심자 던전이라 입장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괜찮을 거라 생각되지만…….’
어쩌면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아직은 PK가 불가능한 안전지대지만 사냥을 방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니까.’
죽지만 않을 뿐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건 초심자 지역에서도 가능한 일이었다.
‘나머지 던전은 조심히 가는 게 좋겠어.’
탁― 탁―.
커뮤니티 창에 있는 돋보기 모양을 누르자 가상 키보드가 나타났다.
판타지 세계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곳은 [진짜]가 아니니까.
상관없는 일이었다.
[‘사르반딘’에 대한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혹시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텅 빈 게시판을 보며 우진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도대체 뭘까?’
우진은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지만 조합원의 말대로 현재로서는 파르타의 도서관 이외에 딱히 남은 방법은 없는 듯싶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아직 자신은 중앙대륙조차 밟지 못한 초짜였으니까.
“늑대 동굴 가실 탱커 모십니다!”
“약초 삽니다!”
“슬라임 핵 모으러 가실 아무나 오세요!”
광장 안에는 사냥을 하러 가기 전에 파티원을 구하는 사람부터 각종 거래를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
자신과 달리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는 저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정신 차려. 김우진. 같은 곳에 있다 해도 저들과 나는 명백히 달라.’
저들에겐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떠날 준비를 하는 게 좋겠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
* * *
“갑옷을 제작할 수 있습니까.”
우진이 찾은 곳은 모험가 조합 옆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갑옷과 각종 무기를 살 수 있는 잡화상.
초심자 지역에 제대로 된 대장간이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나름 사냥을 하고 얻은 재료로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는 곳이었다.
“재료가 무엇이오?”
늙은 장인이 가게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이걸…… 어떻게 얻었소?”
우진이 내민 주머니 안에 가죽을 본 노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딱히. 운이 좋았습니다.”
“운으로 얻을 물건이 아닌데…… 그런데 어쩌지? 나로서는 이걸 다룰 만한 실력이 되지 않소.”
주머니 안에 들어 있던 가죽은 다름 아닌 고블린 로드를 사냥하고 얻은 것이었다.
“초심자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는 뭐든 취급할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우진은 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를 떠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는 초심자 지역에 있는 유일한 제작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지역에서 사냥을 해 재료를 얻어도 이곳에 와서 제작을 해야 했다.
왜 이렇게 번거롭게 만들었을까?
오픈 초기에는 꽤나 불만이 있었던 문제였지만, 수년이 지나 마을 안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거래소가 생기면서 더 이상 이것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단지 약간의 의문만 있을 뿐.
‘이블 테일을 만든 [에단]이란 프로그램은 가장 완성된 A. I라고 했어.’
그런 A.I가 실수라도 한 걸까?
글쎄…….
알 수 없었다.
“고블린 로드야 그리 대단한 급의 마물은 아니지만 이건 다르지.”
주인은 재료를 살핀 뒤 우진을 바라봤다.
이름 : 마력을 머금은 고블린 가죽
등급 : 레어
설명 : 고블린 로드의 마력이 스며든 가죽. 평범한 고블린 가죽보다 질기고 단단하며 마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건 평범한 재료가 아니라 마법 재료일세. 내 평생 모레티 마을에서 살았지만 마법 재료를 가지고 온 건 자네가 처음이군.”
‘흐음?’
노인의 말에 우진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이블 테일]이 서비스 된 지 이미 수년이 지났으니 초심자 지역의 웬만한 공략들은 모두 나와 있는 상태였다.커뮤니티에서 검색만 하더라도 어둠숲에 있는 던전과 각종 필드 몬스터의 공략법이 나와 있으니까.
선점할 수 있는 기회는 놓쳤지만 대신 그만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후발 주자들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처음이라.’
그건 뭔가 일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이기도 했으니까.
후발 주자인 그에겐 꽤나 흥미가 동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손을 대면 그저 조금 더 튼튼한 가죽 갑옷을 만들 뿐이지. 그래도 좋다면 상관없네만…… 이왕이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어떤가.”
거절은 의외였지만 그의 제안은 확실히 흥미로웠다.
“이걸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제가 알기론 마을에서 당신이 유일한 장인이라고 들었는데.”
“장인이 꼭 사람일 필욘 없지.”
그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우진에게 말했다.
“만나 보겠는가?”
띠링―.
우진의 귓가에 소리가 들렸다.
“아.”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어째서 번거롭게 재료를 가지고 모레티 마을로 오게 했는지 말이다.
A.I의 실수 같은 게 아니었다.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이것 때문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