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00화(100/150)
[포털 이동이 완료되었습니다.] [테칸 왕국 -중급 도시 발도아]“으웁…….”
-우에.
새하얀 빛이 사라지자 루엔과 세츠나는 또다시 죽상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차원문을 이용했던 적이 있어서인지 저번보다는 나은 모습이었다.
“괜찮으세요?”
자기도 속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루엔은 레아를 챙겼다.
창백한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고된 생활 때문인지 이 정도 변화엔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만 멀미보다 금단 현상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물을 많이 드시는 게 좋습니다. 가문에 도착하면 바로 치료사를 모시도록 할 테니까요.”
“아으…… 우…….”
카르란의 말에 레아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카르란이 말했다.
“스승님의 손님이면 제게도 귀중한 손님이십니다.”
‘고맙다.’
레아의 뒤에 있던 우진은 들리지 않게 입모양으로 카르란을 향해 말했다.
“우아…….”
웨든의 탄성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멀미 때문에 정신없으시겠지만 주위를 한번 보시죠. 마스터, 중앙 대륙에 오셔서 토른 바흐만 가보셨죠? 미궁 마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겁니다.”
페론의 말대로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소왕국들 중에서 테칸의 수도가 가장 큽니다.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둘러보시지요.”
고향에 돌아와서일까.
카르란의 목소리가 제법 들떠 있었다.
“모두 정렬!!”
그때였다.
포털 앞에 일대의 기사들이 몰려들더니 일행의 앞에 전열을 맞춰 섰다.
‘붉은색 갑옷.’
그들이 누군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바로,
검제가 이끄는 적기사단이었다.
“포털 관리소에서 도련님께서 도착하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말에서 내린 기사가 붉은 투구를 벗었다.
투구의 색깔만큼이나 붉은 긴 머리카락이 매력적으로 찰랑거렸다.
구릿빛 피부의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기사.
등에는 자신의 2배는 될 것 같은 대검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 걱정을 하셨으면 기사들이라도 좀 풀어주시던가요. 릴리아나 경.”
“죄송합니다. 주군께서 금하신 일이라…….”
거대한 할버드의 위용이 무색하게 카르란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무척이나 수줍었다.
‘이 사람이구나.’
우진은 신기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
적기사단의 부단장.
붉은 갈기 릴리아나.
그녀는 검제의 첫 번째 제자였다.
“이분들은……?”
그녀가 카르란의 뒤에 있는 일행을 보며 물었다.
“아, 내 스승님과 동료들이야. 귀중한 손님이니 특별히 신경을 쓰도록 해.”
“스, 스승님……?”
그의 말에 릴리아나의 눈빛이 변했다.
‘사기꾼을 보는 눈빛이군.’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대륙 최강검이라 여겨지는 검제의 아들이 새파랗게 어린 사람을 스승이라 불렀으니 말이다.
“칸이라고 합니다.”
우진이 먼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모험가로 보이는데…… 혹시 스승님이 계시는지요.”
“계시긴 한데 모르실 겁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라울입니다.”
“……?”
릴리아나는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라울은 초짜 모험가에 불과 할 테니 말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카르란 님께 검술을 가르쳐 주실 정도라면 실력이 출중하시겠군요.”
“기초만 가르쳐 줬을 뿐입니다. 천재가 범인의 고충을 알 리 없을 테니까요.”
공식 홈에도 설명이 나와 있는데, 검제의 제자답게 그녀 역시 천재 중의 천재였다.
최연소 소드 마스터.
소왕국에서 검술의 달인이 두 명이나 존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가르침을 받고 싶군요.”
“그러시죠.”
의심스러운 우진의 실력을 확인하려는 그녀의 제안은 그로서도 환영이었다.
찌릿―.
경계의 눈빛.
“릴리아나, 이분들은 내 귀한 손님이셔. 모두 다 저택으로 모시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녀는 카르란을 대하는 태도와 전혀 다르게 까칠한 태도로 일행을 바라봤다.
“조심하세요!”
포털 앞의 계단을 내려오는 카르란을 보며 그녀는 마치 걸음마를 하는 아이를 다루듯 어쩔 줄 몰라 했다.
‘과보호로군.’
우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카르란이 어째서 성장하지 못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았다.
* * *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저택에 있는 것보다 그게 편할 겁니다. 해야 할 일도 있고요.”
카르란은 페론의 대답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퀘스트?”
“네. 마스터 소식 듣고 도중에 온 거라…… 다시 왔으니 진행해야죠.”
“무슨 퀘스트인지 말해줄 수 있나?”
“아직은…… 조사 중이라서요. 명확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페론의 모습에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아무래도 꽤 등급이 높은 퀘스트를 진행 중인 모양이었다.
‘먼저 떠나겠다고 말하는 것 보니 제법 기대가 되는데.’
우진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
“아니. 넌 여기 있어.”
“으윽…….”
단칼에 거절하는 우진의 말에 웨든은 울상을 지었다.
‘당분간 신세를 지게 될 발란 가문은 대륙 최고의 검술명가 중 하나니까.’
탱커라고는 하지만 검을 쓰는 웨든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었다.
“여봐라!!! 카르란 도련님께서 당도하셨다!!”
릴리아나의 외침에 저택의 문이 열리며 안에 있던 식솔들이 우르르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련님!!!”
수십에 달하는 집사와 시녀들이 정원에 모여 카르란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어찌 그동안 연락 한 번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호위들이 먼저 돌아온 뒤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요!”
그들의 목소리엔 진심이 느껴졌다.
게다가 아랫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카르란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은 허물이 없었다.
‘망나니라고 소문이 났지만…… 사람들을 잘 대한 모양이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겪어본 카르란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동안 쌓여온 자격지심 때문에 삐뚤어졌던 것뿐이니까.
“아버지는?”
“네. 서재에 계십니다.”
집사의 대답에 카르란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가드릴까요?”
릴리아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괜찮아.”
카르란은 대답하며 우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시죠.”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오겠네.’
카르란이 우진을 택하자 거절당한 릴리아나가 그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그나저나…….’
보이지 않지만 저택 밖으로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바늘로 피부를 콕콕 찌르는 듯한 기분.
쿠그그그그―――.
저택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마치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 * *
“잘 돌아왔다.”
꿀꺽.
건물 밖에서 느껴지던 기세는 거짓이 아니었다.
들고 있던 책을 덮으며 일어서는 남자를 보며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체격은 호리호리하지만 마치 거대한 산을 보는 듯한 느낌.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진은 자꾸만 옆에 찬 검에 손이 갔다.
[집중의 눈을 사용합니다.]“……?!!”
이름 : 아스웰 발란
직업 : 검성
레벨 : 93
설명 : 레벨 차이가 20 이상입니다. 세부 정보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퍼억―!!
그 순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기운이 우진을 밀어냈다.
“예의가 없군.”
주륵―.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은 우진의 코에 피가 흘렀다.
“죄송합니다. ……세츠나. 사과드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우진이 정신을 차리고서 품 안에 숨어 있던 그녀를 끄집어냈다.
-죄, 죄송합니다.
그에게 이끌려 나온 세츠나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아스웰에게 말했다.
“요정……? 아니, 조금 다른데…….”
세츠나를 본 아스웰이 흥미로운 듯 그녀를 바라봤다.
“환요입니다.”
“놀랍군. 풍문으로만 들었는데 정말 존재할 줄이야…….”
-아스웰 경.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너무 강대한 힘이라 저도 모르게 그만 능력이 써졌어요.
“괜찮네. 덕분에 나도 진귀한 경험을 했군.”
다행히 그녀의 행동을 그는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세츠나가 멋대로 능력을 쓰다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포식자를 앞에 두고 두려움 때문이었던 걸까.
자신도 어리둥절하다는 듯 머리를 감싸 쥐는 세츠나를 우진은 다독였다.
‘그나저나 93레벨이라니…….’
과연 엄청난 괴물이었다.
“호위도 물리치고 혼자 어둠숲에 처박혀 있는 줄 알았는데…… 용케 돌아왔구나.”
“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들으면 꽤 재미있으실 겁니다.”
“흐음.”
물끄러미 아들을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취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는 카르란의 변화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네. 스승님 덕분입니다.”
“……스승?”
‘하하―.’
시선이 향했을 뿐인데 릴리이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위압감이 느껴졌다.
“자네가 카르란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 겐가.”
“검술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검제의 검술이 뛰어난 건 대륙이 모두 아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럼 무엇을 가르쳤지?”
“기본기입니다.”
오싹―.
오히려 그 말이 아스웰의 심기를 더욱 건드린 것 같았다.
“기본기? 자네는 내가 아들을 가르칠 때 기본도 가르치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건가.”
“아닙니다. 단지 기본의 기준이 다르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은 겁니다.”
“기준이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날개가 있는 사람의 눈엔 뛰기는커녕 걸음마도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요.”
“나는 지금껏 많은 제자를 가르쳤다. 그리고 그들 모두 쓸 만한 실력을 갖추었네.”
“그들은 당신과 같은 천재일 테니까요.”
“그럼 내 아들이 그들보다 자질이 못하다는 말인가.”
“네.”
씰룩―.
거침없는 우지의 대답에 아스웰의 표정이 굳어졌다.
“범인에겐 범인의 방식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작의 물꼬를 틀어주었을 뿐이죠.”
“물꼬를 틀었다라…… 자넨 스승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내 가르침을 지적할 정도니 대단한 스승인가 보군.”
“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글거렸다.
아무래도 그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든 모양이었다.
“어떤가. 검을 한번 나눠보겠는가.”
‘됐다.’
우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가르쳐 주신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배울게 있을지 모르겠군.”
아스웰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괜찮으시겠어요?”
카르란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응. 괜찮아.”
우진은 웃을 수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퀘스트명 : 검제의 대련]▶ 등급 : B
▶ 3번의 걸친 아스웰 발란과의 대련을 버텨라.
▶ 1번이라도 1분 이상 버티면 성공.
▶ 버티는 시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최대 10분)
방문을 열자마자 나타난 퀘스트 창.
▶ 보상 : 검제의 스킬
우진의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