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02화(102/150)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갑자기 미래라니…….
뜬금없는 물음에 우진은 침착하려 노력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모든 검술엔 창시자의 깨달음이 담겨져 있는 법일세. 자네가 썼던 해왕가의 검술은 바다의 변화무쌍을 통해 탄생한 것이지.”
스릉―.
아스웰은 검을 들어 가볍게 허공을 그었다.
스카아앙――!!
검이 공기를 가르며 날카로운 파공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의 검술인 칠살(七殺). 오랜 기사전을 통한 깨달음으로 오직 대인전을 위해 창시한 검술이지.”
아스웰은 우진을 바라봤다.
“그런데 자네 검술은……?”
오싹―.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최근에 토른 바흐에 흑룡이 나타났다는 소문은 들었네만…… 그 이전까지 용은 모습조차 찾기 어려운 존재였네.”
꿀꺽―.
우진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익힌 검술인 용천(龍天).
라울이 용을 사냥하고 난 후에 깨달음을 얻어 창시한 검술이다.
“내 평생 본 적도 없는 용을 자네 스승은 사냥까지 한 모양이지?”
역시나였다.
아스웰은 우진의 검술의 극의를 꿰뚫어본 모양이었다.
‘과연…… 검제로군.’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 한편으로는 의심의 행위까지 NPC가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블 테일]의 인공지능이 대단하는 걸 우진은 새삼 느꼈다.‘이런 식으로 알아차릴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스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단 한 마리의 용도 사냥되지 않은 시점에서 용천이란 검술은 존재할 수 없는 검술이었다.
‘미래의 검술이라는 것도 맞긴 맞고.’
“설명해 줄 있겠는가.”
맹수의 눈빛처럼 날카롭게 아스웰이 그를 바라봤다.
여기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검제의 호감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과연 검제시군요.”
그러나 우진 역시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처음 [라울의 용잡이 검]에서 용천을 익혔을 때부터 의아했다.
50년 전인 지금 라울은 기껏해야 풋내기 모험가에 불과할 테고, 그가 창시한 검술을 쓴다는 건 시간의 흐름상 어긋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검과 검술에 문제가 있었다면 진즉에 관리자들이 아이템을 회수하러 왔을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검이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지금 NPC의 물음은 흐름만 잘 만들어내면 될 일이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오히려 우진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
그의 여유로운 태도에 아스웰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의 말대로 이 검술은 용을 상대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다만 스승님께서 제게 전수해 주실 때도 미완의 검술이었죠.”
우진은 말을 이어갔다.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토른 바흐엔 흑룡이 나타났습니다. 덕분에 저는 미완의 검술을 조금이나마 사용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설마……?”
“네. 흑룡과 싸웠던 이방인. 그게 바로 접니다.”
“……!!”
아스웰은 그의 말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제가 부족한 탓에 여전히 검술은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자네 스승님은……?”
“안타깝지만……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라울을 죽게 해서 미안하지만…….’
게임 속의 라울과 이세계의 라울은 우진에게 있어 다른 존재였으니까.
“흑룡을 상대했다면…… 검에서 용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
다행히 아스웰은 우진의 말을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미안하군. 용천이라고 했던가? 그 검술이 워낙 훌륭해서 나도 모르게 관심이 생겼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미개척 지역을 공략한 것도 모자라 토른 바흐의 영웅이 자네였다니…… 카르란이 엄청난 사람을 데리고 왔군.”
아스웰이 쓰러져 있던 우진에게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웠다.
“뛰어난 검술을 두 가지나 볼 수 있었다니…… 오히려 자네 덕분에 내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군.”
[아스웰 발란이 검술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떴습니다.] [아스웰 발란의 검술 숙련도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아직도 더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건가.’
우진은 알림을 보며 아스웰의 대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에겐 검술을 가르쳐 줄 순 없을 것 같군.”
[퀘스트를 실패했습니다.] [퀘스트명 : 검제의 대련]▶ 대련 소요 시간 : 45초.
아스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알림이 울렸다.
‘아…….’
체감상 몇 분은 지났던 것 같은데 고작 45초밖에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진은 아쉬웠지만 승부의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내일부터 훈련장에 나오게.”
“……네?”
“미완의 검술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연구해 보는 것이 어떤가.”
[히든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검제의 수련]▶ 등급 : S
▶ 대련에서 사용한 검술에 대해 검제가 흥미를 보였다. 검제와의 수련을 통해 미완의 검술의 일부를 완성시켜라.
▶ 필요 훈련 시간 : 3일
‘……!!!’
우진은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술 스킬을 어떻게 승급시킬지 난감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이어지다니.’
“영광입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퀘스트였다.
“나 역시 완성된 검술을 보고 싶군.”
아스웰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릴리아나. 그에게 방을 내어주도록 하거라. 발란 가문은 그를 손님으로 대할 것이니 모든 기사들은 예의를 갖추도록 하라.”
“네!! 알겠습니다!!”
훈련장에 있던 기사들은 그의 명령에 일제히 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역시.”
카르란은 대련의 결과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침 6시에 이곳에서 보지.”
“알겠습니다.”
“훈련 시간은…… 첫날이니 12시간만 하도록 하겠네.”
“……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스웰을 우진이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 필요 훈련 시간 : 3일
‘……왜 S급인지 알겠네.’
퀘스트 알림창에 적혀 있는 시간을 보며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 * *
테칸 왕국에 신기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검제가 새로운 제자를 받았다며?”
“아닌데? 내가 알기로는 카르란 도련님의 검술 선생을 새로 영입했다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 거기 검술의 달인들이 몇인데 선생을 영입하겠어?”
마을 광장에 모인 상인들이 수군거렸다.
“저택에 식자재를 나르는 내 친구가 있거든? 그 녀석 말로는 하루 종인 검제가 그자에게 검술을 가르친다던데?”
“하루 종일? 어이쿠야…… 누군지 모르지만 부럽구만.”
“그러게 말이야. 검제의 수련이라니…… 그런 행운 중의 행운도 없지.”
“헉……!! 헉…… ·!!”
광장의 사람들이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금 우진의 기분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몇 분이나 검을 휘두른 걸까?
우진이 힐끔 훈련장 위에 세워진 시계를 바라봤다.
퍼억―!!!
그 순간, 그의 복부로 검이 날아들었다.
“……컥!!”
숨이 막히는 기분과 함께 그의 몸이 기역자로 꺾였다.
“나와 대련 중에 한눈을 팔다니. 제법이구나.”
“……죽을 것 같아서요.”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
“하하.”
우진은 대답할 기운도 나지 않는 듯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서 실없이 웃었다.
“조급해하지 말거라.”
“하지만…… 삼 일째가 되었는데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장장 12시간 이상씩 우진은 훈련장에서 검을 휘둘렀다.
게임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혹독한 훈련이었다.
아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당장 도망쳤을 터.
‘하긴…… 그런 마음이었다면 애초에 아스웰이 제안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힘든 과정이지만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특성 : 중급 소드 마스터리]▶ 검을 사용 시 공격력이 15% 증가한다
▶ 검을 사용 시 크리티컬 확률이 10% 증가한다.
▶ 검을 사용 시 검술 스킬의 공격력이 20% 증가한다.
그와의 훈련을 통해 소드 마스터리가 중급까지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그가 바라는 검술의 승급이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10분이다.”
“……네?”
그런 우진의 조급함을 안 걸까.
아스웰은 잠시 숨을 고르며 그에게 말했다.
“첫날 나와 대련을 할 때 얼마나 버텼지?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10분째 검을 섞을 수 있게 되었다.”
“그거야 검제께서 손속에 사정을 두셨기 때문이죠. 첫날 이후 검술을 쓰지 않으셨잖습니까.”
“녀석아. 설령 내가 검술을 쓰지 않는다 하여 너를 제압하지 못하겠느냐.”
아스웰은 피식 웃었다.
“네가 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증거다. 힘이 세지고 몸이 민첩해지는 그런 부분이 아닌 검을 보는 눈 말이다.”
부웅―!!
아스웰이 검을 그었다.
차작―!! 착―!!!
허공에서 그의 검이 직각으로 꺾이며 무수한 잔상을 만들어냈다.
“……!!”
순간적으로 아스웰이 우진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수십 개의 잔상이 동시에 그를 덮쳤다.
콰앙―!!!!
폭발과도 같은 굉음과 함께 우진의 몸이 그대로 밀려 났다.
“크윽?!”
“이전이었다면 잔상 속 진검을 알아보는 것도 못 했을 게다.”
“죽일 셈입니까?”
“죽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니 한 거다.”
“하…… 하하.”
우진은 그의 말에 웃었다.
“나와의 훈련 동안 새로운 극의를 깨우치지 못했다 하여 걱정할 필요 없다.”
아스웰은 검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지만 퀘스트 제한 시간이 삼 일인데요.’
우진은 그런 조건을 알 리 없는 아스웰에게 이렇다 할 말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내가 훈련 기간을 3일로 정한 건 오늘 밤 영지를 떠나기 때문이었다.”
“어디에 가십니까?”
“오래전부터 조사를 하던 것이 있는데 얼마 전 꽤 그럴싸한 단서를 잡았거든.”
아스웰의 눈빛이 빛났다.
“펜릴이라고 들어봤는가?”
“……!!”
우진 역시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봤다.
“7대 영물 중 하나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얼마 전 펜릴의 둥지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거든. 그래서 그곳을 조사하러 갈 예정이네.”
“먼 길을 가시는 겁니까?”
“아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놀랍게도 테칸 왕국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어.”
그가 우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하루도 걸리지 않는 거리니 다녀올 동안 자네는 이곳에 남아 훈련을 계속하고 있게나.”
“할아버지께서 펜릴을 사냥하시면서 깨우친 비기가 남아 있다고 했어요.”
그 순간 우진은 이루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펜릴의 둥지는 검제가 자신의 검을 한 단계 성장 시킨 장소다.’
하루도 걸리지 않을 거리.
그리고 오늘이 퀘스트의 마지막 날.
‘설마……?’
그 순간, 우진이 머릿속이 번뜩였다.
‘거기다.’
자신의 검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곳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