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03화(103/150)
“한잔하세요.”
“……분명 면담 요청을 드렸습니다만.”
“지금 하고 있잖아요?”
선술집 테이블에 앉아 있는 고준철은 못마땅한 얼굴로 한 이사를 바라봤다.
“사적인 자리는 불편합니다.”
“저는 공적인 자리가 더 불편해서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술잔을 따랐다.
“보는 눈이 너무 많거든요.”
“한 이사님도 눈치를 보십니까?”
“그럼요. 저만큼 눈치 보며 사는 사람도 없을 걸요?”
짠을 하려 술잔을 들었지만 무뚝뚝하게 앉아 있는 고준철을 보며 그녀는 혼자 술을 들이켰다.
“요즘 게임이 난리인 것 아십니까?”
“그런가요? 흑룡의 등장부터 오픈 이후 사람들의 관심도가 최고라고 이사회는 좋아하던데요?”
“지금까지 균형을 이루던 게임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었습니다.”
“균형이 왜 필요하죠?”
“……네?”
한 이사는 싱긋 웃으며 다시 술잔을 채웠다.
“회사들의 스폰을 받고 미궁탑을 공략하고, 한편으로는 아이템을 독점적으로 제작해서 폭리를 취하고…… 뭐 이런 게 균형일까요?”
그녀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고준철의 빈 잔에 자신의 술잔을 부딪쳤다.
“우리가 만든 건 게임이지 사업이 아니에요.”
“……어쩔 수 없는 일이잖습니까. 이미 이블 테일은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요.”
“네. 그래서 전 기대가 되는데요?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플레이어가 온갖 스폰을 받는 랭커들도 못한 일을 하고 있잖아요.”
“기대요? 저는 미꾸라지가 물을 흐릴까 봐 걱정됩니다만.”
고준철은 자신의 빈잔에 술을 따랐다.
“그가 정말 정직한 방법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슨 뜻이죠?”
“원래대로라면 3차 시나리오에 나와야 할 아이템을 쓰고, 2차 시나리오의 주인공을 용병으로 쓰고 있습니다. 거기에 레전드 클래스인 용군주까지…….”
탁―!!
고준철은 단숨에 술을 비우고서 말했다.
“아무리 운이 좋다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불법 프로그램이라도 쓰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핵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부분은 에단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아뇨. 저는 그 에단이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네?”
그의 말에 한 이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보고받으셔서 아시겠죠. 그 사람의 정보가 블랙 아웃 이후 소실된 것을요. 게다가 본인이 말하는 정보는 모조리 거짓말.”
고준철은 그녀를 향해 말했다.
“우리는 그 사람의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개인 정보 역시 에단이 자가 복구를 완료하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콰앙―!!!
고준철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분명한 하극상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한 이사는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놈의 에단……! 모든 걸 A.I에게 맡겨놓으면 도대체 관리자와 개발자는 왜 있는 겁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고준철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팀장님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답답하시겠죠. 애초에 에단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부터 탐탁지 않아 하셨으니까요.”
“…….”
“에단을 개발하신 게 아내분이시니까요.”
“업무 이외의 다른 이야기는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선배의 일은…… 저도 유감이에요. 하지만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에단을 게임에 적용시킨 건 저 나름의 선배에 대한 조의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네요.”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럼 제가 무엇을 해드리면 될까요?”
“특별 권한 요청.”
한 이사는 예상한 일인 듯 그의 말에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관리자가 직접적으로 게임에 손을 대는 건 규율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게임에 대해 뭔가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순 모니터링이 아닌 칸이란 사람에 대해서 직접 조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역시…….’
흑룡의 퇴치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방송에서 칸에 대한 열기는 엄청났다.
이사회에서는 오히려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고준철은 누구보다 칸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었다.
“특별 권한 요청은 제 임의로 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회의를 거쳐야 가능하니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럼…….”
“대신 관리팀에 김하준이라고 있죠?”
“……어리바리한 녀석 말입니까?”
고준철의 물음에 한 이사는 피식 웃었다.
“네. 그 친구 제가 직접 관리팀에 꽂은 사람이에요.”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이블 테일의 첫 번째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니까요.”
“……무슨 뜻입니까?”
“그 친구는 적어도 첫 번째 시나리오에 한해서 에단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거든요. 아니, 에단이 모르는 것까지요.”
“……?”
“간신히 회사 때려치운다는 거 붙잡아둔 거니까 잘 써보세요.”
쪼르륵―.
그녀는 고준철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
“그 아이를 잘 써보세요.”
* * *
“형님!! 펜릴 사냥에 가신다면서요!!”
“사냥이 아니고 펜릴을 찾으러 가는 거야. 운이 좋았지.”
“우아…… 원시성령이라니…….”
우진의 방을 찾은 웨든이 끝말을 흐렸다.
아마도 그도 따라가고 싶은 눈치였다.
“훈련은 어때?”
“네. 적기사단의 교관들에게 지도를 받고 있어요. 4일 더 채우면 검방술이란 특성하고 전투 외침이라는 스킬도 배울 수 있대요.”
“일주일 훈련해서 특성하고 스킬을 얻을 수 있으면 괜찮네. 열심히 해.”
둘러 말했지만 결국 거절이란 뜻이었다.
“루엔도 가지 않을 거야. 그녀도 지금 훈련을 받고 있으니까.”
발란 가문의 훈련은 파티원들을 성장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루엔도 훈련이 끝나면 스킬을 배운다고 했고…….’
[이블 테일]에서 스킬을 얻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우진은 이참에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얻어가리라 생각했다.
-저는 갑니다요!
침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세츠나가 웨든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며 말했다.
-전 훈련이 필요 없으니까요!
“끄응…… 부러워요.”
아무리 기사들이라도 환요를 훈련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녀는 우진과 함께 펜릴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부럽다 생각할 필요 없어. 훈련을 끝나면 경험치도 받잖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욘 없으니까.”
“네. 알겠어요. 대신 돌아오시면 같이 던전 도시는 거예요? 아셨죠? 기사들이 그러는데 왕국 근처에 50레벨 던전이 하나 있대요.”
아마도 타임 어택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러자. 거기 보드도 1위가 케르가인가?”
“아뇨. 찾아보니까 ‘바알’이라는 사람이래요.”
“……바알?”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커뮤니티를 찾아보니까 초창기 플레이어라는데 이제는 게임을 접었나 봐요.”
“흐음…… 그래?”
너무 생각이 박혀 있었던 모양이다.
당연히 던전 보드의 1위는 케르가라고 생각했다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우진도 호기심이 생겼다.
“케르가의 기록이 아닌데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 신기하네.”
“네. 보니까 케르가의 기록이 2위더라고요. 신기하죠? 웬만하면 다시 도전할 텐데 왜 그냥 뒀을까요?”
“글쎄. 자존심 때문에 그냥 둔 건지…… 아니면 해도 안 되서 포기한 건지 모르지.”
“다녀와서 그럼 저랑 꼭 같이 가시는 거예요!”
“그래. 알겠어. 내가 없는 동안 레아 아주머니를 잘 부탁해.”
웨든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NPC를 극진하게 대하는 우진이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지금껏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우진의 부탁에 의문을 품지 않으려 했다.
* * *
“왔는가.”
저택의 문을 나서자 공터에는 아스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임무의 멤버일세. 다들 인사하게. 이쪽은 칸이라고 하네.”
“반갑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최강종을 만나러 가는 것치고는 인원이 단출했다.
아스웰과 우진을 포함해서 모두 4명.
“반갑습니다. 궁정 마법사인 이더라고 합니다.”
“궁정 사제인 벨란이라고 하오.”
무뚝뚝한 표정의 두 사람은 아무래도 펜릴을 찾는 중요한 임무에 이방인이 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아이도 소개하는 게 좋겠군.”
아스웰의 말에 우진의 품 안에서 세츠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
“……!”
그녀의 등장에 두 사람의 얼굴이 달라졌다.
“이거…… 설마 환요인가?”
궁정 마법사는 단번에 세츠나의 존재를 알아봤다.
“맞습니다.”
“놀랍군. 어떻게…… 마, 만져봐도 괜찮은가?”
우진이 세츠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더에게로 날아갔다.
“오…….”
그는 마치 귀중한 보물을 다루듯 손바닥 위에 서 있는 그녀를 살폈다.
“시간이 없으니 이야기는 가면서 하세.”
우진에게 물어볼 말이 많은 듯 보였지만 이더는 아스웰의 말에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테칸 왕국을 세운 초대왕, 칼라께서 늑대를 다스리는 능력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네.”
말을 달리며 아스웰은 우진에게 말했다.
“실제로 테칸 왕국은 중앙의 대수림을 두고 반대쪽에 회색 장막이라 불리는 거대한 산맥이 있네.”
“늑대 서식지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테칸 왕국의 특산품 중에 가죽과 모피가 있고요.”
“맞아. 단순히 늑대가 많아 생긴 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 왕가의 창고에 글귀를 하나 찾았지.”
“그게 뭔가요?”
“초대왕 칼라께서 거대한 백색의 늑대를 다스렸는데 이마에 뿔이 돋아나 있고 푸른 전격을 내뿜더라.”
“펜릴이로군요.”
“맞아. 물론 왕가의 전설이야 지어낸 것들이 많아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었네만…… 5일 전 순찰대가 회색 장막에서 백색 늑대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었네.”
“일주일이라…….”
“묘하지 않나? 토른 바흐에 흑룡이 나타났을 때와 비슷한 시기일세.”
아스웰은 우진을 바라봤다.
“흑룡의 등장이 꽤 많은 변화를 주었네요.”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 자네를 보니 펜릴이 나타난 이유가 꼭 흑룡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만약 흑룡 때문이라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을 때 바로 나타났을 걸세. 헌데 그 뒤에 발견되었다는 건…….”
그는 펜릴의 등장이 우진 때문이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하하, 설마요. 제가 뭐라고 원시 성령까지 나타나겠습니까.”
“글쎄. 솔직히 나는 기대를 하고 있네만.”
아스웰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아우우우우……!!]그때였다.
저 멀리서 경계를 하는 듯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르르르…….] [크르…….]동시에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붉은색 안광.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늑대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아스웰이 검을 잡았다.
“그거 아는가? 펜릴은 왕이 될 자를 알아본다더군.”
“……네?”
“전투 준비!!”
아스웰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