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5)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05화(105/150)
“물러서게!!!”
아스웰의 외침이 들렸다.
[캬아아아―――!!]하지만 그보다 좀 더 빨리 펜릴의 포효가 일행을 강타했다.
[방벽을 사용합니다.] [이더가 대규모 실드를 시전합니다.] [벨란이 천상의 방패를 시전합니다.]콰가강!!!
쾅!!
겹겹이 쌓인 막이 와장창 무너졌다.
“……쿨럭!”
되돌아오는 충격에 일행은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펜릴이여……! 우리는 당신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오!!”
아스웰이 쓰러진 일행의 앞에 나서며 펜릴을 향해 소리쳤다.
콰앙!!
하지만 대답 대신 펜릴은 거대한 앞발을 들어 그에게 휘둘렀다.
콰아아앙―――!!
녀석의 앞발이 아스웰의 검과 부딪혔다.
“크윽?!”
말도 안 되는 괴력에 아스웰의 몸이 그대로 주르륵 밀려 벽에 부딪혔다.
[캬아아악……!!]펜릴이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벽에 몰린 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환영 탄막을 사용합니다.]펑―!! 퍼퍼펑―――!!!
그 순간 새하얀 구체들이 날아와 녀석의 얼굴을 때렸다.
-흐아아아!!!
환영 탄막이 터지자마자 세츠나가 빠른 속도로 펜릴의 눈앞으로 날아갔다.
[은빛 불꽃을 사용합니다.]새하얀 빛이 다시 한번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캬아아악!!]그러자 펜릴이 괴로운 듯 고개를 돌렸다.
[질주를 사용합니다.]파밧……!!
우진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면을 가로지르며 펜릴의 다리를 밟고 뛰어 올랐다.
꽈악―!!!
펜릴의 목덜미 위에 올라탄 그가 녀석의 갈기를 잡아당기자, 녀석은 그런 그를 떨어뜨리려는 듯 날뛰기 시작했다.
“이봐……! 진정하라고!! 싸우려고 온 게 아니라잖아!! 다짜고짜 발길질부터 하는 거냐!!”
던전 보스에게 싸우지 말자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펜릴의 목에 매달린 채 우진은 있는 힘껏 소리쳤다.
[캬악……! 캬악……!!]“……우악!!”
날뛰는 펜릴의 힘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우진이 그대로 동굴 안쪽으로 날아갔다.
-마스터!!
황급히 세츠나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크아아아악―――!!]다시 한번 이어지는 펜릴의 포효에 그녀가 그대로 튕겨 나가며 우진과 멀어졌다.
* * *
“……쿨럭!!”
바닥에 쓰러진 우진이 숨을 토해내며 일어섰다.
“끄응…… 어질어질하네.”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꿀꺽― 꿀꺽―.
포션을 꺼내 들이켜자 고통이 조금 가셨다.
‘얼마나 멀리 날아간 거지? 전투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는데…….’
위를 올려다보니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아무래도 펜릴에게서 던져지면서 저 구멍 안으로 빠진 모양이었다.
바스락―.
발아래 잔뜩 쌓인 낙엽들이 밟혔다.
“이거 때문에 살았군.”
정신을 잃은 채로 떨어졌으니 까마득한 높이를 생각하면 운 나쁘게 그대로 즉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저 위로 올라갈 순 없을 것 같고…….”
펜릴 정도의 도약력이라면 모를까.
딱히 붙잡을 것도 없는 매끈한 절벽은 방법이 없어 보였다.
“난감하게 됐는걸…….”
어둠이 익숙해질 때쯤이 되자 다행히 안쪽으로 통하는 통로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우진은 통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오직 그의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동굴 깊이 들어갈수록 우진의 긴장감도 점차 고조되었다.
[크릉…….]그때였다.
안쪽에서 들려오는 옅은 으르렁거림.
철컥―.
우진은 본능적으로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우진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
“……?!”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우진은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크릉……! 킁!! 킁킁?]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놀랍게도 펜릴이었다.
아주 작은, 어린 펜릴 말이다.
집채만 한 크기의 성체와 달리, 둥지 안에 있는 아기는 2살짜리 아기 정도의 크기였다.
녀석은 경계심도 없는 듯 어느새 우진에게 달려와 그의 바지에 코를 묻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위에 있는 녀석이 네 어미인가 보구나.”
펜릴의 목덜미를 잡으면서 녀석의 냄새가 그에게 묻은 모양이었다.
어린 펜릴은 신이 난 듯 꼬리마저 흔들며 우진에게 안겼다.
‘아기가 있어서 경계를 한 건가?’
우진은 펜릴의 털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굳이 밖으로 나온 이유는 뭐지?’
펜릴의 둥지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었다.
아기를 지키기 위함이라면 여태 그랬던 것처럼 계속 모습을 감추는 게 나았을 텐데 말이다.
‘아스웰 경은 흑룡이 나타난 시점에 펜릴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추측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닌 것 같아.’
만약 펜릴이 자신 때문에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거라면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알아봤어야 했다.
“인정사정없이 집어 던지는 걸 봐선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진 않고…….”
[크릉……!]우진은 비비적거리는 아기 펜릴에게 자신의 팔을 내어줬다.
그러자 녀석은 장난감처럼 그의 팔을 와구와구 씹어대기 시작했다.
“……어?”
그 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우진이 펜릴의 입을 잡아 입술을 들추자 놀랍게도 녀석의 잇몸에 이빨이 하나도 없었다.
“아직 나지 않은 건가……?”
뭔가 이상하지만 펜릴의 성장을 알 리 없는 그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흐음…….”
하지만 펜릴의 상태를 살펴보자 이상한 것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팔과 다리, 그리고 몸 군데군데 털이 빠져 있었고 지금 보니 한쪽 눈도 백태가 낀 것처럼 흐렸다.
‘설마…….’
우진은 아기 펜릴의 상태를 살피며 생각했다.
‘아픈 건가?’
만약 치료약을 찾으러 산맥을 돌아다닌 거라면 펜릴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검제가 펜릴을 사냥하게 된 것이 어쩌면 이것 때문이 아닐까?’
펜릴의 힘을 얻기 위해 찾아왔지만, 아픈 새끼 때문에 예민해져 있는 펜릴은 그것까진 신경 쓰지 못한 채 지금처럼 무작정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를 알 리 없는 아스웰이 결국 힘을 얻는 걸 포기하고 펜릴을 제압한 것이라면…….’
이번엔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꼬마야.”
[크릉?]“혹시 위로 올라가는 길을 아니?”
[크릉? 크릉!!]영물은 영물인 모양이었다.
녀석은 우진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같이 가!!”
순식간에 저 멀리 사라지는 펜릴을 쫓아 우진은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 * *
“헉…… 헉…… 잠시만…….”
얼마를 달린 걸까.
우진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같이 비틀거리며 간신히 펜릴의 뒤를 쫓았다.
“내가…… 잘못…… 봤나 보다. 너 아픈…… 거 아닌…… 거 같아.”
[크릉?]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녀석이 우진의 다리에 뺨을 비볐다.
“……아무래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녀석이 잠시 멈춘 덕분에 그는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맞긴 한 거야?”
[크릉!]그의 물음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알아들은 거 맞아?”
대답 대신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펜릴을 보며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캉! 캉!!]지금까지와는 다른 울음소리.
‘출구인가?’
우진은 기대감에 녀석의 소리를 뒤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를 기다리는 건 출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막다른 곳이었다.
거대한 석벽.
세로로 길게 틈이 나 있는 걸 봐서는 문인 것 같지만, 손잡이도 없어 당길 수도 없었고 있는 힘껏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난감하네.”
우진은 혀를 내밀고서 헥헥거리며 기다리는 아기 펜릴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너 왜 날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캉! 캉캉!!]그러자 녀석이 그의 주위를 뱅뱅 돌기 시작했다.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긴 한데…….
우진은 선뜻 펜릴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카캉!!]그러다 녀석이 석벽 앞에서 뛰기 시작했다.
“어?”
그제야 우진은 가로막힌 석벽에 작은 구멍이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여기에 뭘 하라는 거야?”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
하지만 막상 구멍 안에 손가락을 넣어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미묘하게 남는 공간.
“……어?”
그것을 본 순간 우진은 뭔가 생각이 났다.
그는 인벤토리 안에서 반지를 꺼냈다.
이루린에게서 받은 은색의 [늑대 반지].
이름 : 늑대반지
등급 : A
설명 : 펜릴의 둥지 어딘가에서 얻을 수 있는 반지.
이세계에서 돌아오자마자 확인을 했었지만 설명도 단촐했고 이렇다 할 내용도 없었기에 이후 찾아볼 생각을 하진 않았었다.
‘이게 여기에 쓰는 거였구나.’
우진은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다시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철컥―.
뭔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쿠그그그그…….
그러고 난 뒤 석벽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열리기 시작했다.
‘좋아.’
열린 석벽을 보며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루린은 이곳에 검제가 깨우친 비기가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시기상 그가 비기를 깨우치는 건 아마 펜릴을 사냥하면서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이 안에는 검제의 비기가 아닌 다른 게 있을 거야.’
펜릴의 둥지에서 얻을 수 있는 진짜 보상이 말이다.
“열심히 싸우고 있을 아스웰에겐 미안하지만…….”
어차피 막다른 길이라 선택의 여지도 없었으니 그는 석벽 안을 조사하기로 했다.
퉁― 퉁― 퉁―.
우진이 석벽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놀랍게도 양쪽 벽에 불빛이 일었다.
‘……횃불?’
벽에 달려 있는 기다란 막대는 분명 횃불이었다.
‘펜릴의 둥지에 인간이 만든 횃불이 왜 있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횃불 덕분에 석벽 안을 확실하게 살필 수 있게 되었다.
벽면 가득 음각으로 그려진 원시성령의 모습들.
어찌나 정교한지 당장에라도 살아서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거…… 확실하게 사람이 만든 거야.’
단순히 벽의 조각만이 아니었다.
석벽 안쪽에 있는 물건들도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도대체 누가…….”
우진은 궁금했다.
둥지 안에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펜릴과 유대가 쌓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지금 펜릴의 모습은 인간을 믿지 않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비밀이 석벽 안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걸 알아내야…….
‘진짜 펜릴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우진은 천천히 석벽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