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08화(108/150)
“급보입니다!! 현재 에스텐 왕국의 병사들이 동쪽 국경 수비대를 습격했다는 전갈입니다!!”
“……뭣이?! 놈들이 결국!!”
새벽녘 갑자기 도착한 병사의 보고에 왕성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전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테칸 왕국의 포튼 3세는 병사의 보고에 황급히 대신들을 소집했다.
“오셨습니까. 전하.”
회의실 원탁에 둘러앉은 대신들이 포튼 왕을 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새벽에 온 보고를 모두 들었을 거요. 현재 동쪽에서 전투가 진행 중인 모양인데 아무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소.”
왕이 서둘러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안타리안 연방에서 소규모 전투가 일어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었잖습니까.”
하지만 재상 네뷰란은 오히려 담담한 모습이었다.
“허나 흰색 깃발을 가지고 왔네. 깃발의 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동쪽 국경 수비대 대장인 드로트는 의심이 많은 자이옵니다. 그 의심이 적을 경계하기는 좋으나 반대로 작은 전투마저 크게 보는 우를 범할 때가 있사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일단은 혹시 모르니 수도 방위군의 일부 병력만 빼서 국경에 보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재상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300기 정도만 보내도 충분할 것이옵니다.”
“흐음…….”
“수도엔 적기사단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왕은 네뷰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대신들의 의견은?”
“저희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신하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말에 동의했다.
“늘 있는 일이니…….”
“걱정 마시옵소서.”
급박했던 처음과 달리 재상의 느긋한 모습에 신하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알겠소. 그럼 그 말대로 300명의 방위군을 투입하도록 하지.”
‘그렇지. 다들 그릇이 종지만 하니 원…… 내가 없으면 왕국이 굴러가질 않는군.’
재상은 왕마저 자신의 생각대로 따르자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콰앙―!!!
그때였다.
회의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병사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여길……!”
“급보입니다!!”
재상이 병사를 향해 소리치려는 순간,
“동쪽 국경 수비대가…… 전멸했습니다.”
“……뭐?!”
재상은 멍한 표정으로 병사를 바라봤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국경이 무너졌다니!!!”
“모르겠습니다. 국경에서 붉은 봉화가 피어올랐고 현재 검은 갑옷을 입은 병력이 왕성을 향해 진격 중이라고 합니다!”
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딸꾹―.
놀라운 보고에 재상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딸꾹질이 났다.
‘구, 국경이 무너져? 그럼 수도는? 여기도 끝인 거 아냐?’
“도, 도망…….”
다른 대신들을 무시할 땐 언제고 적군의 이야기를 듣자 그는 피할 궁리부터 하기 시작했다.
“검은 갑옷? 에스텐 왕국의 기사들은 청색의 갑옷이다. 잘못 본 것을 보고하는 건 아니더냐!!”
왕이 네뷰란을 밀치며 병사에게 소리쳤다.
“아닙니다. 무리에 정확히 왕국 깃발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분명 에스텐 왕국이었습니다.”
“그럼 놈들이 새로운 기사단이라도 창설했다는 게냐?!”
“현재로서는…… 알 수 있는 게…….”
콰앙―!!
왕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거기 누구 없느냐!! 당장 가서 아스웰을 불러들여라!!!”
“신 아스웰. 당도하였습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포튼 3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아스웰이 복도를 지나 회의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오오……!! 검제여!! 방금 소식을 들었는가? 동쪽 국경이 무너졌다는 보고일세!”
아스웰을 보자 황급히 달려나오는 포튼을 보며 우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저게 왕인가?’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은 모습.
소왕국이 어째서 소왕국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보니 펜릴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할 말이 많아지려고 했지만 우진은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님을 알기에 입을 다물었다.
“제가 병력을 이끌고 동쪽 국경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자네만 믿겠네!”
아스웰은 왕의 명령에 포권을 쥐며 고개를 숙였다.
띠링―!
[현재 테칸 왕국과 에스텐 왕국이 전쟁 중입니다.] [전쟁에 참여하시겠습니까?]아스웰이 일어서자 우진에게 알림이 울렸다.
‘전쟁 참여라…….’
[광마]의 칭호를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레벨 업을 할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저런 덜떨어진 왕을 위해서 싸우고 싶진 않은데…….’
“자네도 날 도와주지 않겠나?”
띠링―!
다시 한번 알림이 울렸다.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에스텐 전쟁]▶ 등급 : B
▶ 아스웰을 도와 국경을 침범한 에스텐 왕국의 병사들을 물리쳐라.
보상 : 에스텐 왕국의 작위
“으음…….”
‘보상을 보고 더 당기지 않는 퀘스트는 처음이네.’
우진은 멋쩍은 듯 웃었다.
‘보상은 철회할 수도 있긴 하니까.’
기껏 쌓아놓은 아스웰과의 호감을 무너뜨리기엔 아까운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그럼 바로 준비하세.”
* * *
아스웰의 말에 의하면 소왕국의 전쟁은 상상하는 것처럼 대규모 전투는 아니라고 했다.
국경 수비대부터 500~1,000명 정도의 인원에 불과하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주변국의 군사가 적으니 검제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국력이 유지되는 것이군.’
이런 작은 왕국에서 아스웰 발란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속도를 높여라. 곧 대수림에 도착한다.”
“네!!!”
그의 말에 병사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래 그가 이끄는 적기사단이 아닌, 지금 그를 따르는 병사들은 수도 방위군들이었다.
‘검제와 함께 있는데도 하나같이 떨고 있어.’
병사들의 얼굴을 보며 우진은 테칸 왕국의 훈련도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바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적기사단은 다르던데…….’
우진은 차라리 아스웰 발란이 왕이 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뭐, 내가 나설 일은 아니지만…….’
힘없는 소왕국을 검제 혼자서 짊어지고 있는 느낌.
“정지!!”
그 순간, 아스웰이 손을 들자 방위군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보고대로 국경 수비대가 있던 성벽에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전투는 끝난 모양인데…… 모두 여기서 대기하고 있거라. 성벽을 조사하고 올 테니.”
“잠시만요.”
아스웰이 말을 몰려 하자 우진이 그를 말렸다.
“단장께서 정찰이라니요. 그런 것은 부하들에게 맡기도록 하십시오.”
“허나…….”
‘못 미더운 거겠지.’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우진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먼저 대답했다.
“……부탁하지.”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에서 내려 조용히 성벽을 향해 달려갔다.
* * *
“자, 자! 어서 서둘러라!!”
성벽 아래에서 소리가 들렸다.
우진은 잔해에 몸을 숨기고서 천천히 소리가 나는 쪽을 살폈다.
쿵―!! 쿵―!!!
성벽 아래엔 로브를 입은 사람들 몇몇과 함께,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저마다 쓰러진 시체들을 향해 무기를 내려치고 있었다.
‘저게 성에서 보고하던 그 검은 갑옷인가?’
한데 놈들의 행동이 기이했다.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토막 내서는 그것들을 자루에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웁…….”
우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끔찍한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했다.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하는 짓만 봐서는 절대로 평범한 병사들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왕국 병사들이 시체를 토막 내서 자루에 담고 있겠는가?
[취이…… 취이…….]그때였다.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에게서 쇠를 긁는 듯한 이상한 숨소리가 들렸다.
쩌그덕― 쩌그덕―.
놈들은 걷는 걸음걸이도 이상했다.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
투구에 가려져서 제대로 볼 순 없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특히 냄새.
전장에 시체가 이렇게나 많은데 피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향초를 피운 것처럼 달큰한 향이 날 뿐이었다.
“가자.”
로브를 입은 자들이 말하자 검은 갑옷의 병사들이 일제히 자루를 들고 그들을 따르기 시작했다.
로브들의 손에 들려 있는 램프들.
그 안에서 새하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냄새의 근원지는 저긴가?’
우진은 그들이 모두 떠나자 조심스럽게 조금 전 시체를 수거하던 성벽 아래로 걸어갔다.
-마스터.
세츠나가 그를 불렀다.
“왜?”
-이거 말프란 잎 냄새예요.
“그게 뭐지?”
-요즘은 쓰지 않는데…… 옛날에 괴수 조련사들이 사용하던 최면 잎이에요. 잎을 태워 나오는 연기를 마시게 해서 중독시키는 거죠.
“그럼 조금 전에 저자들이 최면 잎으로 병사들을 부렸다는 말이야?”
-네. 하지만 그 잎은 사람에겐 통하지 않아요.
우진의 예상대로 조금 전 병사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말프란 잎을 정제하는 방법은 연금술사들만 알고 있어요.
‘연금술사…….’
연금술사들이 대거 에스텐 왕국으로 왔다는 이야기를 아스웰이 했었다.
‘그럼 좀 전에 저들이 그자들인가?’
우진은 일단 아스웰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세츠나, 제법인걸?”
-헤헷, 마스터께서 훈련장에 계시는 동안 저도 마냥 놀고 있진 않았거든요.
그녀는 팔을 걷어붙이며 씨익 웃었다.
우진이 자리를 비운 동안 발란 가문의 도서관과 창고를 돌아다니며 얻을 수 있는 경험치란 경험치는 모조리 먹어치운 모양이었다.
-이제 1레벨만 더 올리면 20레벨이에요.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과연 어떤 게 나올지 우진도 기대가 되었다.
“그래, 어떻던가?”
“일단 적들은 모두 철수했습니다. 성벽 쪽에 몇 명만 남아 있었는데 왠지 연금술사 같았습니다.”
“……연금술사?”
“네. 처리를 할까 싶다가, 만에 하나 소란을 듣고 적군이 나타날지도 몰라서 살펴만 봤습니다.”
“잘했군.”
“연금술사들이 검은 갑옷 병사들을 부리는 것 같은데 인간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스웰이 그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마물을 조련할 때 쓰는 잎으로 그자들을 다루는 것 같았는데…… 정확히는 알 수 없었습니다.”
“마물이라…… 국경 수비대가 무너진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어떻게 할까요? 추격을 원하면 충분히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
“놈들이 어디로 갈지는 대충 짐작이 가네.”
국경 밖은 대수림 하나뿐이었으니까.
“시체를 토막 내서 가져갔다고 했지? 놈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아내야겠어.”
그리고 대수림 근처에 연금술사들의 건물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모두 들어라!!”
아스웰은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겁먹지 마라. 너희들은 나와 함께다.”
와아아아아―――!!
와아아――!!!
방위군의 병사들은 그의 한마디에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과연 검제였다.
순식간에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대수림으로 간다!!”
“…….”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오직 우진만은 뭔가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가 태어났을 땐 이미 멸망해 버렸지만…….”
이상하게 이루린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의 이세계.
그리고 19살인 이루린.
31년의 시간.
그사이 언젠가 테칸 왕국이 무너졌을 것이다.
‘설마 그게 오늘은 아니었겠지.’
히이이잉――!!
우진은 말의 고삐를 당기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