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화(11/150)
“순례자라고 들어봤는가?”
“……순례자?”
“그래. 고행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지.”
우진은 주인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확실히…… 그런 직업이 있긴 하지.’
딱히 유명한 사람은 모른다.
왜냐면 순례자는 [이블 테일]에서서 가장 기피하는 클래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순례자는 고달픈 직업이라고 했는데.’
그들이 하는 일들은 일반적인 플레이어와 많이 다르다.
대부분 모험가 조합에서 퀘스트를 받는 반면, 그들은 신탁을 통해서 퀘스트를 받는다.
퀘스트의 난이도는 그야말로 괴랄하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데, 그 모든 것을 수행하고 나면 히든 클래스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다만, 뜬소문 하나 믿고 고행을 하려는 괴짜는 그리 많지 않았다.
‘즐거우려고 하는 게임인데 게임 안에서까지 고달프고 싶진 않을 테니까.’
자신처럼 말이다.
“어떤 순례자입니까?”
빛의 신 라신.
어둠의 신 하덴.
그리고 무의 신 므하.
[이블 테일]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3개의 신.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교단이 있다.
“신의 이름까지는 듣지 못했으나 입고 있던 로브의 색깔이 적색이더군.”
둘러말했지만 충분했다.
교단마다 사용하는 로브의 색깔이 다르니까.
‘므하의 순례자.’
공허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므하는 대륙에서도 가장 입지가 적은 신이었다.
사실상 그를 따르는 신도도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
그러니 당연히 므하의 신도들은 중앙 대륙에서도 보기 힘든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희귀한 자가 초심자 지역에?’
우연일까.
글쎄…….
자신만 드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우진은 어쩐지 순례자의 등장이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례자는 보기 힘든 자들인데…… 어떻게 아시게 되신 겁니까?”
“나도 최근에 알게 되었네. 뭔가를 찾고 있다고 하더군.”
“무엇을 말입니까?”
“사람들은 빛이 창조라 말하지만, 모험가들은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균열에서 모든 생명이 생겨나는 것이라는 걸 말이야.”
우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게임의 설정 중 하나니까.
던전에서 마물들이 계속해서 생성되는 리스폰을 설명하기 위한 핑계 같은 것이다.
‘A.I가 만들어서 그런 걸까.’
던전이 리셋되고 몬스터가 계속 생성되는 건 플레이어에겐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 안의 사람들은 다르다.
마물을 죽였는데도 그 자리에 다시 생겨나는 현상.
그것에 대한 설계일 뿐이었다.
‘딱히 필요 없는 세세한 설정까지 의미를 부여해서 오류를 없앴어.’
완벽한 게임.
처음 [이블 테일]이 오픈되었을 때의 광고 문구가 불현듯 떠올랐다.
‘완벽은 개뿔…….’
이런 사소한 설정까지 신경 쓸 시간에 시스템이나 제대로 손볼 것이지.
최악의 게임 오류가 지금 여기 있는데…….
우진은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녀는 균열을 찾고 있다고 하더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균열을 말일세.”
“새로운 균열이라…….”
그건 새로운 던전을 의미하는 걸까?
하지만 그는 이내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던전이 생긴다 하더라도 미궁탑이나 중앙대륙에 생겨야 하는 거 아닌가?’
지역마다 상한 레벨이란 것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10~15레벨의 지역에 갑자기 80레벨 던전을 세울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오픈 초기도 아니고 어둠숲 자체가 워낙 넓어서 신규 유저들의 사냥을 감당할 수 없는 정도도 아닐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던전이 생긴다는 건…….
사냥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목적.
가령,
‘……퀘스트?’
우진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퀘스트를 위해서 던전을 만들 정도라면…….
분명, 평범한 퀘스트는 아닐 것이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가만히 고민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오크 성채가 있는 곳일세. 거길 조사한다고 했지. 들리는 소문에 붉은 눈의 오크가 나타난다는 얘기가 있거든.”
“붉은 눈의 오크…….”
주인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우진은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성채의 히든 몬스터.’
커뮤니티에도 본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다만 목격자들은 종종 나타나도, 놈의 등장 조건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새벽까지 오크들을 계속 사냥하면 나온다는 얘기도 있었고, 동이 트기 직전 오크를 피해 도망치다 만났다는 글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다 실패.
사실 이젠 놈을 봤다는 사람들의 글 자체가 거짓이 아닌가, 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있긴 있는 모양이네.’
NPC가 붉은 눈의 오크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알려지게 되면 꽤나 커뮤니티가 소란스러울 수 있을 내용이었다.
‘뭐, 그래 봤자 초심자 지역의 몬스터니 톱급들은 별 관심 없겠지만.’
하지만 관심에서 벗어난 고블린 둥지에도 진짜 원석이 숨어 있었다.
강자들도 결국은 플레이어.
게임 속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는 법이었다.
어쩌면…….
그곳에서도 운이 따를지도.
“그런데 신기하네요. 순례자가 갑옷을 다룰 줄 알다니요.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닙니까?”
교단은 중앙 대륙에 있다.
그 말은 순례자가 되려면 적어도 50레벨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자가 돌연 재료를 탐내 빼앗으려 한다면…….
위험한 일이었다.
“그거라면 걱정 말게. 그녀의 신분은 보장되어 있으니 말이야.”
“무슨 뜻입니까?”
“좀 전에 말했든 그녀는 인간이 아니거든.”
그는 구부정한 허리를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드워프일세.”
아하.
“그것도 명망 높은 무르가의 딸이지.”
들어본 적 있다.
아니, 유명하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중앙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인 밀러 무르가 있는 가문이었으니까.
그는 NPC임에도 불구하고 [불새단]에 가입된 공대원이기도 했다.
미궁탑을 공략하는 플레이어라면 밀러의 제작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설 정도.
‘기세 높은 드워프 가문의 딸이 순례자라…….’
자신이 가문의 가주라면 과연 그런 딸을 좋게만 볼 수 있을까?
글쎄.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혹시 그녀가 망치를 가지고 있었습니까?”
“으흠, 그렇다네. 분명 등에 기다란 해머를 메고 있었다네. 순례자치곤 특이한 모습이라 지팡인 줄 알았네만 아니었지.”
“다행이군요.”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의 망치는 오직 가문이 인정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만약 밀러의 허가 없이 교단에 몸을 담은 거라면 그녀는 망치를 버려야 했다.
그렇지 않다는 건 여전히 가문에 남아 있다는 것.
‘적어도 가문의 명예에 위배되는 행동은 하지 않겠지.’
철의 명예.
드워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니까.
띠링―.
[퀘스트명 : 므하의 순례자 카히라]▶ 등급 : C
▶ 순례자 카히라를 만나라.
▶ 잡화점 주인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 15일이 지난 후 그녀는 새로운 지역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 기한 내에 정해진 장소에 도착하지 못하면 퀘스트는 자동적으로 실패한다.
그는 입술보다 더 바싹 마른 눈빛으로 나타난 창을 바라봤다.
‘15일이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걸어 간다 해도 10일이면 충분한 거리였으니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지.’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 *
‘오크 열 셋.’
우진은 몸을 숨기고서 마물을 바라봤다.
어둠 숲을 가로질러 온 지 5일째.
걱정과 달리 사냥은 순조로웠고, 특별한 문제없이 이제 육안으로 파르타가 보이는 거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파르타의 늪지에 도착하였습니다.] [특성 : 모험가가 발동됩니다.]▶ 새로운 지역에서 사냥 시 하루 동안 15%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한다.
▶ 처음 조우하는 마물과 전투 시 10%의 추가 대미지를 입힌다.
“좋아.”
우진은 알림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레벨 16.
능력치로는 40레벨대과 같았으니 오크를 상대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가 조심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일부러 사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여기 온 보람이 있네. 메인 사냥터가 오크 성채라 오히려 필드엔 사람이 적어.’
파르타 주변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사냥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크가 리스폰 되는 틈도 길었고 장소도 서로 떨어져 있어 이동 거리와 시간이 너무 소요되기 때문이었다.
‘성채에 오크가 바글바글하니 굳이 왔다 갔다 하면서 사냥 할 이유가 없지.’
우진이 노린 것은 그것이었다.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 때문에 오크를 사냥하려면 대부분 파티를 맺어야 하는데, 그에겐 필요 없는 일이었다.
‘아무도 없어.’
그는 주변을 확인하고 난 뒤 빠르게 검을 뽑았다.
[특성 : 기척이 발동됩니다.]▶ 마물이 당신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시작은 [대시].
[취륵?]숲 안쪽에서 튀어나온 우진을 보자 오크들이 뒤늦게 무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미 녀석들의 지척에 도착한 우진은 그대로 가장 앞에 있는 오크의 목을 향해 검을 올려쳤다.
[케에에엑……!!]오크의 비명과 함께 놈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특성 : 고독함이 발동됩니다.]▶ 솔로 플레이 시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한다.
▶ 솔로 플레이 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한다.
꽈악―.
검을 쥔 손에 힘이 느껴진다.
콰앙―!!
발을 내디디며 우진이 위로 쳐올린 검을 그대로 수직으로 내려쳤다.
전사의 기본 스킬인 [강타]였다.
콰그그극……!!
하지만 위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친 검이 그대로 뒤에 있던 오크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취…… 취륵……?]타닥―!!
당황하는 오크 무리의 안쪽으로 파고든 우진은 허리를 숙이며 자세를 잡았다.
치지지지직……!!
그가 검을 횡으로 긋자 반원의 형태로 푸른 전류가 뿜어져 나왔다.
[케겍……!] [케게게겍……!!]그의 주위에 서 있던 5마리의 오크들이 감전이라도 당한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크…… 크륵…….]순식간에 절반으로 줄어들자 오크들은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고블린보다 낫네.”
이 정도면 그놈들은 이미 겁에 질려 도망갔을 텐데, 낡은 망치와 도끼를 들고 있는 녀석들은 그래도 싸우려는 모양새였으니까.
“좋아. 귀찮아질 뻔했는데 말이지.”
도망치지 않는 먹잇감은 포식자에게 가장 훌륭한 먹잇감일 뿐.
콰앙―!!!
사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