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0화(110/150)
콰직―――!!!!
시체 괴물의 허리가 부러지자 녀석의 몸이 순식간에 와르르 가루로 변했다.
[인간 골렘을 처치했습니다.]골렘의 뼛가루 안에 작은 보석 같은 게 보였다.
룬이었다.
‘필드에서 룬이 드랍된 건 이번이 처음인가?’
우진은 새삼스럽게 이만큼까지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괜찮은가?”
“아, 네. 걱정 마세요.”
“다행이로구만. 갑자기 폭발이라니…… 이놈들 도대체 여기서 뭘 만들고 있었던 거야?”
아스웰이 우진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음?”
그 순간 그는 골렘의 가루에서 뭔가를 발견한 듯 손을 집어넣었다.
그 안에는 룬뿐만 아니라 커다란 구슬같이 생긴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마석이로군.”
그의 말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가볍게 떨었다.
얼마 전 요르카 마을에 있던 마광산을 날려 버린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마석을 본 적은 몇 번 없어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나 완벽하게 정제된 것은 처음이군.”
아스웰이 둥근 구슬을 우진에게 보였다.
이름 : 정제된 검은 마석
등급 : B
설명 : 100번의 정제를 거쳐야 완성되는 순도 높은 마석. 지금까지 알려진 현자 시그 엘릭의 추출법이 아닌 새로운 정제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흐음…… 새로운 정제법이라.’
던전 [연금술사의 연구실]의 최종 보스인 시그 엘릭은 한때 현자라는 칭호를 가질 만큼 뛰어난 연금술사였다.
비록 지금은 광인으로 내몰린 상태지만 실제로 그가 고안한 여러 연금술법은 지금도 사용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런 시그 엘릭의 방식이 아니란다.
‘그럼 누가……?’
시그 엘릭과 쌍벽을 이루는 연금술사라면 아무래도 연금술협회의 수장인 라하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라하드는 공인이야. 만약 그의 방식이 사용되었다면 설명에 적혀 있겠지.’
아마도 이곳에 있는 연금술사들의 배후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포로를 확보했어야 하는데…… 내 실책일세. 너무 빨리 놈들을 죽여 버렸어.”
“아닙니다. 나머지가 살아 있었어도 아까 같은 공격에서는 못 버텼을 겁니다.”
우진은 그렇게 말하며 남아 있는 연금술사들의 시체를 살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체들의 품에서 이렇다 할 색다른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
“흐음…….”
다만 그들 모두 손목에 은색으로 된 얇은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우진은 팔찌 하나를 끌렀다.
이름 : 연금술사의 팔찌
등급 : D
설명 : 인간 골렘을 연구하던 연금술사들이 가지고 있던 팔찌. 특별한 기능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모두가 착용하고 있는 걸 봐서 소속의 증표로 보인다.
“증표라…….”
팔찌를 살피던 우진은.
“……어?”
팔찌 안쪽에 뭔가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라그 카 뮈에느]“……이게 무슨 뜻이지?”
우진이 아스웰을 바라봤지만 그 역시 알지 못하는 듯 고개를 저었다.
-동쪽으로.
놀랍게도 팔찌에 새겨진 말을 세츠나가 알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별건 아니에요. 발란 가문의 창고에 있던 책에서 본 글귀였어요.
세츠나의 대답에 아스웰은 그런 게 있었나 싶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잠시만요.
[세츠나가 고대의 지혜를 사용합니다.] [고서(古書) ‘고대어 이론(C등급)’에서 흡수한 기억을 끄집어냅니다.]세츠나의 손에 황금으로 빛나는 책이 나타났다.
-여기 있어요!
그녀가 책의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더니 손가락을 가리키며 우진을 바라봤다.
-라그 카 뮈에느. ‘동쪽으로’라는 의미로 고대부터 전해지는 낙원, 황금향이 있는 방향을 뜻하기도 한다.
‘황금향……?’
우진 역시 그곳을 찾아야 하는 퀘스트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의 이름이 나오자 우진은 다시 한번 팔찌를 살폈다.
“연금술사들이 어째서 황금향에 대한 글귀를 적어 놓은 거지……?”
그들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국경 수비대를 공격한 건 확실히 이놈들이 맞는 모양이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우진은 아스웰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우읍……!!”
아스웰이 가리킨 곳을 내려다본 순간 그는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조금 전 괴물이 있었던 지하 구덩이 아래엔 토막이 난 시체들이 잔뜩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먹이로 준 걸까요.”
“아마도.”
아스웰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에스텐 왕국으로 갈 생각일세. 이곳에 있던 연금술사는 고작 다섯이야. 아마 왕국에 더 남아 있을걸세.”
우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건이 에스텐 왕국과 관련이 있는 건지 아니면 연금술사들의 독단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만약 전자라면요?”
“전쟁은 불가피하겠지.”
하지만 후자라 하더라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에스텐 왕국이 연금술사들의 거처를 허가한 것을 테칸이 꼬투리 잡는다면 조용히 넘어가진 못할 테니까.’
결국 에스텐의 생각이 어떻든 연금술사들에 의해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중앙 대륙에 오면 미궁탑에 도전하려고 했었는데…… 탑은커녕 탑 근처에도 못 가보고 계속 사건에 휘말리는 기분이네.’
우진은 아스웰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병사들은 이곳에서 돌려보내고 에스텐은 자네와 나 둘만 가는 것이 좋을 듯 보이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띠링―
[연계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에스텐 전쟁 → 에스텐의 연금술사들]알림이 울렸다.
우진은 수락 버튼과 함께 아스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병력을 이끌고 가는 것보다 저희만 가는 게 아무래도 문제를 덜 일으킬 것 같네요.”
아스웰은 병사들에게 돌아가 보고를 하라 일렀다.
끔찍한 괴물을 본 병사들은 그의 말에 옳다구나 하고 다시 왕국으로 돌아갔다.
‘대수림을 이런 식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우진은 숲을 가로지르며 생각했다.
페어리 퀸의 말에 따르면 대수림에는 정령들이 살고 있다고 했었다.
‘루엔과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도중에 훈련을 중단하면 지금까지 올린 경험치까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만다.
에스텐에 들렀다 돌아오면 그녀의 훈련도 끝나 있을 테니 우진은 그때 다시 대수림을 들러야겠다 생각했다.
‘설마 그사이에 숲에 무슨 일이 생기겠어.’
그는 울창한 나무들을 힐끔 바라보다 아스웰의 뒤를 따라 속도를 올렸다.
* * *
“누구냐!! 소속을 밝혀라!”
이틀 동안의 강행군 이후 대수림을 빠져나간 두 사람은 에스텐 왕국의 국경에 도달했다.
성벽 위에 있던 수백의 병사들이 활을 겨눈 채 소리쳤다.
“테칸 왕국의 아스웰 발란이다.”
웅성― 웅성―.
그의 한마디에 성벽 위가 술렁였다.
“아, 아스웰? 설마 그 검제……?”
“말도 안 돼. 검제가 왜 여기에 온 거지?”
“대, 대장…… 어떻게 해야 하죠? 성문을 열까요?”
“이 머저리 같은 놈아! 그렇다고 국경 성문을 열어 주는 게 말이 되냐!!”
에스텐 왕국 국경 수비대장은 부하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소리쳤다.
“크흠……!! 검제께서 어인 일로 타국의 국경까지 오시게 되었소?”
수비대장이 목소리를 가다듬고서 소리쳤다.
내색하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의 목소리는 매우 떨렸다.
“얼마 전 테칸 왕국의 국경에서 전투가 있었소. 그로 인해 국경 수비대 수백 명이 그 자리에서 죽었지.”
“……?!”
수비대장은 무슨 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에스텐 왕국에서 따로 군사가 이동한 적이 없습니다. 수비대장인 제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렇다면 대수림에 있는 연금술사들의 독단이겠군. 나는 지금 그들의 연구실에서 오는 길이오.”
아스웰은 그곳에서 가져온 연금술사의 주검을 그들에게 보였다.
“괴물을 만들고 있더군. 그들은 테칸 국경 수비대의 시체를 괴물에게 먹이고 있었다.”
“사람을 먹여……?”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끔찍한 짓을 우리가 모를 리 없소!!”
‘저들의 반응을 봐서는 정말 모르는 것 같은데…….’
아스웰은 눈을 흘겼다.
“그렇다면 더더욱 왕국 안으로 들어가야겠군. 무슨 연유로 에스텐이 연금술사들을 대수림에 머물게 허락 한 것인지 알아야겠으니.”
“……전하를 뵙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수비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자를 왕실에 들이는 건 너무 위험해. 만에 하나 다른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검제가 누구인가.
아무리 수십 명의 근위 기사들이 있더라도 왕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리 오래 기다릴 순 없네.”
수비대장은 황급히 성벽을 내려갔다.
“에스텐의 왕이 저희를 만나줄까요?”
“아마도 거절하겠지.”
“그럼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우진은 행여나 그가 성벽 문을 부수고 들어가겠다고 할까 봐 조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
“아마도 나 대신 자네를 들어오라 할 걸세.”
“……네?”
“수비대장이 간파 능력을 가진 자를 데리고 온다면 열에 아홉은 그 생각이 맞을 거야.”
“그렇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성에 들어가게 되면 연금술사들에 대해 조사를 해주게.”
“왕에게 말하면 될까요?”
“말은 해야겠지만 그에게는 큰 기대를 하지 말게.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위에서 허가가 떨어졌소! 다만 전하께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질의는 한 사람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셨소!! 그러니 그대가 아닌 그 옆에 있는 자만 성문을 통과하게 해주겠소!”
수비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스웰의 예상대로 대장의 옆엔 못 보던 남자가 서 있었다.
‘간파를 써서 내 레벨을 봤다면…….’
자신은 아직 57레벨에 불과하니 그들로서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자네가 왕국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될 걸세.”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가를 한다 하더라도 감시가 붙을 수도 있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이걸 쓰도록 하게.”
아스웰은 그에게 작은 막대기 하나를 건넸다.
이름 : 공학 신호탄
등급 : D
설명 : 마도 공학술로 개량된 신호탄. 절대로 꺼지지 않으며 마법의 영향을 무시한다.
▶ 사용 가능 횟수 1/1
“너무 걱정 말게. 신호가 발생하면 내가 직접 왕국으로 찾아갈 테니까.”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국경 수비대가 막고 있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누가? 저들이? 나를?”
아스웰은 우진의 물음에 헛웃음을 지었다.
“저들이 날 막는 게 아냐.”
그는 당연한 걸 묻느냔 듯 우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안 들어가 주는 것뿐이지.”
“아하.”
틀린 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