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1화(111/150)
[에스텐 왕국 왕실]“이쪽입니다.”
병사들의 안내에 우진은 왕실 복도를 걸어갔다.
‘어쩌다 보니 왕실에 있네.’
우진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우습기도 해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씰룩였다.
‘그나저나 엄청나게 화려하네.’
테칸 왕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장식이라고는 거의 없고 딱딱 필요한 것들만 있는 테칸 왕실과는 달리 에스텐 왕실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였다.
‘왕의 능력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신하들에게 휘둘리는 인형 같은 왕과 허영심 많은 왕.
과연 어느 쪽이 나을지 어려운 문제였다.
‘두 왕국 다 왕들이 문제인 것 같군.’
마지막 왕국을 보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상황이라면 결국 연방은 5대 왕국의 제물일 수밖에 없을 운명이라 생각되었다.
쿠그그그그―――.
왕실의 문이 열리자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방이 나타났다.
“푸훔…… 자네…… 인가. 테칸 왕국의 사…… 신이.”
금칠이 잔뜩 되어 있는 옥좌 위에 배가 두둑하게 부푼 남자가 등받이에 기대어 잔뜩 나른한 얼굴로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거창한 직책까지도 아닙니다. 그저 발란 가문의 식객에 불과합니다.”
“흐음― 그래? 가문은?”
“……없습니다.”
우진의 대답을 끝으로 왕의 표정이 바뀌었다.
비릿한 콧방귀.
눈빛은 더 이상 대화할 가치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누가 보면 제국 황제쯤 되는 줄 알겠네.’
우진은 오히려 그의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
“그래…… 자네 말…… 은 우리 에…… 스텐 왕국이 테칸 왕국을…… 습격했…… 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동쪽 국경 수비대들이 전멸했고 에스텐 왕국 영역의 대수림에 있는 연금술사들의 건물에서 병사의 시체를 찾았습니다.”
“흐음…… 그래…… 서?”
“그들은 시체를 이용해서 만든 병사들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시체를 뭉쳐 만든 괴물도 있었죠”
“놀…… 랄 일이군…… 그들이 그…… 런 짓을 벌일…… 줄이야.”
에스텐 왕은 뺨을 씰룩이며 대답했다.
‘말투가 왜 저래?’
느릿느릿 어눌한 왕의 발음은 뭔가 정상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테칸 왕국은 이번 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미…… 안하…… 지만 에스…… 텐은 이번 일과 무관하네. 연금…… 술사들이 그런 실…… 험을 하고 있는지도 우리는 몰랐…… 으니까.”
“정말입니까?”
“물…… 론.”
“하지만 연금술사 무리를 받아들이신 건 전하십니다. 그들이 어떤 족속들인지 제대로 된 확인하지 않은 건 명백한 에스텐의 실수고요.”
“글…… 쎄. 그들…… 을 받아들인 건 그저 사…… 업의 일환일 뿐이었다.”
“……사업이요?”
“얼마 전 연금술…… 사들이 연구…… 를 할 장소를 찾…… 는다…… 며 거액의 돈을 가지…… 고 왔다. 우리…… 로서는 마다…… 할 이유가 없는 일이지.”
왕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우진에게 대답했다.
“우린 전…… 쟁의 의사가 없다. 연금술…… 사들이 테칸을 공…… 격할 것이라곤 생각…… 못한 일이지. 그러…… 니 보상은 우…… 리가 아니라 그들…… 에게 받도록 하거라.”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습니까!”
철컥―.
그때였다.
왕의 주위에 있는 기사들이 우진에게 검을 겨누었다.
“무엄하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언성을 높이느냐!!!”
“가문도 없는 모험가 나부랭이가 감히……!!”
“…….”
‘참자. 내가 행동을 잘못하면 그걸 빌미로 진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
황당한 반응이었지만 만약 이것마저 계획된 일이라면 놈들의 의도에 쉽사리 놀아나 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연금술사들과 처리하겠습니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없다.”
꽈악―.
우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자식들이…… 장난하나.’
들이받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우진은 한 번 더 참기로 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연금술사들이 사라졌다니요.”
“바…… 로 어제 새벽, 수도에 있던 연금술사…… 들이 모두 감쪽같이 사라…… 졌더군. 뭐…… , 원한…… 다면 그들이 사용하…… 던 거처는 알려줄 수 있다.”
“그럼 정녕 이번 일에 대해 에스텐 왕국은 아무런 보상도 할 수 없다 이것입니까?”
“국경…… 에서 일어난 일…… 은 마음…… 이 아프나 우리가 연금술사들을…… 제지할 이유…… 는 없다. 애…… 초에 우…… 리의 국…… 민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들이 사용했던 거처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한…… 센.”
우진의 대답에 왕은 기다렸다는 듯 복도에 서 있던 집사를 불렀다.
“예, 전하.”
“이자를 화…… 랑으로 안…… 내해…… 주거라…….”
“알겠습니다.”
한센이라 불린 남자는 우진을 향해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 왜 이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간에 자신의 뒤에는 검제가 있었다.
대륙 최강검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당장에라도 쳐들 어올 수 있는 상황.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불친절하다니…….
미친 게 아니라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겠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우진은 왠지 뒤가 구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쿵―.
문이 닫히고 우진은 한센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흐…… 흐헤…….”
“그런…… 일이 있었습…… 니까?”
“하…… 하하!!”
복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귀족들.
어쩐지 그들의 말투도 왕처럼 어눌해 보였다.
***
“이곳입니다.”
내성을 지나 일반 시민들이 사는 외성보다 더 바깥.
낡은 저택에 도착한 한센은 불쾌감을 잔뜩 보이며 당장에라도 떠나고 싶은 얼굴로 말했다.
“이번 일은 유감입니다만 저희도 연금술사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고 이곳저곳을 확인해 봤습니다.”
끼이이익…….
녹이 잔뜩 슨 문을 열며 한센은 말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수림에 있는 연구실에 아직 남아 있는 연금술사들이 있다 해서 그냥 둔 건데…….”
한센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모두 무사하겠지요? 전하께서 이번 일에 대한 조사를 하실 때 그들을 불러들일 것입니다.”
오히려 무사를 묻는 그의 물음에서 반대로 연금술사들이 죽었을 거라 생각하는 느낌이 들었다.
“…….”
“그쪽이 문제가 없다면요.”
우진은 더 이상 대화를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은 그냥 닫고 가시면 됩니다.”
한센 역시 마지막 그의 말에 살짝 기분이 나빠진 듯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알아서 가주면 나야 고맙지.’
혼자 남은 우진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푸하!!
세츠나가 기다렸다는 주머니 안쪽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국경에서부터 계속 주머니 안에 있던 터라 그녀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갑갑했지?”
-헤헷, 괜찮아요! 그런데 아까 뭐예요? 나 참, 자기네 왕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나 몰라라 하는 게 말이 돼요?
에스텐 왕과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던 세츠나는 권투를 하듯 주먹을 허공에 내지르며 씩씩거렸다.
“보통 그렇게 나오는 사람들은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게 대부분이지.”
우진은 저택 거실의 벽난로 위를 손가락으로 쓰윽 닦으며 말했다.
-왕과 연금술사들이 짜고 벌인 일이라는 말씀이세요?
“아마도. 문제는 그랬다는 증거를 우리가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거지. 저런 태도로 나오는 건 찾지 못할 거란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걸 테니까.”
-괘씸하네.
세츠나는 팔짱을 끼고서 입술을 씰룩였다.
“맞아. 그리고 자신만만할 때 항상 코가 깨지는 법이지.”
벽난로 위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철저하게 모든 흔적을 지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절대로 못 찾을 거라는 생각이겠지만…….’
“우리가 평범하진 않지.”
[산책길을 사용합니다.]▶ 주위에 남아 있는 흔적을 찾습니다.
그녀의 주위로 이는 바람이 저택 곳곳에 퍼져 나가자 놀랍게도 깨끗했던 집안에 온갖 자국들이 나타났다.
“어디 한번 볼까.”
우진은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 올렸다.
***
“인터뷰는 어땠어?”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데이빗이 출구로 내려오는 도경훈을 향해 손짓했다.
“뭐…… 평상시와 다르지 않지.”
“그래? 표정을 봐서는 엄청나게 불만스러운 것 같은데.”
철컥―.
도경훈은 시트를 거의 눕다시피 젖히고는 손등을 이마에 얹었다.
“질문 대부분이 칸이란 자와 관련된 거더라.”
“그래서 짜증이 나신 거군?”
그의 말에 데이빗은 피식 웃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우리 쪽 인터뷰도 아니고 게임 스테이션이잖아. 그 사회자 말야. 인 게임 스타 관리자이기도 하지?”
종합 포털 [인 게임 스타]
현존하는 게임 포털 사이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이트였다.
“맞아.”
“하는 행동을 보니 너와 라이벌 구도라도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데이빗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제 겨우 중앙 대륙에 넘어온 초짜를 어디다 비비려는 건지 원…… 그러게 처음부터 S미디어로 갔으면 좋았잖아.”
[불새단]의 스폰서이자, 지금까지 모든 방송은 S미디어를 통해서 해왔었다.당연히 라이벌인 N미디어에서 하는 [게임 스테이션]의 출현 요청은 모조리 거절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그가 허락한 것이었다.
‘굳이 해서 득이 될 게 없어 보이는데…….’
데이빗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일을 S미디어에서 알게 되면 결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테니까.
“피하는 것 처럼 보이니까. 지금까지야 그냥 미궁탑에 관한 내용뿐이었으니 상관없었지만.”
데이빗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싫든 좋든 칸은 [이블 테일]에서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새로운 거물의 등장을 환영해야 할지, 아니면 경계해야 할지 아직 사람들도 방향을 정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스폰서들 중에서 움직임이 미심쩍은 사람들도 많아. 칸에 대해서 알아보는 모양이더라고.”
그들은 스타를 원한다.
투자를 하는 목적은 이익을 보기 위함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대중의 관심이 가장 중요했으니까.
“미친…… 우리가 벌써 지는 해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가 아니면 누가 미궁탑을 공략하는데? 그 새끼들 누구야? 우리 쪽에서 먼저 계약 정리해 버릴 테니까.”
“이럴수록 보여줘야지. 미궁탑 11층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단 한 번으로 공략해야 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서 그런지 괜히 오버해 더 화를 내는 데이빗을 보며 그는 도경훈은 피식 웃었다.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결국 미궁탑을 공략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니까.”
“맞아. 신경 쓸 필요 없어. 결국 사람들의 관심은 탑으로 돌아오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데이빗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흑룡 때문에 잠깐 이슈가 되긴 했지만 그건 그냥 운이었을 뿐이야.”
부우우웅―.
데이빗은 차의 속도를 내며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이제 뭐 더 일어날 일도 없잖아? 안 그래?”
***
“에취―!!!”
-괜찮으세요?
“아, 응. 괜찮아. 갑자기 웬 재채기람.”
우진은 손등으로 코끝을 문지르고선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세츠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지막 방 안으로 들어갔다.
-마스터!!!
그때였다.
-찾았어요!!!
다급한 외침이 들리자 우진은 황급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방 안으로 들어온 순간 우진의 눈이 커졌다.
“……난리 나겠군.”
엄청난 일을 발견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