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2화(112/150)
-이거…… 누가 봐도 의심스럽죠?
세츠나가 들어온 마지막 방 한쪽 벽면에 새하얀 가루 같은 흔적이 직사각형 형태로 남아 있었다.
누가 봐도 문이었다.
“응, 아주 잘했어.”
우진이 세츠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고는 벽을 살피기 시작했다.
숨겨진 문이니 당연히 문고리가 보일 리 없었다.
“어딘가 장치가 있을 텐데…….”
철컥―.
그때였다.
살펴보던 벽의 한쪽 면이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우진이 고개를 돌리자 세츠나가 반대쪽 벽 안쪽에 숨겨져 있던 레버를 돌리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며 웃는 그녀를 보며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츠나가 없었다면 찾기 어려웠겠어.’
전투 스킬도 스킬이지만 그녀의 각종 보조 스킬의 활용도가 엄청나다는 걸 우진은 새삼 느꼈다.
“어디…….”
열린 문 안으로 고개를 내밀자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무슨 짓을 했었는지 한번 볼까.”
그리고 계단을 타고 지하에서 풍겨오는 냄새.
“말프란.”
-말프란 잎이에요!!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맞추어 말했다.
“이거…… 어마어마하네.”
지하에 내려온 우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작은 방 벽면에 숨겨져 있던 문 아래에 이렇게 거대한 공간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백 평은 될 것 같은 공동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말프란 잎이 자라고 있었다.
-아무래도 연금술로 공간을 확장한 것 같아요. 여기 보세요.
세츠나가 바닥에 박혀 있는 마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리 연금술이라고 해도 이 정도 공간을 만드는 동안 왕실이 몰랐을 리는 없을 텐데…….”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연금술사들과 에스텐 왕실이 한패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환각제의 제조만으로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긴 어려워.’
놈들이 만들고 있던 괴물.
그것에 대한 증거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이 정도까지 해놓은 걸 봐서 단순히 잎을 키우는 농장으로만 쓰진 않았을 거야.’
우진이 숲처럼 울창한 말프란 밭을 지나자 한 층 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또 나타났다.
“좋아.”
철컥― 철컥―.
계단을 내려가자 그의 앞을 단단한 철문이 가로막았다.
“후웁―.”
우진이 검을 뽑아 그대로 내려치자 카직!!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그대로 사선으로 잘렸다.
“……음?”
철문 뒤로 마치 동물을 가둬두는 듯한 여러 개의 우리가 보였다.
-마스터 이거…….
우리 안은 깨끗했지만 세츠나가 스킬을 쓰자 그곳엔 혈흔처럼 보이는 자국들이 잔뜩 나타났다.
-이 정도의 혈흔이라니…… 도축장으로 쓴 걸까요?
“글쎄. 사람의 시체를 토막 내서 괴물의 먹이로 주던 놈들이야. 동물을 잡아다 죽인 건지 사람을 잡아다 죽인 건지는 아무도 모르지.”
-으…….
세츠나는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리를 지나 다음 문을 열자 그곳엔 환각제를 제조 하는 제조실로 보이는 방이 나타났다.
‘서둘러 도망치긴 했나 보네.’
출입구를 찾지 못하게 바깥은 깨끗하게 정리했지만 지하 내부는 거의 조금 전까지도 사용한 곳처럼 엉망이었다.
말프란 잎이 가득 들어 있는 유리관은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는 서적들은 급박했던 증거였다.
“여기서 마물을 길들이는 환각제를 만들었던 모양인데…….”
-뭔가 좀 이상해요
제조실을 살피던 세츠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그녀는 책상에 있는 책들을 훑기 시작했다.
[분석을 사용합니다.]▶ 내용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이따금 숨겨진 내용을 찾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더니 그녀는 어느새 연금술사들이 남긴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속독을 사용합니다.]▶ 내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푸하!
순식간에 책상에 쌓여 있던 수십 권의 책을 읽은 그녀는 마지막 책을 덮으며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그녀는 책의 내용을 음미하듯 눈을 감고 생각하다 동그랗게 눈을 뜨며 우진을 바라봤다.
-이거…… 마물을 길들이는 데 쓰려고 한 게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원래 말프란 잎은 인간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렇지.”
-그런데 여기 적힌 방법으로 잎을 정제하면……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어요.
“……뭐? 그럼 놈들이 사람에게 쓰려고 여기서 환각제를 연구하고 있었단 말이야?”
-가능성은 충분해요.
우진은 그녀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상현실이 아직 그런 부분에서 확실한 제지가 없어서 환각제를 쓰는 플레이어들이 있다고는 듣긴 들었는데…….’
말프란 잎의 환각제는 조금 사용법이 다르다.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환영을 보여주는 환각제가 아니라, 목적 자체가 마물을 길들이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었다.
“만약…… 개량에 성공하면 인간을 조종할 수도 있게 되는 건가?”
-그럴 수도 있죠.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 사용되는 환각제.
-한번 만들어보시겠어요?
“내가?”
-네. 제조법은 없지만 남겨진 자료들을 봐서 제작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좀 도와주시겠어요?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츠나는 잎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유리관의 액체를 담고 위층으로 올라가 몇 가지 열매와 뿌리 등을 가지고 왔다.
퉁―! 퉁―.
열매를 으깨고 뿌리를 자르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책상에 새겨진 술법진 위에 재료를 내려놓자,
[연금술이 진행됩니다.]알림과 동시에 진법이 빛나기 시작했다.
-마스터, 지금이에요!
그녀의 말에 우진이 진법 위에 손을 얹었다.
[특성 : 연금의 축복이 발동됩니다.]▶ 계약자는 기존보다 효과가 20% 상승된 연금 제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세츠나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우진과 함께 연결되자 진법의 빛이 더욱더 강렬하게 빛났다.
[연금술 제작을 완료하였습니다.] [말프란 주스를 완성하였습니다.]이름 : 말프란 주스
등급 : C
설명 : 개량된 말프란 잎으로 만든 주스. 무척이나 달콤한 맛이 나며 한 번 마시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 장시간 복용하게 되면 환각을 보게 된다.
▶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다.
▶ 환각에 빠진 사람은 행동과 말투가 느려진다.
▶ 주로 선명하고 명확한 소리에 반응한다.
[효과가 15% 증가된 상태입니다.]▶ 연금술 스킬을 익힐 시 좀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우진은 진법 위에 생성된 푸른색의 액체를 바라봤다.
“정말 인간에게도 쓸 수 있는 환각제잖아?”
그 순간 우진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왕실에서 봤던 왕과 대신들의 모습…….’
어쩐지 넋이 나가 있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형적으로 마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설마…… 왕마저 마약에 빠져 있는 상황이란 건가?’
지금까지는 단순히 기분에 취하려고 직접 환각제를 이용하는 정도의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플레이어들 간의 문제로 치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환각제를 NPC가 사용하고 있다?’
아니,
뭔가 이상하다.
NPC들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이용당한 거라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지금 이 일을 벌인 연금술사들…… 플레이어일 가능성도 있겠어.’
[이블 테일]은 계급이 존재하는 세상이다.최고 권력자인 왕이 존재하는 세상.
‘그 왕을 조종하게 된다면…….’
전쟁을 하지 않고도 그 나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 놈들의 목적은 에스텐 왕국을 집어삼키는 건가?’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굳이 테칸 왕국을 침공할 필요는 없었어. 조용히 아스텐 왕국의 주인 노릇을 하면 될 일이니까.’
분쟁을 일으켜야 할 이유가 있었다, 라는 건데…….
‘테칸 왕국과 에스텐 왕국이 서로 싸워 자멸하기를 바란다는 것이겠지.’
이 둘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세력을 딱 하나였다.
안타리안 연방의 마지막 왕국.
달루스 왕국이었다.
“흐음…….”
거기까지 생각이 정리되자 우진은 잠시 숨을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이긴 하는데……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있긴 하네.”
-뭐가요? 마스터?
“너무 성급하다는 거야. 테칸과의 전쟁을 바라고 계획을 실행한 거라면. 나라면 차라리 병사들을 조종해서 공격을 했을 텐데.”
혹은 괴물을 만들기 위해 시체가 필요했다면 차라리 에스텐 왕국에서 구했을 것이다.
‘뭔가 쫓기는 느낌. 그리고…….’
갑자기 도망을 친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투성이었다.
‘계획이 실패한 걸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럼…… 놈들을 방해한 세력도 있다는 건데.’
“단순히 왕국간의 문제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개입 된 거라면…….”
탁―.
우진은 약병을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플레이어의 방식으로 해결해야겠지.”
-어떻게 하시려고요?
우진은 세츠나의 물음에 씨익 웃었다.
[페론, 혹시 에스텐 왕국에도 암시장이 있어?]우진은 쪽지를 보냈다.
[오, 네!! 있습니다. 지금 에스텐 왕국이세요?!] [응, 어쩌다 보니…… 암시장을 좀 이용해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익명으로 물건을 올리시려는 거시죠?] [맞아.] [제가 그쪽으로 사람을 하나 보내두겠습니다. 그 녀석이 판매를 도와드릴 겁니다.]마음에 드는 일 처리에 우진은 보이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하는 일은?] [네, 거의 다 마무리되어 갑니다!!]과연 그가 무엇을 가지고 돌아올지 기대되기도 했다.
“세츠나, 이 환각제 몇 개 더 만들 수 있을까?”
-네. 연금술 스킬이 없으셔서 대량은 불가능하지만…… 한두 개는 가능할 거예요.
“좋아. 그럼 몇 개 더 만들어서 돌아가자. 이걸 암시장에 올릴 거야.”
우진의 계획은 간단했다.
연금술사들이 만든 것보다 더 효과가 좋은 환각제가 암시장에 올라온다면…….
아마도 여러 입찰자들이 있겠지만 그중에 분명 연금술사들이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 몇 개 더 환각제를 만드는 거지.’
[연금술 제작을 완료하였습니다.] [말프란 주스를 완성하였습니다.] [말프란 주스를 완성하였습니다.]…….
세츠나의 도움으로 총 4개의 환각제가 완성되었다.
우진은 그걸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놈들이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할 일이 있어.”
-어떤 거죠?
우진은 제작된 환각제의 설명 중 한 부분을 다시 읽었다.
▶ 환각에 빠진 사람은 행동과 말투가 느려진다.
▶ 주로 선명하고 명확한 소리에 반응한다.
“맛이 간 왕성에서 유독 또박또박 발음을 하는 녀석이 딱 한 명 있었지.”
바로,
집사 한센.
“아무래도 놈과 대화를 좀 해봐야겠어.”
우드득―.
우진은 손목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