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3화(113/150)
“안녕하십니까! 큰형님!!”
저택을 나와 다시 왕성으로 가는 길목에서 누군가 우진을 불렀다.
웃을 때 실눈이 되는 사람 좋은 얼굴로 남자는 꾸벅 허리를 숙였다.
“에드라고 합니다. 큰형님을 모시라고 페론 형님께서 말씀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큰형님은 무슨. 칸이라고 해.”
“하지만 페론 형님께서 모시는 분이잖습니까. 그럼…… 마스터라고 부르는 건 괜찮으실까요?”
그거까진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시장을 이용하시고 싶다 하셨는데…… 혹시 어떤 물건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에드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이거야.”
우진이 환각제를 그에게 건넸다.
“이거…… 설마 블랙 주스입니까?”
생각지 못한 물건인 듯 에드는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렇게 부르나 보지? 맞을 거야. 말프란 잎으로 만든 환각제야.”
“이걸…… 어떻게 구하셨습니까? 요즘 암시장에서 말이 많은 물건인데 말입니다.”
“왜지?”
“효과가 끝내줘서죠. 지금까지 나온 물건들보다 5배는 더 강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우진은 자신이 만든 블랙 주스를 힐끔 바라봤다.
‘이건 효과가 더 센데.’
암시장에 나오면 분명 난리가 날 것이다.
“네.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맞을 정도로 경매에 올라오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립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서 우진을 바라보는 에드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나는 공급상이 아냐. 오히려 이걸 만드는 쪽을 찾고 싶어서 그런 거지.”
“앗, 아아……! 죄송합니다.”
우진의 말을 듣고 에드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무례했습니다. 페론 형님께서 이런 쪽 일은 이제 손을 떼셨다고 들어서…….”
“이런 쪽?”
“네. 원래 어둠숲에 계셨으니 마약 제조 같은 건 당연히 안 하셨고…… 여튼 안 좋은 쪽 일은 싹 정리하셨거든요.”
“그래?
그의 말에 우진은 은근 뿌듯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잘하고 있는 모양이네.’
“네. 사실 형님께서 절 소개시켜 드리는 걸 좀 걱정 하셨습니다. 형님은 손을 씻으셨지만 저희는 아직 암살이나 소탕 의뢰를 받고 있거든요.”
“……그래?”
“물론 예전처럼 플레이어를 상대로 하는 건 아닙니다. 모험가 협회에 등록해서 거기에 올라온 퀘스트를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에드는 황급히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모험가 협회엔 단순히 사냥 퀘스트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상범 수배와 같이 NPC들을 상대하는 퀘스트들도 분명 존재했다.
게다가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현상금 사냥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난 PK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냐. 다만 어둠숲에서처럼 아무런 문제없는 자들을 죽이는 걸 반대한 거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페론 형님을 따라서 중앙 대륙으로 넘어왔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나름 최고의 암살 클랜을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였는데.”
“왜?”
“아무래도 아직 명성이 낮아서 제대로 된 의뢰를 받는 게 어렵거든요.”
“흐음.”
“게다가 기존에 있는 암살 클랜들의 텃세도 심해서…… 중앙 대륙에 오면서 저희가 형님께 약속드린 게, 대륙 곳곳에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수집해 드리겠다는 거거든요.”
“하하.”
우진은 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정보를 모은다.
그건 처음 그가 페론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때 썼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쪽으로 가장 유명한 클랜이 어딘데?”
“플레이어 클랜으로는 블루독이란 클랜입니다만…… 사실 중앙 대륙에서 이쪽 방면으로 가장 유명한 단체는 누가 뭐래도 스퀄 링입니다.”
“스퀄 링?”
우진은 들어본 듯한 이름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맞아.’
어디서 들어본 건가 싶었더니 바로 백화곡에서 찰슨의 외교 보상 목록에 있었던 이름이었다.
[현재 외교 가능 협회 목록]1. 바질리스크 상단.
2. 스퀄 링.
3. 퀸 레더 공방.
‘생각해 보니 아직 협회를 고르지 않았지.’
“스퀄 링이 그렇게 대단한가?”
“어휴, 그럼요. 중앙 대륙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의 8할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흐음.”
“이번에 저희가 가는 암시장도 스퀄 링의 관할이죠.”
“그래?”
우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신 워낙 악독한 놈들이라…… 가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에드는 우진에게 신신당부를 했지만 스퀄 링이라는 이름을 들은 우진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듯 보였다.
“걱정 마.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일을 해결할 수도 있겠어.”
쿵―.
어느새 두 사람은 외성 안쪽에 있는 낡은 무덤가에 도착했다.
“밤까마귀.”
잠긴 문 앞에 서 있던 묘지기가 슬쩍 에드를 보더니 말했다.
“늪개구리.”
암호를 대답하자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창살로 된 문을 열었다.
“동이 트기 전엔 나와야 하오.”
우진은 에든과 함께 무덤가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블란 클랜의 에드.”
페론이 만들었던 클랜의 이름을 정작 페론은 없어도 계속해서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진은 그런 모습을 보며 페론을 따르던 부하들이 제법 의리가 있는 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중앙 대륙으로 넘어오려고 산전수전 다 겪은 자들이니까…….’
어떤 의미로는 저들만큼 똘똘 뭉친 클랜도 없을지 모른다.
“34번 방으로 가시오.”
무덤가의 지하엔 마치 고시원처럼 빼곡하게 방들이 줄지어져 있었다.
각각의 방에서는 경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탈칵―.
34번이 적혀 있는 방에 들어서자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그들을 맞이했다.
“이곳에 경매를 맡길 물건을 넣어두시면 됩니다.”
커다란 캐비닛의 문을 열며 남자가 우진에게 말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으시겠어요? 맡기고 금액만 받으시는 것도 가능하고 직접 진행을 하셔도 됩니다.”
“직접 진행도 가능해? 어둠숲과는 다르네.”
“네. 어둠숲은 경매 물품에 대해 밀수 작업을 해해서 진행자들이 따로 있습니다만 여긴 바로 바로 전달이 가능하니까요.”
에드는 캐비닛 옆에 있는 우편함과 같은 통을 가리켰다.
“경매가 끝나고 이 안에 물건을 집어넣으면 입찰자는 물건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편리하네. 그럼 혹시 경매의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까?”
“음…… 네. 어차피 경매 자체가 채팅으로 이뤄지는 거라 너무 긴 대화만 아니면 가능할 겁니다.”
달그락―.
우진은 [블랙 주스] 4개를 캐비닛에 넣었다.
“진행은 네가 해줘. 한 번에 모두 경매에 올리지 말고 하나씩. 마지막 4개째를 올릴 때 3번째 입찰금의 2배 가격부터 시작해.”
“……2배요? 그럼 시작부터 가격이 어마어마할 텐데요?”
“상관없어. 가격이 2배인 이유는 레시피가 포함된 거라고 해.”
‘입찰자들이 물건을 받으면 바로 성능을 확인하겠지. 그리고 훨씬 더 뛰어난 환각제라는 걸 알게 되면…….’
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레시피를 얻으려 할 것이다.
“대신 레시피는 직접 만나서 준다는 조건. 레시피가 다른 곳으로 되팔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하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경매가 끝나면 내게 얘기해 줘.”
“직접 보시지 않으시고요?
“응, 경매 결과가 나오면 도망칠지도 모르거든.”
우진은 무덤가를 나섰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대화를 나누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
“그럼, 전하를 잘 모시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한센의 말에 하인들이 꾸벅 허리를 숙였다.
“피곤하군…….”
그는 왕성밖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묶여 있어야 하는 왕성을 벗어나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생이 많은걸. 기다리느라 꽤 오래 걸렸어.”
“……!!”
그때였다.
건물의 문을 열려는 순간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
“조용. 시끄럽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등 뒤에서 느껴지는 뾰족함에 한센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성문 병사들은 너희들 왕처럼 맛탱이가 갔더라고. 잘은 모르겠지만 덕분에 몰래 물건을 들여오기 쉽겠던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우진의 모습이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뭐, 그렇다고 편하게 들어온 건 아니거든.”
그의 손목에 이제 막 아문 상처가 있었다.
[검은 수호자]를 발동시키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냈기 때문.“그러니 그만한 값어치는 했으면 좋겠는데.”
“감히……!! 이곳은 왕성이다!”
“그래서?”
푸욱―!!!
“크…… 우우웁!! 웁!!!”
우진이 등 뒤에서 한센의 입을 틀어막으며 검을 조금 밀어 넣자 그는 고통스러운 듯 버둥거렸다.
“이미 약에 찌들어 있는 이곳에서 널 구하러 와줄 사람이 있을까? 그건 누구보다 네가 잘 알 텐데?”
“사, 살려주시오!!!”
“말해봐. 연금술사들을 에스텐 왕국에 연결해 준 게 너인가?”
“……그…… 그…….”
꾸욱―.
우진이 한센의 등에 겨눈 검을 조금 더 힘을 주어 밀었다.
“아악! 말하겠습니다!! 그저 전하를 만나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제게 돈을 주었습니다. 정말 그뿐입니다!!”
“약을 쓴 걸 알았지?”
“에…… 그…….”
한센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걸로 충분했다.
“왜 알리지 않았지? 놈들과 함께 왕국을 먹어치울 작정이었나?”
“아닙니다!! 그, 그럴 리가요!!”
“그럼 왜 연금술사들이 무사하냐고 물었지?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물었던 것 아냐?”
“두, 두려웠습니다.”
“뭐?”
“그자들이 오고 난 뒤 전하와 대신들의 상태가 달라졌습니다. 네, 모두 약에 취해 버린 거였습니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리쳤다.
“저 같은 게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왕국을 습격하다니…… 정말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는 그대로 주저앉아서는 바닥을 짚으며 소리쳤다.
“당신들이 왔을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대수림에 대해 말했을 때 이미 그곳의 연금술사들을 처리했음을 깨달았으니까요. 외교적인 문제를 빌미로 겁을 주면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해본 말이었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군. 왕을 만나러 온 자에게 고작 집사의 말이 먹힐 것 같아?”
“……죄송합니다.”
“놈들이 도망쳤다는 말은? 정말로 몰랐던 게 사실이야? 약이 필요한 왕이 놈들을 그냥 보내지 않았을 텐데.”
“가, 갑자기 놈들이 도망친 건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일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도망칠 궁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왜지?”
“무슨…… 실험이 실패했다는 둥…… 곧 대수림에 난리가 날 거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댔습니다.”
‘대수림이 난리가 난다고?’
혹시 연구실에 있던 그 인간 골렘을 말하는 걸까.
대단하긴 했지만 난리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뭔가…… 더 남아 있는 건가.’
결국 진짜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연금술사들을 찾아야 했다.
“마지막이다. 놈들은 이방인인가?”
“그, 그렇습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이름은?”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한센은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도 돌리지 못한 채 소리쳤다.
-마스터, 특별한 건 없어 보여요.
집중의 눈으로 한센을 살펴본 세츠나가 우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만약 그들과 관련된 자라면 연금술과 관련한 특성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어들이라면 클랜일 가능성도 있겠어.’
우진은 대수림에서 확보한 [연금술사의 팔찌]를 떠올렸다.
‘그걸 이용해서 놈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띠링―.
그 순간, 쪽지가 왔다.
[마스터, 입찰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운이 좋은 거 같은데요? 에스텐 왕국에 있답니다. 바로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운이 좋은 게 아니라 아직 이 근방에 숨어 있는 거겠지.
[좋아. 레시피는 만나서 넘기겠다고 해. 서쪽 외곽지역에서 보자고 하면 될 것 같군.] [알겠습니다!!]“한센, 당신은 나와 함께 가야겠어.”
“네……? 제, 제가요?”
“당연하지. 연금술사들과 연관이 있는 자는 당신뿐이니까.”
“흐, 흐익…….”
목덜미를 잡힌 한센이 움찔거렸다.
-마스터. 괜찮을까요? 혹시 놈들이 그 괴물이라도 끌고 오면…….
“그건 괜찮아. 우리도 괴물 한 명 데리고 갈 거니까.”
-네?
우진은 품 안에서 꺼낸 신호탄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