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4화(114/150)
서쪽 외곽.
대수림과 국경 사이에 있는 외곽 지역은 에스텐 왕국의 영역이지만 국경 수비대가 없는 유일한 장소기도 했다.
에드의 말에 따르면 주로 암거래가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안타리안 연방은 사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암시장으로 유명합니다.”
우진은 외곽에서 에드를 기다리며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5대 왕국은 강대한 만큼 체계도 확실해서 암시장에 대한 감시도 심합니다. 물론, 없진 않지만…… 관료들에게 그만큼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거든요.”
사실 이 정도로 위태로운 체계라면 이미 5대 왕국들이 습격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아스웰과 같이 걸출한 존재 이외에도 다른 의미로 이용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터.
“세상 참 불공평하지.”
아스웰이 5대 왕국 어느 곳에라도 태어났다면 이미 대륙이 통일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뭐…… 나만큼 심각한 사람도 없겠지만.’
남들 다 하는 로그아웃을 하기 위해 이런 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쓴웃음을 짓는 우진을 보며 세츠나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졌어.’
세츠나의 머리를 가볍게 쓸며 그는 생각했다.
미쳐 버릴 것 같았던 처음과 달리 이제 [이블 테일]의 세계에 완전히 적응해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진은 잊지 않고 경계하고 있었다.
적응이 되어가는 자신을 말이다.
‘난 NPC가 아냐.’
이 세계는 자신의 세계가 아니다.
“여깁니다.”
그때였다.
숲 안쪽에서 에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진은 상념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모셔왔습니다.”
에드의 옆에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이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왜소하네.’
연금술사려나?
로브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우진 역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고 있던 검은 가면을 살짝 고치며 에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3개 병의 가격은 개당 60골드에 낙찰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병은 350골드로 모두 이분께서 구매하셨습니다.”
한화로 약 7,000만 원.
‘미쳤군. 마약 몇 개에 이 정도 돈을 태우다니.’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진짜 마약보다 가상 마약이 더 불티나는 상황이었다.
우습게도, 근래 사람들은 가상현실에서 죽음도 겪는데 고작 마약 정도는 현실의 몸에 아무런 영향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온갖 불법적인 행위는 해도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싶진 않은 욕심.
우진이 봤을 때는 그저 같잖아 보일 뿐이었지만 이런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발상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일인데.’
사업가, 부호, 재벌…….
가상 마약 사업은 고객 자체가 온갖 돈이 있는 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었기에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디 어떤 녀석인지 한번 보자고.’
우진은 조용히 복면남과의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
“레시피를 파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신기하군요. 살펴보니 최근까지 판매되던 블랙 주스보다 성능이 좋더군요.”
“그럴 겁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거라서요.”
“독자적으로?”
복면 때문에 표정을 볼 수 없지만 목소리에서 어이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독자적으로 개발한 겁니까?”
“그게 왜 궁금하시죠?”
‘궁금하겠지. 자기 레시피라는 걸 알 테니까.’
“제가 알기론 블랙 주스의 레시피는 독자적인 암호로 제작되어서 외부에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들어서요.”
“그런가요? 아니던데?”
“…….”
세츠나의 [분석]과 [속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그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일 것이다.
“뭐, 구매하시는 거니 특별히 말씀 드리죠. 에스텐 왕국 별장에서 레시피 하나를 얻었는데 만들어보니 요즘 핫하다는 블랙 주스더군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우진의 모습에 복면남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웃기지 마. 그걸 하루 만에 만들었다고? 그것도 성능을 개량해서?”
우진은 발끈하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하루도 아냐. 그딴 허접쓰레기 레시피는 반나절이면 충분해.”
“이 새끼가.”
우진은 뒤에 숨겨놓았던 포대를 남자의 앞에 던졌다.
“……!!!”
포대를 풀자 그 안에서 재갈이 물려 있는 한센의 모습이 나타났다.
복면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남자에게서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조용히 묻는 말에 대답해. 너희들, 에스텐 왕국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지?”
“잡아!!!”
그 순간 놈이 소리쳤다.
“……?”
하지만 자신만만한 태도와 달리 그의 외침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툭―.
그리고 숲 안쪽에서 뭔가가 굴러왔다.
“……!!”
남자와 같은 복면을 쓰고 있는 잘린 머리였다.
한둘이 아니었다.
“서른 명쯤이었다. 숲을 둘러싸고 있더군.”
마치 산책이나 다녀온 것처럼 말하는 아스웰을 보며 복면남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거…… 검제가 어째서 여기에……!!”
복면남은 본능적으로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스캉―!!
그 순간 그의 옆에 있던 에드가 엄청난 속도로 단검을 뽑으며 도망치려는 남자의 아킬레스건을 끊었다.
“크아아악―――!!!”
놈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서걱―!!
촤아아아악―――!!!
아스웰의 검이 바닥에 쓰러진 놈의 두 다리를 잘라 버렸다.
“이, 이익……!!!”
“천천히 해주세요. 전투가 풀리면 로그아웃해 버릴 수도 있으니까.”
로그아웃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묻지 않고 아스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하라는 건가.”
그는 숫자를 세더니.
푸욱―.
한 번씩 일정하게 복면남의 남은 허벅지에 검을 꽂아 넣었다.
“크아아악―――!!”
복면남이 비명을 터뜨렸다.
“네, 네놈…… 그 드워프 놈과 한패냐?”
“드워프?”
“우리 뒤를 캐고 있는 놈 말이다!! 그놈만 아니었어도 에스텐 왕국에서 퀘스트를 끝낼 수 있었는데……!! 젠장……!!”
저택에서 황급히 도망쳤던 이유가 그 드워프 때문인 모양이었다.
궁금증이 일었지만 우진은 시간을 벌려는 수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선 놈을 경계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가 아스웰에게 눈짓을 주자,
서걱―.
복면남의 한쪽 팔이 잘려 나갔다.
“이런……!! 빌어먹을……!!”
아무리 가상현실이라 하더라도 팔다리가 잘려 나갈 때 아무렇지 않게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꽈아악―.
우진이 놈의 쇄골 사이를 손가락으로 짓누르자,
“크아아악!!”
비명을 터뜨렸다.
“아스웰 경, 너무 깨끗하게 자르지 말아주세요. 검이 빠르면 오히려 고통을 못 느끼니까요.”
우진은 반대쪽 어깨에 손날을 세워 마치 톱을 써는 것처럼 앞뒤로 움직였다.
“이렇게. 천천히 뼈를 바르듯이.”
“개, 개새끼…….”
그의 말에 복면남이 떨리는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스윽―.
우진은 남자의 복면을 벗겼다.
“아는 놈이야?”
입에 물려 있던 재갈이 풀리자 한센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압니다! 알고말고요!! 제게 처음 전하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던 자입니다!!”
“다, 닥쳐!!”
놈은 당황한 나머지 한센을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다시 묻는다. 마지막이라는 걸 잊지 마. 에스텐 왕국의 왕을 마약에 절인 이유가 뭐지?”
“이유가 뭐가 있어? 빌어먹을! 그냥 조용히 연금술 작업을 하려는 거지!”
“그 괴물을 만들어서 어디에 쓰려고?”
“어디에 쓰긴!! 연금술사가 연구하는 데 무슨 목적이 필요해?!”
“어이쿠, 그래, 대단한 연구가 납셨네.”
“아, 아악…… ·!!”
“약이나 만드는 새끼가.”
우진은 놈의 어깨를 다시 한번 짓눌렀다.
“테칸 왕국을 친 이유는 뭐야? 닥치고 조용히 연구할 거면 분란을 일으킬 필요 없었을 텐데?”
“……사람이 부족해서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놈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에스텐 왕국의 부랑자들로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시체를 모으기 위해서 분쟁을 일으킬 생각이었다고!”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몇이나 죽였지?”
“몰라. 계속 실패했었으니까! 이제 겨우 가능성이 보였는데…….”
우득―.
우진이 놈의 어깨를 잡고 쇄골 안쪽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크아아악―――!!”
“그래서 몇 명이나 그 괴물의 먹이로 줬냐고.”
“처, 천 명…… 아니 처, 처, 천오백쯤은 될 거다!! 그만!! 그만!!!”
“천오백?”
우드득―.
놈의 대답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제…… 제기랄!! 이 씨…… 발!!!”
쇄골이 그대로 부서졌고 놈의 팔이 축 늘어졌다.
“차, 차라리 너희도 잘된 거 아냐? 이참에 에스텐 왕국을 침공해서 연방을 통일시키는 건 어때? 우리가 도와주겠어!!”
놈은 필사적으로 아스웰에게 소리쳤다.
“컥!!”
아스웰이 검을 놈의 입에 밀어 넣었다.
“약쟁이 새끼들과 손잡을 생각 없다.”
촤악―!!
그가 입에 넣은 검을 왼쪽으로 비틀었다.
날카로운 검은 그대로 놈의 뺨을 가르며 튀어나왔다.
“크아아악……!!!”
놈은 잘린 뺨을 손으로 부여잡으며 버둥거렸다.
단순히 고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스웰이 주는 위압감은 그들의 정신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한센이라고 했나.”
비명과 함께 쓰러진 놈을 뒤로한 채 아스웰은 한센에게 다가갔다.
“네, 네…… 그렇습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부디……!!”
“네가 모시는 자는 누구지?”
“네? 그, 그야…… 저, 전하…….”
한센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오싹―.
그를 바라보는 아스웰의 눈빛은 우진이 봐도 살벌했다.
“아무리 왕의 집사라도 쉽게 외부인이 왕을 알현하게 할 수는 없다. 분명 그 사이를 이어준 또 다른 자가 있을 터.”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마도 그가 저들과 결탁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자가 누군지 말하거라.”
“그, 그건…….”
“왜? 그자가 두렵나?”
아스웰은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너는 네 앞에 있는 자보다 그자를 더 두려워하는가 보구나.”
“예, 예?”
“너희들이 나를 그리 부르지 않더냐.”
그의 검이 한센의 목에 닿았다.
“대륙최강검.”
그야말로 차디찬 말이었다.
그는 말속에도 검이 서려 있었다.
주르륵…….
그 순간 한센의 바지가 축축하게 젖었다.
“다시 묻겠다. 나보다 그자가 두려운가.”
“나, 나으리……!! 부디……!!! 저, 저는 그저 이용당한 것뿐입니다. 제발……! 제발……!!!”
한센은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서 소리쳤다.
“부르센 백작입니다!! 그자가 저자들과 결탁을 한 겁니다!!”
“알겠다. 네 말의 진위 여부는 그자를 만났을 때 알 수 있겠지.”
“이…… 이익……!!”
그때였다.
쓰러져 있던 복면남이 이를 바득 갈며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더니, 순식간에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로 바닥에 뭔가를 그렸다.
우우우웅……!!
그러자 그의 주위로 거대한 술법진이 나타났다.
마법사들의 마법진과는 조금 다른 연성진.
‘미련한 놈이군.’
의미 없는 발버둥이란 걸 아무래도 놈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조금 전 말했다시피 눈앞에 있는 적은 대륙최강검이었으니 말이다.
[연성 소환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소환 의식이…….]알림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다.
퍼억―!!!!
아스웰의 검집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복면남의 복부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컥!!!”
신음과 함께 시전되던 연성진이 맥없이 사라졌다.
“백작을 만나기 전까지는 살려두마.”
아스웰 발란이 강하다는 건 검을 섞어본 우진이 더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큰 격차의 싸움은 싱겁다 못해 허무할 정도였다.
“저들이 백작과 결탁해서 왕국을 집어삼키려 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그건 어차피 에스텐 왕국의 문제일 뿐이니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닐세.”
아스웰은 쓰러진 두 사람을 끌며 말했다.
“하지만 테칸을 공격한 것이 연금술사들의 독단이 아닌 백작이 얽힌 문제라면 설령 신하의 농간이라 할지라도 에스텐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아스웰은 왕성을 바라봤다.
“테칸에서 앗아간 목숨에 10배.”
빠득―!!
“아니, 100배로도 모자라겠지.”
그 순간 우진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왕국이 한 사람에게 무너질 수도 있을까?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그런데…….
진짜 가능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