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6)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6화(116/150)
“……손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내 아들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네만.”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해본 말입니다. 부디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실없긴…… 자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리 할 걸세.”
아스웰은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는 듯 검을 집어넣었다.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그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우진에게 말했다
“테칸이 연방을 통일할 수 있도록 나와 함께 싸워주지 않겠는가.”
띠링―.
[연계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에스텐의 연금술사들 → 삼국 전쟁]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전쟁을 선포하게 되면 달루스는 분명 에스텐의 편을 들 것입니다.”
아무리 검제가 있다 하더라도 두 왕국을 동시에 상대하게 되면 테칸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그가 약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의 몸은 1개였으니까.
“모든 전장을 혼자서 아우를 순 없습니다. 그들은 분명 당신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다른 곳을 칠 겁니다.”
아스웰 발란이 이끄는 적기사단을 제외하고 테칸의 국력은 별 볼 일 없었다.
만약 그 없이 에스텐·달루스 연합의 공격을 맞이하게 된다면 테칸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니 자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아스웰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자네가 수도의 방위를 맡아준다면 안심하고 나는 두 왕국을 칠 수 있을 걸세.”
“당신이 있으니 분명 테칸은 연방을 통일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작은 전쟁을 승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테칸의 왕은 그저 5대 왕국의 좋은 먹잇감에 불과할 것입니다.”
“끝내…… 나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저는 무능한 왕이 더 큰 힘을 가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길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내게 권좌에 오르라는 말이었나?”
아스웰은 차갑게 웃었다.
우진은 그 웃음에서 알 수 있었다.
뼛속까지 충신.
사람이 아닌 가문을 따르는 자.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과 그가 가는 길이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내게 반역을 종용한 자네 역시 이 자리에서 처단할 수 있네.”
스으응―.
검 끝이 우진의 얼굴을 향했다.
이대로 그가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오면 자신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대도 제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죽음의 규율에서 벗어나서인가? 이방인들은 참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구나.”
“죽음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툭―.
우진은 오히려 자신을 향한 검을 향해 한 걸음 나섰다.
자신의 범위 안에 들어오자 오히려 아스웰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당신을 생각해서 한 말이니까요.”
“…….”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우진을 바라보던 아스웰은 한숨과 함께 검을 회수했다.
“……아무래도 우린 여기까지인가 보군. 돌아가게. 발란 가문은 더 이상 자네들을 보호해 줄 수 없으니…… 식솔들을 데리고 떠나게.”
안타까웠다.
하지만 말을 꺼내면서도 아스웰의 마음을 돌리지 못할 것임을 우진은 알고 있었다.
‘그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권좌(權座)의 힘.
요르카 마을에서 루엔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 자신이 왕이 된다면 아스웰을 얻을 수 있을까?
이내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힘으로 테칸을 무너뜨린다 한들 그를 얻을 순 없을 거야. 오히려 그는 테칸과 함께 죽는 걸 선택하겠지.’
꽈악―.
이대로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우진은 다시 한번 자신의 나약함을 실감했다.
“그래도 저는 당신을 살릴 방법을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나보다 약한 자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우습군.”
아스웰은 웃었다.
하지만 우진의 말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돌아가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릴 걸세.”
에스텐 왕성으로 향하는 아스웰이 우진을 지나치며 말했다.
“작별 인사는 여기서 한 걸로 끝냈음 좋겠군.”
그 안에 떠나라는 말이었다.
꽈악.
우진은 입술을 깨물며 감정을 최대한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퀘스트를 포기했습니다.]아스웰이 떠난 자리엔 덩그러니 알림만이 남았다.
“……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에드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힘이 빠진 듯 주저앉으며 말했다.
“와……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눈빛으로 쫀 건 처음입니다.”
에드는 가슴을 쓸어 넘기며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검제는 검제네요. 이게 게임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위압감이었습니다.”
“……고생했다.”
“에이, 아닙니다. 저야말로 진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어떻게 하죠?”
그는 포박되어 있는 연금술사를 가리켰다.
연금술사의 허벅지 곳곳에 새로 찔린 상처들이 나 있는 걸 봐선, 에드가 계속해서 전투 상태를 유지한 모양이었다.
‘이것도 생각해 보면 미친 짓이긴 하네.’
전투 상태가 발동되면 로그아웃을 하지 못한다.
오래된 게임에서부터 존재하던 일반적인 규칙이지만 이것이 가상현실로 넘어오자 지금처럼 악용되고 있었다.
토른 바흐에서 웨든을 감금했던 일도 그랬다.
지금의 가상현실은 ‘가상’과 ‘현실’이라는 상반된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것처럼, 합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고 있었다.
“이봐…… 이제 나를 풀어주는 것도 괜찮잖아?”
붙잡힌 연금술사가 우진에게 말했다.
“계약서도 들켰고 실험실까지 모조리 털린 상황에서 날 데리고 있어봐야 의미 없다고. 안 그래?”
그는 다급히 말했다.
“솔직히 게임인데 이 정도까지 했음 됐잖아. 난 그냥 퀘스트가 떠서 했을 뿐이라고!”
말을 하면서 스스로 화가 차올랐는지 그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이 더 이상한 거 아냐? 여긴 게임이라고!! 내가 진짜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하, 너무 게임을 잘 만들어도 문제라니까? 현실하고 게임하고 구분도 못 하는 새끼!”
시체를 꺼내기 위해 무덤가를 파헤치는 사령술사.
돈이면 무엇이든 하는 용병.
몬스터가 아닌 사람을 죽여 레벨 업을 하는 살수.
현실이라면 큰일 날 일들이지만 그의 말대로 이곳은 게임이다.
“……이렇게 하는 게 재밌나?”
“뭐?”
“이런 식으로 게임을 하는 게 재밌냐는 말이야.”
우진은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밑바닥에서부터 성공 가도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그에게 게임은 잠시나마 휴식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게 그가 게임을 좋아했던 이유였다.
비록, 지금은 살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지만.
“재미? 난 이거 재미로 하는 게 아냐. 살기 위해서 하는 거지.”
“……뭐?”
“다 돈 벌려고 하는 짓이라고. 먹고살려고 하는 거라고!! 재미는 개뿔…… 팔자 좋은 소리 하네.”
퉷!!
연금술사는 침을 뱉으며 입술을 씰룩였다.
“중앙 대륙에 있는 사람들 중 절반은 돈 때문에 할걸? 365일 약초 캐고 포션 만들고 천이나 짜는 짓거리가 재밌어서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냐?”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웃겨? 돈 벌려고 게임한다니까? 그런데 어쩌겠어. 진짜 돈이 되는데. 사람들이 이 미친 게임에 그만큼 빠져 있다고!”
동시 접속자 수 3억 명.
전체 가입자 수 15억 명.
수많은 스폰서들과 광고, 언론 등등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이블 테일]은 그야말로 거대한 사업이란 말이 틀리지 않았다.
“너나 재밌게 해라. 게임에 과몰입해서 진짜 현실이 뭔지 구분도 못 하는 새끼야.”
그의 말에 우진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진짜 현실…….’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는 자신이 현실을 살기 위해 아둥바둥 게임을 하는 자의 눈엔 그저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하…… 하하.”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군.”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각자 가는 길이 다른 거지. 살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 똑같네.”
스르릉―.
그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다신 내 눈에 띄지 마라.”
“……멈춰!!”
그때였다.
타앙―――!!!
[이블 테일]에서 보기 드문 총소리가 울렸다.“……?!”
우진이 황급히 몸을 숙였다.
촤르르륵―――!!
동시에 뱀처럼 변칙으로 움직이는 채찍이 우진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스터!
세츠나가 스킬을 시전하려는 순간,
[사일런스를 시전했습니다.] [세츠나의 상태 – 침묵이 적용됩니다.] [30초 동안 영창을 할 수 없습니다.]-웁……?! 우웁?!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자 세츠나는 당황스러운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법사?’
우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촤르륵……!!!
손목에 감긴 채찍이 점점 더 팽팽하게 조여왔다.
“이놈들이……!!”
에드가 황급히 단검을 뽑아 채찍을 자르려 하자,
타앙―!!!
다시 한번 울리는 총탄 소리.
“큭!!!”
탄환이 에드의 어깨를 관통했다.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에드가 우진의 발 앞에 쓰러졌다.
‘모두 세 명인가?’
“그자를 넘겨.”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채찍을 감으며 나타난 여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채찍이라…… 상대해 본 적이 없는데.’
생소한 무기였기에 우진은 채찍이 감겨 있는 손목에 힘을 주며 밀리지 않게 자세를 낮췄다.
“싫다면?”
“……!!!”
콰직―!!
여자가 채찍을 잡아당겼다.
“큭?!”
생각하지 못한 우진의 힘에 여자는 버티려 안간힘을 썼다.
쿵―!!
그 순간 당겼던 팔을 뻗으며 우진이 앞으로 몸을 날리자, 여자는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 지고 말았다.
탕―!! 탕탕――!!!
총탄이 날아왔지만 우진의 속도를 쫓을 수 없었다.
솨아아악―――!!!!
반대쪽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우진을 노렸다.
촤르륵……!!!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이 있는 힘껏 채찍을 잡아당겼고 그 힘에 여자의 몸이 딸려가 우진의 품에 들어갔다.
우진이 그녀를 방패처럼 앞으로 밀었다.
“이런, 젠장!!”
거친 외침과 함께 날아들던 칼날 바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쿨럭!!”
마법 시전을 갑자기 취소한 반동에 마법사의 괴로운 듯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나오는 게 어때?”
우진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둘을 향해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나타난 두 사람.
우진은 그들을 보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레스?”
우진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드워프를 향해 말했다.
“칸……?! 자네가 왜 여기 있는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를 보며 우진은 순간 연금술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뒤를 캐고 있는 놈 말이다!! 그놈만 아니었어도 에스텐 왕국에서 퀘스트를 끝낼 수 있었는데……!! 젠장……!!”
‘그 드워프가…… 가레스였구나.’
“갑자기 공격해서 미안하네. 우린 자네가 저자를 빼돌린 한패라 오해했네. 그를 부활시키려고 죽이는 줄 알았어.”
“아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얼굴마저 가면으로 가리고 있었으니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놈은 왜……?”
“연금협회인 [플라츠]에서 퀘스트를 발동시켰다네. 불법 연금술에 대한 퀘스트지. 혹시 인간 골렘이라고 들어봤나? 저놈들 패거리가 연성하는 소환수 중 하나인데.”
“아, 네. 압니다. 대수림에서도 하나 있어서 처리했거든요. NPC들의 시체로 만든 괴물이었죠.”
“만약 그걸 플레이어들로 만들었다면 어떨 것 같나?”
“플레이어를 가지고 인간 골렘을요? 플레이어는 죽으면 사당에서 부활하기 때문에 시체가 사라지잖습니까.”
움찔.
그 순간, 우진은 멍한 표정으로 연금술사를 바라봤다.
“시체를 재료로 쓰는 게 아니라면…….”
“맞아. 산 채로 해야지.”
괴물 연구. 그리고 인체 실험…….
그 두 개의 퍼즐이 가레스의 한마디에 이제야 맞아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야.”
꽈악―.
그 순간, 우진은 하얗게 질린 연금술사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이러면 얘기가 다르지. 안 그래?”
당장에라도 썰어버릴 것 같은 눈빛으로 우진은 그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