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7화(117/150)
“자, 잠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그런 얘기를 들어 보긴 했지만…. 나 같은 말단은 상관없는 일이란 말야!!”
연금술사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윗선에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실험들을 한다는 소문이 있긴 해. 하지만 맹세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아, 아아악…!!”
“저자의 말은 맞을 걸세. 워낙에 비밀스러운 조직이라 수뇌부는 흔적도 찾지 못했으니까.”
“플레이어를 죽이지 않고 실험 재료로 사용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러게 말이야. 하다 하다 별별 짓이 다 일어난다니까. 실제로 그 연구로 인해 현실 피해자들이 생긴 모양이야. 뭐, 며칠 전 정부 발표가 있었으니 자네도 봤겠지만 말야.”
가레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이상으로 입원을 하거나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생기다니… 게임을 하러 왔다 병을 얻었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지.”
“그렇…군요.”
정부 발표를 볼 수 있을 리 없는 우진은 가레스의 말에 대충 상황을 유추할 순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에게 외부와의 유일한 소통구라면 게임 내에 있는 게시판, 인게임 커뮤니티뿐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올린 글을 통해서 이따금 바깥의 소식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누군가 알려 주지 않으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삶이었다.
“참, 혹시 못 봤으면 커뮤니티에도 있으니 한번 보게나.”
“…네?”
“누가 발표 영상을 올려 뒀더군. 그 게시물에 댓글로 한창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모양이던데.”
그 순간 우진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그렇지. 커뮤니티에 외부 사이트를 링크할 순 없어도 파일을 올릴 수는 있었지.’
별다른 생각 없이 뱉은 말이었지만 우진에게는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맞아. 생각해 보면 외부 정보를 커뮤니티에 올려 달라고 부탁하면… 마냥 기다릴 필요 없이 현실의 소식을 알 수도 있어.’
더 나아가 소통의 방법이 될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솔로 플레이를 했던 그였지만 이제 그의 주위엔 사람들이 있으니까.
꽈악―
또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서 이번에 대륙 최대의 연금협회인 [플라즈]에서 가상 마약을 만드는 연금술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퀘스트를 내걸었다네.”
퀘스트의 내용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연금술사를 생포하거나 가상 마약, 각종 실험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철컥―
가레스가 연금술사의 목에 뭔가를 채웠다.
“[플라즈]에서 개발한 포획 장치일세. 마도 공학단체인 [헤븐 울티마]와 함께 만든 물건이지.”
지이이이잉―
수갑처럼 생긴 목줄이 채워지자 약한 기계음 같은 것이 들렸다.
“목줄이 채워지면 1시간 동안 로그아웃이 불가능하게 되네.”
“강제로 게임 속에 잡아 둔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네. 전투 상태를 유지할 필요 없으니 편한 물건이지.”
“토른 바흐에서 자경단 놈들이 감옥을 만들어 플레이어를 감금하는 걸 봤습니다. 로그아웃은 가능하지만 캐릭터를 가둬 놔서 게임을 못 하게 만들었죠.”
우진은 그의 말에 오히려 인상을 찡그렸다.
“이건 그 반대의 물건이네요. 로그아웃을 못 하게 해서 게임 속에 가둬 버리다니…. 저놈들을 탓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이런 게 정상으로 보이십니까?”
“물론, 위험한 물건이지. 사실 오감 모두를 쓰는 가상 현실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은가.”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은 가상 현실을 이용했다.
회의를 한다든지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 함께 모인다든지… 가상 현실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그만큼 역기능도 많았다.
“많은 시행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지.”
정부의 발표 이후 [이블 테일]의 본사인 더 페이즈(The Pase)에서도 난리가 났다.
NPC를 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도 논란 속에 있는데 하물며 플레이어가 접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실험이 진행된 것이다.
쏟아지는 클레임과 로비를 가득 채운 기자들.
승승장구하던 더 페이즈의 위기인가 하는 말들도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의 몰매를 맞는 지금 오히려 [이블 테일]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계?’
오히려 사람들의 열광 속에 [이블 테일]은 동시 접속자 수 5억 명이라는 엄청난 기록마저 달성해 버렸다.
“가상 현실 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느니… 세계 각국에서 지금 난리도 아니지.”
가레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아이템은 이번 사건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물건일세. 오직 플라즈가 선별한 플레이어만 받을 수 있지. 아마 이번 사건이 끝나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군.”
“그래도… 이런 식으로 로그아웃까지 강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만들 것 같은데….”
“그래서 더 페이즈에서 기자회견을 했잖은가.”
“…뭐라고 말입니까?”
“게임 안의 문제는 게임 안에서 해결해야 하며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가 한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야말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과감하네요. 이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논란이 있을 결단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은데.”
그 역시 기업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더 페이즈의 결정은 놀라웠다.
“온갖 몰매를 맞고 있지만 이슈는 제대로 됐지. 오히려 사이다 발언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네. 어둠숲에 지금 신규 유저들로 북적거린다는데?”
우진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머리는 비상하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퀘스트를 발동했다는 건 뭡니까?”
“말 그대로일세. [플라즈]에서 현상금을 걸고 퀘스트를 만들었지.”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만드는 게 가능합니까?”
우진은 백작의 방에 들어갔던 것을 떠올렸다.
히든 던전이 발생한 이유 역시 연금술사들 때문이었으니까.
“아니. 그렇진 않아. 현상금을 거는 건 모험가 협회를 통해서 플레이어도 의뢰할 수 있지만 퀘스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그럼…?”
“플라즈의 수장은 NPC거든.”
“…네?”
“적탑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될 걸세. 적탑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속해 있지만 수장인 라탄 그레이는 NPC니까.”
“으흠….”
“진리의 현자라 불리는 라하드가 만든 대륙 연금회가 연금술협회로는 가장 크지만 그곳은 철저하게 NPC들만 있는 곳이거든. 반면에 켄드릭 엘릭이 만든 플라즈는 플레이어도 가입이 가능하지.”
“…켄드릭 엘릭이요?”
우진이 이름을 되묻자 가레스는 그가 무엇을 묻는 것인지 눈치챘다.
“맞아. 어둠숲 던전인 [연금술사의 실험실]의 보스인 시그 엘릭의 동생이지.”
“허…. 그렇군요.”
오랜만에 듣는 시그 엘릭이란 이름에 우진은 감회가 새로웠다.
“이자는 우리가 데리고 가도 되겠나?”
“그러시죠.”
“퀘스트를 완료하고 받게 될 보상의 일부는 자네에게 주겠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애초에 쫓고 계셨던 자들이잖습니까. 나중에 제가 의뢰했던 것에 정보가 있다면 알려 주시면 됩니다.”
사르반딘에 대한 의뢰였다.
“알겠네.”
우진은 가레스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했다.
“김찬. 적탑을 버리고 울드아로 간 거야?”
“그, 그럴 리가! 잠깐… 같이 퀘스트를 한 것뿐이야.”
“자네를 만난 바람에 적탑이 지루하다는 모양이야.”
“제, 제가 언제요!”
김찬은 가레스의 말에 민망한 듯 황급히 손을 저으며 소리쳤다.
“자넬 만나러 토른 바흐에 갔다가 우릴 만난 거거든.”
“그렇습니까?”
우진은 피식 웃으며 김찬을 바라봤다.
“적탑이 지루하면 나오면 그만이지. 토른 바흐에 들렀다고 하니 하는 말인데 그곳에 니센이란 견습 마법사가 있을 거다.”
“견습 마법사…?”
“응. NPC인데 만나 봐. 어쩌면 적탑보다 더 재밌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아무리 그래도 내가 견습 마법사랑 같이할 레벨은 아닌데.”
“너 니센보다 약해.”
“아오…! 말을 해도 꼭…! 저렇ㄱ…우악!”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김찬의 어깨를 밀치며 제인이 우진의 앞에 섰다.
“다음에 꼭 연합에 오세요. 아셨죠?”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그녀가 부담스러운 듯 우진이 가레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조카일세. 현재 연합장이기도 하고.”
“연합장이라면… 설마 월드 퀘스트를 받은?”
“맞네.”
“진짜 진짜 만나 보고 싶었거든요! 흑룡에 대해서 꼭 이야기해 주세요. 아셨죠?”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거운 이야기에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그녀의 호들갑에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러죠. 월드 퀘스트에 대해선 저도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까요.”
그 역시 퀘스트를 진행 중이었으니까.
“자넨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인가?”
“일단은 테칸 완국으로 가서 동료들을 데리고 올 겁니다. 거기에 웨든도 있습니다.”
“오…! 그 친구가 자네와 함께 있는가?”
“네. 발란 가문에서 훈련 중이거든요. 끝나는 대로 대수림으로 이동할 예정이구요.”
“대수림?”
“네.”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
“흐아아압――!!!”
“조금 더!! 연사 이후에 반응 속도가 느리다!! 속도를 올려!!”
슈욱―――!! 슉 슉――!!
화살이 연병장에 세워져 있는 허수아비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빠르게 달리는 와중에도 화살 끝의 흔들림은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평온했다.
콰직―!!!
화살이 박혔다.
콰드드득…!!
그리고 날아간 화살이 박힌 화살 위로 박히자 마치 연필을 깎고 남은 껍질처럼 먼저 박힌 화실이 두 갈래로 동그랗게 말려 갈라졌다.
[루엔이 칭호 – 백발백중을 획득했습니다.]“됐다!!”
루엔이 겹쳐 박힌 화살을 보자 두 팔을 뻗어 방방 뛰며 소리쳤다.
[일주일간의 훈련이 완료되었습니다.] [서브 퀘스트 : 발란 가문 수련을 공략했습니다.] [보상으로 스킬을 획득합니다.]▶ 스킬 : 강궁을 익혔습니다.
▶ 스킬 : 크리티컬 샷을 익혔습니다.
[일정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49 → 50
알림이 끝남과 동시에 루엔의 주위로 새하얀 빛가루가 흩날렸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중앙 대륙으로 갈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더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십시오.]“축하해. 이미 중앙 대륙에 왔지만 말야.”
“…마스터!!”
우진의 목소리에 루엔이 황급히 그를 향해 달려왔다.
“언제 돌아오신 거예요?”
“방금. 오늘이 마지막 훈련 날인 것 같아서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지켜봤어.”
“헤에…. 그럼 보셨어요? 제가 이렇게….”
그녀는 신이 난 듯 빈 활의 시위를 당기며 화살이 꽂힌 허수아비를 가리켰다.
“대단한 실력입니다. 웬만한 기사들도 따라가기 벅찬 훈련을 모두 끝냈거든요. 아마 경험도 많이 쌓였을 겁니다.”
그녀를 가리킨 교관이 우진에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야말로 가르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인사를 마친 교관이 훈련장을 나섰다.
“적기사단은 출전 준비가 잘 되어 있습니까?”
“…네?”
생각지 못한 그의 물음에 교관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물론입니다. 언제든 출전할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대답했다.
“다행입니다.”
아스웰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우진은 더 이상 말을 아꼈다.
‘그가 보고를 원했다면 왕국으로 돌아가는 내게 부탁을 했을 테니까.’
이제는 자신의 손을 떠난 일이었다.
“루엔, 대수림으로 가자.”
“네!!”
전쟁의 화마가 찾아오기 전에.
“전직하러.”
할 일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