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18화(118/150)
“……정말 가시는 겁니까?”
우진의 도착과 동시에 그가 다시 떠난다는 소식에 카르란은 한달음에 그에게 달려왔다.
“혹시 몰라서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챙겼습니다. 가져가세요.”
그가 건넨 주머니 안에는 포션과 해독제, 그리고 음식들이 있었다.
“고마워. 페론이 오면 레아 아주머니께 안내해 줘.”
“알겠습니다.”
“웨든. 너도 페론과 함께 움직이도록 해. 대수림에서의 일이 끝나면 우리는 중앙으로 갈 거야.”
“……중앙 말입니까?”
웨든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의 중심엔 ‘그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궁탑을 공략할 생각이시군요.”
“맞아. 파티원이 좀 더 모이면 좋겠지만…… 일단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저층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지.”
“알겠습니다. 오시기 전까지 저도 근방에서 사냥이라도 하면서 경험치를 쌓고 있을게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목표가 생기자 웨든도 생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카르란.”
“네. 스승님.”
“이제 스승님이란 말은 쓰지 않아도 돼. 너는 충분히 강해졌고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어.”
아쉬워하는 카르란을 바라보며 우진은 말을 이어갔다.
“전투 도중에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 그것만 명심하면 너는 아스웰 경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토른 바흐에서 [의기소침]과 [자기 불신]을 극복한 그였지만 마지막 디버프인 [다혈질]은 아직 고치지 못한 상태였다.
“외삼촌이 주신 검을 잃어버린 게 아쉽지만…… 부족한 건 실력으로 채워보겠습니다.”
‘아쉬워할 거 없어. 그 검을 버린 덕분에 네 진짜 실력을 볼 수 있게 된 거니까.’
아직 진실을 말 할 때는 아니었기에 우진은 하고 싶은 말을 참았다.
‘지온 뮈렌의 정체를 밝힐 날이 오겠지.’
두 번 다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수 없도록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했다.
“카르란.”
“네.”
“아스웰 경이 돌아오시기 전까지 수련을 게을리하지 마라.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정신을 가다듬고 날을 세워두고 있어.”
“하하, 알겠습니다.”
예의로 하는 말이라 여긴 듯 카르란은 우진의 마지막 말에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치지 말고.”
우진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
“오랜만에 둘이네요.”
-셋이거든요!
숲을 가로질러 가는 중 루엔의 말에 세츠나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하하, 미안.”
-퓌이―.
루엔이 입술을 삐쭉 내미는 그녀를 향해 손을 포개며 사과했다.
“다른 사람 없이 저희만 말이죠.”
“그러게. 카르란 덕분에 중앙 대륙에 온 뒤로 여러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니센과 페론, 그리고 에든까지.
생각지 못한 동행에 꽤나 북적거리는 파티였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거야.”
“네. 모두 좋은 분들이시죠.”
루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역시 마스터랑 있는 게 제일 좋네요.”
-저두요!
우진은 두 사람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일단 대수림 중앙에 있는 호수인 크림힐드 호수에 갈 거야.”
우진은 발란 가문에 있는 동안 틈틈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저택 안에 있는 집사들과 함께 모험가 협회에 들러 몇 가지 지도를 사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대수림의 지도였는데 놀라울 정도로 온통 숲밖에 없는 지도에 딱 하나 크림힐드 호수만 표시되어 있었다.
[던전 : 크림힐드]▶ 입장 레벨 : 55~57
▶ 안타리안 연방에 있는 중레벨 필드 던전.
▶ 호수 위에서 일정 시간 동안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버티는 웨이브식 던전.
▶ 몬스터 자체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으나 호수 위에서 싸워야 해서 중심을 잡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물에 빠지는 순간 특수한 힘에 의해 호수 밖으로 강제 추방된다.
그리고 지도에서 확인한 크림힐드에 대해 인 게임 커뮤니티에서 검색한 결과였다.
누군가 올려놓은 던전 정보의 마지막 문장.
‘특수한 힘에 의해 호수 밖으로 추방된다.’
우진은 그것을 본 순간 정령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림힐드 호수? 미안하네만 배를 주는 건 곤란하네. 지금은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걸세.”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생겼다.
“어째서죠?”
“이상한 일이 벌어졌거든. 내가 호수의 뱃사공으로 지낸 지 40년 일세. 내 평생 단 한 번도 호수에 파도가 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거든?”
호수 앞 나루터.
유일하게 던전으로 들어가는 수단인 배를 빌려주는 뱃사공이 호수 중앙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저기 보시게. 저게 호수로 보이시오?”
그의 말처럼 마치 욕조의 물이 빠지듯 호수 중앙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 때문에 호수에는 바다처럼 거센 파도가 요동치고 있었고 말이다.
“저 안으로 간다는 건 그야말로 자살 행위지.”
“으음…….”
우진은 호수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이상 현상이라니…….’
“이게 다 그 연금술사들 때문일세.”
“연금술사라면…….”
“저기 에스텐 쪽 숲에서 이상한 연구를 하던 자들이 있었다네.”
우진은 또 그놈들인가 싶은 생각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자들이 온갖 것들을 호수에 다 갖다 버렸지. 그러니 호수가 노하지 않겠는가.”
뱃사공 노인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것 보게나. 배를 몰기는커녕 들어가는 것도 무리야. 호숫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평상시였다면 그의 말을 따랐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할까.’
하지만 우진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방법이 전혀 없겠습니까?”
“글쎄. 호수가 오염되어 화를 내는 것이니 진정시키려면 역시 호수석을 정화하는 방법밖엔…….”
“호수석이요?”
“그렇다네. 호수 맨 아래에 있는 비석이야. 지금까지 뱃사공들이 공물을 바치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비석을 관리해 왔지만…….”
그는 호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태라면 나도 들어갈 자신이 없군. 호수에 잡아먹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호수 안에 마물들이 산다고 하던데…… 물 안으로 어찌 들어가셨습니까?”
“아, 그건 걱정 말게. 이걸 쓰면 되니까.”
뱃사공은 목에 걸려 있는 작은 펜던트를 보여 주었다.
“해마석으로 만든 것일세.”
이름 : 해마석 목걸이
등급 : D
설명 : 크림힐드 호수의 마물들이 싫어하는 해마석이 세공된 목걸이. 착용자의 주위로 마물들이 접근하지 못한다.
“혹시 제게 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걸? 설마…… 저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인 겐가? 예끼, 젊은 양반이!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숙련된 뱃사공도 아래까지 가는 데 수년을 연습해야 하네!”
그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호수 밑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아는가? 그것도 그나마 호수가 잠잠할 때나 가능한 일이지. 지금처럼 요동치는 날엔…… 물에 빠져 죽기 십상이야.”
“걱정 마십시오. 적어도 빠져 죽진 않을 테니까요.”
“어어?”
우진은 뱃사공을 향해 묘한 웃음을 지었다.
[해마석 목걸이를 착용하였습니다.]▶ 착용하면 크림힐드 호수 속 몬스터들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지 않습니다.
▶ 위협도가 매우 높은 상태의 마물에겐 효과가 없습니다.
[사파이어 목걸이를 해제하였습니다.]▶ 냉기 저항이 50% 감소합니다.
사파이어 목걸이를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뱃사공에게서 받은 해마석 목걸이를 착용한 우진은 호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나는 잘못이 없네.”
목걸이를 건네준 뱃사공은 우진에게 받은 돈을 주머니 안에 넣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만약 호수 바닥에 도착하면…… 이걸 호수석 앞에 두게. 호수의 주인에게 바치는 공물이니까.”
그는 주먹밥처럼 쌀알을 뭉친 밥덩이를 그에게 주었다.
“호수의 주인이요?”
“뭐, 뱃사공에게만 전해지는 전설일 뿐이네만 호수 바닥에 주인이 잠들어 있다고 하거든.”
“으흠―. 주인의 정체가 뭐랍니까?”
“그걸 알면 전설이 아니지.”
우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는 뱃사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던전의 보스려나.
그의 말로 봤을 때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략엔 그냥 몬스터 웨이브 5번이 끝이었는데.’
딱히 보스를 공략하는 던전이 아닌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빨리 클리어할수록 보상이 높아지는 타임 어택 형식.
‘뭔가 더 있는 건가?’
평상시와는 다른 호수의 모습.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물 위가 아닌 물속으로 들어 간 플레이어는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백작의 방처럼 플레이어의 영향으로 생겨난 히든 던전일지도 모르지.’
연금술사들이 쓸고 지나간 뒤부터 생겼다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우진은 공물을 받았다.
“루엔, 호수가 잠잠해지면 배를 띄우도록 해. 중앙으로 올라갈 테니 그곳에서 만나자.”
“네. 알겠어요.”
-제가 최대한 아래까지 옮겨 드릴게요.
세츠나가 우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안개 걸음을 사용합니다.]그 순간, 우진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며 사라졌다.
-……별일 없으시겠죠?
“그럼. 너무 걱정 마. 비석 앞에 공물을 바치고 오는 것뿐인 걸.
루엔은 우진이 걱정스러워 오들오들 떠는 세츠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툭…… 투툭…….
먹구름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던전 : 크림힐드를 발견했습니다.]▶ 필드 던전 영역 밖입니다.
▶ 수면 위로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 수면 위로 올라가게 되면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특성 : 모험가가 발동됩니다.]‘다행이네. 물속에서까지 몬스터를 상대하려면 까다로웠을 텐데.’
우진은 알림을 확인하며 물 아래로 헤엄쳐 내려가기 시작했다.
숨이 차오를 때쯤,
[특성 : 해왕의 축복이 발동됩니다.]▶ 해상전에서 모든 능력치가 1.5배 상승한다.
▶ 해상전에서 사냥 시 10%의 추가 경험치를 얻는다.
▶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게 해준다.
우진이 결국 숨을 토해냈다.
입 안에서 공기방울들이 뿜어져 나왔고 익숙치 않은 상황에 그는 본능적으로 목을 감쌌다.
“웁웁―.”
물속에서 숨을 쉰다는 게 머리로 알고 있어도 생각보다 쉽게 되지 않았다.
스읍―.
눈을 질끈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코 안으로 물이 들어갈 것 같다는 걱정과 달리, 숨은 고르게 쉬어졌다.
“휴―.”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지레 버둥거린 자신이 민망했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좀 더 속도를 내볼까.’
더욱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자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호수석을 발견했습니다.]흙탕물 속에 있는 것처럼 눈앞이 깜깜한 상태에서 우진은 간신히 호수 아래, 비석처럼 세워진 호수석을 발견했다.
[호수의 주인에게 바칠 공물를 내려놓으세요.]우진은 어떻게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알림이 알려주는 대로 뱃사공에게서 받은 공물을 비석 아래 내려놓았다.
‘혹시 되려나……?’
동시에 공물과 함께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건 [순례자의 십자가]였다.
[순례자의 십자가를 사용합니다.]▶ 저주 해제가 발동됩니다.
▶ 정화가 발동됩니다.
십자가에서 빛이 흘러나와 비석을 감쌌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정화 단계보다 상위의 독성입니다.] [정화에 실패했습니다.]치이이이익……!!!
오히려 정화의 빛이 닿은 호수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우진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호수석의 오염도가 더욱 짙어집니다.]쿠그그그그그…….
갑자기 지면이 떨리며 여기저기 금이 간 바닥에서 공기 방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
우진은 본능적으로 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크륵―?]그때였다.
검은 연기 뒤로 보이는 거대한 눈동자.
‘……어.’
그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꺾자,
[크륵―.]눈동자가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
그가 왼쪽으로 고개를 꺾자,
[크르륵―.]눈동자가 왼쪽으로 이동했다.
다시 고개를 제자리로 돌리고 우진은 한동안 그 눈동자를 바라봤다.
꿀꺽.
목젖이 떨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정적을 깨고.
[크아아아아아――――!!!!]거대한 눈동자가 포효와 함께 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젠장!!!’
우진은 황급히 헤엄치기 시작했다.
거대한 눈 아래엔 생긴 날카로운 입이 있었다.
녀석의 입이 딱딱! 거리는 소리를 내며 우진을 향해 짓쳐들어왔다.
부글부글……!!
먹이를 쫓는 새처럼 놈이 기다란 목을 빼며 점차 우진과의 거리를 좁혀가기 시작했다.
솨아아악……!!
엄청난 속도였다.
쾅―!! 콰쾅――!!!
“크윽!!”
우진이 검을 들어 녀석의 입을 막았다.
무슨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우진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쿨럭!!”
수십 개의 공기방울들이 그의 입에서 뿜어져 위로 올라갔다.
붉은 핏물이 섞여 있었다.
[크르르르―.]놈의 목이 다시 등껍데기 안으로 들어갔다.
“……호수의 주인이 네놈이었나.”
우진은 입술을 닦았다.
물속이라 핏물은 그대로 흩어졌다.
청귀(靑龜) 켈두안.
거대한 거북이의 형태를 한 녀석은 원시성령이라 일컫는 7대 영물 중 하나였다.
“단단히 화가 난 건 알겠는데…… 호수를 이렇게 만든 건 내가 아니거든?”
우진은 자신을 노려보는 녀석을 향해 말했다.
[캬아아아아악―――!!!!]아무래도 대화는 불가능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