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2화(12/150)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9 → 20
“후우…….”
우진은 피곤한 듯 나무에 기대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면 최소 조건은 되겠어.”
이름 : 칸
직업 : 전사
레벨 : 20
종합 포인트 : 310
잔여 포인트 : 0
특성 : 모험가, 고독함, 용살, 불굴, 신속, 기척
칭호 : [신속의 사냥꾼]
전문화 : 혼각술 (1/1)
각인 : 불완전한 사르반딘의 정수
그는 하루 동안 사냥해서 얻은 포인트를 배분하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크 성채의 평균 레벨은 25지만 장비 지원이 좋은 대규모 길드들에선 20레벨도 사냥하러 오니까…….’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인스턴스 던전이었던 고블린의 둥지와 달리 성채는 오픈 던전이라 다른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25레벨대에서 간파 스킬을 가진 사람은 없겠지만…… 10대 클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니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사냥이야 최대한 몸을 사리면 될 일이지만 레벨 같은 것은 감출 수 없으니까.
‘그나저나 경험치 추가 특성이 두 개나 있어서 그런지 속도가 엄청나네. 인 게임 시간으로 하루도 안 돼서 4업이라니.’
모험가 특성과 고독함 특성.
새로운 지역에서 얻는 15%와 솔로 플레이 시 얻는 10%의 추가 경험치를 직접 체감하니 엄청나단 말로도 부족했다.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19에서 20으로 넘어가는 데 고작 2시간.
20레벨부터 30, 40, 50 이런 식으로 10단위로 끝날 때마다 경험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19에서 20으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경험치가 20에서 21로 넘어가는 경험치보다 오히려 많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경이로운 속도였다.
“슬슬 보이는구나.”
숲의 외곽에서부터 사냥을 하며 안쪽으로 들어온 우진은 이제 도시와 이어진 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와…….”
우진은 눈앞에 펼쳐진 파르타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높게 세워진 성곽.
영화 속에서나 봤던 해자와 커다란 성문 다리.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모레티가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걸 보니 거긴 촌동네였군.”
성문을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광장은 모레티의 3배가 넘는 것 같았다.
“그럼, 어둠숲에 유일한 도시인걸. 촌장이 있는 마을과 달리 이곳은 파론 자작께서 다스리는 곳이니까. 비교할 게 아니지. 파르타는 처음인가 보지?”
성문 안쪽에 보초를 서 던 경비병이 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비병이 손을 내밀었다.
“신분증을 보여주겠나?”
우진은 모험가 조합에서 받은 징표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9등급? 모레티에서 바로 온 겐가?”
“네.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아닐세. 그냥 요 근래 9등급 모험가들이 파르타에 많이 보여서 말이야.”
경비병이 웃으며 징표를 돌려면서 대답했다.
“예전에는 모험가들이 모레티에서 팔렌시아를 거쳐서 파르타로 왔었거든. 그래서 대부분 이곳에 오는 모험가들은 8등급이었다네.”
정석 루트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커뮤니티에 팔렌시아의 퀘스트보다 그냥 사냥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그 후 팔렌시아는 사실상 버려진 마을이 돼버렸다.
‘요 근래?’
문제 될 일은 아니었지만 우진은 경비병의 말이 묘하게 남았다.
[이블 테일]은 여전히 꾸준하게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고 있긴 하지만, 이미 서비스가 된 지 5년이 지난 게임이다.‘팔레시아를 건너뛰는 공략은 이미 3년 전에 나온 거라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닌데…….’
어째서 경비병은 그렇게 말한 걸까.
순간 우진의 날카로운 촉이 뭔가가 있음을 잡아냈다.
“최근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별일은 아닐세. 혹시 자네도 [창세단] 출신인가?”
“……창세단?”
“한 달 전 쯤부터 파르타로 갑자기 모험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거든. 듣자 하니 모두 [창세단] 출신이라고 해서 말일세.”
“아아…… 그렇군요. 전 아닙니다.”
“그렇군. 딱히 뭐라 하는 말은 아니야. 새로운 모험가들이 오면 도시엔 좋은 일이지.”
‘창세단…….’
경비병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우진은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뭔가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10대 클랜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부쩍 덩치를 키우고 있는 클랜이었다.
우진 역시 커뮤니티에 종종 그 이름이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대부분이 길드원 모집하는 글이었던 것 같은데…….’
스팸 광고처럼 복붙으로 커뮤니티 게시판에 도배하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럼, 즐거운 모험 되시게나.”
경비병의 인사와 함께 우진은 도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와!! 여기가 파르타인가?”
“사람 허벌나게 많네!”
“캬…… 쪼렙 지역이 이 정도면 중앙 대륙은 장난 아니겠는데?”
“빨리 사냥해서 우리도 넘어가자고!”
도시 안 광장으로 걸어오자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들렸다.
광장 사이드에 있는 가게마다 둘러앉아 소란을 피우는 자들의 가슴 편엔 하나같이 같은 인장이 있었다.
둥근 해와 그 아래 한 쌍의 날개 문양.
‘창세단이군.’
하는 꼴을 보니 최대한 엮이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기다려 봐. 내일부터 간부들이 와서 성채를 점유한다고 했으니까. 그동안 단단히 놀아두라고 하셨어.”
“진짜 이렇게 놀아도 되나?”
“그럼, 앞으로 일주일 동안 성채에서 짱박혀 사냥하니까 각오하라던데?”
“캬, 달다. 달아. 장비도 지원해 주고 사냥터까지 독점이라니! 진짜 가입하길 잘했다니까.”
“크큭, 그럼, 그럼!”
“자자, 어서 마시자고! 내일부터 빡세게 돌아야 하니까!!”
그들은 신이 난 듯 술잔을 들썩이며 웃어젖혔다.
“…….”
우진은 그런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채를 점유한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지.
‘진짜인가? 옛날에야 던전이나 사냥터를 세력이 소유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했지만…….’
그래서 당시에는 사냥터와 관련된 분쟁들이 많았다고 한다.
다들 빠르게 사냥해서 미궁탑이 있는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래 봤자 오픈 초기의 일이었지만.
5년이나 흐른 지금, 10대 클랜이 구축되면서 초심자 지역의 사냥터 독점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커뮤니티에선 3년 전 [불새단]을 시작으로 10대 클랜 중 6곳이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고 하던데…….’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긴 하지. 사냥터 독점은 그놈들이 하던 짓이었으면서.’
마치 공정한 사냥을 위한 대의를 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냉정한 우진의 눈엔 그저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눈속임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이런 짓을 다시 벌이다니.’
누가 뭐라 해도 10대 클랜은 현재 [이블 테일]의 지배자들이었다.
‘자신들이 정한 규율을 반하는 짓을 벌였다?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놈들은 10대 클랜이 무섭지 않은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세력을 키우고 있다 해도 [창세단]은 결국 아직 생긴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생 클랜에 불과하다.
도대체 뭘 믿고?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녀석들이 내일 성채를 점유할 거라는 것이다.
‘저 녀석들의 말이 사실이면 내일부터 성채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
우진은 해가 지며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봤다.
‘시간이 많지 않아.’
기회는 오늘 밤.
서둘러야 한다.
* * *
[자정이 되었습니다.] [마물들의 힘이 강해집니다.] [마물들이 주는 경험치가 소폭 상승합니다.]밤이 되어도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소란스러웠지만 도시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타닥……! 타다다닥……!
자정이 되면 들려오는 알림과 함께, 우진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앙―!! 카가강――!!!
콰그그극――!!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성채 안은 사냥하는 사람들로 소란스러웠다.
[취륵…… 취르륵…….]오크의 거친 숨소리와 병장기와 마법이 뒤엉킨 소음은 확실히 고블린이나 회색늑대에게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사냥이 아닌 전투.
그 말이 아마도 딱 맞을 것이다.
‘다행이네. 이 정도면 눈에 띄진 않겠어.’
우진은 도시에서 산 후드가 달린 망토를 머리에 쓰며 성채 안쪽으로 움직였다.
곳곳이 사냥을 하는 파티들로 붐벼 오히려 오크의 숫자가 부족할 정도였다.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사냥감을 빼앗길 판이었으니 사람들은 우진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나저나 창세단 녀석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 내쫓겠다는 말인데. 10대 클랜은 차치하더라도 반발이 장난 아닐 것 같은데.’
간부라는 자들이 온다는 걸 봐서는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최소 50레벨 이상.
확실히 초심자 지역의 사람들에 비하면 고레벨 플레이어지만…….
‘애초에 사람들을 내쫓는 게 가능한가?’
초심자 지역은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되어 있다.
물론 그걸 악이용해서 팔다리를 부러뜨려 놓고 사냥을 방해 하는 더러운 수법도 있긴 하지만, 그런 악행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자 호출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뭐, 그건 그 녀석들 문제고…….’
당장 중요한 건 카히라를 찾는 것이다.
잡화점 주인의 말로는 그녀가 붉은 눈의 오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출현 조건도 알 수 없는 히든 몬스터.
‘붉은 눈의 오크를 찾는 이유가 새로운 균열을 발견하기 위함이랬으니까…….’
단서를 조합해 봤을 때 역시 결론은 하나였다.
히든 스팟(Hidden Spot).
‘성채 안에 숨겨진 던전.’
그곳에 카히라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디서부터 찾을까.”
우진은 주머니 안에서 지도를 꺼냈다.
성채로 출발하기 전 파르타의 잡화점에서 구입한 성채의 지도였다.
[지도 : 오크 성채를 등록하시겠습니까?]인원수의 제한이 있는 인스턴스 던전과 모든 플레이어들이 한 곳에 모여 사냥하는 오픈 던전인 오크 성채는 지도가 존재했다.
[수락] 버튼을 누르자 지도가 사라지며 그의 시야에 작은 홀로그램이 겹쳐졌다. [지도 : 오크 성채가 활성화됩니다.]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자동적으로 활성화가 종료 됩니다.]“오…….”
마치 미니맵처럼 그의 시야 한편에 생성된 지도를 보며 우진은 신기한 듯 낮은 탄성을 터뜨렸다.
시선을 움직이자 지도의 위치가 그의 눈에 맞게 움직였고, 손가락으로 지도를 펼치자 확대와 축소가 되며 성채의 세부적인 모습들이 나타났다.
‘성채는 던전이라기보단 필드에 존재하는 거대한 건축물이야.’
그리고 그런 건물에 숨겨진 장소가 있을 만한 곳은…….
‘열리지 않는 성채의 문.’
우진은 커뮤니티에서 찾은 성채의 이질적인 장소들이 있는 곳을 지도에 표시하기 시작했다.
‘벽으로 둘러싸인 막다른 길.’
그리고…….
‘부서진 성채의 누각.’
그는 조용히 지도를 살폈다.
‘붉은 눈의 오크를 봤다는 글의 방법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하지만, 올라온 글들 속에서도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사냥을 하거나, 오크를 피하다 놈을 만났다고 했으니…….’
첫 번째는, 사냥이 등장 조건은 아니지만 오크들이 있는 곳에 놈이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붉은 눈이 출몰한 건 모두 새벽.’
두 번째는 시간이었다.
단 두 가지의 정보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히든 스팟이 어디인지 우진은 유추할 수 있었다.
‘열리지 않는 성채의 문과 벽으로 둘러싸인 막다른 길에는 오크가 소환되지 않는다.’
사냥을 하다 붉은 눈의 오크를 봤다는 글은 결국 이 두 곳이 놈의 출몰지가 아니라는 의미니까.
‘남은 곳은 하나.’
부서진 성채의 누각.
우진은 고개를 들어 성채의 성벽 위에 세워진 뼈대만 남은 누각을 바라봤다.
“저기다.”
시간은 밤을 지나 새벽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