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2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20화(120/150)
“김하준.”
“네!”
“잘 쉬었냐. 너 없는 동안 게임이 아주 난리도 아니었는데.”
“아, 네…… 봤습니다.”
“어디서?”
“그게…… 게임 스테이션에서…….”
하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고준철의 물음에 대답했다.
“으이구, 관리자란 녀석이 게임 돌아가는 얘기를 방송에서 듣고 말이야. 참 잘 하는 짓이다.”
“……죄송합니다.”
“농담이야. 너, 사직서 들고 본사에 갔다며?”
“네?”
뜨끔―.
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자식아. 요즘 누가 회사 때려치우려고 본사까지 찾아가냐?”
고준철의 말에 하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팀장에게 먼저 얘기도 안 하고. 게다가 전산 시스템 버젓이 놔두고 사직서? 아주 엿 먹이는 거지?”
“아, 아닙니다!! 그게…… 제가 원래 한 이사님하고 옛날부터 알고…….”
“한 이사 만났다.”
“……네?”
“널 잘 써보라더라.”
생각지 못한 그의 말에 하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솔직히 너를 한 이사가 관리팀으로 꽂았다는 얘기를 듣고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게 사실이야.”
듣도 보도 못한 낙하산.
개발팀에 있다가 무슨 사고라도 쳐서 관리팀으로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던 그였다.
“멋대로 장비를 훔쳐보다 버그 픽스나 내고…… 아 이거 완전 고문관이 왔구나 했지.”
“하하…….”
“그런데 너뿐이었어.”
“……?”
“네가 있기 전에도 칸을 감시하던 관리자는 있었어. 네가 쉬는 동안에도 관리팀의 다른 직원들이 칸을 주시했었지.”
고준철은 하준을 바라봤다.
“칸의 플레이를 본 다른 사람들 반응은 한결같이 대단하다는 것뿐이었어. 그런데 넌?”
“…….”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레전드 클래스인 용 군주.
환요의 주인.
그리고 시민들을 대피하고 홀로 흑룡에 맞서기까지.
그의 행보는 지켜보는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매스컴에서까지 그를 영웅이다 뭐다 하며 띄워주니 심지어 관리팀에서까지 칸의 팬이 생길 정도거든?”
그런데 하준은 달랐다.
그 대단한 플레이를 보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이사를 찾아간 거지? 관리자 그만두고 직접 게임하겠다고.”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게임이었다면 직원이 게임하는 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지. 하지만 이건 이블 테일이야.”
아이템 하나에 수백, 수천이 아닌 수억대까지 거래되고 있는 [이블 테일]은 게임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개발팀이 알고 있는 히든 피스들…… 하나하나가 엄청난 가치를 가지는 것들일 테니까.”
“……비밀 유지 서약을 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허술해요. 솔직히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개발팀만 아는 정보들도 있으니까. 그것들이 유출된다 한들 아무도 모를걸요.”
“너는 알잖아.”
“……네?”
“그래서 나는 네가 회사에 있어줬음 해.”
드세 보이기만 했던 고준철의 부탁에 하준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솔직히 말해…… 쉽지 않습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2, 3번째 시나리오에서 발생해야 할 일들을 앞서 하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엘프의 여왕, 환요, 그리고 용 군주…….
모든 것이 사실상 2, 3번째 시나리오가 시작되면서나 일어날 일들이었다.
“2, 3번째 시나리오는 개발팀이 아닌 [에단]이 만들었습니다. 시스템상 뭐가 문제가 되는지 저희가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거죠.”
지금껏 [에단]은 칸의 플레이에 아무런 이의 제기도 하지 않았다.
단순히 이스터 에그일 뿐이다.
게임 내 데이터에 적용되어 있는 걸 운 좋게 찾았을 뿐이다.
[에단]의 결정이 그러하자 관리팀과 개발팀은 결국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꽈악―.
고준철은 하준의 어깨를 잡았다.
“맞아. 마치 혼자 미래를 플레이하는 것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아야 될 일들을 하고 있잖아.”
그렇기에 믿을 수 없는 플레이가 가능했던 거고.
“하지만 우리에게도 방법은 있어.”
“……방법이라면…….”
“내가 알기로 아직도 이블 테일은 첫 번째 시나리오의 절반도 풀리지 않았다고 하던데. 맞아?”
하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남은 절반의 정보.”
그게 그들의 무기가 될 것이다.
“칸이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시스템상에서 모두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에단이 그의 플레이를 허가하고 있다는 점이니까요. 하지만 에단이 관리자로 등록된 우리까지 허가해 줄 리가…….”
하지만 의미심장한 고준철과 달리, 하준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네 말이 맞아. 가장 중요한 건 에단을 설득시키는 것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우린 안팎으로 칸을 조사할 거야.”
“안팎이요?”
“너는 남아 있는 첫 번째 시나리오의 정보를 토대로 그의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추적해. 분명 언젠가는 특이점이 발견될 거야.”
고준철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게임 밖에서 그의 비정상적인 요소를 찾을 거야.”
“게임 밖이라면…….”
“처음에 로그아웃 문제로 그가 소란을 일으켰었다는 거 알지?”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로그아웃이 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을 땐, 결국 그냥 관심받으려는 관종이었나 보다 생각했어. 그다음엔 버그 픽스로 인해 강제 종료되기도 했고 말이야.”
고준철은 자신의 책상의 모니터를 돌렸다.
“그런데 그다음 로그아웃 흔적이 없어.”
“예?”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사람이 한 달 내내 쉬지도 않고 게임에 접속하는 게 가능해?”
꿀꺽.
생각지 못한 고준철의 지적에 하준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칸이…… 인간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모르지. 아직 우리가 확보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 다만 이상한 것투성이지.”
블랙아웃으로 인해 주민번호, 집 주소 등등 그와 관련된 정보 역시 없는 상태.
게다가 그가 자신을 알 거라고 말한 지인과 관계자들 모두 직접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김우진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 자기를 알 거라고 말하는 사람 모두가 모른다고 할 수 있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오싹―.
그런 생각을 하자 하준은 소름이 돋는 듯했다.
“보안팀에 연락해서 캡슐 접속 IP를 추적해 달라고 요청했었는데 개인 정보는 에단이 관리한다고 거절당했어. IP만 잡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그가 진짜 실체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경찰에 의뢰하는 건 어떻습니까?”
“글쎄. 괜히 언론에 몰매만 맞을걸. 게다가 우리 쪽 보안팀의 실력은 너도 알잖아. 그들이 뚫을 수 없는 일을 과연…… 경찰이 가능할까?”
자율 인공 지능.
인류의 진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시스템의 가장 위대하고 무서운 점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진화한다는 점이었다.
“그럼…… 에단의 보안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건가요?”
“……한 명 있었지.”
고준철은 모래를 씹은 것처럼 까끌까끌한 입맛에 쯧― 하고 혀를 찼다.
“최소율 박사.”
인공지능 [에단]의 개발자이자 고준철의 아내.
하지만 그녀는 이제 없다.
“한 이사에게 말해서 특별 권한 요청을 해달라고 했어. 나는 그 권한을 네게 위임할 생각이야.”
“특별 권한 요청……!”
“응. 너도 알다시피 특별 권한을 부여받으면 보고 형태가 아니라 직접 [에단]에 접속하고 더 나아가 대화까지 나눌 수 있어.”
그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이상하게 에단이 칸의 행동들을 모두 허가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커. 마치, 그를 밀어주는 것처럼 말이지.”
이유가 뭘까.
두 사람의 머릿속엔 한 가지 가설이 자리 잡았다.
칸이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칸이 에단이 만들어낸 존재라면 에단은 쉽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거야. 에단이 감출 수 없도록 우리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조사해야 해.”
바둑을 두듯이.
한 수, 한 수를 신중하게.
“알겠습니다.”
꽈악―.
하준은 마음을 다지듯 주먹을 쥐었다.
***
[축하합니다.] [8번째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음 웨이브까지 앞으로 3분 남았습니다.]“헉…… 헉…….”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기분에 우진은 뒤로 벌러덩 대(大)자로 누웠다.
비릿한 마물의 핏물이 섞인 물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후우…… 커뮤니티에서는…… 웨이브가 5번밖에 없다고 하던데…… 후우…… 왜 10번이냐고…….”
우진은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다음에 마을에 가면…… 장비를 좀 바꿔야겠다.”
8번째 웨이브에서 소환된 피라냐들 때문에 우진의 갑옷 상태는 엉망이었다.
피라냐들의 이빨이 그의 가죽 갑옷을 너무나도 쉽게 뚫어버렸기 때문.
그가 입고 있는 [마력이 담긴 고대 가죽 갑옷]은 C등급으로 옵션도 좋아 지금까지 잘 써왔지만, 아무래도 고레벨 던전의 마물을 상대해 보니 확실히 성능의 부족함이 느껴졌다.
“끄응……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이제 남은 웨이브는 2개뿐.
포션도 그럭저럭 남아 있고 특별히 부러지거나 잘린 곳도 없다.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상태다.
“벨 수 없는 것만 아니면 뭐든 상관없지.”
[오염된 위습이 등장합니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소환된 몬스터를 모두 처치하시기 바랍니다.]▶ 제한 시간 5분
▶ 남은 몬스터 웨이브 횟수 : 9/10
“아.”
우진의 주위로 반딧불처럼 생긴 크고 작은 빛들이 셀 수도 없이 나타났다.
치직…… 치지직…….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반짝거리던 빛들이 서로 뭉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커져 주먹만 해졌지만 여전히 수백 개가 넘는 엄청난 수였다.
정령의 일종이라 알려진 위습.
형체가 없고 영혼에 가까운 녀석들이었다.
“입이 방정이지.”
우진은 인상을 찡그리며 검을 잡았다.
콰그그그그극―――!!!
위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격에 우진이 몸을 옆으로 날렸다.
콰강――!!
콰가가강―――!!!
녀석이 쏘아낸 빛이 켈두안의 위장 벽에 닿자 시커먼 연기와 함께 벽이 녹아내렸다.
[쿠우우우우우우우―――!!!}고통스러운 듯 켈두안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우진의 발아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솨아아악……!!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그와 달리, 공중에 떠 있는 위습들은 우진을 향해 돌진했다.
스캉―!!!!
성게처럼 날카로운 가시를 뿜어낸 위습이 우진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화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우진은 몸을 돌리며 위습을 향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퍼억―――!!!
그때였다.
놀랍게도 그의 검에 닿은 위습이 그대로 풍선 터지듯 터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엇?”
공격을 한 우진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영혼 베기를 사용했습니다.]▶ 영혼 계열 몬스터가 무기에 닿을 시 자동적으로 발동합니다.
그 순간 표시된 알림.
‘맞아. 검은 안개에서 얻었던 스킬이 있었지.’
스킬 : 원령 베기
▶ 영혼 계열의 몬스터에게 사용하면 영혼을 벨 수 있다.
영혼을 정화시키는 건지 소멸시키는 건지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서 처음에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영혼 계열의 몬스터를 만날 일이 없어 잠시 잊고 있었던 터였는데,
“그래, 정화보다는 소멸이지.”
퍼억――!!!
우진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위습들을 거침없이 부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