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2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22화(122/150)
“어…… 어떻게 여기에 너희가 있는 거야?”
우진은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황당함과 기쁨에 소리쳤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어요. 퀘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츠나가 나타났어요.”
“퀘스트?”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NPC가 퀘스트를……?’
플레이어가 수락한 퀘스트를 함께하는 경우는 있지만 NPC가 직접 퀘스트를 받았다는 말은 처음 듣는 일이었다.
“퀘스트라니…… 나 없는 동안 너희 도대체 뭘 한 거야?”
차르륵……!!
그 순간 루엔이 양팔을 좌우로 뻗자 그녀의 전신을 감싸며 투명한 물방울들이 일었다.
[물의 중급 정령을 소환합니다.]마치 로마의 병사처럼 투구를 쓰고 커다란 방패와 창을 든 정령 2마리가 그녀의 어깨 위로 나타났다.
크기는 세츠나보다 조금 더 큰 정도.
언뜻 보면 장난감 병정처럼 귀엽게 보였지만,
솨아아악――――!!!!
방패 안으로 고개를 밀어 넣고서 창을 앞으로 세운 정령들이 엄청난 속도로 골렘을 향해 날아갔다.
퍼억―――!!!
탄환처럼 정령들이 골렘의 몸을 꿰뚫었다.
[아파……! 아파……!!!] [살려줘요!! 엄마……! 보고…… 싶……!!]“……큭.”
골렘들이 울어대기 시작하자 우진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머리를 잡으며 비틀거렸다.
[세츠나가 당신에게 영혼 수호를 사용합니다.]기도를 하듯 그녀가 두 손을 마주 잡자 우진의 머리 위로 알록달록한 빛 가루가 흩날렸다.
▶ 정신 방벽이 생성됩니다.
▶ 일정 시간 동안 정신 공격을 막아줍니다.
지끈거리던 머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워지자 우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세츠나를 바라봤다.
-23레벨이에요!
우진의 시선을 알아차린 그녀가 손가락으로 V를 만들며 씨익 웃었다.
“23레벨……? 너 언제 그렇게 레벨을…….”
그러고 보니 처음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그녀의 모습도 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없던 꽃잎 장식이 생겨나 있었다.
-대정령께서 주신 선물이에요. 엄청 오래된 물건을 많이 가지고 계시더라구요!
“정령?”
우진으로서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가서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이 녀석들부터 처리하자구요!!
지친 우진과 달리 씩씩한 세츠나는 팔을 걷어붙이고서 신이 난 듯 외쳤다.
퍼억―!!!
그 순간 루엔이 쏜 화살이 골렘의 머리를 꿰뚫었다.
풍선 터지듯 머리가 터진 녀석은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쿠으으으으으……!!]마지막 남은 골렘이 포효를 터뜨리며 우진을 향해 돌진했다.
[환영 탄막을 사용합니다.]세츠나가 뻗은 손 앞으로 수십 개의 탄막이 골렘을 향해 쏘아졌다.
퍽―! 퍽―!!
퍼버버버버벅―――!!!
탄막에 처맞은 골렘의 몸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크아아아아……!!]하지만 그것으로는 놈을 쓰러뜨리기엔 역부족인 듯, 골렘은 마치 황소처럼 푸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흔들며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스터……!!”
그 모습에 루엔이 황급히 활을 당겼다.
[강궁을 사용합니다.]▶ 명중률이 떨어지는 대신 최소 대미지가 증가합니다.
꽈드드득……!!
시위를 당긴 그녀의 팔에 힘줄이 도드라졌다.
[칭호 : 백발백중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하루 1회에 한해 사용한 공격 스킬이 무조건 적중한다.
파앙―――!!
시위에서 뿜어져 나온 화살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갔다.
퍽―!!
루엔의 화살이 골렘의 뒤통수를 뚫고 날아가 켈두안의 위벽에 박혔다.
푸욱―!! 푹푹――!!
동시에 물의 정령들이 골렘의 양다리를 찔렀고,
[크…… 크륵…….]마지막으로 우진의 검이 다리를 쓰지 못해 바닥에 쓰러진 골렘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축하합니다.] [10번째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모든 웨이브를 통과했습니다.] [던전 : 크림힐드를 공략했습니다.] [특수 조건 : 청귀의 배 속이 추가되었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 호수 아래에서] [실패작들이 모두 소멸됩니다.] [켈두안의 오염이 정화되기 시작합니다.] [엄…… 마…….] [가고…… 싶…….]파스슥―.
골렘들이 검은 연기와 함께 재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질리게 하는군…….’
우진은 지친 기색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사라져 가는 놈들을 바라봤다.
[켈두안이 오염으로부터 벗어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 호수 정화]▶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쿠우우우우우……!!]뱃고동 소리 같은 울림과 함께 식도를 타고 쏟아지는 물에 우진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켈두안이 오염된 것들을 게워내기 시작합니다.]“조, 조심……!!”
솨아아악――――!!!
우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올랐던 물이 소용돌이를 치며 역류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마스터!!!”
우진이 황급히 세츠나를 품 안에 밀어 넣으며 루엔의 손을 움켜잡았다.
푸우우우우우――――!!!!
분수대인 양 머리를 젖힌 켈두안이 시커먼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토사물과 함께 뒤엉켜 호수 밖으로 밀려 나온 세 사람은 온몸에 묻은 점액질에 인상을 찡그렸다.
-으…… 좀 깨끗하게 내보내 줄 순 없나요.
쫄딱 젖은 세츠나는 호수 위로 얼굴을 내밀 켈두안을 노려보며 입술을 씰룩였다.
[쿠우우우…….]켈두안은 그녀의 말에 마치 웃는 것처럼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인간 골렘들이 소멸되자 켈두안의 혈색도 돌아온 듯 보였다.
츄륵―.
기다란 혀가 우진을 핥았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우진은 웃으며 청귀의 뺨을 가볍게 두들겼다.
[호수의 주인이 당신에게 고마워하는군.]우진이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나이 든 뱃사공은 온데간데없고 아리따운 여인이 그를 바라보자, 우진은 그녀가 조금 전 세츠나가 말한 대정령이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
“페어리 퀸이 대수림에 정령이 있다더니…… 눈앞에 두고도 몰랐군요.”
[그럴 수밖에. 나는 인간을 싫어하니까.]-또, 또. 이러신다. 자꾸 이러실래요?
[……뭐가?]세츠나가 나이아드의 어깨 위로 올라가 그녀의 뺨을 쿡쿡 찔렀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는 세츠나의 손가락에 고개만 까닥 움직일 뿐이었다.
-싫어하는 인간에게 해마석 목걸이는 왜 주셨대. 그냥 호수에 빠져 마물들에게 잡아먹히게 놔두지.
세츠나는 피식 웃었다.
-제 옷을 보고 페어리 퀸이 보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면서요. 인간을 해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마스터가 켈두안을 도와주길 바란 거잖아요.
[……무례한 녀석. 누구 뺨을 찔러대는 게냐.]-마스터가 안 계시는 동안 그녀가 페어리 퀸을 이곳으로 부르기까지 한 걸요? 덕분에 저도 새로운 능력을 얻었구요.
▶ 골렘 스킬 : 손아귀
▶ 엘프 스킬 : 영혼 수호
▶ 성령 스킬 : 구름 걸음
▶ 스킬 : 손아귀 -지면에서 거대한 손을 소환해서 적을 공격하거나 아군을 보호한다.
▶ 영혼 수호 : 일정 범위 내 정신 방벽을 생성한다. 정신 공격에서 보호해 주며 정신계 디버프를 치료한다.
▶ 구름 걸음 : 안개 걸음의 상위 스킬. 하루에 1번 지정한 타깃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최대 2명까지 손을 잡은 상대와 함께 이동할 수 있으며 반경 500m 안에 타깃이 있어야 한다.
세츠나의 말과 함께 그녀의 앞에 스킬창이 나타났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우진이 나이아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내게 인사할 필요 없다. 좋은 동료를 두었더군. 켈두안이 모습을 보였을 때 저 둘 모두 어찌나 그대를 살리러 가겠다고 난리를 피우던지.]루엔과 세츠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허나 인간이 대수림을 더럽힌 것은 맞다. 그들이 저지른 끔찍한 짓은 원시성령마저 오염되게 만들었으니까.]그녀는 우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인간은 대수림을 더럽히겠지.]“연금술사의 일이라면 조금은 안심을 하셔도 될 겁니다. 그들이 대수림에 만들어놓았던 연구실은 사라졌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우진이 에스텐 왕국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게다가 저희도 그들을 쫓고 있는 중입니다. 단순히 이 세계가 아니라 저희 세계에서도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고요.”
[이방인들의 세계? 그렇군…….]“곧 조사가 끝날 겁니다. 그들도 와해되겠지요.”
하지만 나이아드는 고개를 저었다.
“쥬터?”
어디선가 들은 이름.
그 순간 우진은 카이샤의 무덤에서 묘지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연금술사 쥬터를 말하는 겁니까? 흑룡 벤시나에게 인정을 받은 두 명 중 한 명이요.”
[……인정? 누가 누구를 인정했다는 거지?]그의 말에 나이아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카이샤 대제의 묘실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열쇠는 흑룡이 주는 것이라고 하던데요.”
[흥, 묘지기가 그러더냐. 그자는 그렇게 오래 무덤을 지키면서도 아직도 보는 눈이 없어서야…….]“무슨 말씀이십니까?”
[쥬터는 흑룡에게 인정을 받은 게 아니다. 그저 남의 열쇠를 빼앗아 똑같이 만든 것뿐이지.]“……네?”
[그는 네메스의 여왕이 가진 열쇠를 훔쳐 똑같이 만들었다. 그러고는 묘지기를 속여 그곳에서 갖은 흑룡의 보물을 훔쳐 달아났지. 아무것도 모르는 묘지기는 그걸 보고 그저 놈이 흑룡에게 인정받은 거라 생각한 모양이군. 쯧쯧.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인 꼴이로구나.]“그럼…… 지금 연금술사들이 하고 있는 실험들이 쥬터라는 자와 연관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자를 잡지 않는 이상 이번과도 같은 일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위에 NPC가 존재할 줄이야.
‘하긴. 생각해 보면 녀석들은 퀘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랬어.’
그런 끔찍한 퀘스트를 어디서 얻었는가.
‘퀘스트를 발동시킬 수 있는 건 오직 NPC뿐.’
연금협회 [플라즈]가 놈들을 잡으라는 퀘스트를 발동할 수 있었던 건 [플라즈]의 수장이 NPC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놈들의 수장 역시 NPC인 쥬터라면……?
‘그런 괴상한 퀘스트를 발동시킬 수 있었겠지.’
“……만약 그자가 연관되어 있다면 단순히 몇 놈 잡아들인다고 끝날 일이 아니군요.”
현실에서 아무리 플레이어들을 잡아낸다 한들, 정작 가장 중요한 범인인 쥬터는 이곳에 버젓이 존재할 테니 말이다.
우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연금술사들의 문제가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의 주인을 구해준 보답이네.]고민하던 우진의 앞에 나이아드는 작은 상자 하나를 가져와 내려놓았다.
▶ 상급 포션 x2
▶ 정령의 목걸이 x1
▶ 청귀갑 x1
상자의 내용물은 단출했지만 가치는 결코 단출하지 않았다.
이름 : 정령의 목걸이
등급 : B (승급 가능)
설명 : 착용하고 있으면 하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
▶ 민첩 +2
▶ 건강 +2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라…….’
꽤 재미있는 아이템이지만 하급 정령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다만,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등급 옆에 적혀 있는 승급 여부였다.
‘지금까지는 등급에 이런 게 붙어 있는 게 없었는데…….’
승급의 의미는 아무래도 그것인 모양이었다.
이름 : 청귀갑(靑龜鉀)
등급 : A
설명 : 켈두안의 껍데기로 만든 갑옷. 원시성령에게 인정받은 자만이 얻을 수 있다. 매우 단단해서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
▶ 방어력 : +450
▶ 특성 : 단단한 피부 -모든 받는 대미지가 5% 감소한다.
▶ 스킬 : 웅크리기 -사용 시 광역 대미지에 한해 피해가 50% 감소한다.
우진이 지금까지 입고 있던 가죽갑옷의 방어력이 기껏해야 150이란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방어력이었다.
‘쓸 만하긴 한데 완전히 탱커 맞춤이네. 차라리 웨든에게 주는 게 나으려나.’
“뭐, 일단은 지그문트의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 나중에 좀 더 쓸 만해지면 바꿔도 되겠지.”
우진은 입고 있던 가죽 갑옷을 벗고 [청귀갑]을 착용했다.
[특성 : 용맹이 사라졌습니다.] [특성 : 황금률이 사라졌습니다.] [스킬 : 강신술이 사라졌습니다.]갑옷에 붙어 있던 2개의 특성이 사라졌다.
황금률이야 아직 충분히 쓸 돈이 있으니 상관없었지만, 용맹 특성과 강신술이 사라지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
‘언제까지 C급 장비를 착용할 수도 없으니…….’
우진은 단단한 자신의 갑옷을 가볍게 툭툭 두들기며 마음을 정했다.
“연금술사들을 조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돌아가게 되면 그들에게 말을 전해두죠.”
[부디 그대들의 여행에 빛이 있길.]솨아아아악……!!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쏟아지는 물이 되어 사라졌다.
“후아―.”
나이아드가 사라지자 그제야 루엔은 긴장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정말 놀랐어요…… 호수에 켈두안이 나타났을 땐 정말…… 머리가 하얗게 되는 기분이었다니까요?”
“미안.”
우진의 대답에 그녀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루엔 님이 마스터를 구해야 한다고 얼마나 소리를 쳤는걸요. 그런데 놀랍죠? 뱃사공 할아버지가 대정령일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세츠나는 신이 난 목소리로 조금 전 자신들이 겪은 무용담을 우진에게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뱃사공 할아버지가 나이아드로 변해서 루엔 님께 시험을 내리지 뭐예요?! 정녕! 그 자를 구하러 가야겠는냐. 에헴!!
“그, 그만.”
루엔이 세츠나의 연기에 당황한 듯 손을 흔들며 그녀를 붙잡았다.
-웁― 우웁―! 알겠어요!! 그만, 그만!!
입을 틀어막는 루엔의 손을 가까스로 빠져나오며 세츠나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무슨 시험이었어요?
“음…….”
루엔은 그녀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렸다.
“시험이라고 하기에도 뭐했어. 그냥 꿈을 꾼 것 같은 느낌?”
NPC에게 꿈이라니.
오히려 그 말이 더 이상했지만 정작 본인이 알 리 없었다.
-무슨 꿈이었는데요?
“별거 아니야. 내가 여왕이 되는 꿈이었어.”
-우아……? 멋진데요? 나도 그런 꿈 꿔보고 싶다…… 근데 그건 시험이 아니지 않아요? 완전 행복한 꿈일 것 같은데!
눈을 반짝이며 더 들려달라는 듯 세츠나가 물었다.
“그게…… 좀 이상하긴 해.”
루엔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하는 것처럼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곳엔 미궁탑이 무너져 있었거든.”
오싹.
그녀의 말에 우진은 소름이 돋았다.
“마지막 층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