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2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23화(123/150)
“미궁탑이 무너진 세상이라고……?”
우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 신기하죠? 엄청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본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미궁탑의 마지막 층이 부유하고, 왕국들이 무너진 멸망한 세상.
그녀가 퀘스트를 하며 봤다는 풍경이 우진이 다녀온 이세계와 너무 흡사했다.
‘설마…… 아니겠지.’
퀘스트나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과거 회상이나 미래 암시 같은 영상이 자동적으로 플레이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니까.
게임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장면들이 나올 수 있는 법이었다.
-꿈 속의 루엔 님은 어땠어요?
“으음…… 글쎄. 좀 더 성숙한 모습? 게다가 처음 보는 마물들과 전투를 하고 있었어. 그리고 뒤로는 엘프군들이 있었고…….”
-헤에……! 엘프군이요?! 여왕님이다! 여왕님!!
세츠나의 말에 그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응, 정말 멋졌어요. 수많은 정령을 부리고 비전을 뿌리는 화살까지 쐈다니까요?!”
-우앙……!!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말하는 그녀와 달리 우진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이세계의 너도 비전 화살을 쏴댔었어.’
게다가 카밀라의 피를 먹고 마혈병을 치유했으니 정령 계약도 당연히 할 수 있을 거고…….
‘아냐. 아냐. 괜히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말자.’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게임은 게임이야.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그냥 대정령이 준 퀘스트의 내용일 뿐이라고.’
미래의 나를 보고 새로운 힘을 깨우친다.
그냥 그런 별것 아닌 평범한 이벤트 중 하나다.
‘…….’
사실 머리는 그렇게 넘어가려고 해도 찝찝한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니까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덕분에 중급 정령과 계약을 맺었죠.”
솨아아악―――!!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켈두안의 배 속에서 보았던 정령들이 나타났다.
기다란 창을 옆구리에 끼고서 정령들이 우진을 향해 경례를 했다.
“중급 정령이라…… 대단한걸.”
-^#$^ ($^#$%……!!
정령 중 하나가 뭐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진은 그 모습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급 정령들은 주어진 명령을 따를 뿐 특별히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저들은 알아들을 순 없지만 분명 확실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있었다.
“이제 다른 속성의 정령도 계약을 할 수 있데요.”
-!^&$% !$*$#!
“빨리 정령 계약서를 사 주라는데요?”
“……돈 쓰라는 거였군.”
세츠나의 해석에 우진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너 원래 정령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어?”
-아뇨. 대정령의 보구 때문이에요.
[세츠나가 고대의 지혜를 사용합니다.] [신물(神物) ‘나이아드의 물꽃 왕관(SS등급)’에서 흡수한 기억을 끄집어냅니다.]세츠나의 손에서 황금빛 책이 나타나자 그녀의 머리에 꽂혀 있던 꽃잎 장식이 빛났다.
-나이아드 님의 보구에서 기억을 흡수하니까 이런 게 생겼어요.
그녀는 자신의 장식을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SS등급이라니…… 단숨에 레벨을 올린 것도 이해가 되네. 말도 안 되는 물건의 기억을 흡수했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SS등급의 물건으로 23레벨이 된 걸 생각하면 앞으로 레벨을 올리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벌써 익힌 스킬이 9가지니까.’
익힌 스킬의 수만 비교하면 50레벨의 전직한 상태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이름 : 물꽃잎 왕관
등급 : B
설명 : 나이아드의 물꽃 왕관의 모조품. 모조품이지만 대정령의 힘이 깃들어 물꽃 왕관 능력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
▶ 각종 자연계의 언어를 습득한다.
▶ 하급 회복술을 사용할 수 있다.
“회복술?”
-네. 대단한 건 아니에요. 약간의 상처 치료 정도? 잘린 걸 붙이거나 할 순 없구요.
우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절단 부위를 봉합하는 수준은 중급 회복 이상부터나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그게 어디야.’
파티에 힐러가 있다는 건 안정감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진다.
우진은 켈두안의 배 속에서 골렘들을 상대할 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가지고 있던 포션을 모두 써버렸을 땐 정말 절망적이었으니까.
“나보다 너희가 더 대단한 일을 했네.”
우진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기 위해서라도 마을에 가야 하니까. 정령서를 구입할 수 있음 좋겠네.”
“감사해요.”
[펜시르가 부상에서 완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스킬 : 원시 강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계약 성령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기다림이 오래되면 성령과의 유대감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루엔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알림이 울렸다.
‘펜시르가 다 나았구나.’
타이밍이 딱 맞았다.
우진은 주머니 안에 있던 반지를 꺼내어 보았다.
‘그래, 둥지에도 아직 수거해야 할 보상이 남았지.’
이참에 미뤄왔던 일들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우우우우――.]호수 위로 켈두안이 머리를 내밀었다.
“잘 있어. 앞으로는 사람들은 삼키지 말고.”
[쿠우우우우―.]영물은 영물인 듯 녀석은 우진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퉁―.
그때였다.
켈두안이 입 안에 물고 있던 뭔가를 우진의 앞에 내려놓았다.
둥근 알이었다.
“……이게 뭐지?”
이름 : 켈두안의 알
등급 : S
설명 : 원시성령 중 하나인 청귀 켈두안의 알. 청귀는 200년에 한 번씩 단 한 개의 알만을 품기 때문에 매우 희귀하다.
▶ 부화시키는 데 100년이 걸린다.
▶ 현재 남은 시간 85년.
거대한 거북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녀석의 알은 핸드볼 공 정도의 크기였다.
물론 절대로 작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알에서 저렇게 거대한 영물이 태어난다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부화시키는 데 100년이 걸린다는 게 더 놀랄 일이지만…….’
우진은 이걸 왜 자신에게 주느냐는 눈빛으로 켈두안을 바라봤다.
[쿠우―! 쿠우우――!!]-호수의 오염이 아직 정화되지 않아서 아이에게 위험할 것 같대요.
세츠나가 켈두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대신 말을 전해줬다.
자연계 언어라는 건 정령뿐만 아니라 신수의 언어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엄청난 능력.
우진은 기특한 세츠나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쿠우우우우―――.]-좋은 장소가 있으면 옮겨달라네요.
“흐음.”
▶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알의 설명 마지막 줄에 적혀 있는 글을 보며 우진은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라…….’
“좋아. 좋은 장소를 발견하면 알을 두도록 하겠어. 그런데 만약 그 전에 알을 부화시킨다면?”
[쿠우우우우――.]-마스터의 뜻에 맡기겠대요. 어차피 이곳에서는 태어도 약해서 살 수 없대요.
“알겠어.”
우진은 켈두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켈두안의 알을 획득하였습니다.]인벤토리 안의 물건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텐데, 살아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묘하게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포션을 다 쓴 덕분에 인벤토리에 자리가 생겨서 간신히 알이 들어갔구나.’
우진은 인벤토리 상황을 확인했다.
백화곡에서 샀던 40레벨의 [모험가용 가방]은 어느새 레벨 제한이 걸려 인벤토리 안으로 자동 반출된 상태였다.
“루엔, 너도 가방을 이제 쓸 수 없지? 그것 말고 혹시 레벨 제한이 걸린 게 더 있어?”
“아뇨. 마스터께서 주신 [삼위일체의 허리띠]는 55레벨까지라 아직 괜찮고…… 활은 레벨 상한은 없어서 계속 쓸 수 있어요.”
“잠깐 보여줄 수 있어?”
“네.”
그녀가 들고 있던 활을 우진에게 보였다.
이름 : 지그문트의 89번째 활
등급 : C
설명 : 장인 지그문트가 초심자들을 위해 만들어낸 양산품. 수십 번의 개량을 거쳐 양산품이지만 웬만한 던전의 수집품보다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사악한 가격만 제외한다면 초심자 최고의 무기.
▶ 공격력 +190
▶ 민첩 + 3
▶ 명중률 +5%
▶ 연사력 +13%
▶ 30레벨 이상부터 사용 가능.
확실히 좋은 성능이었다.
우진이 쓰고 있는 [라울의 용잡이 검] 역시 같은 C등급인데 공격력이 +150인 걸 감안하면, 30레벨의 무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성능이었다.
‘커뮤니티에 보니 지그문트가 50레벨 이상부터 쓸 수 있는 중급 무기를 곧 주문받는다던데…….’
경매장에 바로바로 올리는 양산품과 달리, 중앙 대륙에서 사용하는 무기들은 주문 제작품들이었다.
가격은 그야말로 상상 초월.
하지만 수많은 랭커들이 그가 주문을 받는 날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니 값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에 마을에 가면 다들 장비를 정비해야겠어. 가방도 새로 사고 말이야.”
“좋아요.”
-네!!
“그런데 어느 마을로 가실 생각이세요?”
“일단은 19번째 마을에서 나머지 사람들과 합류할 계획이야.”
안타리안 연방에 있는 [미궁탑 19번째 마을 브라운 크로]는 울드아 연합과 접선할 수 있는 [백색 주점]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에스텐 왕국의 일도 있고…… 연금술사들 문제도 확인하고 웨든도 연합과 만나고 싶어 했으니까.”
그곳에서 레아 아주머니의 치료와 거처도 다시 한번 알아볼 생각이었다.
‘이대로 계속 떠돌아다닐 수도 없고…… 이왕이면 거점을 만들 장소를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
클랜을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중앙 대륙에 있어보니 적어도 휴식을 취할 보금자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그였다.
‘보금자리라…….’
그런 생각이 들자 우진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살기 위해 바둥거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함께 살아갈 장소를 찾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당분간은 평온하겠지.’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때였다.
우진의 주위에서 시작된 맹렬한 폭발.
[쿠오오오오오―――!!]켈두안이 비명과도 같은 포효를 터뜨리며 호수 안으로 몸을 숨겼다.
콰아앙―――!!
콰가가강―――――!!!!!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연달아 일어나는 폭발에 순식간에 주변이 불바다가 되었다.
“마스터……!!!!”
루엔의 외침이 들렸다.
그녀가 우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가가가가강――――!!!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은 화마(火魔)에 삼켜졌다.
“……루엔!!!!”
***
“헉…… 헉…….”
지독한 통증과 함께 우진은 눈을 떴다.
검붉은 하늘.
‘……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설마?”
고개를 돌렸다.
불에 탄 숲과 시커먼 흙탕물로 변해 버린 호수.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켈두안이 있었던 호수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심한 악취로 가득했다.
풍경이…… 변했다.
“도대체 무슨…….”
우진은 자신의 몸을 어루만졌다.
느껴지는 감촉.
다르다.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해도 가상현실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
세 번째 이세계.
우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전쟁이 시작된 걸까?
아니면 연금술사들의 짓인가?
온갖 가정들이 떠올랐지만 기억나는 건 난데없이 일어난 폭발…… 그리고…….
“……루엔.”
화염에 휩싸였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콰앙―!!
그는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주먹을 내리쳤다.
“왜 하필 지금……!!”
어서 돌아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그녀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으으…… 어지러워. 토할 것 같아…….
그때였다.
주머니 안이 들썩이며 목소리가 들렸다.
-마스터. 속이 안 좋아요. 갑자기 뭔 일이래. 전쟁이라도 터진 거래요? 어우…….
“……세, 세츠나?”
그 순간, 우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가 어떻게…….”
우진은 떨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여긴 게임이 아니라 이세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