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2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24화(124/150)
“너……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네? 뭐가요?
자신에게 오히려 되묻는 그녀를 보며 우진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얼레?
그녀는 이제야 풍경이 눈에 들어온 듯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 어디예요?
정작 그녀도 지금 자신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우진은 어떻게 그녀에게 설명을 해야 하나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세계야.”
-…….
여전히 무슨 소리냐는 듯한 눈빛.
-……혹시 술 드셨어요?
오만가지 생각을 한 끝에 내린 가장 상냥한 물음이 아닐까 싶었다.
-참, 루엔 님은요?! 어디 계시죠?! 불꽃에 휩싸이셨는데……! 루엔 님!!
그녀는 황급히 주위를 훑으며 루엔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망한 폐허에서 루엔은 보이지 않았다.
‘원랜 너도 없어야 하는 게 맞는데…….’
우진은 어째서 그녀가 이세계에 함께 온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임 속의 아이템들은 이세계로 가지고 올 수 있긴 하지만…….’
세츠나도 아이템 취급받는 건가?
그 순간, 우진은 [켈두안의 알]이 생각났다.
[모험가용 가방]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허리에 찬 기본 주머니보다 알의 크기가 더 컸으니 말이다.‘……어?’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허리에 채워져 있는 건 놀랍게도 레벨 제한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모험가용 가방]이었기 때문이다.
딸깍―.
버클을 열자 마치 홀로그램처럼 가방의 입구 위로 빛이 흘러나오면서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세계엔 레벨 제한이 없다는 건가…….’
새로운 사실이었다.
‘그럼 이것도 다시 쓸 수 있으려나.’
우진은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삼위일체의 허리띠]를 다시 채웠다.
“으흠―.”
변화된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 건 착용이 된다는 거였다.
‘수치 변화는 모르겠지만 게임이라면 착용도 안 됐을 테니까.’
그는 허리띠를 툭툭 두들겼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 기억 나는 거 있어?”
-으음…… 갑자기 저희 주변에 폭발이 일어났잖아요. 분명 화약 냄새가 났어요. 아마도 누군가 포격을 한 게 분명해요.
‘포격이라…… 달루스 왕국의 공격이 있었던 건가?’
안타리안 연방 중 나머지 한 왕국.
달루스 왕국은 두 왕국에 비해 마도 공학 기술이 발달한 왕국이었다.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것뿐인데…….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빠르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테칸에서 호수로 이동한 시간을 생각해도 아직 아스웰 경은 에스텐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테칸과 에스텐이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달루스가 먼저 선제공격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수림 외각을 둘러싸고 있는 왕국이 아니라 내부인 호수에 포격을 했을까?
‘이상해…….’
우진은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그렇게 화염들이 마구 솟구쳤을 때 갑자기 검은 공간으로 이동됐어요. 그리고…… 눈을 뜨니 이곳이네요?
‘검은 공간…….’
우진은 그녀의 대답을 곱씹었다.
세츠나가 말한 검은 공간은 [소환수의 공간]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소환수의 공간은 계약한 소환사가 소환을 해지했을 때 소환수들이 대기하는 대기소라고 했었지.’
소환수가 [소환수의 공간]에 머무는 경우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드루이드나 정령술사처럼 여러 소환수와 계약을 한 클래스일 경우.
계약된 소환수가 많아도 동시에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기에 나머지 소환수들은 [소환수의 공간]에 머문다.
‘두 번째는 소환자가 로그아웃을 했을 경우.’
소환자가 게임 내에 없을 경우 용병과 달리 소환수의 소환은 강제로 종료된다.
아마도 후자의 경우일 거라 생각됐다.
강제로 소환이 종료된 후 우진과 함께 이세계로 넘어온 것으로 말이다.
“로그아웃이라.”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이세계에 온 이유가 확실히 로그아웃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갑작스러운 포격과 함께 강제로 이동이 되었다.
‘……죽은 걸까?’
왕국 마도 대포들의 위력은 우진을 일격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들도 분명 있으니까.
만약 조금 전 포격으로 게임 속의 자신이 죽어서 이세계로 온 것이라면…….
‘죽음이 차원 이동과 관련있는 것이라면 고블린의 둥지에서 죽었을 땐 왜 이동되지 않았지?’
여전히 의문 투성이었다.
“쯧, 이건 뭐, 누가 강제로 이세계로 보내 버린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복잡한 생각에 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근데…… 묘하게 편하네요.
“응? 뭐가?”
생각에 빠졌던 우진은 세츠나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움직임도 그렇고 몸이 훨씬 자유로워요. 게다가 이곳의 느낌도…… 마치 고향에 온 것 같다고나 할까? 헷.
그녀는 말하고도 스스로 이상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고향이라…… 그럴 수도 있겠군.’
처음에는 게임 속 아이템인 [현자의 돌]이었지만 파괴되면서 이곳의 루엔이 마법으로 부활시켜 [환요의 돌]이 되었다.
‘세츠나의 입장에서 본다면 게임이 아니라 이곳이 진짜 만들어진 곳일 테니까.’
그녀는 게임 속에서 이세계로 온 자신과는 반대로 이세계에서 게임으로 온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몸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 있었다. 가상이 아닌 진짜로 실체화가 되었으니까.
“세츠나.”
-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네가 어떻게 이곳에 올 수 있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우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만약 네가 나와 함께 계속 이 일을 반복한다면 너도 알아야 할 것 같으니까.”
-무슨 일인데요?
우진은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마스터…….
게임 속에 갇힌 일.
가족의 존재가 사라진 일.
그리고 이 세계에서 만난 라울과의 작별.
마지막으로 루엔의 모습까지.
-흐에…… 우리 마스터!! 이렇게 고생한 줄 몰랐네!!
울다가 웃다가 그의 대화를 들으면서 수시로 바뀌는 그녀의 표정은 제법 볼만했다.
-앞으로 제가 같이 있을게요! 어디 안 가! 흐에엥!!
우진은 격하게 자신의 목덜미를 껴안는 세츠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뭐…… 이유야 어쨌든. 이번엔 외롭진 않네.”
그는 그녀의 작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 넘겼다.
아무도 믿지 않을 자신의 상황을 알아줄 누군가가 생겼다는 건 꽤나 마음이 안정되는 일이었다.
“일단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해.”
-네!!
그녀와의 대화 덕분일까.
조급했던 우진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세츠나. 능력은 쓸 수 있어?”
-능력이요?
자신이 처음 이세계에 왔을 때 스킬을 쓰는 감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걸 떠올리며 우진이 물었다.
솨아아악―――!!
곧장 세츠나의 손 위로 새하얀 구체가 나타났다.
“……문제없군.”
‘NPC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미숙했던 걸지도.’
아무렇지 않게 스킬을 쓰는 세츠나를 보며 우진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포션도 다 써서 남지 않은 상황이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다행히 이번에 레벨 업을 하면서 그녀가 회복술을 익힌 건 천운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돌아가는 방법.
그녀의 물음에 우진은 지금껏 두 번의 이세계행에서 자신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한 번 더 생각했다.
흑마법사의 마법진.
그리고 카밀라의 발길질.
발길질을 떠올리자 괜히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 같았지만.
‘으흠…….’
딱히 두 가지 방법 모두 연관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만약 한 번 더 이세계에 오게 된다면 지금까지와 비교를 해보려 했던 것인데…….
‘차근차근 생각 할 겨를이 없어.’
루엔이 과연 [검은 공간] 안에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진이 발동되고 사르반딘이 내 몸 속에 들어갔었지.’
“……어?”
그 순간, 우진의 머릿속을 뭔가 스쳤다.
‘게임 속으로 돌아간 이유가 마법진 때문이 아니라 혹시 사르반딘 때문은 아닐까?’
신의 힘을 가진 신수.
그리고 카밀라 역시 원시성령이라 불리는 신수였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번의 상황에서 굳이 기대볼 수 있는 연관성은 그것뿐이었다.
‘원시 성령의 힘이…… 날 게임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힘일지도 몰라.’
가장 먼저 카밀라가 떠올랐다.
하지만 백화곡 근처 얼음굴이었던 호수 아래에 있을 녀석을 찾아가기엔 너무 시간이 걸렸다.
차원문이 멀쩡히 남아 있을 가능성도 없고…… 만약 걸어간다면 중앙 대륙에서 어둠숲까지 이어진 육로가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중앙 대륙에 있는 원시성령.’
부글…… 부글…….
바로 눈앞에 켈두안이 살았던 호수가 있었지만 거품이 일고 악취가 나는 이곳에 그가 살아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알을 부화시킨다고 해도…….’
부화까지는 수십 년이나 남았다.
남은 건 펜릴의 둥지.
하지만 이루린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 이곳의 펜릴은 아스웰에게 이미 사냥당한 지 오래였다.
그가 펜릴을 사냥하면서 극의를 깨우쳤으니까.
“방법이 없는 건가…….”
그때였다.
우진은 원시성령이 한 마리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펜시르?’
폭격이 있기 전, 분명 펜시르의 회복을 알리는 알림이 그에게 왔었다.
하지만 그건 게임 속이었고, 지금은 50년이나 지난 미래다.
과연 펜시르가 살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기대볼 희망이었다.
게임 속에서 그와 자신은 계약을 맺지 않았던가.
‘살아 있다면 이곳에서도 유대가 이어질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펜시르가 생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끄응―.”
의식을 집중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우진은 단박에 스킬을 사용한 세츠나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직접 가볼 수밖에.”
그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펜릴의 둥지로 가자.”
부디 그곳에서 흔적을 찾아낼 수 있길 바라며 우진은 걸음을 옮겼다.
***
“쉿―.”
우진이 검지 손가락을 들어 입술을 가리자 세츠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짓도 못할 짓이군.”
“저희도 북벽의 섬인가 하는 데 가볼까요.”
“어딘지도 모를 곳을 가기는…….”
“왜요? 그 예전에 떠돌던 지도 있잖습니까.”
“으이구, 어리숙하긴. 그 지도를 믿어? 거기 마족의 소굴이 됐다고 하던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마저 일이나 하게.”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우진은 무너진 잔해에 몸을 숨기고서 조용히 앞을 살폈다.
‘조용히 지나려고 했는데…….’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테칸의 수도이자 발란 가문이 있는 중급 도시 [발도아].
펜릴의 둥지는 대수림의 반대쪽 발도아 뒤편에 있는, 회색 장막이라 불리는 산맥에 있기 때문이었다.
‘쉽지 않겠는데.’
우진은 그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뒤로 보이는 짐마차.
그 안에는 시체가 가득 들어 있었다.
“자자, 빨리, 빨리 파묻으라고!”
아직 생기가 남아 있는 얼굴.
분명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였다.
놈들의 숫자는 셋.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
놈들이 자신을 보게 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탈칵―.
우진은 검을 빼기 쉽도록 손잡이를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앞으로 밀었다.
이곳이 죽고 죽이는 세상이라는 걸.
그는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