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26)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26화(126/150)
“이…… 이런 미친 새끼!!!”
목이 꿰뚫린 렉스가 피를 뿜어내며 몸을 바들바들 떨자 마셸과 타룬은 황급히 검을 들며 소리쳤다.
“여기에 뭘 탔지?”
“뭐, 뭐?”
“나도 저 꼴로 만들려고 그런 건가?”
시체들을 가리키는 우진의 물음에 두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체를 묻는 의뢰를 받았다고? 그 의뢰자가 누군데? 악마 새끼들인가?”
그들의 얼굴이 결국 굳어졌다.
“닥쳐!!!”
마셸이 검을 머리 위로 치켜세우고서 있는 힘껏 달려 들었다.
셋 중에 그나마 가장 실력이 있어 보이던 그는 순식간에 우진과의 거리를 좁혔다.
부웅―!!!
검이 우진의 허벅지를 노렸다.
-이 짜식들!!!
퍼억―!!
하지만 그 순간 새하얀 구체가 마셸의 턱을 후려쳤다.
“……어?”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중심이 흐트러지며 몸이 흔들린 순간, 수십 개의 구체가 그를 신나게 두들겼다.
“커, 커헉?!”
마셸의 전신이 마치 둔기에 얻어맞은 것처럼 군데군데 움푹 들어갔고, 그는 고통스러운 듯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얼레?
세계가 달라서일까.
그녀의 환영 탄막은 지금까지 봤던 위력이 아니었다.
정작 당사자인 세츠나도 자신의 힘에 놀란 듯 두 팔을 뻗은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스터, 우리 여기 살면 안 돼요?
“응. 안 돼.”
그대로 기절해 버린 마셸을 밟아 넘고서 우진은 창백한 얼굴이 된 타룬을 향해 걸어갔다.
“왜 날 노렸지?”
“네, 네놈이 알 것 없다!!!”
“내 목숨이 달린 일인데 알 것 없다고?”
서걱―!!
우진의 검이 타룬의 어깻죽지를 날려 버렸다.
“크아아악―――!!”
“어디 네 목숨이 걸린 일에 너도 관심이 없는지 한 번 보자고.”
“자, 잠……!! 커헉!!”
한쪽밖에 남지 않은 팔로 허우적거리던 타룬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애원하듯 소리쳤다.
푸욱―!!!
하지만 우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잘려 나간 그의 어깨 위로 다시 한번 검을 박아 넣었다.
“크아아아악―――!!”
타룬이 고통에 몸서리를 치며 버둥거렸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우진의 검은 더 깊게 박힐 뿐이었다.
“가, 각성자의 의뢰였다! 악마는 본 적도 없다고!!”
“……각성자? 그게 뭐지?”
우진의 되물음에 타룬은 마치 그걸 모르냐는 눈빛이었지만, 비틀리는 검날 덕분에 더 이상 그런 의문을 품을 겨를이 없었다.
“각성자는…… 악마의 피를 받은 자들이다.”
99층 이후 무너진 탑과 함께 어디선가 갑자기 쏟아진 악마들.
그들은 순식간에 중앙 대륙을 점령했고, 인간을 어둠숲으로 몰아냈다 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인간과 대륙을 지배하는 악마가 대립해 있는 세계가 바로 지금 이곳이었다.
“인간은 모두 세 부류다. 우리같이 허드렛일을 하는 일꾼. 악마의 피를 받아 놈들의 수하가 된 각성자. 그리고…….”
타룬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악마와 싸우는 자들.”
조금 전과 뭔가 다른 떨림.
생각해 보니 처음 그들의 대화를 들을 때 누군가 ‘저희도 북벽의 섬인가 하는 데 가볼까요’라는 말을 했다.
아무래도 그 주인공이 타룬인 모양이었다.
“뭐, 이제 와서 아쉬움이 남는가?”
악마와 싸운다.
이런 짓을 벌여놓고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잘린 어깨에서 피가 계속해서 흘러서인지 타룬의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너희에게 이런 짓을 시킨 각성자란 놈은 어디에 있지?”
“……곧 나타날 거다.”
“뭐?”
“여긴 놈이 만든 괴물들이 배를 채우는 곳이니까.”
쿠웅―――!!
그 순간, 지면이 흔들렸다.
[크르르르…….]우진이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크아아아아아아――――!!!]거대한 괴물이 쓰러져 있던 마셸을 들어 그대로 우적우적 씹어 먹기 시작했다.
“……?!”
한쪽 다리가 괴물에 잡아먹혔을 때쯤 정신이 든 마셸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사, 살려……!!!!”
하지만 그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괴물은 그의 머리를 한입에 베어 물었다.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괴물은 머리가 날아간 그의 몸을 반으로 접고, 다시 또 한 번 더 접었다.
우적― 우적―.
그렇게 접은 몸을, 괴물은 얼굴을 처박고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세츠나는 구역질을 간신히 참으며 중얼거렸다.
괴물의 모습은 기괴했다.
마치 캥거루처럼 뒷다리는 거대하게 발달되어 있었고, 앞다리는 짤막했다.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는 듯 곧게 서 있는 놈의 엉덩이엔 악마처럼 기다란 꼬리가 달려 있었고, 등엔 가죽은 없고 뼈만 남은 날개가 파르르 움직이고 있었다.
[크륵……?]하지만 그런 모습보다 그들을 경악케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마셸의 시체를 뜯어 먹고 있는 괴물의 머리가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 순간, 우진의 머릿속에 어떤 정보가 떠올랐다.
[실패작 No.8701]‘뭐, 뭐야?’
괴물의 이름인가?
갑작스럽게 떠오른 정보에 우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츠나?”
괴물을 지켜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그건 [집중의 눈]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이펙트였다.
‘이것 때문인가?’
하지만 게임처럼 상대방의 능력치 같은 것이 나타나진 않았다.
대신 머릿속에 주입되는 건 괴물의 이름과,
사용된 재료 : 130명의 인간, 오우거의 살점, 가고일의 심장, 만티코어의 날개, 리자드맨의 이빨, 기타 등등…….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뿐이었다.
“미친…….”
우진은 상태창이라도 떴다면 차라리 잘못 본 거라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직접 주입된 정보들은 잘못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130명의 인간이 재료로 사용된 괴물.
그리고 실패작이라는 이름을, 우진은 본 적이 있었다.
그렇다.
눈앞의 괴물은 다름 아닌 [인간 골렘]이었다.
‘연금술사들이 만든 골렘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분명 그 실험을 한 건 플레이어들이었는데 말이다.
“아―.”
그 순간,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터뜨렸다.
[쉽지 않을 거다. 그들이 사용한 금지된 연금술은 분명 쥬터와 연관이 있을 테니까.]대정령 나이아드가 그에게 했던 말.
‘연금술사들의 괴물 실험이 사실 플레이어들이 벌인 일이 아니라 NPC가 연관되어 있다고 했었어.’
그렇다면 이세계에도 저 끔찍한 골렘이 존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흐, 흐익…… 도, 도망가야…….”
타룬은 괴물의 등장에 엉금엉금 바닥을 기며 도망치려 했다.
“야.”
우지닝 그런 그의 뒷덜미를 잡았다.
“네가 말한 각성자가 혹시 쥬터인가?”
“……마, 맞아.”
우진은 그의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희들은 저놈의 먹이로 날 던져주려고 했고?”
푸욱―!!!
그는 바닥에 엎어져 있는 타룬의 뒷목에 거침없이 검을 박아 넣었다.
“컥…… 커헉……!!”
그는 숨이 끊어진 타룬의 시체를 옆으로 치우며 몸을 일으켰다.
게임 속 시간으로부터 이제 80년 뒤의 미래.
“뒈져야 할 놈들은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정리할 놈들이 너무 많았다.
[크르르르――.]피 냄새를 맡은 괴물이 고개를 돌려 우진을 바라봤다.
-마스터…… 싸우실 거죠?
“놈이 싫다면 나도 찬성이긴 해.”
[크아아아아―――!!]-저도 찬성인데……!! 쟤는 아닌가 봐요!!!
퍽―!! 퍼퍼퍼퍽―――!!!
달려드는 괴물을 보며 세츠나가 탄막을 쏟아내면서 소리쳤다.
[크륵……! 큭……! 크그그극……!!]수십 개의 탄막이 괴물의 전신을 가차 없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마셸을 단박에 기절시킨 엄청난 위력이었지만,
[카아아아악―――!!!]괴물의 성질만 돋운 듯, 인간 골렘은 머리를 저으며 세츠나를 노려보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크윽……?!”
폭음과 함께 녀석의 주변 공기가 폭발했다.
마치 소닉붐처럼 굉음과 함께 일어난 압력파가 그대로 두 사람을 덮쳤다.
우진이 황급히 세츠나를 품 안에 숨기며 눈을 질끈 감았다.
처적……! 처저적……!!
그의 주위로 불투명한 방벽이 나타났다.
퍼억―!!!
방벽이 크게 흔들렸다.
퍼버버버벅―――!!!
마치 주먹으로 두들기듯 괴물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파동이 요란하게 방벽을 때렸다.
우우웅……!!
동시의 그의 갑옷을 녹색의 빛이 감쌌다.
[청귀갑]의 효과인 웅크리기가 발동된 것이었다.쩌적……! 쩌저저적……!
와장창……!!!
금이 가던 방벽이 그대로 부서졌고 우진의 몸은 그대로 튕겨 나갔다.
“……쿨럭!”
수미터를 밀려 나간 그는 전신을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마스터!! 괜찮으세요?!
[캬아아악―――!!]쓰러진 우진을 향해 괴물은 뼈밖에 남지 않은 날개를 흔들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오, 오지 마!!!!
세츠나가 놈을 향해 손을 뻗자,
쿠극……! 쿠그그긋…… ·!!
퍼억―!!!!
지면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2개의 손이 나타나 박수를 치듯 괴물을 양쪽으로 움켜잡았다.
[크륵……!! 크륵!!!!]인간의 머리가 인상을 찡그리며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마스터!!!!
그녀의 외침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우진은 거친 숨을 토해냈다.
달그락―.
다행히 주머니 안에는 상급 포션 2개가 남아 있었다.
그중 하나를 입에 털어 넣으니 그제야 가빴던 호흡이 가라앉았다.
“헉…… 헉…….”
우진은 옆구리를 만졌다.
놈의 뿜어낸 충격파에 입고 있던 청귀갑에 금이 가 있었다.
“미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오싹.
용맹이나 강신술 같은 효과 때문에 갑옷을 교체하는 걸 아쉬워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만약 바꿔 입지 않았더라면, 조금 전 그 공격에 분명 즉사(卽死)했을 테니까.
[실패작 No.8701]그 순간, 우진은 [집중의 눈]을 통해 봤던 괴물의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능력치 같은 걸 보지는 못해도, 놈의 이름이 가지는 가장 큰 정보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켈두안의 배 속에서 그가 상대했던 골렘은 [실패작 No.1].
그렇다면 저놈은 그로부터 무려 8천 번이 넘는 실험을 거쳐 탄생한 괴물.
이길 수 없는 괴물이라는 걸, 이미 처음부터 경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콰아아앙――!!
그 순간, 괴물을 붙잡고 있던 손아귀가 부서졌다.
[크아아아―――!!]화가 잔뜩 난 놈이 엄청난 속도로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기껏 조금 강해졌다고 자만하다니…….
이곳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잊었는가.
루엔과 이루린의 성장을 듣고, 자신도 그 정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차라리 그 셋의 시체를 던져주고 도망을 쳤어야 했는데……!
온갖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빠득―!!
우진은 이를 갈며 있는 힘껏 괴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앙―!! 카가가강―――!!!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에도 괴물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흐아아아악!!!!”
30년이나 흘러 버리다니…….
강해지려 노력했건만 이런 식으로 격차가 벌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게임 속에서의 자신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걸까.
[카아아아악―――!!!!]괴물의 꼬리가 우진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스터!!!!!!
그때였다.
“……?!!”
세츠나가 입고 있던 드레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우진과 괴물 사이에 공간이 일그러졌다.
“이리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렸다.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이 우진의 팔을 잡아당겼다.
멸망해 가는 세상과 달리, 공간 뒤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도 맑았다.
우진은 전투조차 잊은 채 자신을 붙잡은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니센?”
우진이 아니었다면 마력 혼돈을 치유하지 못하고 죽었을 견습 마법사.
80년이나 흐른 미래.
놀랍게도 그의 얼굴은 여전히 게임 속과 똑같았다.
우진은 그 순간 갈라진 공간 뒤로 보이는 풍경이 왜 낯이 익은지 알 수 있었다.
요정의 숲이었다.
“기다렸습니다.”
화아아아악―――!!
우진의 몸이 갈라진 공간 속으로 빨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