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29)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29화(129/150)
우진은 느낄 수 있었다.
‘펜시르는 살아 있어.’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고대 지식]으로 인해서 모든 감각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럴 때가 아냐.’
우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후웁―.”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그는 조금 전 두루마리에서 본 검제의 구결을 음미하듯 하나하나 떠올렸다.
스펀지가 물을 흡수 하듯.
우진은 빠르게 검제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 마스터……?
세츠나는 앉아 있는 우진의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듯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입술이 파랗게 질리다가 때로는 두 뺨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꿀꺽.
어쩐지 손끝이라도 닿으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에 그녀는 두 손을 모은 채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툭―.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가부좌를 튼 채로 눈을 감고 앉아 있던 우진이 황급히 일어섰다.
-마스터! 정신이 드세요?!
하지만 우진은 그녀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듯 초점이 없는 눈빛으로 검을 뽑았다.
-자, 잠시만요! 마스터!!
부웅―――!!!
그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깜짝 놀라며 세츠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부우우웅―――!!
검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마치 눈앞에 강대한 적이 있는 것처럼 미친 듯이 우진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쿠웅―!!
그러던 검이 머리 위에서 멈춰 섰다.
세로로 내려치는 검은 조금 전과 달리 마치 육중한 대검이 내는 듯한 파공성을 터뜨렸다.
“스읍―.”
숨을 들이마시고 우진이 바닥에 내리쳤던 검을 들어 올려 횡으로 그었다.
느리게 움직이는 검에 베어진 공기는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그의 검은 빠르면서 느렸고 가벼우면서도 무거웠다.
세츠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솨아아악―――!!
콰강――!!
그야말로 무아(無我)의 경지.
마지막 일점(一點)을 향해 검을 내지른 순간,
“……·헉!!”
우진이 눈을 떴다.
휘몰아치던 검풍이 사그라졌고 온몸을 적셨던 땀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몸이 가벼웠다.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 날아갈 것 같은 상쾌함에 당사자인 우진이 오히려 놀란 듯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이, 이게 어떻게…….”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스터!!
구석에 숨어 그를 지켜보던 세츠나가 황급히 날아와 그를 살폈다.
-괘, 괜찮으세요?!
“아, 응…….”
대답을 했지만 우진은 여전히 조금 전 느꼈던 감각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자, 잠깐만.”
그리고 그 감각을 잊지 않으려는 듯 우진은 다시 검을 잡았다.
현실에서 스킬을 쓰는 행위.
그것은 게임과 명백히 달랐기에, 게임에선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던 스킬도 이곳에서 쓰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하물며 게임에서 써보지도 않은 스킬이라면…….
부웅――!!
우진은 검을 휘둘렀다.
슉―――!! 슈욱―――!!
그렇게 계속된 검격 속에서 신기하게도 검이 내뿜는 소리가 점차 예리해졌다.
스캉―!!!
바람을 쳐내듯 했던 둔탁한 검의 소리가 드디어 바람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
파공음조차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우진은 스스로 도달한 경지에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느꼈다.
“이게…… 펜릴을 사냥하고 깨달은 검제의 검술.”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에 우진은 자신의 정신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육체가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꼈다.
“그런데…….”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진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몇 가지 동작은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신기한 일이었다.
라울의 검술과 볼턴의 비기.
최상급 검술을 익히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이 게임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일까.
검제의 검술을 모두 익히고 나자,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여기서 검을 이렇게…….”
대각선으로 검을 긋던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팔을 안쪽으로 끌어당긴 뒤 앞으로 내질렀다.
“베기보다는 찌르기가…….”
위에서 아래로 올려치는 것보다 횡을 베는 것이.
뒤로 물러나는 것보다는 반대로 반보 앞을 내디뎌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주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우진은 검제의 검술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서걱―.
그리고 이제 바람을 베던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
신기한 경험이었다.
쿵― 쿵―.
마지막 검이 멈추었을 때,
우진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해냈다…….”
설명할 수 없는 쾌감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검술의 이름이 뭐예요?
“검술 이름……?”
세츠나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물었다.
“파군(破軍)…… 아니. 아냐.”
두루마리에 적혀 있던 이름을 말하던 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검제의 검술은 그의 손을 거쳐 완전히 새로이 탄생하게 되었다.
온전히 그만을 위한 검술.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글쎄…….”
하지만 의외로 세츠나의 물음에 우진은 머쓱한 얼굴로 대답했다.
“없어.”
-이름이 없어요?
“응. 검술 이름 같은 거 애초에 지어본 적도 없고.”
굳이 자신이 쓰는 검술에 이름이 필요한가 싶었다.
-그래도 이름은 있어야죠!
하지만 무슨 일인지 세츠나는 그의 대답에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마스터가 이루어낸 것이잖아요.
그녀는 두 팔을 가득 벌려 우진의 양쪽 뺨을 잡고서 눈을 마주했다.
-이건 단순한 검술이 아니에요. 마스터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니까요.
욱신.
우진은 그 말에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내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
게임 속의 자신과 이세계 속의 자신.
두 세계를 방황하고 있지만, 사실 진짜 자신은 다른 곳에 있다.
현실(現實).
궁극적으로 우진이 있어야 할 세계는 그곳이었다.
-설령 마스터가 사라진다 한들 마스터께서 만든 검술은 남아 있을 테니까요.
그녀는 싱긋 웃었다.
-두 세계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이름을 지어주세요.
신기했다.
그녀는 우진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음에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무의(武毅).”
그 순간,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을 내뱉었다.
흔들리지 않으려는 결심.
-멋진 이름이네요.
세츠나는 몇 번이나 그 이름을 되뇌며 우진을 향해 싱긋 웃었다.
그 바람에 괜히 낯 뜨거워졌지만, 우진은 그녀가 함께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감상은 잠시 잊고 우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
“두루마리 속의 검술을 익힐 때 성령 계약에서 얻은 힘을 썼거든. 아마 녀석도 느꼈을 거야.”
신기했다.
이세계를 대하는 우진의 태도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는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카으으으응―――!!!]그때였다.
날카로운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앙―――!!!!
둥지 아래에서 폭음이 터져 나오며 시커먼 먼지와 함께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펜릴만큼이나 거대한 늑대.
하지만 달랐다.
회색에 가까운 펜릴의 털과, 달리 눈앞에 나타난 늑대는 먼지에 더럽혀졌지만 분명 새하얀 백색의 털이었다.
“펜시르!!!”
우진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늑대를 향해 소리쳤다.
그는 반가운 마음에 소리쳤지만,
콰아아앙―――!!!!
돌아오는 건 거침없는 발길질이었다.
-마스터!!!!
우진의 방벽이 와장창 부서지며 그의 몸이 뒤로 밀려 났다.
세츠나의 외침과 동시에 그를 보호하는 손아귀가 바닥에서 튀어나왔다.
[카아아악―――!!!!]그 순간, 펜시르의 눈동자에서 노랗다 못해 새하얀 전격이 번뜩이더니, 콰가가가강――!!
이마에 돋아 있는 뿔에서 푸른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퍼버벅……! 퍼엉……!!!
전격은 세츠나가 만든 손아귀들을 산산조각 내고도 멈추지 않고 우진을 덮쳤다.
“인마!!! 인사치곤 너무 거칠잖아!”
우진이 날아오는 전격을 보며 이를 악물고 지면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만 좀 진정해!!”
쩌적……! 쩌저저적……!!
검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한기가 파도처럼 전격을 뒤덮으며 펜시르를 향해 쏟아졌다.
파앗―!!
[한파]로 녀석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든 뒤 [질주]로 품 안을 파고들었다.그가 의식을 집중하자 펜시르의 머리 위로 검은 낙인이 나타났다.
[크륵?!]펜시르는 당황한 듯 몸을 비틀거렸다.
순간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아마도 펜시르의 [민첩]을 빼앗은 모양이었다.
파바바밧―――!!!
우진은 틈을 놓치지 않고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가 펜시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앙――!!
우진의 검이 녀석의 이마를 정확히 때렸다.
스캉―!! 카가가강――!!
육안으로는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한 검격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펜시르는 조금씩 뒤로 주춤거렸다.
-헐!! 마스터!! 이런 걸 놔두고 왜 그 괴물한테는 안 썼어요?
세츠나가 탄막을 뿌려대며 소리쳤다.
“안 쓴 게 아니라 못 쓴 거야.”
그녀의 외침에 우진은 입술을 씰룩이며 대답했다.
“그때만 해도 너처럼 스킬을 자유롭게 스킬을 쓰지 못했거든.”
이세계에서 스킬을 쓴다는 건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과 같았으니까.
하지만 머릿속으로 깨우친 깨달음을 새로운 검술로 발현하며, 우진은 이제 이 세계에 대한 적응을 완벽하게 이루어내었다.
그에게 여유가 보인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가속].솨아아악―――!!!
그의 주위로 소용돌이 같은 바람이 일었다.
[축각].쿠웅―!!!
지면을 밟는 그의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속성].화르르륵――!!
그의 검에 불꽃이 휘몰아쳤다.
그는 이제 게임 속에서 쓰던 모든 스킬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크르르르르…….]펜시르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 자세를 낮추며 경계했다.
콰앙――!!
카가가강―――!!!
있는 힘껏 검을 내려쳤지만 펜시르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많이 컸구나.”
하지만 오히려 우진은 그 모습에 기쁜 듯 녀석을 향해 말했다.
품에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던 아기 늑대가 이렇게나 멋진 성체가 되다니 말이다.
“내가 너무 친한 척을 했네. 어차피 네겐 나는 그냥 처음 보는 인간일 뿐인데.”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치열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둘은 마치 노는 것처럼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했다.
“그러니 다시 시작해 보자고.”
우진은 펜시르의 갈기를 움켜잡고서 녀석의 머리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누가 네 주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