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30화(130/150)
챠릅――!!!
“이제 그만…….”
축축하게 젖은 뺨을 닦으며 우진은 펜시르의 뺨을 양손으로 잡았다.
[캉―!! 카릉――!!!]-마스터에게 좋은 냄새가 난대요.
어느새 펜시르의 말도 익힌 듯 세츠나가 녀석의 머리 위에 앉아 대신 말을 전해줬다.
-엄마 냄새 같대요.
“엄마라……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우진은 펜릴을 만났었으니까.
-그리고 고결한 냄새도 난대요.
“내가? 칭찬이 너무 과한데.”
우진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아뇨. 선조의 냄새라는데요?
“……아.”
머쓱해진 우진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조라면…… 칼라의 펜릴을 말하는 건가.”
테칸 왕국의 초대왕이자 대륙 역사상 유일하게 펜릴을 다루었던 왕.
칼라의 영혼과 함께 그가 길들였던 펜릴의 영혼도 함께 이곳에 있었다.
“혹시…… 석벽 안에 있던 선조의 영혼을 가져간 이가 아스웰 발란인가?”
[크릉?]고개를 갸웃거리는 펜시르의 반응에 우진은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녀석에게 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으음…… 그러니까…….”
고민 끝에 내뱉은 말.
“네 어미를 죽인 자 말이야.”
썩 내키지 않는 설명이지만 펜시르를 이해시키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크르르르르…….]그 말을 듣자 펜시르는 적의 가득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진정해. 마스터가 널 괴롭게 하려고 하신 말씀은 아니니까.
펜시르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세츠나가 그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크릉…….]풀이 죽은 듯 귀를 내리며 펜시르는 고개를 저었다.
‘아스웰이 아닌 건가?’
“그럼 누구지?”
[캉―! 카릉――!!]펜시르의 대답에 세츠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그래?”
-그게…… 인간이 아니래요.
“인간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펜시르가 석벽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바닥을 긁기 시작했다.
“으흠…… 이게 뭐지?”
바닥에는 검은 가루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제가 한번 볼게요!
세츠나가 펜시르의 머리에서 내려 검은 가루 위로 두 손을 포개었다.
우우우웅―――.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동시에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산책길]과 [분석].이제는 하나의 스킬이 아닌 두 개의 스킬을 동시에 시전하는 것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세츠나는 이세계에 와서 스킬의 사용법이 더 좋아 진 것 같군.’
게임에서 두 가지 스킬을 동시에 쓰기 위해서는 [더블 캐스팅]이라는 특성을 따로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스킬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데…….’
우진은 그녀의 적응력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녀는 게임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그녀의 기반은 프로그램.
프로그램인 그녀가 이세계에 와서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숨을 쉬는 생명체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원래 현실을 살았던 우진도 이세계에서 이질감을 느꼈는데, 신기하게도 가상의 존재인 세츠나가 더 이세계에 적응을 잘하는 모습이었다.
“태생이 좋아서 그런가…….”
합리화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이유를 찾기 어려워 우진은 내뱉고 나서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솨아아아악―――!!!
바닥에 쌓여 있던 잿가루가 흩날리더니 그것을 살피던 세츠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검은 잿가루 안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붉은 가루들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붉은 가루를 찍어 우진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거…… 마도 중독에 걸린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홍분(紅粉)이라는 거예요.
“그럼 마석을 먹은 자들이라는 건가?”
-아뇨. 마도 중독은 마석을 먹어서 생기는 게 아니에요. 마석에 오랫동안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거지.
“마석에 노출되었을 때…….”
게임에서도 마도 중독에 걸린 사람들을 봤었다.
요르카 마을의 사람들.
“이곳에 온 자들이 마광산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
-아마도요. 그리고 펜시르가 인간이 아니라고 했던 건 아무래도 이자들에게서 악마의 냄새가 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악마의 냄새?”
-네. 토른 바흐에서 찾은 악마도 이런 비슷한 냄새가 났어요. 가루가 되서 옅어졌지만…… 분명 악마의 냄새예요.
“악마가…… 마도 중독에 걸릴 수 있나?”
그녀의 말을 종합해 본 우진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마는 대륙에 존재하는 그 어떤 존재보다도 마력을 다루는 데 능숙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마력에서부터 태어났으니까.
그런 놈들이 마도 중독이라니.
-마스터, 악마가 아니더라도 악마의 냄새를 가진 자들이 더 있잖아요.
그 순간, 발도아에서 만났던 자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각성자.”
악마의 피를 수혈받은 인간들.
-그런데 어째서 마도 중독에 걸린 걸까요?
“글쎄. 모르지. 각성에 대한 부작용일 수도 있고…… 아직 정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칼라와 펜릴의 영혼을 가져간 자들은 악마와 관련이 있다.’
악마가 그들의 영혼을 가져가서 과연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놈들은 인류의 적.
얽히고 싶지 않아도 이세계의 탑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결국 놈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흐음…… 그나저나 다시 원래 세계로는 어떻게 돌아가지? 펜시르, 혹시 너는 할 수 없어?”
[크릉?]“음…… 전에 카밀라가 나를 들이받으니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거든.”
[크르르르…….]-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면 목을 물어드리겠다는데요?
“……언젠가는 거기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내가 가고 싶은 곳은 거기가 아냐.”
혀를 내밀며 재밌다는 듯 웃는 펜시르를 보며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체처럼 보이지만 태어난 지 기껏해야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성령의 힘을 다루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힘을 가르쳐 줄 어미가 아스웰에게 죽었으니…….
“기대볼 건 카밀라뿐인가…….”
하지만 차원문이 무너진 지금 어둠숲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마스터…….
그때였다.
-어둠숲의 차원문이 중앙 대륙과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글쎄. 실제로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을걸. 육안으로도 볼 수 있으니까. 다만 두 대륙 사이엔 파장이 흐르고 있어서 문을 통하지 않는 이상 건널 수 없어.”
우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뭐, 내가 모르는 통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바라고 거기까지 가는 건 무리야.”
-아뇨.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어떻게……?”
세츠나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구름 걸음이요!! 제가 켈두안의 배 속에 있던 마스터께 갔었던 방법 말이에요!!
그녀의 외침에 우진 역시 눈이 번뜩 뜨이는 기분이었다.
스킬 : 구름 걸음
▶ 안개 걸음의 상위 스킬.
▶ 하루에 1번 지정한 타깃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 최대 2명까지 손을 잡은 상대와 함께 이동할 수 있으며 반경 500m 안에 타깃이 있어야 한다.
분명 이런 능력이었다.
-만약 차원문이 구름 걸음의 범위 안에 있다면…… 대륙을 건널 수 있을지도 몰라요!!
구름 걸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존재를 타깃으로 삼아 그 위치로 이동하는 스킬이었다.
-제게 루엔 님은 어디에 있든 루엔 님이니까요.
우진의 걱정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세츠나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카릉……!!!]그 순간 펜시르가 우진의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자신에게 올라타라는 듯.
***
와아아아아아――!!
와아아――!
“궁수부대!!!”
핏빛과도 같은 어두운 하늘 위로 날카로운 검 한 자루가 위로 뻗어 나왔다.
“발사!!!”
위로 뻗은 검을 아래로 긋자,
슉―!!
슈슈슉――!!!
은색의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아 올렸다.
[케에에엑……!] [케겍……!!]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화살은 울창한 숲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마물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마물의 모습은 어둠숲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거대한 바퀴벌레처럼 생긴 갑충부터 뱀의 몸에 새의 대가리가 달린 키메라까지.
자연적으로 태어난 놈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군 공격하라――!!!”
가녀린 미성의 외침이었지만, 신기하게도 그 목소리는 전장 전역에 울려 퍼졌다.
두두두두두―――!!
쏟아지는 화살비 아래로 기병들이 기다란 창을 겨누고 달리기 시작했다.
퍼억―!! 콰직――!!
일기당천으로 기병들의 창이 순식간에 마물들의 목을 꿰뚫으며 질주했지만,
“크, 크악……!!”
“크아아아악……!!”
아쉽게도 마물들의 수는 그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았다.
마물들은 말에서 떨어진 기병들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들의 살점을 마구잡이로 뜯어 먹기 시작했다.
전장은 순식간에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
촤아아악―――!!!!
그 순간 섬광이 일었고, 기병들을 노리던 수십 마리의 마물들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전선을 유지해라!! 절대로 밀려서는 안 돼!!!”
[캬아아아아악――――!!!]하지만 그녀의 외침과 달리 쏟아지는 마물들은 병사들을 계속해서 먹어치웠다.
“여왕님……! 더는 무리입니다!!”
마물의 피로 물든 갑옷을 입은 기사가 조금 전 섬광을 뿌린 자에게 다가와 소리쳤다.
“아직 마법진이 완성되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지켜야 해.”
거친 숨소리와 함께 투구를 벗자,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루엔 피르바스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선 기사는 검이라고는 제대로 잡아본 적도 없던 그녀의 집사, 고운이었다.
얼굴 곳곳에 남아 있는 수십 개의 흉터가 그가 어떤 수라를 겪어왔는지 증명해 주고 있었다.
“중앙 대륙으로 가지 못하면 우리에게 기회는 없어. 차원문이 부서진 지금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 마법진을 구축해야 해.”
“하지만…… 놈들의 공격이 너무 거셉니다.”
고운은 창백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이 이상 병력을 잃는다면 남아 있는 일족들마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꽈악―.
루엔은 그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
살아남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도 없는 법이었다.
“……후퇴…….”
콰가가가가가강――――!!!
콰가가강――!!
그때였다.
엘프군을 향해 몰아치던 마물들의 머리 위로 수많은 낙뢰가 쏟아져 내렸다.
[캬악―――!!] [캬가강―――!!!]마물들이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까맣게 타 재가 되어 가루가 되었다.
“……푸른 번개?”
루엔은 그칠 줄 모르고 떨어지는 수십 다발의 번개를 멍한 얼굴로 바라봤다.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멀어져서 오지 못할 뻔했어.”
그 순간,
루엔은 낯익은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마물의 비명이 가득한 그곳에.
그리운 얼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