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31화(131/150)
“다…… 당신…….”
전장이라는 것도 잊은 채 루엔은 목소리마저 떨며 우진을 바라봤다.
“오랜만이야.”
펜시르의 등 뒤에 올라타 중앙 대륙의 경계까지 달리는 동안 우진은 온갖 인사말을 떠올렸지만, 결국 그녀를 앞에 두고 한 말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카밀라가 날뛰던 날 갑자기 사라져서는…… 다들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루엔은 우진을 향해 소리쳤다.
놀람 다음에는 걱정, 그리고 이제 모든 감정이 휘몰아친 뒤에 남은 건 그를 향한 미움이었다.
“갑자기……! 갑자기 사라져서 정말 놀랐다고요!!!”
퍼억―!!!
울음이 섞인 외침과 함께 내지른 주먹이 우진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컥.”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
30년이 지난 그녀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새삼 자신의 격차를 실감하며, 우진은 두 번은 맞아서는 안 될 것 같아 그녀의 주먹을 한껏 움켜잡았다.
“미안.”
그의 행동에 루엔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왜, 왜 그러세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닌 거 같아서.”
츠즈즈즈즈…….
쏟아지던 번개가 서서히 사그라지자 아직 남아 있던 마물들이 경계를 하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죄, 죄송해요!!”
루엔은 황급히 손을 빼며 활을 잡았다.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일단 여길 정리하자.”
펜시르의 번개 때문인지 처음처럼 쉽게 달려들지 못하는 마물들을 보며 우진 역시 천천히 검을 뽑았다.
“이루린이 대륙을 잇는 마법진을 설치 중이라며? 얼마나 걸리지?”
“이제 1시간 정도 남았어요.”
우진은 루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앞을 막을게. 엄호해 줘.”
“괘, 괜찮으시겠어요? 악마종은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에요. 하나하나가 칸 님이 싸웠던 라탄과 비등할 정도라고요.”
“괜찮아.”
걱정하는 그녀와 달리 우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나도 여기서 얻은 게 있거든.”
파앗―!!!!
우진의 몸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
루엔은 놀란 얼굴로 황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
콰아아앙―――!!!
악마종들의 공격을 피하며 우진이 검을 휘둘렀다.
쿵……!
후두두둑……!!
검이 움직일 때마다 악마종의 팔과 다리가 거침없이 잘려 나갔다.
‘어떻게…….’
30년의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루엔은 우진의 성취를 믿기 어려웠다.
‘이렇게 많이 변하다니…….’
모습은 과거와 똑같았지만, 지금 그가 쓰는 검술은 과거와 전혀 달랐다.
그 당시 우진의 검술은 강하지만 투박하기 짝이 없었다.
정교함이 부족해 오히려 검술의 강함을 모두 발현하지 못하는 느낌.
하지만 지금 우진의 모습은 달랐다.
‘저 검술은 도대체 뭐지?’
그녀는 우진의 검술에 매료된 듯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루엔!!!”
우진의 외침에 루엔은 황급히 활을 당겼다.
스카아아앙―――!!!
공기를 가르다 못해 찢어발기는 듯한 엄청난 화살이 우진을 스치며 날아갔다.
[케에에엑―――!!!]한 발의 화살이 무려 3마리의 마물을 꿰뚫고도 힘이 남은 듯 지면에 꽂히며 파르르 떨었다.
‘강궁……?’
특별할 것 없는 궁수의 기본 스킬.
하지만 그녀가 쓰자 강궁은 특별한 스킬이 되었다.
이에 질세라 우진이 검을 가로로 눕히고서 자세를 잡았다.
철컥―.
검을 검집에 다시 밀어 넣은 뒤,
있는 힘껏 뽑으며 검을 횡으로 그었다.
무의(武毅) -1검.
아스웰이 펜릴을 사냥하며 깨달은 검술, 파군(破軍)은 모두 5개의 검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진은 그것을 다시 3개로 압축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첫 번째 검.
검을 긋는 동시에 우진의 몸이 앞으로 질주했고, 그가 지나간 자리의 마물들이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우득―.
수미터를 내달은 그가 멈춘 순간, 검을 쥔 손목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
우진의 뺨이 씰룩였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손목에서 느껴졌다.
‘금이 간 건가.’
손목을 꺾자 찌릿한 통증이 났다.
그의 뒤로 다섯 마리의 악마종이 두 동강 난 채로 흩어져 있었다.
“……몸이 따라주질 못하는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만들어낸 검술임에도 불구하고 우진의 육체가 아직 검술을 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하긴. 애초에 무의의 기초가 되는 검술이 검제의 깨달음으로 만들어진 검술이니까.’
아스웰이 만든 검술은 그의 단련된 육체에 걸맞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게임에서 만났을 때에도 이미 90레벨이 넘은 상태였으니, 검술을 창시한 시기의 그는 적어도 그보다 더 높은 성취를 얻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검술의 정수를 뽑아 만든 우진의 검술은 당연히 더 높은 요구 사항이 들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세요!
세츠나의 머리에 꽂힌 물꽃잎 왕관이 빛을 뿜어내자 손목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사라졌다.
“고마워. 아무래도 조율이 필요하겠어. 몇 번 더 부탁할게.”
-으…… 부탁할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였는데요!
우진은 세츠나의 말에 피식 웃으며 악마종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카아아아앙―――!!]펜시르의 합류와 함께 우진은 밀려드는 악마종들을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개체 하나하나는 엘프군보다 약한 악마종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숫자에 있었지만, 콰가가가강―――!!!
펜시르가 뿌려대는 번개와 세츠나의 탄막이 놈들의 수를 빠른 속도로 줄여갔다.
푸욱―!!
그렇게 마지막 마물의 숨통을 끊었을 때,
와아아아아―――!!
와아아――!!
누구 할 것 없이 엘프군의 병사들은 일제히 환호를 터뜨렸다.
그리고 승리에 대한 보답처럼, 저 멀리 보이는 마법진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황금물결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치직……!
치지지직……!!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이 중앙 대륙을 두르고 있는 파장을 흐트러트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중앙 대륙과 어둠숲의 경계를 가르는 새하얀 안개가 빛에 의해 서서히 사라져 갔다.
“드디어…….”
루엔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안개를 바라봤다.
이윽고 어둠숲의 끝자락을 마치 낭떠러지처럼 보이게 만들던 안개가 사라지자, 놀랍게도 그 자리엔 너무나도 평범한 평지가 나타났다.
‘……중앙 대륙과 어둠숲이 그냥 이어진 대륙이었던 건가?’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건 우진뿐만 아니라 엘프들도 처음 안 모양인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고약한 장난이었죠. 차원문을 만들어 대륙이 갈라져 있다고 철석같이 믿게 만들었으니까요.”
소란스러운 엘프군의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머리를 가리고 있던 적갈색의 로브를 벗으며 그녀는 우진을 바라봤다.
“왜 안 늙어요? 부럽게.”
인사말을 고민하던 자신과 달리,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그녀다운 인사였다.
“이루린.”
자신의 가슴까지도 되지 않았던 작은 키의 여자아이는 어느새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앳된 얼굴 대신 군데군데 보이는 주름.
하지만 그건 단순히 세월의 흔적만이 아니었다.
주름의 수가 늘어난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마력의 깊이가 깊어졌으니까.
-우아―.
세츠나는 이루린의 성취를 알아본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봤다.
“카밀라에게 받힌 곳은 괜찮아요?”
그녀는 우진의 뺨에 손을 얹었다.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마치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했다.
“많이 컸네.”
“크큭―.”
이루린은 그의 뺨을 쓸며 웃었다.
“당신다운 인사네요.”
그녀는 더 이상 우진이 알고 있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쉰의 나이에 가까워진 그녀는 오히려 우진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시간이 머무른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도 시간이 흐르긴 했나 보네요. 칸.”
그녀는 세츠나를 바라봤다.
“알을 부화시키셨네요. 재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게 의외로 쉽더라고. 내 세상에선.”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크르르르르…….
마물의 으르렁거림처럼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할 얘기가 많아요. 묻고 싶은 것도, 들려주고 싶은 것도 말이죠.”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절되어 있던 두 대륙이 이어진 날.
각자의 세계에 있던 그들이 만났다.
***
“……돌아갈 방법이요?”
마법사의 막사답게 안에는 각종 실험 도구들과 책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응. 사실 그걸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기도 해.”
우진은 문득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진 이루린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 사르반딘과 카밀라. 둘의 공통점은 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죠.”
그녀는 우진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아마도 당신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기 위해선 그 힘이 필요할 거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카밀라를 만나러 온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순간, 막사 안에 정적이 흘렀다.
이루린이 옆에 있던 루엔을 바라봤다.
대신 말을 해달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칸.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죄송하지만…….”
“왜 그래?”
“카밀라는 이제 없어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카밀라가 없다니. 분명 라탄의 실험실을 녀석의 터로 만든다고 했잖아.”
다급한 우진의 물음에 루엔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0년 전에는 그랬죠.”
그녀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없는 시간 동안 이곳엔 많은 일이 있었어요. 중앙 대륙은 넘어 악마들이 어둠숲을 장악했고,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었죠.”
굳이 다시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카밀라는…… 죽은 것이다.
“펜시르는 너무 어려서 자신의 힘을 제대로 각성하지 못했어.”
그리고 켈두안의 알은 부화도 채 되지 못한 상태였다.
“아직 남아 있는 원시 성령이 있을까?”
우진은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이 세계에 살아 있는 원시 성령은 펜시르를 제외하곤 없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절망 그 이상이었다.
“사실 펜시르가 살아 있다는 것도 저흰 오늘 처음 알았으니까요. 지금껏 중앙 대륙과 어둠숲이 단절되어 있었으니…….”
“그럼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건가?”
“그렇진 않아요.”
절망스러워하는 우진과 달리 이루린은 평온한 모습으로 그에게 말했다.
“필요한 건 인외의 힘. 당신에게는 이미 그 힘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를 수 있는 존재가 있잖아요.”
“……내게?”
그녀의 손가락이 세츠나를 가리켰다.
“그녀에게서 카밀라의 냄새가 느껴지네요. 혹시 그녀가 성령의 능력을 쓸 수 있지 않던가요?”
이루린의 물음에 우진은 놀란 얼굴로 세츠나를 바라봤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세츠나는 성령 스킬을 사용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우리의 세계에서 만들어졌지만 칸, 당신의 세계에서 태어났어요. 그녀의 도움이 있다면…… 어쩌면 우리의 세계가 서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몰라요.”
꿀꺽.
우진은 이루린의 대답에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 마른침을 삼켰다.
“세계가…… 이어진다.”
지금까지 이세계로 오고 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았던가.
이루린의 말대로라면 갑자기 이세계로 가거나, 영영 이세계에 갇혀 있을까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되지?”
“지금부터 알아봐야죠. 성령의 힘을 연구한다는 건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서둘러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어.”
우진은 루엔을 떠올리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마도 이곳의 시간과 당신의 세계의 시간은 다를 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이루린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세계의 시간이 이곳보다 더 빠르다면 지금 그 모습으로 왔을 리 없으니까요.”
그녀의 말대로 게임 속에선 불과 수십 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곳은 30년의 세월이 흘러 버렸다.
“이건 어때요? 지금부터 제가 당신을 돌려보낼 방법에 대해서 연구할게요. 대신 그동안…… 저희를 도와주시는 건?”
“……너희를 도와? 내가 해야 할 일이 뭔데?”
“으음…… 세계를 구하는 일?”
“내가? 말도 안 돼.”
“그렇죠? 그럼 그 일에 반의반 정도라고 해두죠.”
이루린은 우진을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릴 구해주세요.”
그녀는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