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33화(133/150)
[크르르르릉…….]“너무 아쉬워하지 마. 미궁에 너는 들어갈 수 없다니까. 대신 이곳에서 마법진을 잘 지켜줘.”
미궁이 제 힘을 잃었다고 해서 미궁의 모습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곧 돌아올 거야.”
이루린의 설명에 의하면 미궁의 폭은 기껏해야 두 사람 정도가 옆으로 갈 수 있는 정도.
게다가 높이는 허리를 숙여야 할 정도로 낮아서 펜시르가 들어가기엔 너무 좁았다.
[크릉…….]펜시르는 아쉬운 듯 귀를 접고서 우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진의 충전이 끝났어요.”
우진은 펜시르와의 작별을 끝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법진 위로 걸음을 옮겼다.
이루린이 만든 마법진은 단순히 어둠숲과 중앙 대륙을 잇는 것이 아닌, 과거 존재하던 포털의 위치들을 좌표 삼아 대규모 이동도 가능케 하는 마법진이었다.
솨아아악―――!!!
마법진의 빛이 일었다.
***
“카이샤의 무덤에 입장하였습니다.”
감았던 눈을 뜨고서 주위를 훑어보며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게임 속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하려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었지만,
“하하, 카이샤의 무덤이었던 곳에 입장한 것이죠.”
고운은 이걸 우진의 장난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우진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변했네.”
“외모 말입니까? 하하, 네. 치료할 기회도 있긴 했는데…… 그냥 뒀습니다.”
고운은 머쓱한 듯 우진을 향해 말했다.
“외모 말고도 말이야.”
우진은 깨달음을 얻고 난 뒤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그건 본질을 꿰뚫는 눈이었다.
고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그의 기억 속에 고운은 그저 여린 엘프였다.
루엔의 집사였고 눈물이 많았던.
하지만 지금은 잘 정돈된 한 자루의 검과 같은 예리함이 느껴졌다.
“잘 부탁해.”
“어휴, 제가 해야 할 말이죠.”
고운은 예전처럼 어수룩한 모습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우진에게 대답했다.
철컥―.
미궁의 문이 열렸다.
“모두 조심하세요. 미궁이 힘을 잃었다고 해서 몬스터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주인을 잃은 던전들은 또 다른 마물의 서식지가 되기도 했다.
그 말은 원래 던전의 소환물이 아닌 던전과는 연관성이 없는 놈들까지 있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치,
고블린 둥지의 얼굴 없는 괴물처럼.
‘게임 속에서 미궁은 50레벨대의 던전이었어.’
공략되지 못한 이유도 소환되는 몬스터의 난이도 때문이 아닌 미궁 자체의 공략 때문이었다.
미궁이 힘을 잃었다고 미궁의 길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으니.
미궁은 여전히 미궁이었고 이제는 있을지 모를 몬스터에 대한 대비까지 해야 했다.
어쩌면…….
더 난이도가 올라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음 단단히 먹자고.”
우진은 던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세계의 두 번째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다.
***
“어떻게 생각해?”
잔뜩 긴장하고 들어온 미궁이었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그들은 1시간이 넘도록 마물과 마주치지는 않았다.
“……뭐라도 좀 나오면 좋겠네요.”
“동감이야.”
문제는 그 시간 동안 내내 걷기만 했다는 것이다.
-졸려요…….
마음먹었던 것과 달리 아무것도 없는 미궁은 조금씩 그들의 긴장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괜히 신경만 곤두세우고 있었더니 피곤하네요.”
이루린은 뻑뻑한 눈을 부비며 말했다.
“조금 쉬는 게 어떨까요?”
그녀의 제안에 모두가 동의했다.
“제가 불을 피우죠.”
고운은 배낭 안에서 작은 돌멩이를 몇 개 꺼냈다.
두 개를 서로 부딪치자 돌멩이가 빨갛게 달아오르며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미궁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지도를 제작하면서 이동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루린은 그리고 있던 지도를 펼쳐 일행에게 보여주었다.
미궁을 걸어가면서 그린 것치고 그녀의 지도는 생각보다 정교했다.
‘이걸 가져가면 타임 어택은 아무도 못 깨겠군.’
잠깐 실없는 생각을 하며 우진도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을 풀었다.
아직 얼마나 더 가야 완성이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그려진 지도만 봐도 과연 미궁은 미궁이었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통로들.
‘사람들이 공략하지 않은 이유를 알겠네.’
기껏 복잡한 통로를 통과한다 한들 묘실의 열쇠가 없다면 진짜 보상을 얻지도 못하는 곳이니까.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 지도 제작을 할 줄 알았던가?”
“설마요. 하다 보니 된 거죠. 이런 걸 할 사람은 저뿐이기도 했고요.”
그들은 우진이 없던 시간 동안 꽤 많은 던전을 공략했다고 했다.
그렇게 생존자들을 찾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들을 전력으로 쓰기 위한 무구를 구하는 일이었다.
거점도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대장간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선택한 것은 던전이었다.
“던전을 공략해서 거기서 얻은 장비들로 엘프군을 무장시켰죠.”
“드랍템으로? 그렇다고 하기엔 장비가 잘 갖춰져 있던데.”
“사실…… 이루린 님의 마법 덕분입니다.”
고운이 그렇게 말하며 이루린을 슬쩍 바라봤다.
뭔가를 허락받는 듯한 눈빛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운은 단검을 뽑아 자신의 건틀렛을 긁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은색 빛이었던 건틀릿이 순식간에 투박한 갈색으로 변했다.
“눈속임이에요. 사실 던전에서 구한 장비들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행이죠. 세상이 멸망해 가도 던전은 아직 많으니까요.”
다행인 걸까.
이루린은 자조적인 웃음을 띠었다.
수백이 넘는 엘프군을 장비시키기 위해서 그들은 지겨울만치 던전을 공략했을 것이다.
능숙한 지도 제작은 그런 노력의 부산물일 뿐이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이루린이 지도를 품 안에 넣으며 말했다.
“칸 님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도 며칠이나 머물렀지만, 본래 세상에 돌아가자 몇 분도 채 흐르지 않았다고 하셨죠.”
두 번째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탄을 물리치고 의식을 다시 찾을 때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막상 게임 안은 거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었다.
“동료가 위험할 수도 있다 하셨죠? 서둘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서두르면 일을 그르칠 뿐이랍니다.”
던전 안에 들어오고 난 뒤, 천천히 지도를 제작하면서 나아가는 그들을 보며 우진의 마음이 조급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발도아에서부터 이들과 미궁에 도착하는 데까지 족히 하루가 넘게 걸렸다.
대륙을 거의 횡단하다시피 한 거리를 고작 하루 만에 갔다는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우진의 마음은 여전히 루엔에 대한 걱정으로 편할 수 없었다.
“동료를 믿어보세요. 칸 님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약하지 않을 겁니다.”
루엔이 말했다.
우진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아, 물론 제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이기적인 말만은 아니에요.”
그가 걱정하는 사람이 게임 속 자신이라는 걸 그녀가 알 리 없을 테지만, 그녀의 말은 마치 자신을 믿어보라 하는 듯 들렸다.
“그래…… 약한 녀석은 절대 아니지.”
-괜찮을 거예요. 마스터께서 사라졌을 때 저는 소환수의 공간에 먼저 갔잖아요.
우진도 세츠나가 하려는 말이 뭔지 알고 있었다.
소환수처럼 용병 역시 계약자가 로그아웃을 하게 되면,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대기실로 자동으로 이동된다.
‘만약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우진은 쉽게 마음을 다잡기 어려웠다.
언제나 변수라는 것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었으니까.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 변수는 현실에도 일어나는 법이었다.
“……어?”
고운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쿠그그그…….
기대고 있던 벽이 와르르 무너지며, 그 안에서 뭔가 길고 날카로운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창이었고.
무너진 벽과 함께 고운의 가슴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쿨럭……?”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운이 창을 바라봤다.
“커…… 커헉…… ·!!”
입가를 타고 주르륵 피가 흐르는 것을 시작으로, 그가 기침과 함께 검붉은 핏덩이를 와구와구 뱉어내기 시작했다.
“고운……!!!!”
루엔이 황급히 활을 들었다.
꽈드득……!!
팽팽하게 당긴 시위에 날카로운 빛의 화살이 만들어졌다.
시위를 놓으려는 찰나,
고운을 꿰뚫고 있던 창이 점점 그의 몸을 들어 올렸다.
“멈춰!! 같이 휘말린다!!”
[크르르르…….]고운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영악하게 그놈은 고운을 방패 삼아 그의 뒤로 몸을 숨겼다.
“세츠나!!”
늘 합을 맞췄던 두 사람이었기에 우진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세츠나는 본능적으로 스킬을 시전했다.
그의 몸이 흐릿하게 사라졌고,
[크륵……!!]순식간에 놈의 뒤를 노렸다.
“후웁―――!!!”
우진이 있는 힘껏 놈의 등에 검을 꽂아 넣었다.
낡은 갑옷이 부서지며 가르륵……! 거리면서 뭔가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캬아아아악―――!!]한데 뭔가 이상했다.
검을 옆으로 꺾자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갑옷 안이 비었어……?’
그 순간, 놈이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머리가 180도 회전하며 날카로운 이빨이 우진을 노렸다.
탁―! 탁―!!
우진이 황급히 몸을 뒤로 빼자 이빨이 허공에서 서로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언데드……?’
투구 안에는 살점 하나 없는 두개골이 ‘취륵……!’ 하는 소리를 내며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모습을 기괴했다.
마치 악어처럼 기다란 주둥이에, 자잘하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수십 개 박혀 있었다.
“용아병(龍牙兵)이에요!!!”
용의 뼈로 만들어진 마물.
애초에 카이샤의 무덤이 용이 만든 미궁이었으니 이곳에 용과 관련된 몬스터가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째서 저게 남아 있는 거지……? 설마…… 미궁이 힘을 잃은 게 아닌가?”
다만,
문제는 이거였다.
“크아아악―――!!!”
놈이 고운에게 박아 넣었던 창을 뽑아내며 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세츠나!! 고운을 치료해 줘!!”
-네!!
“프라시오……!!!”
이루린이 주문을 외우자 용아병 사이로 화염의 벽이 생성되었다.
[크륵?]용아병은 잠시 주춤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불꽃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콰아아앙―――!!
그 순간, 기다렸던 루엔의 화살이 놈의 가슴을 꿰뚫었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화살이 놈을 뚫고 벽에 꽂혔다.
산산이 부서진 갑옷 사이로, 조금 전 화살로 와장창 부서진 갈빗대들이 보였다.
[크르르르…….]놈이 으르렁거리자 놀랍게도 부서진 뼈들이 순식간에 다시 달라붙기 시작했다.
엄청난 재생력?
아니,
이건 놈의 능력이 아니다.
그 순간, 우진이 홈페이지에 적혀 있던 놈의 정보를 떠올렸다.
“마력을 먹는다……! 멈춰!!”
아직 먼 얘기라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놈의 정보를 떠올리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추정 레벨은 80 후반.
고룡 스카쟈의 레어가 있는 레블라 산맥에서나 볼 수 있는 최상급 몬스터였다.
“미궁과 관련된 몬스터가 아냐.”
카이샤의 무덤은 50레벨대의 던전이다.
용아병이 있을 수 없었다.
아무리 레벨 제한이 없는 이세계라 한들 던전에 서식하는 몬스터의 종류는 같았으니까.
‘미궁과 상관없이 외부에서 온 마물.’
처음 이루린이 했던 말처럼, 힘을 잃은 던전은 다른 몬스터의 서식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용아병은 소환수야.’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닌 누군가 마력으로 만들어야 하는 몬스터.
그 말은,
‘이건…… 누군가의 짓이다.’
꽈악―.
우진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미궁에 자신들보다 먼저 온 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