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34화(134/150)
“이루린, 이 대륙에 아직 용아병을 소환할 수 있을 만큼의 마법사가 있나?”
우진은 용아병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용아병을 소환할 수 있는 마법사요? 아뇨, 제가 아는 상식선에서는 없어요, 애초에 놈들은 용의 마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니까요!”
“그럼 사람이 한 짓이 아니라는 건가…….”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인룡이라 불린 하퍼 그웨인을 제외하고…….’
대륙에 존재하는 용은 모두 넷.
광룡 다뮈네, 빙룡 벨리안, 그리고 흑룡 벤시나.
그중에 라울이 사냥한 용은 세 마리에 불과했다.
‘한 마리가 더 남았어.’
“혹시…… 화룡이 아직 살아 있을까?”
“화룡이요? 글쎄요. 용 사냥꾼도 찾지 못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라울이 마지막 용을 쫓던 30년 전.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화룡 리벨라온.
‘이 용아병들이 그럼 화룡의 짓일까?’
알 수 없었다.
화룡의 의지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해야 할 일이었다.
“……용아병 상대해 본 사람?”
우진의 물음에 당연하게도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콰앙―――!!
일단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드드득……!!
용아병이 창을 들어 우진의 공격을 막았다.
쩌적……! 쩌저적……!!
발아래 번지는 한파가 순식간에 놈의 전신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루린의 마법과 달리 칭호의 효과는 녀석에게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후웁―!!”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우진이 검을 두 손으로 꽉 움켜잡고서 배트를 휘두르듯 횡으로 그었다.
[강격]이었다.카앙―――!!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손목이 저릿한 느낌.
우진은 멈추지 않고 튕겨 나간 검을 다시 한번 사선으로 그었다.
용천(龍天) 1문(門) – 절(絶)
까득…… 까드드득…….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었지만 용아병의 어깨에 박힌 검은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더럽게 단단하네.”
우진이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을 바라보는 용아병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마법은 먹어치웠고, 용의 뼈로 만들어진 몸뚱이는 물리 공격도 먹히지 않았다.
‘어떻게 공략해야 하지?’
용아병의 공략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애초에 게임에선 사냥할 엄두도 못 내는 고레벨 몬스터였으니까.
[캬아아아악――――!!!!]그 순간 녀석이 비명과 같은 포효를 지르기 시작했다.
욱신――!!!
그 순간 심장을 죄어오는 듯한 느낌에 우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비틀거렸다.
‘소형 몬스터 주제에 피어를……?’
주로 대형 몬스터의 전용이라 여겨지는 스킬.
형태는 작아도 과연 놈은 용의 힘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멀미를 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동안 [마력이 담긴 고대 가죽 갑옷]을 착용하고 있어서 [용맹] 특성 덕에 공포 계열의 공격은 어느 정도 쉽게 대처를 하던 그였다.
하지만 특성 없이 처음부터 받는 정신 공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었다.
솨아아악……!!
그 순간, 일행의 주위로 빛 가루와 함께 둥근 막이 생성되었다.
-마스터!!
세츠나가 그의 곁으로 날아왔다.
-죄송해요! 치료를 하느라 늦었어요!
그녀의 영혼 수호가 완성되자 지끈거리던 두통이 사라졌다.
“아니야. 덕분에 살았어.”
[캬아아악―――!!!!!]자신의 공격이 무효화된 것에 화가 난 듯 용아병이 다시 한번 포효를 지르며 달려왔다.
더 이상 피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달려드는 용아병의 모습은 위협적이었다.
“고운의 상태는?”
-그게…….
우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가방 안에 남아 있는 포션은 이제 상급 포션 1개가 끝이었다.
‘하급 회복술로는 역부족인가…….’
우진은 선택을 해야 했다.
마지막 보루로 남겨두었던 포션을 써야 하는가.
“……걱정 마십시오. 죽진 않을 테니까.”
그때였다.
고운이 창백한 얼굴로 몸을 움직였다.
누가 봐도 무리하는 것을 알 수 있겠지만, 우진은 그의 행동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짐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
우진은 만지작거렸던 포션을 다시 품 안으로 집어넣었다.
“약속 지켜.”
그의 말에 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앞에는 용아병.
게다가 그 배후엔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최악을 대비해야 했다.
부우우웅―――!!!
용아병이 창을 휘둘렀다.
‘막았다가는 골로 가겠어.’
좁은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놈의 창에서 터져 나오는 풍압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콰직―!!
검을 바닥에 꽂자 그의 앞에 방벽이 생겼다.
콰가가가강―――!!
창과 부딪힌 방벽이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앗……!!!!
부서지는 방벽의 조각 아래로 우진이 몸을 날렸다.
“세츠나!!!”
그의 외침에 용아병의 서 있는 근처 양쪽 벽에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와 놈을 감쌌다.
[크륵……?!]순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용아병이 손아귀를 뿌리치려 버둥거렸다.
“모두 뛰어!!!”
우진이 벽에 기대고 있던 고운을 들쳐 메고서 소리쳤다.
“어, 어디로 가야 하죠?!”
“나도 몰라.”
일단 달리는 수밖에.
***
일행은 미로를 달리고 있었다.
처음처럼 갈림길에 표식을 그려 넣고 지도를 만드는 조심성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다만 나오는 갈림길에서 그들은 무조건 오른쪽으로 달렸다.
최소한의 안배인 셈.
그러나 이게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헉…… 헉…….”
얼마나 달린 걸까.
체력이 낮은 이루린의 고통스러운 숨소리가 들릴 때쯤 용아병의 걸음 소리도 멈췄다.
“……화룡의 짓은 아닐 거예요.”
루엔의 부축을 받으며 이루린이 거친 숨소리를 뱉으면서 말했다.
“무슨 근거로?”
속도를 줄인 우진이 숨을 돌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일단 화룡이 살아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용은 용아병을 데리고 다니지 않아요.”
“용아병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고?”
“네. 용이 용아병을 만드는 이유는 호위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부재 시 자신들의 레어를 지키기 위함이니까요.”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대륙 최강종인 용이 번거롭게 소환수를 이끌고 다닐 필요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럼……? 용아병을 만들 수 있는 마법사는 없다고 했잖아.”
“네.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도 용의 마력을 다룰 순 없죠. 하지만…….”
그녀는 뒷말을 흐렸다.
굳은 표정.
왠지 불안해졌다.
“연금술사라면 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녀의 말에 우진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쥬터.”
미궁과 관련된 연금술사.
게다가 아직까지도 놈은 살아 있었다.
[실패작 No.8701]우진은 발도아에서 만났던 그 끔찍한 괴물을 떠올렸다.
‘그것도 평범하게 살아 있는 건 아니지.’
놈은 악마의 피를 받은 각성자가 되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었다.
“그는 네메스의 여왕이 가진 열쇠를 훔쳐 똑같이 만들었다. 그러고는 묘지기를 속여 그곳에서 갖은 흑룡의 보물을 훔쳐 달아났지.”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대정령 나이아드는 분명 그가 미궁 안에 있는 보물을 가져갔다고 했었다.
그런 그가 왜 다시 미궁을 찾은 걸까.
꽈악―.
그 순간, 우진은 품 안에 있던 흑룡의 열쇠를 잠시 만지작거렸다.
‘벤시나는 이걸 주면서 내게 무덤에 있는 장비를 쓰라고 했었어.’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했다.
나이아드의 이야기가 맞다면 벤시나가 열쇠를 주기 전에 이미 쥬터가 미궁을 털어갔다는 말일 테니까.
과연 벤시나가 이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만약 허락되지 않은 자가 묘실의 문을 열었다면 벤시나가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미궁 역시 던전.
도전을 하는 자에게 보상은 주어진다.
벤시나가 남긴 묘실의 보물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말이다.
‘쥬터는 진짜 묘실의 보물을 얻지 못한 거야.’
용의 열쇠다.
쉽게 복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 놈이 다시 미궁을 찾았다는 것은…….
‘진짜 열쇠를 얻었다든지. 아니면…….’
쿵―! 쿵―!! 쿵――!!
용아병의 걸음 소리가 점점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용의 힘을 얻었다든지.’
그들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쥬터 보아스.”
이루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네. 유명한 작자죠. 마지막 남은 연금술사. 악마에게 영혼을 판 변절자, 걸어 다니는 재앙…… 더 말해 드릴까요?”
“아니. 충분할 것 같아.”
과거에는 그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조사하기 어려웠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놈은 꽤나 많은 짓을 하고 다닌 모양인지 제법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럴 만도 하죠. 그자가 죽인 사람의 수가 어쩌면 악마들에게 죽은 사람보다 많을 거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발도아에서 놈의 의뢰랍시고 시체를 묻고 있는 걸 봤어. 그리고 인간 골렘까지.”
“그 연구…… 아직도 하고 있었나 보네요.”
이루린은 그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예전에 스승님께서 제게 물은 적이 있었어요. 영생을 얻는 방법 중 흑마법이 나을까, 연금술이 나을까.”
“아직도 스승이라고 불러?”
“뭐…… 입에 익은 호칭이라서요. 별 뜻은 없어요.”
스승에게 불꽃 세례를 쏟아냈던 그녀였다.
“라탄 그자도 우습군. 제자에게 둘 중 어느 쪽에 붙을지를 물었다니.”
“결국 흑마법 쪽으로 붙어서 그 꼴이 되셨지만요.”
사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괴물 말이다.
“그게 나았을지도 모르지. 놈에게 붙었다면 골렘의 재료로 몸 따로, 머리 따로 잘려 나갔을지도 모르니까.”
갈림길이 끝난 듯 일자로 이어진 통로를 쭈욱 따라가자 드디어 통로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문.
“운이 좋았는걸요? 길을 확인하지도 못했는데 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니 말이에요.”
석실의 문을 보며 이루린이 한시름 놓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내게 고마워해야 할걸. 길은 사실 내가 바꿔놓은 거거든. 어디로 가든 결국 이곳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말이지.”
“……!!!”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어두운 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을 반기는 한 사람이 있었다.
“덕분에 편하게 왔겠군. 사실 여기에 사람이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말이야.”
두근.
그 순간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그 이질감을 느낀 건 비단 우진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놈은 분명 혼자다.
분명 수적으로 이쪽이 훨씬 우세했고 루엔과 이루린의 실력은 결코 약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뭐지?
놈의 얼굴을 본 순간 우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쥬터 보아스?”
“맞아.”
우진을 향해 놈이 싱긋 웃었다.
썩은 지 오래인 듯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남자.
여기저기 부패돼서 색이 변했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의 가죽이었다.
그리고 머리엔 용 모양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하얀색이 섞여 있기도 했고, 푸른색이 섞여 있기도 했다.
알록달록한 가죽들을 이어 붙여 만든 가면은 어린아이가 만든 것같이 조잡해 보였다.
꿀꺽.
하지만 우진은 그것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놈에게 붙었다면 골렘의 재료로 몸 따로, 머리 따로 잘려 나갔을지도 모르니까.”
그냥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눈앞에서 현실이 되었다.
우진은 놈이 어떻게 용아병을 부릴 수 있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놈이 두른 가죽은 벤시나의 것이었다.
쿵―.
들고 있는 지팡이 위엔 푸른색의 커다란 눈알이 마치 방울처럼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건 벨리안의 것이었다.
그리고 가면에 보이는 흰색 가죽…… 두말할 것 없이 다뮈네의 것이 틀림없었다.
“……라탄이 선택을 잘한 게 맞네.”
곳곳에 보이는 흔적들.
모두 죽은 용들의 시체를 뜯어 만든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들이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도망치든지…….
꽈악―.
우진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먼저 죽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