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6)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36화(136/150)
“오! 찾았다!!”
그가 소리치자 우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용기사의 무구! 맞지?”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검은색의 갑옷과 검을 향해 쥬터가 신이 난 듯 달려갔다.
정작 무구를 찾으려고 했던 우진은 그걸 보고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흑색 연성인가 뭔가 하는 건 어디 있지?’
“어서 와!! 빨리!!”
쥬터가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스릉―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나타난 푸른빛의 검날은 눈으로 봐도 엄청난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캬! 이거 갑자기 탐이 나는데?”
“……뭐 하는 짓이지?”
“이거 말이야. 청린(靑燐)으로 만든 거야. 너 진짜 운이 좋은걸? 아직까지도 이런 게 남아 있었다니.”
“청린? 그게 뭔데?”
“뭐긴 뭐야. 더럽게 희귀한 거지.”
“…….”
쥬터는 자기가 말해놓고는 웃긴 듯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미친놈하고 대화를 하려니 피곤하네.’
우진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쥬터에게 손을 내밀었다.
“구경 다 했으면 이제 주지?”
청린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놈의 손에 무기가 들려 있다는 건 불안한 일이었으니까.
“아, 그럼, 그럼. 그래야지.”
그러나 그 순간, 쥬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콰앙―!!
“이거 지키고 있어.”
그의 명령에 뒤따르던 용아병들이 검을 막아섰다.
“……무슨 짓이지?”
생각지 못한 그의 돌발 행동에 우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미안. 사실 용기사의 무구는 나도 처음 보는 거거든. 근데 이게 청린으로 만든 걸 줄은 몰랐지.”
쥬터는 씨익 웃었다.
“이게 진짜 위험한 물건이거든? 그러니까 잠깐만 보관하자는 거지.”
“무슨 개수작이야? 각자 가져갈 물건은 상관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니었어?”
“너 진짜 청린이 뭔지 모르는구나? 하긴 꼬꼬마니 그럴 수밖에 없을라나?”
“미친…… 비슷한 나이면서.”
게임에서도 살아 있던 쥬터였다.
우진은 놈이 족히 100년을 넘게 살아왔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 그에게 으르렁거렸다.
“낄낄―. 비슷한 나이? 귀엽네.”
쥬터는 우진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듯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웃었다.
“그래, 그럼 우리 친구 먹자. 친구야. 잘 들어. 청린으로 만든 무구는 말이야.”
스륵―.
쥬터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검에 가져갔다.
툭―.
놀랍게도 그의 손가락이 검날에 닿기도 전에 그대로 잘려 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닿지 않아도 자를 수 있다.”
우그적―.
놈은 바닥에 떨어진 손가락을 입에 넣고 와구와구 씹어 삼켰다.
쩌적…… 쩌저적…….
그러자 마치 도마뱀 꼬리가 다시 자라나듯 잘린 손가락에서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검보다 네가 더 놀라운데.”
실시간으로 신체가 재생되는 모습에 우진은 기가 막힐 뿐이었다.
“키킥, 사실 그 반응을 기대하고 한 거야.”
쥬터는 순식간에 자라난 손가락을 우진의 앞에서 까닥거리며 대답했다.
“청린은 어떻게 얻는 거지?”
“음…… 많은 가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건 균열석의 껍데기라는 것이겠지.”
“균열석의 껍데기……?”
“던전이 만들어질 때 어마어마한 균열이 생겨나. 그리고 던전이 완성되면 균열석의 껍데기가 그 갈라진 균열을 서로 이어 붙이거든?”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은 또 하나의 공간이야.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공간 안에 던전이란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는 건…….”
쥬터는 양 손바닥을 서로 띄웠다가 포개며 말했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붙어 있다는 것과 같아.”
그는 우진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럼 그 사이에 아공간이 생겨나지.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도 하고, 반대로 모든 것을 뱉어내기도 하는 양날의 검 말이야.”
“그게 청린이란 거군.”
“맞아.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저 검날은 보이지 않는 아공간을 두르고 있다는 말이지.”
쥬터는 다시 한번 검에 손을 가져갔다.
솨아아악……!!
그러자 손가락이 잘려 바닥에 떨어졌던 처음과 달리 검지 손가락이 뭔가에 빨려 들어가듯 뜯겨 나갔다.
“봤어? 봤지? 신기하지?”
쥬터는 뜯겨 나간 손가락을 쪽쪽 빨고서 어린아이처럼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잘려 나가는 건 그렇다 쳐도…… 빨려 들어간 손가락은 어떻게 하려고?”
“아? 이거?”
쥬터는 별것 아니라는 듯 잘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우우우웅―――.
그러더니 허리에 메고 있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찾는 듯 휘휘 저었다.
“여기 있다.”
그가 메고 있던 주머니는 평범한 것이 아닌 아공간 주머니인 듯, 주머니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을 크기의 잘린 팔이 툭 하고 나타났다.
서걱―.
놈은 기다란 팔에서 손가락만을 잘라 대충 침을 바른 뒤 자신의 손가락에 붙였다.
쩌적…… 쩌저적…….
그러자 시체에서 잘라낸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과 엉켜 붙기 시작했다.
“어때? 이게 더 신기하지?”
놈은 자랑스레 우진을 향해 물었다.
‘……괴물 새끼.’
우진은 차마 그 말을 입으로 내뱉지 못했다.
“대단하네.”
“낄낄―.”
쥬터는 신이 난 듯 몸을 들썩이며 일어섰다.
“여튼 그래서 저건 너무 위험한 물건이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거지. 그 정돈 해줄 수 있잖아? 친구?”
“……알겠다.”
우진은 바닥에 꽂혀 있는 용기사의 검을 힐끔 바라봤다.
애초에 선택권이 없었다.
그가 싫다 한들 검을 지키는 용아병들을 상대로 검을 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좋아. 좋아. 이해해 줄 거라 믿었다니까!”
쥬터는 우진의 등을 밀며 소리쳤다.
“자, 친구 건 찾았으니까 이제 내 걸 찾아보자고!!”
두 사람은 보고의 안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용아병이 없다.’
자신을 믿는 건가? 아니면 얕보는 걸까.
쥬터는 보고 안으로 함께 들어왔던 용아병들에게 모두 검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남은 건 그와 쥬터뿐.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만 들릴 뿐이었지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궁금한 게 있는데.”
우진이 정적을 깨며 말했다.
“뭐지?”
“흑색 연성인가 하는 걸 찾으면 넌 뭘 할 거지?”
“왜? 너도 연금술에 관심이 있어?”
“딱히…… 연금술에 국한된 건 아냐. 이 세계에 오만 것들에 대해서 궁금한데 물어볼 사람이 없었거든.”
“물어볼 사람? 이상하군. 인간보다 더 오래 산 엘프가 네 동료 아냐?”
“동료긴 하지. 그래서 물어보지 못하는 거야.”
“동료라서 못 물어본다고? 별난 놈이네.”
쥬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게 이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죽어도 될 놈에게 물어야지.’
우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었다.
“찾았다!!
그 순간, 쥬터가 소리치며 보고의 안쪽으로 달려갔다.
우우우웅…….
보고의 안쪽 벽면에 화려하게 세공된 술식.
쥬터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진법을 어루만지다 못해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이거야…… 이거라고……! 내가 그렇게나 찾고 싶었던 것 말이야!!!”
쥬터는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찾았으니 나도 이만 가고 싶은데.”
“안 돼, 안 돼! 네가 가면 안 되지.”
“왜?”
“아까 물었잖아. 술식을 찾으면 뭘 하겠냐고.”
쥬터는 씨익 웃었다.
“연금술사가 연금식을 가지고 뭘 하겠어. 당연히 실험을 해야지.”
“……뭐?”
툭―.
그 순간, 쥬터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깨물었다.
찢어진 상처에 붉은 피가 맺혔고 놈은 벽에 그려진 진법을 엄지로 꾸욱 눌렀다.
“실험을 하려면 실험 대상이 필요하잖아. 친구.”
그 순간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우――――!!!]마치 괴물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진법 안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원형의 진법은 마치 룰렛처럼 7개의 칸으로 나뉘며 차례차례 빛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게임이었다면 이런 메시지가 나왔을지 모른다.
[쥬터 보아스가 흑색 연성을 시전합니다.]▶ 연성진이 발동합니다.
▶ 5개의 효과 중 하나가 발현됩니다.
▶ 조작, 성장, 쇠약, 소생, 죽음.
[흑색 연성 – 쇠약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창조물에 닿는 모든 존재들에게 효과가 적용됩니다.
▶ 생명력을 감소시킵니다.
▶ 정신을 약화시킵니다.
▶ 각종 신체 능력을 약화시킵니다.
······.
끝없이 나열된 효과들.
그 어떤 저주보다도 더 대단한 것이었지만 쥬터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냐. 아냐.”
우득―.
그는 주머니 안에서 조금 전 손가락을 잘라냈었던 팔을 꺼내 진법 안으로 쑤셔 넣었다.
[키에에에에에――――!!!]그러자 진법 안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쿠르르르르…….
놈은 주머니에서 계속해서 뭔가를 꺼내 마치 먹이를 주듯 밀어 넣기 시작했다.
잘린 팔, 마물의 살점, 시커멓게 탄 두개골, 악취를 뿜어내는 식물…….
처음 보는 온갖 것들을 우겨 넣자, 놀랍게도 붉은색으로 빛나던 진법의 색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음산한 검은색.
분명,
[흑색 연성 – 죽음의 효과가 발동됩니다.]게임이라면 이런 설명이 들렸겠지만 그런 게 없어도 이번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에――――!!!!]진법 안에서 기괴한 비명과 함께 검은 형상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으니까.
“……세츠나!!!!”
그 순간 우진이 외쳤다.
솨아아아악―――!!!
그의 품에 숨어 있던 그녀가 있는 힘껏 진법을 향해 날아갔다.
“낄낄―.”
하지만 쥬터는 이미 우진의 생각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아무런 저지도 하지 않았다
“아, 한 가지 말 안 한 게 있네. 실험 대상 말이야. 그거 네가 아냐. 넌 그냥 구경하라는 거지.”
“뭐?”
“넌 그냥 인간이잖아. 그딴 걸 어디다가 써?”
아차 싶었다.
놈은 처음부터 세츠나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솨아아아악――――!!
그 순간 날아온 화살이 쥬터의 이마에 정확히 박혔다.
“……컥?”
놈의 몸이 휘청하며 뒤로 나자빠졌고,
쾅―!!
콰과과광―――!!!
동시에 화염구들이 놈에게 쏟아졌다.
“아야야야…….”
쥬터는 머리에 화살이 박힌 채로 벌떡 일어났다.
시커멓게 피부가 그을렸지만 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루엔과 이루린을 바라봤다.
“뭐 하냐. 너희.”
쑤욱―.
놈은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듯 머리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아니,
애초에 고통을 논할 일이 아니었다.
머리에 화살이 박히고도 살았으니까.
처음 놈을 만났을 때 느꼈던 알 수 없는 위화감.
그 이유가 여기 있었다.
놈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죽지 않는 괴물.
“크아아아―――!!”
우진이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끄응―.”
쥬터는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무엇을 꺼낼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막아야 했다.
파앗―!!
우진이 질주를 사용했다.
주머니에서 꺼낸 놈의 손엔 [말프란 주스]와 비슷해 보이는 푸른 액체가 들어 있었다.
“크윽―!!!”
손을 뻗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다.
겨우 반보 차이.
우진을 비웃듯 놈의 한쪽 입꼬리가 기형적으로 올라갔다.
“그냥 너흰 죽어야겠다.”
꿀꺽―.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순간,
푸욱―!!!!
놈의 목젖을 뚫고 검이 튀어나왔다.
“……어?”
푸른 액체가 검날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너나 죽어. 이 병신 새끼야.”
고운은 밀어 넣은 검을 옆으로 당기며 꾹꾹 담아두었던 말을 내뱉었다.
툭―.
쥬터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