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38화(138/150)
남아 있던 연금식의 효과는 3개.
[조작]▶ 사물의 형태, 상대방의 기억, 공간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을 비트는 힘.
[소생]▶ 생명체뿐만 아니라 파괴된 물건까지 복원할 수 있는 힘.
2개의 효과 모두 특별한 힘이었다.
그에 비해 사실 [성장]의 효과는 단순하게 본다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성장]▶ 생명체가 지닌 태생적인 한계까지 단숨에 능력치를 올린다.
뭔가를 바꾸거나, 뭔가를 만들거나, 혹은 뭔가를 초월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성장]이란 효과에는 또 다른 효과가 숨겨져 있었다.
바로,
[시간].하물며 그것이 태어나는 데에만 100년.
그뿐만이 아니라 성체가 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를 원시 성령이라면, 그 가치는 지금 상황에서 그 어떤 효과보다 의미가 있었다.
[크우우우우―――!!!]벽에 새겨진 연성진에 머리를 내민 켈두안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용의 보고가 크게 흔들렸다.
콰직―――!!!
쥬터를 보호하려는 듯 루엔을 둘러싸고 있던 용아병 중 한 마리가 켈두안을 막아섰다.
우그적……! 우그적……!!
하지만 켈두안은 거대한 입을 벌려 용아병을 한입에 삼켜 버렸다.
[꺼억―.]급속도로 성장을 했기 때문일까.
켈두안은 허기가 진 듯 입맛을 다시며 남아 있는 용아병을 바라봤다.
“마음껏 먹어.”
[쿠오오오오――――!!!!!]우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녀석은 기쁜 듯 머리를 치켜세우며 포효를 터뜨렸다.
쿠그그그……!!!
보고 안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미친 새끼……!!! 청귀의 알이라고?! 이건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쥬터는 이 상황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악을 질러댔다.
“세상에서 제일 미친놈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다 듣다니…… 칭찬인가?”
그의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우진은 냉소를 지었다.
[캬악……! 캬아악……!!] [카르르륵……!!]남은 용아병들이 루엘을 버리고 황급히 쥬터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위협적이었던 용아병들이 켈두안의 앞에 서자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콰아앙―――!!!
켈두안의 머리가 용아병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캬아아악……!! 캬칵!!! 켁!! 카…… 크그…… 드르르……!]창을 내지르던 용아병들이 괴상한 소리와 함께 통째로 켈두안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네놈……! 죽여 버리겠어…….”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구니 뭐니 헛소리를 지껄였던 녀석은 상황이 틀어지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콰앙―――!!!
하지만 뭔가를 하기도 전에 쥬터에 머리에 다시 한번 화살이 꽂혔다.
이번엔 박히는 정도가 아닌 아예 놈의 머리를 관통해 버렸다.
꽈드드득……!!
용아병들의 포위에서 벗어난 루엔이 다시 한번 시위를 당졌다.
“……킥!!”
놈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슉―!! 슈슉――!!
그렇게 이어지는 루엔의 [연사].
화살통에 있던 화살이 모두 쥬터의 몸을 뚫고 바닥에 꽂혔다.
“이…… 쌰…… 앙…….”
턱이 화살로 부서져 덜렁거려 제대로 발음도 하지 못하는 쥬터가 루엔을 쏘아보며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퍼엉――!!
그 순간, 놈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손 떼. 이 새끼야.”
시커멓게 그을린 손을 본 쥬터가 인상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봤다.
이루린이었다.
그녀는 이마에 흐른 피를 닦아내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화르륵……!!
그러자 그녀의 주위로 다시 한번 불꽃이 일었다.
“이……! 이이익……!! 버러지 같은……!!! 처음부터 그냥 깡그리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쥬터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회를 해봤자 늦었다.
콰드득……!!
놈의 용아병들은 어느새 켈두안에게 모조리 잡아먹혀 버렸으니까.
‘놈이 약을 먹게 해서는 절대 안 돼.’
우진의 눈짓을 알아들은 듯 이루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아아악……!!!
그와 동시에 그녀가 만든 화염구들이 놈을 향해 날아갔다.
타다닥―!!!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되어 우진 역시 쥬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진이 한달음에 거리를 좁혔다.
[질주].동시에 세츠나의 [안개 걸음]이 더해졌다.
쉬익――!!
순식간에 우진이 쥬터의 눈앞에 도착했다.
우진이 검을 들어 사선으로 내리꽂았다.
카앙―――!!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해진 놈의 팔이 우진의 검을 막았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었지만 녀석의 단단한 피부를 뚫지 못했다.
“……죽어!!!!”
쥬터가 우진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칸!!!”
그때였다.
고운의 목소리에 우진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언가.
꽈악―!!
손을 뻗은 순간 그의 손바닥에 착 감기는 것은 다름 아닌 용기사의 검이었다.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청린이 내뿜는 예기는 보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었다.
벨 수 있다.
서걱―.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쥬터의 몸이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쿵……!!
쥬터의 상체가 미끄러지듯 잘린 면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크…… 크아아악!!!”
반토막이 났는데도 놈은 죽지 않고 우진을 노려보며 버둥거렸다.
이젠 놀랍지도 않은 광경이었다.
“후웁―.”
우진은 바닥에 쓰러진 놈의 상체를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쿵―!!
촤아아악―――!!!
그는 가차 없이 놈의 관절 마디마디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크악……!! 그마……!! 그마…… 안!!!!”
쥬터가 비명을 터뜨렸다.
“연기하지 마. 고통을 느끼지도 못 하는 놈이.”
하지만 그의 발버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진은 계속해서 놈을 토막 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쥬터의 사지를 잘라낸 우진이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고운이 더 이상은 보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충분?”
하지만 우진의 반응은 차가웠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푸욱―!!
우진이 바닥에 구르던 놈의 머리 위로 검을 박아 넣었다.
“아오, 미친놈아. 그만 좀 하라니까.”
그러자 놈이 감았던 눈을 부릅뜨며 우진을 향해 소리쳤다.
“허…….”
기괴한 놈의 모습에 고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저었다.
“속지 마라. 놈은 인간이 아냐. 괴물이지.”
턱이 너덜너덜해진 놈은 대답 대신 얼굴에 붙어 있는 수십 개의 눈을 깜빡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고운이 그 모습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진에게 물었다.
툭―.
혹시 하는 마음에 [순례자의 십자가]를 놈의 이마에 내려놨지만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연금술은 저주가 아니었으니까.
“일단 입 좀 닥치게 하고 생각해 보려고.”
우진은 놈이 두르고 있던 망토를 찢어 쥬터의 머리에 덮었다.
“뭐, 뭐 하느 지시…… 야!! 웁……! 우웁……!!”
제대로 발음도 되지 않는 입으로 반항을 했지만 우진을 오히려 목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더욱 꽉 머리를 조여 맸다.
“죽이지 않으실 거예요?”
그러자 이루린이 우진에게 물었다.
“죽일 수 있어?”
“네. 아마도요.”
그녀는 보고에서 찾은 마법인 [공간 왜곡]에 대해 우진에게 말했다.
“흐음…… 공간을 없앤다라. 확실히 그런 마법이라면 놈의 머리를 지워 버릴 수도 있겠네.”
쿵―.
하지만 우진은 꽁꽁 싸맨 쥬터의 머리를 구석으로 던져 버리고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해. 네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잖아.”
“그래도…….”
“내가 처리할게. 어차피 아직 놈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도 하니까.”
“해야 할 일이요?”
이루린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끔찍한 괴물에게 뭐가 더 남았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쿠으으으…….]“별거 아냐. 일단 이 녀석부터 해결하자.”
우진은 켈두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야말로 도박이었다.
연금식으로 켈두안이 깨어나지 못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조작이나 소생이 걸렸을 때도 생각한 게 있긴 했지만…… 어쨌든 다행이지.’
하지만 이제 겨우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었다.
호수에서도 봤지만 성체가 된 켈두안은 장소로 등록될 정도로 거대했다.
그에 비해 진법의 크기가 너무나 작았다.
켈두안은 간신히 머리만 나온 상태일 뿐 몸은 여전히 술식 안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녀석의 크기를 줄이거나, 아예 미궁 밖으로 불러내거가.
“이 근처에 켈두안이 머무를 만한 곳이 있을까?”
“글쎄요. 크림힐드가 근방에 있긴 하지만…… 생명체가 살 곳은 아니죠.”
세츠나의 [구름 걸음]을 쓰는 건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듯싶었다.
“그럼 녀석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야겠군.”
“알겠어요. 보고에 있는 마법서나 도구 중에 쓸 만한 게 있는지 찾아볼게요.”
“저도 다녀오겠습니다.”
“고운, 너는 네 몸부터 살피도록 해.”
“네. 세츠나 양이 회복을 걸어주셔서 괜찮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하지만 하급 회복으로 나을 상처가 아니었다.
“찾아보고 필요하면 쓰도록 해.”
우진은 마지막 남은 포션을 그에게 던졌다.
“미리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고운의 말에 우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저놈도 먹을 수 있어?”
우진이 쥬터의 머리를 가리키며 묻자 켈두안은 고개를 저었다.
성령조차 꺼려하는 괴물.
그 괴물은 게임 안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일지 모르겠군…… 웬만하면 사람답길 기도해야겠네.’
그래도 게임은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최소한 목을 베면 죽는 수준이길 바랄 뿐이었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돌아가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걸요.”
“……음?”
“칸 님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성령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었죠.”
그녀의 말에 우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군.”
펜시르는 성체가 되지 못했기에 세츠나를 통해 그 방법을 찾으려 했었다.
그녀는 카밀라의 힘을 가지고 태어났었으니까.
하지만 세츠나 역시 온전한 성체라 할 수 없었고, 성령의 힘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연구.
그런데 이제 바라던 가장 완벽한 성체의 성령이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당장 시작하겠어요.”
이루린은 우진의 마음을 읽은 듯 던전을 거점화시키는 작업보다 먼저 성령의 힘을 사용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꼭 돌아가셔야 하나요?”
보고 안에서 마법서들을 꺼내던 그녀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부정하듯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어요.”
그녀는 마법서들을 안고서 머쓱한 듯 웃었다.
“나이를 먹으니 마음이 약해진 모양이에요.”
우진은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어린아이로만 기억했던 그녀였다.
자신보다 나이를 먹은 그녀를 보았을 때 적잖은 당황도 했지만, 떠올려 보면 자신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끔찍한 수라를 겪었을지…….
그녀의 삶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늦어서 미안.”
오히려 처음 만났을 때 하지 못했던 말을 우진은 뒤늦게 그녀에게 했다.
“에이, 늦고 싶어서 늦은 게 아니잖아요.”
이루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대신 하나만 약속해 주시겠어요?”
“뭔데?”
“만약 다시 오신다면 제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기 전에 와주세요.”
“……어?”
“루엔 님은 엘프라서 늙지도 않잖아요. 하지만 전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되어 있을 거라고요.”
그런 모습을 우진에게 보이는 건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 그녀는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줍은 아이 같은 모습.
그를 처음 만난 건 19살의 소녀였었다.
“……노력해 보지.”
생각지 못한 말에 우진은 당황스러워하다 이내 피식 웃고 말았다.
“노력이 아니라 약속이요.”
“그래.”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할게.”
그의 대답에 기쁜 듯 이루린이 웃었다.
촤르륵……!!
그녀의 주위로 수십 권의 마법서들이 날갯짓을 하듯 책장을 흩날리며 떠다니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용의 보고 속에 있는 위대한 마법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돌아갈 수 있다.’
우진은 그 모습에 확신했다.
“세츠나. 너도 보고를 둘러보도록 해. 아마도 쓸 만한 유물들이 잔뜩 있을 거야.”
-그래도 괜찮아요?
“물론이지.”
우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는 기쁜 듯 루엔과 고운이 떠난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럼…….”
이루린은 마법에 집중하고 있었고 나머지 셋은 보고를 살피느라 정신없었다.
남은 건 자신뿐.
“웁……! 우웁……!!”
우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쥬터의 머리를 들어 좀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일행이 볼 수 없는 곳으로.
지금부터는 꽤나 잔인한 일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