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4화(14/150)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시체는 그대로 잿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초심자 지역이라 다행히 아이템을 드랍하지는 않겠지만 남은 동료는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분명 당신들에게 물어봤는데? 죽어도 안 된다 하니 죽인 건데.”
“미친……!! 네놈…… 누가 보낸 거냐? 감히 우리랑 같은 수법을 써?”
‘같은 수법?’
우진은 남아 있던 남자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슉―.
그때였다.
수풀 사이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조심.”
카히라가 황급히 우진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억센 힘에 그는 그대로 바닥으로 몸이 기울었다.
쿡―!!
우진이 있던 자리에 화살이 박혔다.
“……?!”
그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지만 어느새 모습을 감춘 듯 남아 있는 건 흔들리는 풀잎뿐이었다.
“용병이로군.”
카히라는 바닥에 박힌 화살을 뽑아 살피며 말했다.
갈색 깃털.
그리고 은색의 촉.
“발크란제(製) 화살이라…….”
초심자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상급자용 화살이었다.
“중앙 대륙에서 넘어온 놈들이군.”
공방 발크란에서 제작된 화살은 50레벨 이상부터 사용 가능한 무기였다.
“성채에 있던 사람들을 어떻게 몰아내나 싶었는데…… NPC를 이용한 거였나?”
초심자 지역에서는 플레이어 간에 부상을 입히는 건 가능하지만 목숨을 끊는 건 불가능하다.
사실상 부상을 입어도 사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똑같은데 굳이 이런 룰을 만들어 놓았는가 싶지만, 부상과 사망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사망시에는 관리자 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현실성을 중요시하는 [이블 테일]에서는 유저의 [녹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튜브나 각종 매체에 미궁탑을 공략하는 영상이 올라오는데, 이런 [녹화]를 하기 위해서는 [비전]이라는 특수한 아이템을 사용해야 했다.
관리자 호출이 있을 시 관리자는 비밀리에 분쟁을 살피고 악행 여부를 관찰 후 판단하여 제제를 가한다.
PK가 가능한 무법지대인 중앙 대륙과 달리 초심자 지역에서의 분쟁은 사실 그리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죽이지 못하면 어디선가 자신의 악행을 관리자가 지켜볼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초심자 지역에 플레이어가 절대로 죽지 않는 건 아니었다.
첫 번째는 자살.
우진이 그랬듯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초심자 지역에서도 허용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따금 독에 중독되거나 하는 경우 포션값을 아끼려 자살을 택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물에 의한 죽음.
사냥을 하다 죽게 되는 건 중앙 대륙이나 초심자 지역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사실 한 가지 더 예외가 있었다.
바로, NPC다.
그들 역시 유저가 아닌 프로그램.
마물과 같은 시스템의 범주에 있는 자들이었다.
‘당연히 NPC는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이것으로 인한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
애초에 초심자 지역의 NPC들과 플레이어가 분쟁이 일어날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블 테일] 최초로 초심자 지역에서 NPC들과 플레이어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용병 시스템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제법 머리를 굴렸는걸.’
용병 NPC.
파티 사냥이 필요하지만 모르는 이들과 얽히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용병은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중 하나였다.
그들은 충분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리더가 제안하는 꽤 많은 것들을 반박 없이 따랐다.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냥한다든지, 마물이 드랍한 아이템을 혼자 수거한다든지…….
일반적인 파티에서는 문제가 될 일들도 용병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평등한 관계가 아닌 완벽한 상하 관계였으니까.
일각에서는 용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그런 요구사항인 만큼 지불해야 하는 보수도 만만치 않았다.
편의를 위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었으니 잠시 일었던 소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슉―! 슈슉―!!!
날카롭게 날아오는 화살이 성채의 목책에 꽂힐 때 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기둥들이 부서졌다.
‘날아오는 화살의 종류는 셋.’
화살촉에 맺힌 속성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스킬이 뭔지는 알 수 있었다.
‘궁수 2차 스킬 트리인 [속성시].’
2차 스킬 트리는 50레벨에 개방되니 확실히 중앙 대륙에서 넘어온 자들이 맞는 듯 보였다.
‘용병이 보수를 준 만큼 움직인다는 건 알지만…… 살인을 청부할 만큼이면 도대체 얼마나 쏟아부은 거야’
우진은 [창세단]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들이 도대체 얻는 게 뭘까?
“일단 안으로.”
길을 막던 나머지 한 녀석마저 아작 낸 카히라는 우진을 향해 손짓했다.
“안쪽엔 창세단 녀석들이 더 많을 텐데…… 괜찮을까요? 중앙 대륙에서 용병을 데리고 왔다는 건 간부라 불리는 놈들도 모두 50레벨 이상일 겁니다.”
적의 수를 알 수 없는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우진 쪽이 불리했다.
“걱정 말게.”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거침없었다.
“신이 우리와 함께하니.”
콰앙―!!!
카히라는 기도문을 읊조리며 짧은 다리로 있는 힘껏 문을 찼다.
“모두에게 평등한 죽음을!”
이상한 일이다.
분명 자신들이 수적으로 열세인데…….
“뭐! 뭐야!!”
퍼억―!!!
“남이 누군지 묻기 전에 자신부터 소개하는 게 예의란다.”
사냥을 하던 창세단원의 배에 그녀의 해머가 박혔다.
“컥!”
단원의 허리가 그대로 꺾였다.
“자, 잠시만……! 저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동료를 보며 뒤에 있던 남자가 다급히 손을 저으면서 소리쳤다.
“물론 너희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아.”
콰직―!!
손사래를 치던 단원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 * *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갑자기 고레벨 NPC가 왜 튀어 나온 거냐고!”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성곽에 서 있던 [창세단]의 간부는 아래에서 벌어지는 소란에 당황한 듯 소리쳤다.
“저 붉은 로브…… 분명 므하의 교단이지? 도대체 어떤 새끼가 므하의 신자를 꼬드긴 거야? 아무리 돈을 써도 꿈쩍도 안 하던 놈들인데…….”
므하의 교단.
빛과 어둠과 달리 그들은 무(無)를 숭상하는 자들이었고, 중앙 대륙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집단 중 하나였다.
사실 이번 일을 벌일 때 가장 섭외하려 했던 자들이었는데…….
빠득―.
간부의 이빨 가는 소리에 보고를 하던 부하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하나, 둘, 셋…….
그야말로 양민 학살이었다.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창세단의 단원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가고 있었다.
“우리 쪽 용병은? 뭘 하고 있는 거야!”
“그게…….”
보고를 하던 부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보수를 더 달랍니다.”
“……뭐?”
“므하의 신교를 상대로 싸우면 저주를 받는다나…… 고용한 세 명의 용병들 모두가 거절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그게 한 사람당 50골드를 원한답니다.”
“미친 날강도 같은 새끼들……! 돈을 그렇게 받아 처먹었는데 또 뭘 달라는 거야!!”
“대, 대신 같이 온 자는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성채 밖에서 쫓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라져? 도둑 클래스라고 해봐야 초심자 수준인데…… 왜 놈을 못 찾는 거야?”
“그게 저희도…….”
부하들은 간부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렸다.
“어차피 같은 플레이어는 못 죽여. 숨은 녀석은 용병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으니까…….”
간부는 그들에게 말했다.
“저건 너희가 처리해.”
“……네?”
“왜? 나한테 여기서 뒈지는 것보다 저주인가 뭔가가 더 걱정되는 거냐?”
간부는 부하들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찍으며 물었다.
“그, 그럴 리가요!”
부하들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곽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그 [퀘스트]만 아니어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꽈악―.
간부는 끓어오르는 열을 삭히지 못하겠다는 듯 주먹을 쥐며 중얼거렸다.
“이딴 곳에 와서 뺑이나 치고 있는 것도 열받는데 별 그지 같은 일이…….”
“아하, 그러니까 퀘스트를 하려고 성채에서 사냥하는 사람들을 내쫓았다는 거군?”
“……?!!”
그때였다.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간부는 황급히 뒤를 돌았다.
“너…… 뭐냐.”
‘초심자 지역에 있는 놈이…… 내 감지 스킬에서 벗어나 은신을 해? 어떻게 돼먹은 놈이지?’
간부는 황급히 검을 뽑으며 우진을 살폈다.
장비는 별것 없다.
특이한 점이라면 다리와 팔에 나 있는 상처.
‘왜 부상을 입고 있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모습에 간부는 잔뜩 경계하며 우진을 바라봤다.
“딱히 놀랄 것도 없어. 나도 그렇거든.”
“……뭐?”
“나도 퀘스트를 하러 온 거라고. 퀘스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성채에 일이 있는 거면…… 더 이상 서로 힘을 뺄 필욘 없을 것 같은데.”
우진은 그의 앞에 섰다.
“사람들을 내쫓는 방식은 뭐……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덕분에 조용해졌으니 나도 불만은 없으니까. 각자 할 일을 하겠다면 이쪽도 더 이상 피를 볼 생각은 없는데.”
“뭔 개소리야!! 남의 업장에서 난동을 부린 새끼를 가만히 둘 것 같아!”
“그래? 사실 나도 그냥 해본 말이야.”
퍼억―!!!
“……컥!!”
우진의 주먹이 간부의 허리에 꽂혔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고통에 간부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뜨렸다.
“이 새끼가……!!!”
그가 황급히 검을 뽑아 우진을 향해 휘둘렀다.
[초심자 지역입니다.] [50레벨 이상의 고레벨 플레이어는 저레벨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공격할 수 없습니다.]“……?!”
경고와 함께 날아드는 우진의 주먹.
“무슨 이딴…….”
믿을 수 없다는 듯 간부는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뒤로 물러섰다.
[간파(Lv2)를 사용합니다.] [목표의 레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표의 레벨이 사용자보다 높을 시 간파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중앙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모험가 조합에서 구입한 서브 스킬 중 하나.
그의 한쪽 눈이 반짝이자 우진의 신상이 그의 눈에 나타났다.
“레…… 레벨이 20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스킬을 쓴 순간 그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진짜 저레벨이었다니…….
그런데…….
‘무슨…… 힘이…….’
간부의 눈빛이 떨렸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너희들 생각에 나도 하나는 동의해.”
스르릉―.
우진이 검을 뽑았다.
“나눠 쓰는 것보단 혼자 쓰는 게 낫지.”
카가가강――!!
그의 검이 순식간에 간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동레벨과 싸울 때나 겪었던 속도.
“크윽!!!”
간부는 황급히 검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았다.
“성채는 너희가 비워줘야겠어.”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