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4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40화(140/150)
“널…… 이용하라고?”
우진은 쥬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뭐, 결정은 네가 할 일이지만 절대로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거다.”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만약 생각이 있다면 라우프강 하류에 자라는 악귀풀을 잘라서 가져가 봐. 그럼 녀석은 네 발바닥이라도 핥으려고 할걸. 키킥!!”
세계가 다르긴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남처럼 대하는 쥬터의 모습은 확실히 평범하진 않았다.
“다른 세계니까 그냥 남이지. 만난 적도 없는데. 뭐, 별것 있나?”
물론, 정작 본인은 그게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모습이지만 말이다.
‘악귀풀이라…….’
우진은 쥬터가 하는 말을 곱씹었다.
라우프강은 대수림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나오는 고대 유적지 주변을 흐르는 강이었다.
아직 이름도 알려져 있지 않은 미개척 지역.
그곳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아마도…… 드워프의 방벽이었지.’
우진은 예전에 고운의 지도에서 봤던 이름을 떠올렸다.
‘대수림의 동쪽이면 75레벨 정도의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곳이었으니…….’
던전 공략도 아니고 필드에서 채집을 하는 것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혹시 드워프의 방벽에 대해서 알고 있어?”
“방벽? 아, 그 고대 유적지? 들어보긴 했지.”
“혹시 뭐 특이점이라도 있나?”
우진은 조금 기대하며 그에게 물었다.
어쩌면 미개척 지역을 공략하는 방법까지 알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아니. 난 유물 탐사 같은 건 관심 없으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그럼 얼음 군도나 붉은 황야는?”
“그렇게 멀리까지 가본 적이 없는데.”
“새벽 수도원이라든지 자르칸 궁전은…….”
“거긴 다 던전이잖아. 연금술사가 던전 공략하는 것 봤냐? 던전에서 나오는 재료들은 그냥 돈으로 사거나 빼앗았지.”
지금까지는 신나게 이야기하던 것과 달리 미개척 지역에 대해서는 신기할 정도로 아는 것이 없었다.
“…….”
순간 우진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한 사람에게서 알아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제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내 곧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뭐,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도 안 되는 일들뿐이니 이제 이런 음모론적인 생각마저 드는 모양이었다.
“방법을 찾았어요!!”
그 때였다.
이루린이 그에게 왔다.
***
-마스터, 이것 좀 보세요!! 제가 쓸 만해 보이는 것들을 챙겨놨어요!
석벽 뒤에서 나오자 세츠나가 그를 반겼다.
신이 난 목소리를 증명하듯 그녀의 앞에는 유물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건 수호자의 보호대라 불리는 겁니다. 공격을 받았을 때 반대로 적을 튕겨내는 힘을 가진 장비죠.”
유물을 살피려고 하자 고운이 기다렸다는 듯 장비를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용광로 반지라고 합니다. 사실 이게 용의 보고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천둥 부족이라 불리던 드워프들이 만든 것입니다.”
화르륵……!!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자 반지에 붙어 있던 보옥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검을 잡아보세요.”
우진이 시키는 대로 검을 잡자 놀랍게도 검날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인챈트와는 또 다른데.’
보통 화염 속성을 인챈트하게 되면 검날에 불꽃이 덧씌워지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건 검날 자체가 달아오르며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기에 화염 속성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식으로 날을 달궈 관통력을 높여준다는 겁니다.”
고운이 들고 있던 방패를 바닥에 세우며 그를 향해 눈짓했다.
아마도 반지의 효능을 보여주기 위해 가져온 모양이었다.
수욱―.
별생각 없이 찌른 것에 비해 결과는 놀라웠다.
마치 젓가락으로 두부를 찌르는 것처럼 아무런 저항도 없이 검이 방패를 뚫어버렸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물건들이 가득했다.
하나하나가 모두 상급이었지만 우진은 이전과 달리 선뜻 그것들을 챙길 수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고민하는 우진을 보며 고운이 물었다.
“응? 아…… 그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생긴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우진 대신 쥬터의 머리가 대신 말했다.
“괜찮아. 원래 무지한 자가 용감한 법이니까. 진리에 다가갈수록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이세계에서 룬이나 무구를 얻는 게 자신이 가진 특혜라 생각했다.
그러나 니센과 만난 후 두 세계의 균형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
그는 쌓여 있는 유물들 사이에서 룬석 하나를 꺼내 들었다.
한입에 넣을 수 있었던 최하급 룬과 달리 사과 정도 되는 크기였다.
“중급 힘의 룬석이로군.”
미궁탑 10층에서 [불새단]이 하급 룬석을 얻었다는 글을 커뮤니티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 말은 중급 룬석은 아직 게임 내에서는 발견되지도 않은 아이템이라는 뜻이었다.
스릉―.
그리고 반대쪽 손으로 검을 뽑았다.
마치 두 개를 저울질하듯 우진은 검과 룬석을 번갈아 바라봤다.
‘관리자들도 이제 내 검에 대해서 알 거야.’
토른 바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했었으니까.
흑룡이 사라진 뒤 제법 오랫동안 그가 쓰던 장비들 대해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제재를 가했겠지.’
[라울의 검] 역시 시나리오 상으로는 미래의 물건이었다.하지만 획득처가 어둠숲이라든지 라울이라는 NPC가 어쨌든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스터 에그로써 어느 정도 묵인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했다.
‘그러나 이건 달라.’
애초에 획득할 수 없는 아이템이니까.
‘과연…… 이제 어떻게 나올까.’
쿵― 쿵―.
우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건 일종의 도전이자 도발이었다.
단순히 자신에 대한 관리자들의 대처가 궁금한 것이 아니다.
‘에단.’
[이블 테일]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시스템에 대한 것이었다.과연 A. I는 이세계라는 변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계정 삭제……?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변수를 해결할 수 없다면 변수를 알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지워 버릴지도 모른다.
현실의 자신을 찾을 수 없는 상황.
게임 안에서만 존재하는 자신은 어쩌면 완전히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오싹―.
그런 생각이 들자 공포가 밀려왔다.
이대로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은 느낌.
빠득―.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은 이를 갈았다.
‘마음대로 해보라지.’
와그작―!!
그는 있는 힘껏 룬석을 베어 물었다.
사아아악…….
베어 무는 순간 그의 손에 있던 룬석의 나머지가 얼음 녹듯 사라졌다.
“……!!!”
룬석의 기운은 최하급 룬석을 먹었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후우―.”
토해내는 숨결이 마치 용암처럼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충만하게 차오르는 힘을 느끼며 우진은 신기한 듯 자신의 몸을 살폈다.
“결정을 내린 얼굴이군.”
우진은 쥬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지.”
그의 말대로였다.
피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한 걸음.
아주 조금씩이라도 진실에 나아가야 한다.
꽈악―.
주먹을 쥔 손에 힘이 확연하게 차이가 느껴졌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정면으로 승부를 볼 때였다.
“이루린.”
우진의 부름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무구들은 잘 보관하고 있을게요. 돌아오시게 되면 가져가세요.”
“됐어. 같은 용의 보고라면 결국 내가 있는 곳에도 있다는 말이니까.”
“그래도 모르죠. 흐른 시간이 다르니 그사이에 물건도 달라질 수 있잖아요.”
“내가 바라는 변화는 이곳의 미래야. 무구들은 앞으로 있을 전쟁에 도움이 될 거야. 너희가 쓰도록 해.”
우진은 앞에 서 있는 고운의 어깨를 다독였다.
“저자는…… 어떻게 할까요?”
“너희 결정에 맡기지.”
우진은 쥬터의 머리를 바라봤다.
그래도 처음과 달리 두 동강 났던 머리가 이제는 하나로 붙어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아는 놈이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놈이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클클. 또 보자고.”
쥬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었다.
“켈두안과 펜시르를 잘 돌봐줘.”
[쿠우우우우…….]켈두안은 우진과의 이별이 아쉬운 듯 낮게 울었다.
“네게는 미안하다. 내가 살기 위해 너를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니 말이야.”
우진은 켈두안의 뺨을 쓸었다.
“하지만 약속하마. 널 다시 데리러 올게. 그때까지만…… 저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촤륵―.
수락의 의미일까.
켈두안이 커다란 혀를 내밀어 그의 얼굴을 핥았다.
“저희가 잘 보살필게요. 원시 성령은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힘이 될 테니…… 오히려 저희가 감사해야 할 일이죠.”
“부탁해.”
펜시르와 인사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미안했지만 우진에겐 시간이 없었다.
“다음에 오실 때 마음을 풀어주게 맛있는 거라도 가지고 오세요.”
이루린의 말에 우진은 피식 웃었다.
“그래. 언제가 되든…… 돌아와야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돌아가는 방법은 알게 되었다 해도 이곳으로 오는 방법은 여전히 찾지 못했으니까.
“일단 칸 님의 생각대로 세계를 잇기 위해선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만큼의 힘을 가진 존재는 대륙에서 오직 원시 성령뿐이죠.”
이루린의 말에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체의 원시 성령이어야 가능할 텐데, 그조차도 단 한 번이 고작일 거예요.”
“그럼…….”
“이 세계에 남아 있는 원시 성령은 펜시르가 마지막이에요.”
“네 말은 만약 내가 이곳으로 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해도 돌아가는 기회가 이제 한 번뿐이라는 거잖아?”
“네. 지금으로서는요.”
난감한 일이었다.
만약 이번처럼 강제로 다시 이세계로 전이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세계에 갇혀 버릴 수도 있단 뜻이니까.
“제가 미궁을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균열석에 대해서 연구를 한 거 아시죠?”
“그렇지.”
“칸 님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던 이유는 원시 성령의 힘이 균열석과 비슷하기 때문이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지?”
“뭔가를 잇기 위해서는 통로를 만들어야 하죠. 그럼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죠?”
“……구멍을 뚫어야지.”
우진은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네. 균열이 바로 그 구멍이에요.”
“그럼…… 균열석을 찾으면 가능할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계속해서 연구를 할 테니까. 절대로 칸 님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은 만들지 않겠어요.”
우진의 걱정을 눈치챈 듯 이루린이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내가 있는 세계에서도 너와 같은 방법으로 세계를 이을 순 없나?”
“글쎄요. 아마도 불가능할 거에요. 균열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그녀는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원시 성령을 도와 마법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죠.”
마력에 대해서 모르는 우진도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순수한 마력의 양만큼은 스승님도 저를 이기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잠시 우진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오래오래 사세요. 그럼 제가 태어날 거고, 그 세계에서도 분명 방법을 찾아낼 거니까요.”
“시간대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 네가 태어날 때쯤이면 지금의 넌 없을걸.”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 않아요? 그 세계의 저도 저니까요.”
다른 세계의 자신을 남이라고 여기는 쥬터와는 정반대의 생각이었다.
그녀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에 우진은 옅게 웃었다.
“루엔.”
마지막으로 그가 고개를 돌렸다.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우진은 조용히 그녀를 향해 악수를 청했다.
[쿠우우우오오오오――――!!!]켈두안의 포효가 보고 안을 울렸다.
그러자 지하 깊숙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은 청풍(淸風)이 일기 시작했다.
“다시 보자.”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로딩 중…….]검은 화면이 보였다.
우측 하단에 적혀 있는 글자 뒤의 점들이 마치 게이지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팁 : 항상 공지사항을 확인하세요.]‘이건 뭐야?’
우진은 화면 중앙에 순차적으로 바뀌는 팁 문구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래. 이런 게 있긴 있었지…….’
게임에 접속할 때 나오는 구동 화면.
맨 처음 [이블 테일]을 작동시킬 때 본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터라 오히려 정상적인 화면이 우진에겐 낯설게 느껴졌다.
[새로운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세부 내용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추후 인게임 커뮤니티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검은 화면 위로 나타난 알림창.
“…….”
잠시 머뭇거리던 우진은 로딩 화면에서 나왔던 팁 문구가 생각났다.
[축하합니다.] [2차 메인 시나리오에 앞서 1차 서브 시나리오 업데이트가 적용되었습니다.] [플레이어분들께서는 더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요 변경 사항.
1. 모험가 리치올드가 오랜 경험 끝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자신을 한 단계 더 단련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 각 도시의 모험가 연합에서 스킬 합성과 스킬 창조가 가능해졌습니다.
▶ 특수한 조건을 완성하여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킬을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2. 진리의 현자 라하드가 오랜 연구 끝에 중급 룬의 연금술식을 발견했습니다!!
▶ 업데이트 기념 중급 룬의 획득 기회를 드립니다.
▶ 업데이트 이후 최초 접속 24시간 동안 플레이어는 확률적으로 사냥과 제작을 통해 중급 룬을 획득 할 수 있습니다.
▶ 단, 캐릭터의 수와 상관없이 계정당 1개만 소유 가능합니다.
3. 콜로세움 투기장의 새로운 시즌이 열립니다.
▶ 많은 모험가들의 참가를 기다립니다.
▶ 우승 상금은…….
그 뒤로 주저리주저리 잡다한 업데이트 내용들이 가득했지만 우진의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로그인하셨습니다.]알림창이 사라지자 시야는 서서히 게임 속 풍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돌아왔다.
“하…… 하하…….”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귀환의 기쁨보다 그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스킬 창조와 중급 룬석.
그가 이세계에서 가지고 온 것들이 마치 당연하게 게임에 적용되어 버렸다.
그저 타이밍이 좋았던 걸까?
아니,
절대로 그럴 리 없다.
꽈악―.
우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시스템은 알고 있는 것이다.
이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