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4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41화(141/150)
‘루엔!’
업데이트의 황당함도 잠시 우진은 가장 중요한 루엔의 안위부터 확인하려 시스템 창을 불렀다.
[현재 계약된 용병 : 루엔 피르바스]▶ 상태 : 대기 중
▶ 특별한 명령 없이 계약자가 일정 시간 자리를 비워 용병 대기소로 강제 소환되었습니다.
“……다행이다.”
우진은 용병 목록창에 있는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고 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플레이어가 로그아웃 시, [소환수의 공간]처럼 계약된 용병들도 [용병 대기소]라는 공간에 머물게 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소환수의 경우는 다른 선택지 없이 무조건 [소환수의 공간]으로 소환되지만, 용병들의 경우 플레이어가 따로 부재 명령을 지정해 놓는다면 로그아웃 이후에도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냥이라든지 수집과 같은 반복 퀘스트를 용병들에게 시켜 로그아웃 시에도 돈을 벌게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따로 부재 명령을 지정하지 않은 게 다행이군…….’
명령 중에는 [생존]과 관련된 것들도 있었다.
특정 마을로 귀환하라든지 체력이 얼마 이하로 떨어질 경우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라든지 하는 것들.
보통 로그아웃 이후 사냥이나 퀘스트를 시키는 플레이어들이 해두지만, 애초에 그는 로그아웃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어떤 명령도 내려두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그게 다행이었다.
명령을 수행하느라 정작 용병 대기소로 돌아가지 않게 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로그아웃 즉시 대기소로 돌아가라는 명령어가 있다면 좋을 텐데…….’
플레이어가 로그아웃을 하게 되면 대략 1~2분 정도 후에 계약된 용병들이 대기소로 귀환한다고 한다.
“1~2분이라…….”
[루엔 피르바스를 불러오시겠습니까?]▶ 주의 : 강제 소환 전 상태로 불러옵니다.
▶ 강제 소환 전 치명상을 입거나 중독된 상태였을 경우 불러오기 시 상태 이상이 지속 됩니다.
그는 알림창을 보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병 대기소에 있다는 걸 봐선 폭격에 죽지는 않았던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상태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쓸 수 있는 포션도 없으니까.’
루엔의 상태가 궁금했지만, 위험한 모험을 하기보다는 마을로 돌아간 뒤에 그녀를 불러내는 것이 맞았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우진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목록 창을 넘겼다.
[현재 계약된 소환수 : 세츠나]▶ 상태 : 대기 중
▶ 계약자가 일정 시간 자리를 비워 소환수의 공간으로 강제 소환되었습니다.
[세츠나를 불러오시겠습니까?]솨아아악……!!
확인 버튼을 누르자 그의 앞에서 바람이 일렁이며 세츠나가 나타났다.
-마스터!!
눈을 뜨자 그녀가 우진을 향해 소리쳤다.
“어때? 괜찮아?”
-정말 깜짝 놀랐다구요!!
“그래. 그럴 만도 하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호들갑을 떠는 세츠나를 우진이 다독였다.
왠지 예전의 자신을 보는 기분이었다.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닐 테니까.
하물며 세츠나는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닌 프로그램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갑자기 막 여기저기 폭발이 일어나더니 사방이 불타기 시작했는데 마스터께서는 갑자기 사라지시고……!
“……뭐?”
-마스터께서 사라지셔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그러다 검은 공간으로 강제 소환되었거든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린 우진과 달리, 세츠나는 손뼉을 치며 뭔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참!! 루엔 님은요? 괜찮으세요?!
“너……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네? 뭐가요? 당연히 다 기억하죠! 그 폭격 말이에요……! 누굴까요? 연방이 전쟁을 시작한 걸까요?
우진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세츠나는 이세계에서의 기억이 없는 걸까?’
이루린은 세계를 잇는 힘인 ‘균열의 힘’을 원시 성령이 가지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 원시 성령의 힘을 세츠나 역시 물려받았으니, 그녀 또한 두 세계를 이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도 말이다.
그런데…….
두 세계를 잇기는커녕 세츠나는 게임 속으로 돌아오자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평범한 소환수처럼.
꽈악―.
우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된 걸까.
만약 그의 예상대로 시스템이 자신의 이세계행을 알고 있는 것이라면…….
‘세츠나에게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처럼 플레이어가 아니니까.
비록 게임 속에 갇혀 있기는 하지만, 자신은 게임이 아닌 현실에 속한 존재였다.
시스템이 자신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행하는 것들에 맞춰 게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닐까?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자신과 달리 그녀는 프로그램이다.
처음부터 시스템의 영역 아래서 탄생한 존재.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빌어먹을…….”
드디어 자신의 비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억울함과 원통함이 그를 괴롭혔지만 이대로 가만히 속상해 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일단은 페론과 합류를 하자.’
페론과 웨든은 현재 미궁탑 19번째 마을인 [브라운 크로]로 향하고 있었다.
울드아 연합의 접선지인 [백색 주점]이 있는 곳이기도 한 그곳은 미궁탑 마을 중에서도 제법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곳은 의료 시설과 신전도 있으니까…….’
루엔의 상태를 확인하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쿠그긍…….
쿠그그그그…….
폭음 소리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메아리치듯 들려왔다.
“서두르자.”
우진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적용된 업데이트.
게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
“와…… 경매장에 물건이 없네?”
“도대체 누가 싹쓸이를 해 가는 거야?”
“누구긴 대형 클랜들이지. 지금 스킬북은 경매장에 올리지도 못한다던데? 경매소 앞에서 랭커들이 기다렸다가 다 싸 간대.”
“도대체 무슨 일이지? 갑자기 업데이트라니…….”
[미궁탑 19번째 마을 브라운 크로]마을데 들어서자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이번 업데이트로 소란스러웠다.
“마스터!!!”
우진을 기다리던 페론이 그를 발견하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달루스 왕국이 전쟁 선포를 했답니다. 저희가 떠난 뒤에 갑자기 폭격이 시작되더라고요.”
“갑자기 로그아웃을 하셔서 진짜 놀랐어요. 무슨 일 있으셨던 건 아니죠?”
페론과 함께 있던 웨든도 그를 걱정한 듯 우진에게 물었다.
“어. 괜찮아. 그런데 이거…… 업데이트는 언제 된 거야?”
“조금 전이요.”
“조금 전? 서버 점검 같은 건?”
“그런 건 없었어요. 요즘은 대부분 업데이트가 적용되기 전 백 그라운드에 이미 설치되니까요.”
“으흠…….”
“아마도 불새단 때문에 업데이트가 시작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불새단?”
생각지 못한 페론의 대답에 우진이 되물었다.
“네. 바로 오늘 새벽에 불새단이 미궁탑 11층을 공략했거든요.”
“연방 쪽은 전쟁으로 정신없긴 한데, 5대 왕국들은 지금 축제인 모양입니다.”
“왜? 11층에서 뭐 새로운 거라도 발견한 거야?”
“네. 다른 층과 달리 11층의 보스를 공략하자 거긴 더 이상 몬스터가 생성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몬스터가 없는 층.
그 말은 미궁탑 안에서도 안전 지역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현재 5대 왕국에서 파견된 기술자들이 중간 거점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 기간 동안 위층으로 공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진행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서브 업데이트의 내용을 보면, 콜로세움의 새로운 시즌과 적정 레벨 50과 60, 두 종류의 신규 던전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급 룬석 이벤트 등, 미궁탑 공략이 잠시 중단된 시간 동안 플레이어들에게 다른 할 거리들이 생긴 것이었다.
“오랜만에 중앙 대륙이 활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스킬북을 얻으려고 던전을 도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계정당 1개 얻을 수 있는 중급 룬석을 사려고 큰손들이 움직이고 있거든요.”
페론의 말에 의하면 중급 룬석 1개의 가격은 최소 15만 골드에 거래가 되는 모양이었다.
무려 20억.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켜 주는 룬석의 효과야 두말할 것 없이 엄청난 것이니 플레이어로서는 당연히 자신이 사용하고 싶겠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중급 플레이어들은 꽤 많은 수가 룬석을 사용하지 않고 판매하고 있는 모양이거든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스폰서가 있는 최상위 랭커가 아닌 이상 그 만한 거액을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결코 흔치 않을 테니 말이다.
“사람들이 그러던데요. 이번 업데이트가 인생 역전의 기회라고요.”
우진은 웨든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너희는?”
“페론 형님은 룬석을 얻으셨고 저는 아직이에요. 형님은요?”
“나는…….”
잠시 대답을 멈추고 우진이 상태창을 열었다.
레벨은 이세계로 넘어가기 전인 58 그대로였다.
하지만 힘의 수치가 달라져 있었다.
그 전에는 최하급 룬으로 인해 +25가 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40이 되어 있는 상태.
“……중급 룬이 능력치를 15 올려주지?”
슬쩍 두 사람에게 묻자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과 마찬가지로 이세계에서 얻은 룬의 효과가 그대로 적용이 된 상태였다.
“네. 맞습니다.”
“헛…… 설마 벌써 구하신 거예요?”
“어. 이미 사용하기도 했어.”
“크…… 역시. 사실 저는 좀 고민이거든요. 아직 얻지도 못했긴 하지만.”
웨든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게임을 위해서 포기하기엔 너무 큰 액수였으니까.
모두가 중급 룬석을 1개씩 얻을 수 있다.
바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급 룬석은 게임상에 없었으니 이세계에서 중급 룬석을 사용한 우진의 스탯이 문제가 되었겠지만, 이제는 이벤트라는 명목하에 아무런 문제도 없게 되어버렸다.
자신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불새단의 미궁탑 공략 때문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우진은 정말 완벽할 정도로 들어맞는 이 상황에 소름이 돋았다.
‘……상태창?’
그 순간, 우진은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촤륵―.
자신의 상태창을 옆으로 넘기자 소환수와 용병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름 : 세츠나
직업 : 환요
소환수 등급 : A
레벨 : 25
설명 : 울딘의 힘과 신록의 피를 머금고 태어난 환요인 그녀는 매우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힘
5
민첩
10
건강
15
신념
10
재주
35
전술
10
마력
40
지혜
40
성력
40
연금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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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23레벨이었던 세츠나의 레벨이 올랐다.
그 순간,
-마스터?
검지 손가락을 입술 위로 가져가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츠나.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그녀의 행동이었지만 우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억을 잃은 게 아니었어.’
……그럼 왜?
그녀는 누구를 속이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