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4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42화(142/150)
-마스터?
생각에 잠겼던 우진은 세츠나의 부름에 정신이 들었다.
“아, 미안.”
그는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봤다.
“혹시 이 마을에 신전이 있었던가? 아니면 회복소라든지. 용병 치료가 가능한 곳 말이야.”
“아, 네. 신전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은 토른 바흐보다 규모가 큰 소도시급의 마을이니까요.”
페론이 그에 대답했다.
소도시급부터는 교단 한 곳의 신전이 있고, 대도시엔 모든 교단의 신전이 밀집되어 있었다.
“용병 치료라면…… 혹시 루엔 때문에 그러십니까?”
“맞아. 로그아웃이 되는 바람에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거든.”
“많이 안 좋습니까?”
“글쎄. 아직 나도 확인하지 못했어. 걱정할 필욘 없을 거야. 만일을 대비해서 그런 거니까.”
“으흠…… 알겠습니다. 부상이 심하면 역시 신전으로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곳 진료소는 골절 정도까지의 부상만 가능하거든요.”
“그래. 다녀올 테니 각자 일 끝내고 저녁에 만나도록 하자.”
“네, 그럼 저도 퀘스트하던 거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룬석을 얻으러 주변에서 사냥하고 있을게요.”
우진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아 아주머니는 잘 모셔왔지?”
“네. 지금 여관에 계십니다. 마스터께서 오시기 전에 신전에 가서 치료를 물어봤는데, 아쉽게도 어려울 것 같다 하더군요.”
“그래? 사제의 회복술로도 눈을 되돌리는 게 어려운가?”
“네. 아무래도 의안을 제작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마도 공학으로 만든 제품을 쓰면 시력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더군요.”
“마도 공학이라…….”
대륙에서 마도 공학이 발전된 왕국은 두 곳이었다.
한 곳은 지금 한창 전쟁을 시작한 달루스 왕국이었고, 나머지 한 곳은 5대 왕국인 코브리안.
‘달루스가 가깝긴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의뢰를 맡기기 어렵고…… 코브리안은 좀 거리가 있긴 한데.’
대륙 동쪽 끝에 위치한 코브리안.
달루스도 마도 공학의 수준이 높지만, 소왕국이다 보니 사실 코브리안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마도 공학 단체인 [헤븐 울티마]도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라면 라우프강도 동쪽에 있다는 건가.’
쥬터 보아스를 영입할 수 있는 아이템, [악귀풀]이 있는 곳이었다.
‘직접 만나보고 나서 결정을 해야겠지만…… 만약 녀석과 계약을 맺을 거면 최대한 빨리 악귀풀을 얻는 게 좋겠지.’
그의 말이 진짜라면 아직 쥬터는 이론만 구축했을 뿐 인간을 가지고 실험을 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녀석은 브리안 왕국에서 얻은 시체로 처음 인간 실험을 했다고 했어.’
그리고 그 말은 곧…….
‘언젠가 브리안 왕국에서 지옥문이 열린다는 의미이고.’
지금은 미궁탑 11층을 공략하고 축제 분위기라고 했지만, 이 평화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안타리안 연방의 전쟁과 더불어 브리안 왕국이 몰락해 5대 왕국의 균형까지 깨지면, 그야말로 대혼란이 시작될 테니까.
“후우―.”
전쟁을 막는다니.
이세계에 가서 미래를 알게 될수록 우진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의 크기도 커져가는 느낌이었다.
이곳은 그저 게임에 불과하지만…….
‘내게는 강해지는 사냥터이기도 하니까.’
이번 이세계행으로 인해 우진은 느긋하게 레벨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려 30년의 격차.
빠르게 흘러가는 이세계의 시간보다 우진은 더 빠르게 레벨을 올려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세계와 달리 지옥문을 여는 놈들이 누군지 안다는 것.
‘창세단.’
차라리 잘된 일일지 모른다.
어차피 놈들과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니까.
“쉴 틈이 없군…….”
펜시르의 둥지와 카이샤의 무덤도 아직 가지 못했는데…… 삼국의 전쟁과 브리안 왕국의 지옥문까지.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나를 대신해서 움직여 줄 사람이 필요해.’
우진은 앞에 두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러고 보니 신전 말이야. 어떤 교단이지?”
“아, 네. 므하 교단입니다.”
우진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無)의 신이라 불리기도 하고 공허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므하.
대륙에서 위세를 떨치는 라신, 하덴 교단과 달리 므하 교단의 규모는 작았다.
플레이어를 신도로 받아들이는 두 교단과 다르게, [성배전쟁] 이후 더 이상 플레이어의 입단을 받지 않는 상태기도 했고.
커뮤니티에서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신도들도 대부분 게임을 접거나 다른 교단으로 개종한 상태라고 했다.
그 이유는 사제들은 교단에서 주어지는 퀘스트를 통해 레벨과 스킬을 얻는데, 므하 교단의 퀘스트는 괴상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듣기론 남아 있는 플레이어가 단 한 명이라던데……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도 신전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 순간, 세츠나가 그에게 말했다.
잠깐 생각에 빠졌던 우진은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공허의 신이라도 신전은 신전이니까요. 아마 참회실도 있겠죠?
“참회실?”
우진은 자신에게 묻는 세츠나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 맞아.”
그는 그녀의 계획을 눈치챘다.
참회실.
그곳은 어떠한 감시도 받지 않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
“어, 어서 오십시오.”
광장에서 한참을 벗어난 허름한 건물.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 같은 낡은 문을 열자 꾸벅꾸벅 졸던 사제가 황급히 일어나 우진을 맞이했다.
“으흠.”
신전 안으로 들어선 우진은 잠시 멈칫했다.
“회복술이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상처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상급 포션 효과까지의 회복이 가능하며, 금액만 맞다면 접합술도 해드립니다.”
사제는 싱긋 웃고 있었지만 마치 돈을 쥐는 것처럼 엄지와 검지를 서로 비비적거렸다.
“그런데 환자분은……?”
“계약한 용병입니다. 지금부터 불러올 건데 상태가 어떤지 몰라 신전으로 왔습니다.”
“아…… 그럼 안 아프실 수도 있을까요?”
“비용은 충분히 지불하겠습니다.”
찰랑―.
우진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사제의 앞에 두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주머니를 보자 사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냉큼 허리를 숙이며 그를 안내했다.
“교단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예?”
신전 안쪽 므하의 신상이 있는 회복실로 가던 복도에서, 우진의 물음에 사제는 잠시 당황한 듯 그를 바라봤다.
“아…… 죄송합니다. 워낙 신전의 사정이 좋지 않아서 제가 추태를 보였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입니다. 순례자 중에 한 분을 알고 있어서요. ‘카히라’라고 혹시 아십니까?”
우진이 품 안에서 [순례자의 십자가]를 꺼내 사제에게 보였다.
그러자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카, 카히라 대사제님과 아시는 분이셨습니까. 이런……!! 실례를 했습니다.”
사제는 황급히 조금 전 받았던 돈을 다시 꺼내려 했다.
“돈은 어차피 지불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냥 물음에 답만 해주셔도 됩니다.”
“그게…….”
우진이 그의 로브 안으로 주머니를 다시 밀어 넣자 사제는 못내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게…… 교단의 재정 상태가 몹시 좋지 않습니다. 원래도 규모가 다른 교단에 비해서 작긴 했지만…….”
사제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아시다시피 므하 교단은 오랫동안 주교의 자리가 공석이었습니다만…… 근래 들어 3명의 대사제께서 주교의 자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파벌…… 싸움입니까?”
“크흠. 의견을 논의 중이시죠.”
사제는 말을 돌렸지만 우진은 대충 교단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대사제들끼리의 파벌이라…….’
카히라를 만나 퀘스트를 보고할 생각이었던 우진은 과연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혹시 카히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아십니까?
“으음…… 대사제님께서는 지금 버려진 하수도로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버려진 하수도?”
“네.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던전 말입니다.”
“아…… 그렇군.”
그곳은 이번 서브 업데이트에서 생성된 2개의 던전 중 60레벨의 던전이었다.
“교단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참 대단하시지 않습니까. 워낙 던전을 좋아하는 분이시니…….”
하지만 사제의 말에 우진은 혼자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뭘 모르는군. 그녀는 던전을 좋아하는 게 아닌데.’
카히라는 던전을 생성하는 균열에 대해 조사하는 것인데 말이다.
세상의 틈.
그 틈 사이로 창조가 일어나기에 던전이 생성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균열은 단순히 던전을 생성하는 원인을 넘어 세계를 잇는 방법 중 하나였다.
‘업데이트 때 생성된 던전은 2개. 그런데 그중에서 더 멀리 떨어진 버려진 하수도를 먼저 간 건 그녀가 뭔가를 찾았기 때문이려나.’
궁금했지만 [버려진 하수도]로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카히라와의 만남은 조금 더 뒤로 미뤄야겠군.’
“도착했습니다.”
우진이 생각을 정리하던 사이 어느새 회복실에 도착했다.
“신상 아래에서 기도를 하시면서 회복이 필요한 부분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오른쪽엔 참회실이 있으니 혹시 저주나 부정한 행위를 정화하시고 싶다면 함께 이용하시면 됩니다.”
회복실 중앙에는 므하의 신상이 세워져 있었다.
검과 방패를 든 라신과, 창과 갑옷을 입은 하덴과 달리 므하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 있지 않았다.
다만 양손엔 잘린 머리가 있을 뿐.
인간을 비롯해 각종 마물들의 머리를 들고 서 있는 므하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세력을 떠나 신들 중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므하의 축복이 시작됩니다.]우진이 성상 아래에 한쪽 무릎을 꿇자 알림이 울렸다.
[용병을 불러오시겠습니까?]솨아아악……!!!
빛과 함께 루엔의 모습이 나타났다.
-루엔 님!!!
세츠나가 그녀를 보자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마, 마스터…….”
피투성이가 된 루엔을 우진이 다급히 끌어안자 성상에서 내리는 빛이 그녀를 감쌌다.
우우우웅…….
얼굴 곳곳에 나 있던 상처들이 아물기 시작했다.
“……괜찮아?”
지친 얼굴로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었다.
만약 숲에서 그녀를 소환했더라면 영영 그녀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죄송해요. 마스터를 지키지도 못하고…… 오히려 제가 쓰러져 버렸어요.”
“폭격이 있었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므하의 축복이 종료되었습니다.]루엔을 감싸던 빛 가루가 서서히 사라졌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겠어?”
우진의 물음에 루엔이 일어나려 힘을 주었지만 이내 곧 힘에 부친 듯 비틀거리며 그의 품 안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죄, 죄송……!!”
루엔이 붉어진 얼굴로 황급히 우진에게서 떨어졌다.
“부상을 입을 상태에서 용병 대기소에 머물게 되면 디버프를 받게 됩니다. 회복을 해도 능력치가 감소되죠.”
우진의 뒤에 있던 사제가 그녀의 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회복을 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깊이가 깊진 않으니 몇 시간 정도만 신전에서 요양을 하시면 돌아올 겁니다.”
“그렇게 하도록 해.”
“하지만…….”
“괜찮아. 나도 아직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해야 할 일이요?”
“응.”
그 순간,
우진은 성상 옆에 있던 참회실을 바라봤다.
***
탈칵―.
1평 남짓 되는 참회실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현실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고해실은 신부를 마주 할 수 있는 문이 있었지만 이곳은 달랐다.
신이 직접 그들의 참회를 들어주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오직 신만이 당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지금부터 마음 깊이 담아둔 이야기를 하시기 바랍니다.]“……이제 별걸 다 해보는군.”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교단이 있으니 구색 맞추기의 시설이라고 생각했던 곳이었으니까.
굳이 게임에서까지 이런 걸 하겠냐 싶었는데, 의외로 참회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관리자들조차 볼 수 없는 장소라서.’
여관과 참회실.
이곳들은 플레이어의 개인 보호를 위해 그 어떤 녹화도, 감시도 불가하도록 규율로 정해져 있었다.
“거기, 보고 있겠지?”
우진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여관과 참회실 중 이들이 참회실을 택한 건 단순히 루엔의 회복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관과 달리 이곳은 신이란 제3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
우진은 에단과 대화를 나누고자 한 것이었다.
[므하의 은총이 당신에게 내려집니다.]그 순간, 그의 말에 대답을 하듯 잿가루 같은 회색의 가루들이 참회실의 천장에서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