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46)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46화(146/150)
미궁탑 3층.
그곳은 탑을 등반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초심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층의 이름은 [검은 요새].
층의 보스이자 요새 주인의 이름은 하르케.
공략법은 간단하다.
몬스터들을 정리하며 요새의 최상층에 있는 하르케를 죽이는 것.
이곳이 초심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층을 오르는 순간 불시에 하르케의 화살이 날아오기 때문이었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마법사나 주술사와 같이 방어력이 약한 직업군은 한 방에 죽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다.
“어떻습니까? 꽤 흥미롭지 않으십니까?”
악명 높은 층이지만 그래 봤자 3층이었다.
정상을 노리는 우진에게 공략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를 놀라게 한 것은,
[퀘스트명 : 검은 요새의 비밀]▶ 등급 : C
▶ 검은 요새에 숨겨진 장소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곳을 여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마스터께서 제게 정보를 모으라 하셨잖습니까.”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가 중앙 대륙에 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미공략 퀘스트들을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미공략 퀘스트를 얻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모험가 협회의 게시판에만 가도 미공략 퀘스트들이 잔뜩 있었으니까.
“그중에서 도전 횟수 100회 이상인 것들을 취합했죠.”
많은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한 퀘스트들.
“시작 퀘스트의 이름은 [마지막 유산]이라는 것입니다. 퀘스트의 내용은 간단한데, [알루자]라는 작은 마을 나무 아래에 있는 유품을 가족에게 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유품을 전해줄 대상은 미궁탑 3층의 보스인 하르케인데, 문제는 이 퀘스트가 미공략이 된 이유가 녀석이 유품을 받기는커녕 대화조차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흐음…….”
“보스룸에 들어가자마자 전투가 진행되니 뭐…… 별수 없으니 사냥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설명하는 페론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래서 일단 저는 하르케의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그가 루엔을 바라봤다.
“일단 가장 알려진 정보는 바로 하르케가 엘프라는 점입니다.”
“엘프요?”
페론이 그녀를 바라본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인 듯싶었다.
“정확히는 다크 엘프죠.”
“다크 엘프라…….”
“하지만 그 정도는 3층을 공략한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사실 다크 엘프는 중앙 대륙에서 멸종된 상태라고 알려져 있고요.”
루엔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크 엘프가 멸종한 이유는 과거 울딘 엘프와의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울딘 엘프?”
“네. 현재 대륙에 남아 있는 엘프들의 원류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엘프의 왕국이라 전해지는 엘븐하임의 왕족이죠.”
페론의 이야기는 이랬다.
과거에 엘븐하임의 통치자 울딘.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여러 엘프족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울딘의 양익(兩翼)이라 불리던 다크 엘프와 우드 엘프도 있었고.
하지만 다크 엘프는 울딘의 옥좌에 도전했다는 명목으로 몰살당했다.
훗날 그 모든 것은 우드 엘프의 술책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현재는 엘븐하임마저 사라진 상황이니…… 잘잘못을 따질 수 없겠지만 하르케는 억울한 피해자일 겁니다.”
페론은 품 안에서 작은 펜던트를 꺼냈다.
“제 생각에 하르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엘프일 겁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지금까지 아무도 쓰지 않았을까?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엘프를 용병으로 데리고 간 파티들도 많았죠. 하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가 다시 한번 루엔을 바라봤다.
“중앙 대륙에서 찾을 수 있는 대부분의 엘프들은 대부분 우드 엘프거든요.”
스르륵―.
그가 팬던트를 그녀의 앞으로 밀었다.
“울딘 엘프인 루엔 님이라면 하르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루엔이 울딘의 후예라는 건 대단한 비밀은 아니었다.
애초에 용병 협회에 등록된 정보였으니까.
“그럼 왜 지금까지 아무도 그녀를 데려갈 생각을 하지 못한 거지?”
“저는 아마 마혈병 때문에 마스터가 아니셨으면 이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루엔 님이 왜요!!
루엔이 괜히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세츠나가 그녀의 어깨를 꾹꾹 눌렀다.
“맞아. 애초에 네가 얼마만큼 성장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걸.”
우진은 껍질눈이 있어서 성장 레벨의 한계를 볼 수 있었던 것이지, 성장형 용병들의 최대 레벨은 본래 확인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루엔 님 말고 다른 울딘 엘프를 데리고 간 파티가 실패를 했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울딘 엘프요? 저 말고 울딘의 후예가 또 있단 말씀이세요?”
그녀가 진심으로 놀란 듯 소리쳤다.
“네. 딱 한 명. 불새단에 있습니다.”
“불새단? 내가 알기로는 불새단은 모두 플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을 텐데?”
“물론 케르가가 이끄는 1군은 그렇습니다. 나머지 2군은 신규 영입한 루키들과 클래스나 조건에 필요한 용병들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페론은 뭔가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제가 중앙 대륙에 왔을 때 불새단이 제게 접근한 적이 있습니다. 2군에 합류하라는 제의였죠.”
“그래?”
“별말은 안 했지만…… 아마도 마스터를 견제하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스터의 정체는 몰라도 용마석의 판매자가 저와 연관되어 있다는 건 아니까요.”
“그랬었군.”
-당연히 거절하셨죠?
세츠나가 페론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볼에 바람을 가득 넣으며 물었다.
“하하,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군. 케르가가 울딘 엘프를 데리고 갔는데도 실패를 했다는 말이잖아?”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그가 데려간 울딘 엘프는 루엔 님과 달리 왕가의 혈통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엘븐하임의 왕이었던 울딘의 핏줄은 왕족뿐만 아니라 많은 귀족들에게도 이어져 왔었다.
“그런데…… 그 말대로라면 페론, 너는 루엔이 왕가의 혈통이라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스퀄 링이라고 혹시 아십니까?”
“스퀄 링……?”
우진은 그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백화곡에 있는 아젠 무역회를 통해 새롭게 외교할 수 있게 된 중앙 대륙의 협회 중 하나였다.
“별로 좋은 녀석들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네. 노예 매매를 하는 자들이죠. 하지만 누구보다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자들이기도 합니다.”
우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퀄 링이 하는 짓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그들은 NPC.
대륙에 필요한 구성원들이라 여겨져 시스템이 만들어낸 존재였다.
‘이용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용해야겠지.’
우진은 이번 기회에 페론을 통해 그들의 역량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운이 좋았던 부분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스퀄 링을 통해서 대륙에 있는 울딘 엘프를 찾아달라고 하려다가…… 루엔 님이 생각나서 먼저 의뢰를 했었거든요.”
“루엔의 혈통까지 알아낼 정도라면 스퀄 링의 실력이 제법인 모양이야.”
“네. 아직까지는 최고의 정보 단체죠.”
‘아직까지라…….’
페론은 어둠숲에서 우진과 했었던 약속을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언제가 대륙의 구성원인 NPC보다 이방인인 자신이 더 많은 대륙의 정보를 가지겠다는 목표 말이다.
“좋아. 그럼 결정되었군.”
우진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테이블 위에 돈이 든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다들 든든하게 먹도록 해. 다 먹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서 탑의 입구에서 만나자.”
“마스터는요?”
“나는 잠깐 레아 아주머니를 만나고 올게.”
미궁탑 3층까지는 꽤 긴 여정이었다.
우진은 몸이 불편한 레아를 위해 므하의 사제에게 그녀를 부탁하기로 했다.
***
쿠그그그…….
[미궁탑 1층에 입장하였습니다.]거대한 문이 열리자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1층 : 정령의 숲]▶ 클리어 조건 : 종류에 상관없이 1인 마물 30마리 사냥
▶ 클리어 보상 : 중급 포션 x2
눈에 보이는 숲은 평온해 보였지만 귀를 기울이자 필드와는 다른 기운들이 확연히 느껴졌다.
몬스터의 울음소리.
그리고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와 각종 캐스팅 소리들이 뒤엉켜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느낌이 조금 다른데.”
우진은 거대한 숲을 훑으며 말했다.
“네. 탑의 2층까지는 공용 구간이라서 그렇습니다. 미궁탑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죠. 사실 일반 필드 사냥터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미궁탑 1층의 적정 레벨은 50~55였다.
소환되는 몬스터의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기에 처음 탑에 오르는 플레이어들에겐 연습 상대로 딱 좋았다.
“안녕하세요. 탑 1층은 처음이십니까?”
그때였다.
사냥을 준비하려던 이들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그렇습니다만?”
“아, 네. 현재 빈 사냥터에 대해 말씀드리려고요.”
마치 접수원처럼 차트를 들고 서 있는 남자의 행동에 우진이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아, 미궁탑 1층은 대형 클랜들이 구역을 나눠서 사냥터를 관리하는 모양입니다.”
“사냥터를 관리해?”
“네. 사용료는 클리어 보상에서 얻을 수 있는 포션 1개라고 하더군요.”
황당해하는 우진의 표정을 이해한다는 듯 페론이 멋쩍게 웃었다.
“위층을 공략하는 데 소모품이 많이 필요하니까……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보충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포션 1개 값을 내고 일정 시간 안전하게 사냥할 수 있으니까요.”
필드 사냥터와는 달리 미궁탑 1층은 PK가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듯 보였다.
자기 멋대로 던전을 사유지로 나눠 갖는 클랜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 알겠다.”
지금은 위로 올라가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굳이 지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남아 있는 사냥터가 어딥니까?”
우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페론이 바로 남자에게 물었다.
“네. 여기 지도에 푸른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들이 비어 있는 곳입니다.”
“으흠…… 어디로 할까요?”
“아무 데나. 어차피 클리어하고 바로 위로 올라갈 거니까.”
“그럼…….”
페론이 남아 있는 사냥터들 중 한 곳을 고르려는 순간,
“여기로.”
갑자기 루엔이 끼어들었다.
“여기로 할게요.”
조용히 뒤에서 대화를 듣던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아, 네…… 알겠습니다.”
NPC가 사냥터를 고르는 것이 이상했는지 머뭇거리는 접수원에게 우진이 말하자 그는 황급히 차트에 표시를 적었다.
솨아아악…….
어느새 루엔의 뒤에 물의 중급 정령이 팔짱을 낀 채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스터.
세츠나가 우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저기에 숨겨진 장소가 있대요.
“……뭐?”
그 순간 우진이 신기한 듯 되물었다.
미궁탑 1층이 공략된 지는 수년이 지났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을까.
-&^%(UOOA$%$ ($^.
마치 그에게 대답하듯 물의 정령이 뭔가를 말했다.
“……그렇군.”
정령의 말을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렇기에 우진은 오히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급 정령을 다룰 수 있는 정령술사들은 분명 많다.
하지만 그 들 중 정령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완벽하게 정복 되었다 생각되는 1층.
하지만 공략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