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4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47화(147/150)
“서준아! 사냥하러 가자!!”
“아, 쫌……! 노크하라니까?”
“왜? 혼자 뭐 했는데?”
퍼억―!!
문 앞에서 묘하게 웃는 누나의 얼굴에 베개를 집어 던지고서 임서준은 이불에 머리를 파묻었다.
“하긴 뭘 해. 보면 몰라? 피곤하니까 꺼지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잘 거야.”
“왜!! 나 오랜만에 방송 쉬는 날이라서 하루 종일 게임 할 수 있단 말이야.”
“네, 네. 쪼렙은 쪼렙존에 가서 사냥하시든지요.”
귀찮다는 듯 손을 젓는 동생의 모습에 임희정이 입술을 씰룩였다.
“뭔데?”
“……뭐가?”
“개가 똥을 끊지. 네가 아무 이유 없이 게임을 쉬고 자겠다고?”
임희정이 동생이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장염에 걸려도 캡슐에 들어가던 녀석이 무슨…… 솔직히 말해봐. 내가 모르는 뭐가 있지?”
“이, 있긴 뭐가 있어! 아얏!!”
“안 말해?”
“아오! 그, 그만!! 그만!!”
옆구리를 꼬집는 누나를 노려보며 임서준이 잔뜩 귀찮은 얼굴로 일어섰다.
“……따로 나가 살든가 해야지.”
“어서 말해봐.”
“이거 절대로 방송에서 내보내면 안 돼. 알지?”
“오케이.”
“지금 교단이 어수선해. 어제만 밤을 새운 게 아니라 요 며칠 거의 잠도 못 잤다구.”
“무슨 일인데? 그 샤를로의 후임을 찾는 일 때문에 그래? 아직 칸에 대한 단서가 없었어?”
임서준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고서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것도 그거지만…… 신탁이 내려졌거든.”
“……엑?! 그런 큰일이 있었는데 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거야?”
“소란 피울 일이 아니니까 그렇지.”
순간 그의 눈빛이 변했다.
어수룩한 동생이 아닌 사제 랭킹 1위 알테온의 모습이었다.
“악마가 나타날 것이다.”
그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뭐야.”
“……어?”
하지만 그런 그와 달리 임희정은 맥이 빠지는 표정을 지었다.
“대륙에 악마가 있다는 건 이번 토른 바흐전에서 지온 뮈렌 때문에 알려졌잖아. 그래서 볼턴 왕국이 지금 뮈렌가(家)에 대대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 중이고.”
“아니. 그런 거라면 신탁이 내려질 리가 없지.”
“그럼?”
“신탁은 원래 있던 악마가 아니라 누군가 악마를 소환한다는 뜻이었어.”
“소환 의식을 한다는 말이야?”
“누군지 대충 감이 오지? 랭커들 사이에서 돌고 도는 소문이 있었잖아.”
“……창세단?”
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창세단이 진행하고 있던 지옥문이란 퀘스트. 그 이후에 대악마라는 연계 퀘스트로 이어졌다고 하더라고.”
“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인 게임 스타에도 올라오지 않았고 게임 스테이션 관련 기자들도 전혀 모르는 이야긴데?”
“이래 봬도 대신도라는 게 허투루 얻을 수 있는 직책이 아니거든?”
“너 설마…… 우리 클랜에도 스파이를 심어둔 건 아니겠지?”
그녀가 째려보자 임서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클랜 랭킹 300위에도 못 드는 동아리 수준의 클랜에 무슨 스파이는…… 꿈도 야무지시네. 컥!!”
들고 있던 베개를 동생의 얼굴에 선물해 주며 임희정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악마라…… 창세단 녀석들, 쓸데없는 짓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뭐, 일단 창세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긴 한데, 문제는 소환 의식을 어디에서 하는가일 거야.”
임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소환 의식을 막지 못한다면…… 최초로 악마전쟁이 일어날지도 몰라.”
“지금 안타리안 연방 전쟁 때문에도 대륙이 시끄러 운데 그런 일까지 일어나면 정말 난리가 나겠는걸.”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가 임서준에게 말을 이었다.
“창세단의 퀘스트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것이니까 나도 다른 루트를 통해서 알아보도록 할게.”
“그러지 말고 차라리 본캐로 돌아오는 게 어때? 솔직히 언제까지 어울리지 않는 레인저를 키울 거야? 이제 부캐가 본캐보다 레벨이 높잖아. 본캐 레벨이 몇이었지? 52였나?”
“야, 레벨 높은 게 본캐지. 뭘 따지냐. 그리고 그 캐릭은 장비도 다 정리했는데 뭐.”
“장비야 내가 쓰던 거 쓰면 되지. 지금까지 레벨별로 쓰던 거 하나도 팔지 않고 다 보관하고 있다고.”
“내가? 네 걸?”
임희정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손을 저었다.
“이야. 너 2차 성배 전쟁이라도 일으키고 싶은 거야? 이거 악마보다 더 무서운 녀석이네.”
“교단의 물건도 아니고 개인 장비를 빌려주는 건데 전쟁은 무슨…….”
“생각해 볼게.”
임희정은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듯 동생의 말을 끊었다.
“쉬어. 난 오랜만에 접속해 볼 테니까.”
“알겠어. 그래도 진짜 마음이 생기면 얘기해. 원래 직속 사제는 자기였으면서…… 귀찮은 일은 나한테 다 맡겨두고 말이야.”
꾸욱―.
임희정은 싱긋 웃으며 동생의 얼굴을 베개로 지그시 눌렀다.
“귀찮은 일? 야, 내 덕분에 대신도 클래스를 얻었잖아. 안 그래?”
“아악! 그만!!”
허우적거리던 임서준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크큭, 난 간다!”
임서준은 약을 올리며 방을 나서는 누나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누나가 자리를 비워서 내가 대신도 자리에 오르긴 했지. 하지만 그래 봤자 난 레어 클래스라고.”
툭―.
그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중얼거렸다.
“이블 테일 최초로 유니크 클래스를 얻어놓고 도대체 왜 안 하는 거야?”
***
-여기예요!!
숲을 가로질러 도착한 호수.
탑의 1층답게 호수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는 리자드맨이었다.
평균 레벨은 53 정도.
50레벨의 플레이어들이 파티 사냥으로 잡기에 적절한 사냥감이었다.
-AOaUU^%&&$!
물의 중급 정령이 리자드맨의 뒤에 있는 호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호수 아래쪽에 동굴이 하나 있다네요.
“흐음. 일단 몬스터들부터 정리하자.”
켈두안 때가 생각난 우진은 또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탐탁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 순간, 정령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는 안 된다는 듯 검지 손가락을 세워 좌우로 흔들었다.
“정령 계약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래요.”
“그럼…… 루엔 네가 가야 한다는 거잖아?”
“네.”
“괜찮겠어? 호수 깊이도 알 수 없는데.”
우진은 [안개 개척자]의 칭호 덕분에 얻은 [해왕의 축복]으로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지만, 루엔은 그렇지 못했다.
NPC들은 던전의 타임 어택으로 인해 얻는 칭호의 효과는 얻을 수 있어도, 업적이나 퀘스트를 통해서 얻는 칭호의 효과는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우진의 물음에 물의 중급 정령이 들고 있던 방패로 그녀의 얼굴을 가리자, 마치 헬멧처럼 그녀의 얼굴에 커다란 물방울이 생겨났다.
“물의 막을 만들어서 숨을 쉬게 할 수 있거든요.”
마치 머리만 물속에 있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숨을 쉬며 말했다.
“……정령이 이런 것도 가능한가?”
“글쎄요. 저는 처음 봐요.”
페론과 웨든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ΙΝγAaU&!!
-정령과의 친화력이 높으면 가능하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령 친화력은 정령의 수와 등급에 관여한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정령을 이런 식으로 변화시켜서 활용한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과연 단순하게 친화력 때문일까?
“역시 엘프네요.”
세츠나의 통역에 페론이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루엔의 친화력은 사실 수치로 따지면 다른 정령술사들에 비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냐.’
우진의 생각은 달랐다.
중앙 대륙에는 정령술사 클래스를 가진 엘프 용병들도 분명 존재했으니까.
단순히 종족이 아닌 그 이상의 것.
‘그녀가 울딘의 순수 혈통이기 때문이겠지.’
우진은 그녀를 바라봤다.
켈두안의 배 속에서 나온 뒤 폭격이 일어나는 바람에 확인하지 못했던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루엔의 클래스였다.
이름 : 루엔 피르바스
직업 : 정령궁사 (레어)
협회 등급 : D (레벨이 초과되었습니다. 용병 협회에 가서 갱신하시기 바랍니다.)
레벨 : 50
힘
80
민첩
250
건강
90
마력
70
재주
80
신념
110
전술
65
종합 포인트 : 745
특성 : 신속, 생존 본능, 매의 눈, 울딘의 후예, 정령 친화력, 오행, 축각, 냉정한 겨울, 비옥한 겨울, 보우 마스터리, 여왕의 의지 칭호 : [속성의 지배자], [지네 군주], [얼음 군주], [볼튼가의 영웅], [백발백중]
한동안 살펴보지 못했는데, 루엔의 능력치는 엄청났다.
[삼위일체의 허리띠]의 효과가 포함되긴 했지만, 민첩 수치만 놓고 본다면 우진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종합 포인트도 700이 넘는 수치.
300~400대가 평균인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대등이 아니라 오히려 앞선 상태였다.
게다가 전직을 하면서 새로운 특성도 얻었다.
▶ 특성 : 여왕의 의지 ?과거 엘븐 하임을 통치했던 울딘의 후예에게 전해지는 힘.
▶ 과거 엘븐 하임에서 살았던 모든 종족의 힘을 한 단계 더 이끌어낸다.
아마도 정령이 새로운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었다.
‘그나저나 레어 클래스도 레어 클래스지만 특성 이름이 여왕의 의지라니…….’
그녀의 꿈과 관련된 걸까.
미래인 이세계의 상황을 알고 있는 우진으로서는 여왕이 된 미래를 봤다는 것이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그럼 부탁할게.”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우진은 층을 공략하기로 했다.
[캬아아아악―――!!!]영역 안으로 들어서자 주위에 있던 리자드맨들이 일제히 우진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자.”
우진의 명령과 함께 웨든이 방패를 들어 달려드는 리자드맨을 막아섰다.
[실드 차지를 사용합니다.]쏟아지는 마물들을 밀어내며 길을 만들자 페론과 우진이 그의 양옆에서 리자드맨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퍽!!
지금까지 상대했던 몬스터들의 난이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인지 리자드맨들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특히 탱커인 웨든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가 광역 도발로 리자드맨들의 어그로를 끌어준 덕분에, 우진과 페론은 마물의 뒤를 노릴 수 있었으니까.
“확실히 탱커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네요.”
페론도 그걸 느낀 듯 단검을 정리하며 말했다.
“맞아.”
벤시나와 싸울 때도 웨든이 도움을 주긴 했지만, 워낙 격차가 큰 마물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진 못했었다.
“에이, 너무 띄워주시니까 민망한데요.”
“토른 바흐에서 봤을 땐 아직 전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네. 형님께서 대수림에 가 계시는 동안 발도아에서 중갑병으로 전직했습니다. 수도라서 모험가 협회가 있더라고요. 일반 클래스긴 하지만요.”
워낙 특이한 클래스들투성이었던 터라 오히려 평범한 클래스를 말하는 게 멋쩍은 듯 보였다.
“괜찮아. 나도 평범한 레인저인데. 함께 2차 전직을 노려보자고.”
그런 그를 웨든이 독려했다.
촤아아악……!!
그 순간, 호수 아래에서 정령이 나타나 일행을 향해 뭐라 소리쳤다.
-루엔 님이 입구를 찾았대요!!
“그런데…… 호수 밑으로는 어떻게 들어가죠?”
정령의 보고에 페론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후후.
그 순간 세츠나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툭―.
페론과 웨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다 방법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