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5)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5화(15/150)
“아니, 창세단인가 뭔가 하는 놈들 도대체 뭡니까?”
“다짜고짜 성채를 비우라니!”
“그러니까요. 어디서 NPC들을 데리고 와서 성채에 있던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니까요?”
“어떻게 좀 빨리 해결해 주세요!!”
파르타 담당 관리자인 GM 요한은 갑자기 솟구치는 호출에 다급히 도시를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광장에 모인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에게서 빗발치는 항의에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 선배님들. 이거 어쩌죠!!
-무슨 일인데? 뭐야? 파르타잖아?
-그러게 말야. 꿀보직인 녀석이 왜 울상이야?
요한은 소리치는 사람들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다급히 채팅창에 글을 올렸다.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창세단]인가 하는 클랜이 용병 NPC들을 이끌고 성채를 점령했답니다.
-에? 그게 무슨 소리야?
-성채를 왜?
-모르겠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데리고 온 NPC들로 플레이어들을 모두 죽이고 내쫓았답니다.
-헐…… 미친.
-중앙 대륙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포털을 타도 최소 이틀은 걸릴 텐데…… 완전히 계획적이란 얘기잖아?
요한의 글에 채팅창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창세단] 그 녀석들 중앙 대륙에서 이것저것 이상한 사업을 벌이는 것 같긴 하던데…… 이제 거기까지 간 건가?
-이상한 사업? 그게 뭔데?
-일종의 대부업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거죠.
-흐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
-문제는 그 고객들입니다. 대부분 미궁탑에서 죽고 장비를 떨군 사람들인데…….
일순 채팅창이 멈췄다.
모두가 중앙 대륙 관리부 소속의 채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소문엔 고객들이 모두 층이 시작되는 포털 근처에서 죽었다는 겁니다. 아시죠? 포털 주위엔 원래 몬스터가 없는 거.
-설마…….
-네. 누가 일부러 데리고 온 거죠.
-그게 놈들이다? 와 쓰레기들이네?
-하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
채팅창이 [창세단]으로 활기를 띠었지만 요한은 그럴수록 더욱 초조할 뿐이었다.
-저 선배님들…… [창세단]은 그렇다 치고 일단 저 좀 도와주실 수는…… 없을까요.
그는 울먹이는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냥 냅둬.
그때였다.
-티, 팀장님 오셨습니까!!
-중앙 대륙 서부 이상 없습니다!
-어둠숲 동쪽 이상 없습니다!
GM 데인, 고준철 팀장의 등장에 관리자들의 보고가 일제히 이어졌다.
-관리자 최우선 방침 잊었어?
[이블 테일]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은 플레이어에게 맡긴다.-이 게임은 우리가 만드는 게 아냐. 플레이의 방향성을 수집해서 [에단]이 실시간으로 퀘스트와 업데이트 시기를 결정한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자의 권한도 최소화한 거란 걸요.
-그런데 뭐가 문제지?
그의 말에 채팅창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플레이어들에게 맡겨.
-하지만…… 무슨 수로 파르타의 사람들이 중앙 대륙에서 데리고 온 용병들을 막겠습니까?
-맞습니다. 비슷한 레벨이 모이는 미궁탑이 아니잖습니까.
-파르타 평균 레벨은 기껏해야 25 전후입니다. 50레벨급의 NPC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고 팀장의 말에 부하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놈들을 막을 사람들이 움직여야지.
-……네?
-10대 클랜이 아직 움직이지 않았어. 일단 그들의 대처를 보도록 해. 그리고…… 그들이 해결 못 할 정도로 일이 커지면 그 때 손을 써도 충분할 거다.
그의 말에 더 이상 부하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앙 대륙에서 초심자 지역까지 오려면 최소 이틀은 걸립니다. 그동안 사람들의 불만이 클 텐데요.
-관리자는 플레이어의 편의를 봐주는 신이 아니야.
팀장의 대답은 냉정했다.
-이틀이 걸리든 삼 일이 걸리든 그것 역시 플레이어들이 해결할 문제지.
-저…… 팀장님!
-후우,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분명 내가 이제 신경 끄라고 했을 텐데?
-그게 아닙니다.
고 팀장은 마지막에 자신에게 말을 건 부하의 아이디를 확인했다.
처음 채팅창을 열었던 파르타 담당의 요한이었다.
-그럼?
-그, 그게…… 성체를 점령했던 [창세단]이 토벌되었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얘기야? 조금 전 만 해도 도와 달라고 했잖아?
-분명 있었는데…….
보고를 하는 요한이 오히려 당황한 듯 말을 흐렸다.
-……다 없어졌습니다.
그의 보고에 채팅창은 다시 한번 술렁였다.
-도대체 누가? 10대 클랜 중에 초심자 지역에 있던 사람들이 있었나?
-아닙니다. 초심자 지역에서 발견된 플레이어는 없습니다. 다만…….
-어서 말해.
-카히라란 NPC가 성채에 있다고 했습니다. 므하의 순례자로 레벨은 65입니다.
-……카히라? NPC가 왜? 관련된 퀘스트가 있어?
-네. 균열을 찾아 방랑하는 NPC인데…… 아직 출현 조건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환상만 나타났다 사라졌던 [붉은 눈의 오크]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혼자서?
-그게……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누군데?
채팅창은 마지막 한마디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20레벨 전사 [칸]이요.
그의 이름은 낯설지만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로그아웃 하지 못하는 플레이어.
* * *
“……이런 미친!!!”
간부는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이 새끼……! 그만 와!!”
“초심자 지역이 좋긴 좋네. 살인뿐만 아니라 고레벨 플레이어가 괴롭히지 못하도록 레벨 제한도 걸려 있고.”
간부가 휘두르는 칼을 튕겨 내며 우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습다.’
분명 더 날카롭고 매서운 공격일 텐데…….
회색 늑대와 싸웠던 그 순간이 우진에겐 더 공포스러웠으니까.
진짜 목숨이 걸린 싸움.
‘목숨이 걸려 있지 않으니까 이런 짓을 쉽게 벌이는 거겠지.’
그리고 자신 역시.
콰앙―!!!
그의 공격은 그때보다 더 과감해졌다.
앞으로 내디딘 발에 힘을 주며 우진이 간부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카앙―!!
검을 올려 쳐 튕겨내자 간부의 몸이 휘청거렸다.
‘지금.’
부웅―!!!
하지만 우진의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명색이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는 중급 플레이어였다.
“뭣들 하고 있는 거야!! 당장 쏴!!”
휘이이잇……!!!
그 순간, 반대쪽 성곽에서 날카로운 화살이 우진을 향해 날아들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성곽에 박혔다.
“쪼렙 새끼!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을 죽일 방법이 없을 것 같아?”
날아드는 화살을 보며 간부가 소리쳤다.
투두두두……!!
원형의 형태인 성곽의 양쪽 방향으로 2명의 용병이 우진을 향해 달려 왔고 나머지 한 명은 계속해서 활을 쏘며 그를 견제했다.
“그래?”
그 순간 우진이 오히려 자신의 팔을 검으로 그었다.
[체력이 5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몸이 검은 안개와 함께 다시 사라졌다.
[검은 안개가 유지되는 동안 하급 재생력 효과를 받습니다.]갑자기 사라진 그의 모습에 간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굶주린 낙인을 사용합니다.]▶ 투사 비욘에게 낙인이 찍힙니다.
▶ 가장 높은 능력치(힘)의 1/3을 빼앗습니다.
▶ 당신의 힘이 25 증가합니다.
▶ 투사 비욘의 힘이 25 감소합니다.
‘50레벨 정도인데 25나?’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포인트가 증가하자 우진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거 참 고맙게도.
“힘 몰빵이었네.”
콰아아앙―――!!!
용천(龍天) 1문(門) -절(絶)
우진의 검날에서 시퍼런 스파크가 일어나며 간부의 다리를 그대로 잘라 버렸다.
“크아아악!!”
갑자기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어리둥절하는 용병들의 눈엔 붉은 핏물만이 보일 뿐이었다.
[초심자 지역입니다.] [살인이 불가능합니다.]비명과 함께 바닥을 구르는 간부의 목에 검을 겨누는 순간 붉은 경고창이 떴다.
“나야 죽지 않으면 고맙지.”
이제 막 뺏은 능력치가 벌써 사라지는 건 아까운 일이니까.
“케. 케켁!”
우진이 간부의 뒷목을 잡아 올렸다.
증가한 힘 때문인지, 다리 한쪽이 잘려 나가 가벼워 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간부의 몸은 한 팔로 가볍게 들렸다.
“자…… 잠깐……!! 뭘 하는 거야!!”
마치 방패처럼 간부의 뒤에 숨은 우진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용병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쏘, 쏘지 마!! 씨발……! 쏘지 마!!”
갑자기 달리는 우진을 향해 3명의 용병들이 멈춰 서며 시위를 당겼지만 그 모습에 간부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래. 나야 널 못 죽이지만…… 쟤네들 화살엔 너도 죽을 수 있지.”
우진은 좀 더 소리치라는 듯 간부의 목덜미를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오, 이것 보게! 이 녀석들 다른 놈들과 다르게 죽으니까 뭔가를 떨구는데?”
그 순간 성채 아래에서 카히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막으려고 했던 [창세단]의 둘은 이미 잿가루가 된 지 오래.
그녀는 부하들이 떨군 장비를 만지작거리며 성곽을 향해 소리쳤다.
“네 말대로 쪼렙인 나야 죽어도 상관없지만…… 너흰 다르지. 50레벨 이상은 초심자 지역에서 죽어도 장비를 떨구잖아.”
“크……! 크힉……!!”
“여기서 개죽음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해봐. 너희 뒤를 봐주고 있는 게 누구지?”
“미친 새끼……!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래도 명색이 간부인 듯 우진의 말에 그는 호락호락하게 불지 않았다.
퍼억―!!!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온 손도끼가 정확히 간부의 머리를 꿰뚫고 우진의 뒤로 날아갔다.
쿵―!!
밤을 새며 조사했던 누각의 기둥에 간부의 피가 묻은 손도끼가 박혔다.
“어이쿠, 밑에서 주운 거라 쓰라고 던져준 건데…… 죽어버렸네.”
성곽 위로 올라온 카히라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쿵―.
그 순간 간부의 몸이 맥없이 쓰러졌다.
스으으으으…….
순식간에 재로 변한 시체 위에 몇 개의 아이템이 잿가루 속에서 나타났다.
“거기. 너희들. 돈 줄 놈도 죽었는데 계속할 거냐? 딱히 계속 해도 난 상관없지만.”
카히라가 배트를 휘두르듯 해머를 부웅―! 하고 가로로 휘둘렀다.
“…….”
용병들은 그녀의 등장에 서로 눈짓을 보내다 활을 거두었다.
“아무리 돈에 움직이는 용병이래도 중앙 대륙에 있는 자들이 어둠숲에 와서 이런 행패를 부려? 쓰레기 같은 새끼들.”
사라진 그들을 향해 카히라가 소리쳤다.
“괜찮으십니까?”
“그럼. 먼저 걸어온 싸움이다. 교리에 맞게 행했을 뿐이야.”
그녀는 죽은 간부의 시체에서 떨어진 아이템을 살폈다.
“오, 이건 그럭저럭 쓸 만해 보이는데. 어때?”
이름 : 삼위일체의 허리띠
등급 : C
설명 : 힘, 민첩, 건강 중 가장 높은 능력치를 1.5배 상승시켜 준다.
▶ 55레벨 이상부터는 사용 불가.
▶ 적용 되는 수치는 기본 능력치에 한한다.
▶ 증가된 능력치의 소수점 아래는 반올림된다.
▶ 최초 적용 이후 재착용해도 증가되는 수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힘이 높았던 거구나.’
우진은 카히라가 건넨 허리띠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C급 아이템이면 최소 미궁탑 3층까지는 가야 얻을 수 있는 거니까…….’
생각지 못한 득템이었다.
[삼위일체의 허리띠를 착용하였습니다.]▶ 힘 수치가 1.5배 상승합니다.
▶ 힘 수치가 68(+25)이 되었습니다.
알림과 함께 차오르는 기운은 그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원래 힘이 45였으니까…… 13 정도 오른 건가.’
2레벨 상승효과.
1회 적용이므로 아이템을 아껴뒀다 사용하면 증가폭이 더 커지긴 하겠지만…….
‘어차피 55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야. 아끼는 것보다 쓸 수 있을 때 쓰는 게 좋지.’
결정은 과감하게.
그가 수많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였다.
“흠, 쓸데없는 녀석들 때문에 시간만 빼앗겼군.”
[창세단]이 사라진 성채는 고요했다.“이제 곧 동이 트기 전이니까…… 그래도 시간이 있지 않겠습니까.”
“어젯밤 하루 종일 뒤졌는데도 못 찾았잖은가.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무슨…….”
심드렁한 카히라의 말에 우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기둥에 박혀 있던 손도끼를 뽑았다.
[인간의 피가 제물의 기둥을 적십니다.]그때였다.
“……어?”
손도끼가 박혀 있던 기둥에 묻은 피가 시커먼 연기와 함께 증발했다.
[성채 안에 일정 수 이상의 오크가 사냥되었습니다.]귀를 울리는 알림.
그 소리는 우진에게만 들리는 것이 아닌 듯 카히라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서로를 바라봤다.
[동이 트는 시간입니다.] [모든 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화아아아악――――!!!
그 순간, 누각의 기둥이 불타기 시작했다.
[고대 오크가 소환됩니다.]쿵―.
불타는 기둥 뒤로 보이는 붉은 안광.
붉은 눈의 오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