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5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50화(150/150)
이름 : 은빛 영광
등급 : SS
설명 : 엘븐 하임의 마지막 여왕의 증표. 오직 왕관의 인정을 받은 자만이 울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 자격이 부족해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자격을 충족시키시기 바랍니다.
“이, 이게 뭐죠……?”
루엔은 여인의 왕관을 들고서 당황한 얼굴로 우진을 바라봤다.
[히든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울딘의 부흥]▶ 등급 : SSS
▶ 설명 : 멸망한 엘븐 하임을 다시 건국하라.
[엘프 전용 퀘스트입니다.] [현재 당신의 파티에 엘프가 존재합니다.] [퀘스트 수락 가능 -루엔 피르바스]왕관의 설명창이 사라지면서 지금까지 본 알림창과는 다르게 검은 배경에 하얀 글씨로 된 창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하죠?”
“일단 받아보는 게 어때?”
그냥 퀘스트도 아니고 히든 퀘스트였다.
포기를 하더라도 일단 받아두는 게 플레이어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주의하십시오.]루엔이 수락 버튼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갑자기 창 위로 붉은색 경고창이 나타났다.
‘뭐지? 퀘스트 받는 데 무슨 경고까지…….’
우진도 처음 보는 광경에 잠시 루엔을 멈추며 경고창의 내용을 읽었다.
▶ 현재 퀘스트는 월드 퀘스트의 상위 등급입니다.
▶ 결과에 따라 메인 스트림(Mainstream)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 퀘스트를 수락 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메인 스트림이라니…… 이거 다음 업데이트인 2차 메인 시나리오와 관련된 퀘스트 같은데요?”
페론이 경고창에 적힌 내용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메인 스트림이 뭔데요?”
“말 그대로야.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스토리. 이 퀘스트의 결과에 따라서 다음 업데이트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어.”
월드 퀘스트가 대륙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메인 스트림은 그보다 더 큰, 게임 자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범주 자체가 완전히 다른 퀘스트.
“만약 퀘스트를 수락하고 난 뒤에 공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글쎄. 최악의 상황은 다음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헐…….”
우진의 대답에 웨든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 시스템이 설마 한 가지 경우의 수만 두고 2차 업데이트를 준비한 건 아니겠지만 말이야.”
그만큼 중요한 퀘스트라는 의미였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세상이 멸망해 가던 이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악마와 싸우고 있는 이가 루엔이었으니까.’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 불리는 사자왕의 보루가 있긴 하지만,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악마에 대적하는 유일한 세력일 수도 있었다.
“루엔.”
“……네?”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저는…….”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퀘스트에 루엔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뭐, 당장 결정할 필욘 없어. 왕관을 소유하고 있으면 퀘스트는 언제든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아.”
우진으로서는 그녀가 퀘스트를 수락하길 바랐지만, 그렇다고 강요를 하고 싶지 않았다.
“불새단에도 울딘의 혈통을 가진 엘프가 있긴 하니까. 그에게 맡겨도 될 일이야.”
“아뇨.”
하지만 오히려 그의 말이 불씨가 된 듯 루엔은 힘을 주며 왕관을 꽉 움켜잡았다.
“해볼게요.”
“……정말이야?”
“네. 설사 울딘 엘프라도 이건 다른 엘프에게 맡길 수 없는 일이니까요.”
왕가의 혈통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영광의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은빛 영광을 엘븐 하임의 제단에 가져가 왕의 자질을 시험받아야 합니다.
▶ 우드 엘프 고운을 찾으십시오.
▶ 그가 엘븐 하임의 제단이 있는 곳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고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낯익은 이름을 보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녀석도 만날 수 있는 건가.’
산전수전 다 겪은 이세계의 고운은 제법 베테랑의 느낌이 물씬 났지만, 우진은 그와의 첫 만남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수룩한 그를 떠올리며 과연 지금 고운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잘한 거겠죠?”
왕관을 집어넣으며 루엔이 우진에게 물었다.
어린아이처럼 입꼬리를 쭉 아래로 떨어뜨리며 울상을 짓는 그녀를 보며 우진이 피식 웃었다.
“왜? 이제 와서 떨려?”
“흐잉…… 네. 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혼자서 하는 게 아니잖아.”
우진의 대답에 그녀는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아!! 루엔 님!! 축하드려요!!
“응?”
-꿈이 현실이 되는 거잖아요!! 그 꿈 말이에요! 여왕이 되셨다던 꿈이요!
“……아!”
세츠나의 말에 루엔은 민망한 듯 웃었다.
-이제부터 여왕님이라고 부를래요.
“그, 그만해.”
-왜요!! 어차피 성공하실 건데. 안 그래요? 여왕님?
“으윽…….”
루엔은 세츠나의 장난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덕분에 긴장도 풀린 듯 굳어 있던 몸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았다.
“그래. 세츠나처럼 생각해. 실패를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네. 명심할게요. 하지만 꿈이 다 현실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왜?”
“제가 꾼 꿈…… 그다지 즐거운 꿈은 아니었으니까요.”
우진은 그녀의 말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꿈과 같은 이세계를 직접 경험했던 그였으니까.
-꿈은 반대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 세상이 오지 않게 루엔 님께서 바꾸시면 되죠!
세츠나는 그렇게 말하며 우진을 슬쩍 보면서 한쪽 눈을 윙크했다.
마치 말은 루엔에게 했지만 정작 그를 위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
우진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츠나는 게임 속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분명 이세계에서 생명을 가졌었다.
그렇다면 이세계에서 다시 돌아온 지금 이곳에 있는 세츠나는 프로그램일까, 아니면 자신과 같은 생명체일까.
-좋았어! 꼭 성공시키겠어요! 루엔 님 여왕 만들기 프로젝트!!
“그런 퀘스트가 아닌데…….”
-헤헷!!
우진은 해맑게 웃는 세츠나의 모습을 보며 조금 전 자신의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란 생각 들었다.
-제게 루엔 님은 어디에 있든 루엔 님이니까요.
마치 그의 생각에 대답을 하는 것처럼 이세계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너는 그냥 너지.’
-왜 그러세요?
우진의 시선을 느낀 세츠나가 그에게 물었다.
“응? 아냐. 아무것도.”
그저 옅게 웃으며 우진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
“다음 층으로 올라가자.”
우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숲 가운데에 있던 포털을 타고 올라오자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우진의 눈에 펼쳐졌다.
“비켜―――!!!”
“이 새끼야! 내가 먼저 잡았잖아!!”
“씨발……! 스틸 좀 그만하라고!!”
그리고 바뀐 풍경만큼이나 층의 분위기도 많이 달랐다.
“꽤 소란스러운데.”
우진이 2층에 대한 감상을 짧게 말하자 모두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사냥터를 클랜들끼리 나눠 먹고 있는 1층도 문제지만…… 2층을 보니 여기도 만만치 않네요.”
“으흠―.”
[2층 : 경쟁의 장]▶ 클리어 조건 : 소속된 무리 안에서 가장 많은 마물을 사냥한 1인만이 통과.
▶ 통과한 1인을 제외하고 남은 인원은 새로운 무리에 포함되어 다시 사냥을 시작한다.
▶ 클리어 보상 : 중급 포션 x2
공략 자체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가장 많이 마물을 사냥하는 것.
“비켜!! 비키라고!!”
“말 겁나 많네. 실력이 안 되면 그냥 꺼져!”
“뭐? 이 새끼가……!!”
커다란 경기장 안에 마물이 소환될 때마다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사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소환되는 몬스터의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저기 머리 위에 있는 숫자가 아무래도 무리를 표시하는 것 같네요.”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1부터 5까지 표식이 떠 있었다. 각 숫자마다 20명씩이었는데, 특이하게 5번 표식이 되어 있는 사람들의 수만 8명이었다.
‘5번이 적힌 무리는 어째서 사냥을 하지 않는 거지?’
한데 몰려다니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5번 무리의 사람들은 그저 서로 눈치를 보며 경기장 구석에 앉아 있었다.
[사냥이 완료되었습니다.] [각 무리에서 가장 많이 사냥한 1인만이 3층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1번 무리 -하이츠] [2번 무리 -게르트 진센] [3번 무리 -당련비] [4번 무리 -필 하워드] [5번 무리 -표우진]“돼, 됐다!!!!”
이름이 호명된 사람들은 환호를 터뜨리며 기뻐했다.
[호명된 플레이어들은 경기장 밖 포털을 이용하여 다음 층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남은 인원은 대기 인원과 함께 새로 사냥을 시작 합니다.]“으음…… 이거 잘못하면 죽어라 경기장 안에서 사냥만 하다가 끝날지도 모르겠는데요.”
페론의 말에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큭, 먼저 갑니다.”
4번 무리에 있던 필 하워드란 남자가 남아 있는 사람들을 놀리듯 촐랑거리며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푸욱―.
그때였다.
그의 목젖을 뚫고 나오는 날카로운 검날.
“스틸하지 말랬잖아. 이 개새끼야.”
“커…… 커컥…….”
단검을 천천히 돌리자 필 하워드의 입에서 붉은 피가 와르르 쏟아졌다.
“씨발…… 이 짓을 또 해야 하잖아.”
필 하워드의 시체 위에 선 남자는 단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짜증 나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게 내 말대로 처음부터 정리해 두고 하면 편했잖아. 괜히 착한 척하지 말라고. 병신아.”
“낄낄, 뭐래. 위에서 기다려. 어차피 3층부터는 파티 사냥해야 하잖아.”
“너 빼고 갈 건데.”
“뒈질래?”
필 하워드를 죽인 남자와 아는 사이인 듯 낄낄대는 사람은 5번 무리에서 선발된 표우진이란 자였다.
‘5번 무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이유를 이제 알겠군.’
사람들이 우르르 마물을 쫓아다니며 사냥을 하던 시간에 놈은 자신의 무리를 정리한 것이었다.
가장 많은 사냥감을 사냥하든지, 아니면 경쟁자를 줄이든지.
“……뭐,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우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 공용 구간이지만 2층은 1층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PK가 허용된 층.
그렇기에 사람들은 2층을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바로,
살육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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