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7화(17/150)
“쯧쯧, 저럴 줄 알았다니까.”
“이번엔 얼마나 갔지?”
“모르지 뭐. 기껏해야 일주일이나 되겠나.”
용병 협회에서 일어난 소란에 어쩐지 사람들은 익숙하다는 반응이었다.
“흐음.”
그들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긴 우진은 슬쩍 협회 안쪽을 살폈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계약을 파기 하실 경우 위약금이…….”
“상관없으니까 당장 가져가. 어디다 쓰지도 못한 이딴 쓰레기를 팔고 있어?”
“저희 협회에서는 용병의 정보를 모두 공개해 드렸…….”
탁―!!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계약서를 직원을 향해 발로 찼다.
“됐고! 위약금이고 뭐가 상관없으니 당장 계약이나 파기시켜!”
“알겠습니다.”
직원은 자신에게 날아온 계약서를 주워서는 씁쓸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을 힐끔 바라봤다.
“계약자의 요구로 인한 계약 파기입니다. 위약금은 인벤토리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며 부족할 시 10%의 연체 이자가 발생합니다.”
“돈은 충분하니 당장 가져가.”
직원이 건넨 계약서에 사인을 하며 남자는 끝까지 투덜거렸다.
“하여간 초심자 지역에 있는 용병들은 다 쓰레기라니까. 내가 다시는 이용하나 봐라.”
퉷―!!
남자는 파기된 계약서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시 던지고는 거칠게 문을 열었다.
“에휴…… 하여간 인간들. 괜찮으십니까?”
남자가 떠나고 나자 그제야 직원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부축했다.
“달라고 할 땐 언제고…… 중앙 대륙처럼 레벨이 높아야 위약금도 세서 이딴 짓을 안 할 텐데. 쯧쯧.”
띠링―.
그때, 협회의 문이 열리며 달아놓은 풍경(風磬)이 흔들리자 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거렸다.
“어, 어…… 어서 오십시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다행히 조금 전 소란을 피웠던 남자가 아님을 확인한 직원은 반색하며 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용병을 찾으십니까?”
“그냥…… 구경이나 좀 해볼까 싶어서.”
“아. 그렇습니까?”
우진의 대답에 어쩐지 조금 전과 달리 직원의 태도가 싸늘하게 변한 느낌이었다.
“저기 안쪽에 대기 중인 용병들이 있고 현재 자리에 없는 용병들에 대한 프로필은 벽에 붙어 있는 게시판에 있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우진이 커튼으로 가려진 안쪽을 힐끔 바라봤다.
“살펴보시는 것은 상관없으나 한 가지 당부드릴 것이 있습니다.”
“당부?”
“네. 저희는 용병 협회지 노예 상인이나 창관이 아닙니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우진이 그의 말에 살짝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자 직원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행여나 가벼운 마음으로 용병을 계약하지 말아달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대충 알겠네.’
방금 있었던 소란의 이유를 말이다.
우진은 고개를 들었다.
벽 쪽에 있는 의자에 조금 전 계약이 파기된 용병이 앉아 있었다.
머리부터 전신을 가리고 있는 후드 때문에 모습을 볼 수 없지만 후드 안에서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녹색 눈동자가 보였다.
“…….”
망토의 길이는 그리 길지 않았다.
웅크리고 있다지만 망토에 전신이 덮일 정도니 기껏해야 150이나 될까?
왜소한 체구.
그리고 후드 안쪽에 보이는 길쭉한 귀는 종족을 알아내기 충분했다.
‘엘프로군.’
“저자에 대해서 좀 듣고 싶은데.”
그가 웅크린 엘프를 가리키며 종업원에게 물었다.
사락―.
자신을 향한 손가락에 고개를 들자 얼굴을 가리던 후드가 아래로 떨어졌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금발.
그리고 녹색의 눈동자.
냉정한 우진조차 잠시 넋을 잃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혹할 만하네.’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눈빛이 조금 전 남자를 향했던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이블 테일]은 가상현실이다.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에서 가능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
실제로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면 노예를 살 수도 있으며, 밤이 되면 불을 밝히는 유흥가들도 있었다.
조금 전 직원이 했던 경고 아닌 경고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용병을 용병이 아닌 다른 생각으로 고용하는 자들 말이다.
“어째서 계약 파기가 된 거지?”
“글쎄요. 전 고용주가 어떤 생각으로 그녀를 고용 한 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죠. 용병으로서 그녀를 추천드리긴 어렵습니다.”
“무슨 뜻이야?”
“울딘의 엘프입니다. 마력이 높고 정령 친화도도 대단한 희귀 종족이죠.”
그는 우진에게 조금 더 가까이 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저희도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만…….”
그는 힐끔 엘프를 곁눈질하고는, 손을 가려 우진에게 귓속말을 했다.
“텄습니다. 마법을 쓰질 못하거든요. 기껏해야 1클래스 마법이 끝입니다. 부릴 수 있는 정령도 고장 하급 물의 정령 하나가 고작이구요.”
직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혈병이랬나? 뭐, 마력 혈관이 가늘어서 생기는 병이라던데…… 여튼 태생만 믿고 영입했다가 저희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흐음.’
우진은 그녀를 바라봤다.
“손재주는 제법 괜찮아서 활은 좀 쏘는 것 같지만…… 그 정도 활쟁이는 안쪽에 쌔고 쌨습니다. 어찌…… 한번 둘러보시겠습니까?”
직원이 우진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거기. 나한테 관심 끄시지?”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엘프의 말에 직원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하십시오. 태생이 워낙 그렇다 보니.”
“태생?”
“조금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울딘의 엘프라고요.”
“그래서?”
“설마…… 울딘을 모르십니까?”
종업원은 오히려 놀란 눈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모르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럼요. 울딘 하면 지금은 멸망한 엘븐하임을 세운 왕족이잖습니까.”
‘왕족 출신이라…….’
종업원의 말을 듣자 쓸데없이 높은 신념 포인트의 의미가 이제 이해 갔다.
위대한 건국왕가(家)의 출생.
하지만 그런 좋은 혈통을 가졌음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고작 1클래스라니.
사실상 폐급 중의 폐급이었다.
“계약 파기만 벌써 수십번이거든요. 이곳에 있는 유일한 엘프라 다들 혹해서 계약을 하지만…… 능력이 영…….”
우진은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
“……더러운 인간 새끼들.”
“글세. 아무리 봐도 더러운 건 네 쪽인 것 같은데.”
“뭐?”
황당한 듯 그녀의 뺨이 씰룩였다.
우진은 피식 웃고는 덤덤한 표정으로 카운터에 놓여 있던 서류를 집었다.
보드(Board).
일종의 상태창처럼 용병들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판이었다.
이름 : 루엔 피르바스
직업 : 마궁사
협회 등급 : D
레벨 : 20
종합 포인트 : 280
특성 : 신속, 생존 본능, 매의 눈
‘신념이 월등히 높네.’
레벨에 비해 종합 포인트가 예상보다 높았지만, 그건 비정상적으로 높은 신념 수치 때문이었다.
콧대 높은 엘프라는 의미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게 있는 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장점은 애매해도 단점은 확실하게 보였다.
‘마력이 10포인트밖에 안 되고.’
종업원의 말대로 당황스러울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확실히…….”
영입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우진은 뭔가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타인에게 불필요한 관심을 가지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왜?
그녀에게 관심이 갔을까.
띠링―
그때였다.
보드에 적혀 있던 엘프의 능력치를 모두 살피고 나자 알림과 동시에 그의 시야가 가볍게 흔들렸다.
[특성 : 껍질눈이 발동됩니다.]▶ 가려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능력치가 적혀 있는 보드에 뭔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스킬의 발동에 당황한 것도 잠시, 우진은 눈앞에 나타난 수치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이름 : 루엔 피르바스
직업 : 마궁사
협회 등급 : D
레벨 : 20
종합 포인트 : 280
특성 : 신속, 생존 본능, 매의 눈
자질 개방 조건 :
마혈병을 한 단계씩 치료할 때마다 10레벨 개방.
현재 치료된 마혈병 (0/6)
놀랍게도 비어 있던 능력치 칸이 채워졌다.
‘자질이란 게…… 레벨을 뜻하는 건가?’
중앙 대륙의 용병들은 이미 영입할 때 레벨이 상한 레벨까지 다 채워진 상태다.
커뮤니티에선 현재 영입할 수 있는 용병의 최고 레벨이 60이라 했다.
모든 직업은 99레벨이 되어야 3차 스킬 트리를 개방할 수 있는데, 그 말은 중앙 대륙에서 영입할 수 있는 용병들은 2차 스킬 트리까지가 한계라는 뜻이었다.
반면 초심자 지역에서 영입할 수 있는 용병은 성장형이었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
3차 스킬을 개방할 수 있는 용병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2차 스킬도 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두 지역의 용병은 장단점이 확실했다.
‘나중에 고레벨이 되어 여유가 생기면 초심자 지역의 용병들을 실험 삼아 키워볼 수 있겠지만…….’
이제 겨우 미궁탑 10층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그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레벨 상한선을 볼 수 있다고?’
우진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가려진 것을 볼 수 있다…… 라는 게 이런 효과를 가진 것일 줄이야.’
처음에 스킬을 얻었을 때만 하더라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사실상 잊고 있던 스킬이었는데.
‘엄청난 거였잖아.’
[특성 : 껍질눈의 설명이 추가되었습니다.]특성 : 껍질눈
▶ 가려진 것을 볼 수 있다.
효과 : 엔피씨의 레벨 상한선을 볼 수 있다.
효과 : 잠금
효과 : 잠금
‘남은 효과가 두 개 더 있다?’
그것을 본 순간, 우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숨겨진 것을 볼 수 있다는 건…….’
오직 자신만이 게임의 비밀을 알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마혈병이라…….”
우진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루엔을 바라봤다.
‘레벨 상한선이 99라는 건 엄청난 것이긴 해.’
마혈병이라는 희귀병 때문에 현재 능력치가 낮아 저평가되고 있지만, 치료법만 찾는다면…….
‘3차 스킬 트리를 개방하는 것은 물론이고 2차 전직도 가능하다.’
꿀꺽―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문제는 마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느냐인데.’
[고대 마력석으로 마혈병 1단계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그때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알림이 울렸다.
[치유하시겠습니까?]“멜튼!!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한들 이제는 인간과 계약하지 않을 거니 그렇게 알아!!”
그녀는 벗겨진 후드를 머리에 다시 눌러쓰며 직원을 향해 소리쳤다.
“주긴 뭘 줘.”
“……뭐?”
“돈은 오히려 내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우진은 피식 웃으며 마력석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