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18화(18/150)
[D등급 용병 루엔과 계약을 하시겠습니까?]▶계약 조건은 상호 간의 협의에 의해 변경됩니다.
루엔은 우진이 내민 손을 덥석 잡았다.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받아.”
우진은 [고대 마력석]을 그녀에게 주었다.
“정말…… 마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건가요?”
“완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다. 앞으로 계속해서 치료제를 찾아야지.”
“정, 정말인가요?”
“물론 하는 거 봐서 결정할 일이겠지만. 제 몫을 못하면 치료고 뭐고 없어.”
“가…… 감사합니다! 뭐든 시켜주십시오. 주인님!!”
콧대 높았던 엘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땅에 바짝 엎드릴 기세로 허리를 숙이는 그녀를 보자 생각보다 다루기 쉬운 녀석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님은 됐고, 그냥 마스터라고 불러.”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 끌어 올리며 우진이 말했다.
“네! 마스터!”
루엔은 그의 말에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단단히 먹어. 우린 중앙 대륙으로 가야 하니까. 이건 그걸 위한 투자야.”
[루엔이 고대 마력석을 사용합니다.]긴장한 얼굴을 한 그녀가 마력석을 양손으로 포개었다.
솨아아악……!!
그러자 마력석이 빛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그녀의 손바닥 안으로 스며들었다.
[고대 마력석이 마력 혈관을 두텁게 만듭니다.]▶ 마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 한 단계 더 높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계 돌파!]▶ 자질이 대폭 상승합니다.
▶ 상한 레벨이 증가합니다. (39→49)
[한계 돌파 영향으로 새로운 특성을 깨우칩니다.]▶ 특성 : 울딘의 후예를 깨우쳤습니다.
▶ 다음 한계 돌파 시 특성이 강화됩니다.
특성 : 울딘의 후예
▶ 사격술이 한 단계 상승한다.
▶ 정령 친화력이 한 단계 상승한다.
▶ 시야가 1.5배 증가한다.
▶ 민첩이 1.5배 증가한다.
“오…….”
몸속의 변화를 느낀 듯 루엔은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보세요! 마력이 늘었어요!”
‘마력이 증가한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용병 조합에서 봤던 모습과는 달리 마냥 어린아이처럼 웃는 루엔을 보며 우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울딘의 후예라니…… 무슨 이런 사기적인 특성이 있지?’
과연 왕과의 핏줄다웠다.
그가 익힌 특성들도 사기적인 것들이었지만, 루엔의 것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한계 돌파를 할 때마다 특성이 강화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특성들보다 더 엄청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루엔.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너 경험은?”
“……에?”
루엔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 아무리 계약자라고 하셔도…….”
“사냥 경험 말이야.”
“아, 네. 그, 그렇죠! 하하.”
조금 전 당황은 이해되는 일이지만 지금 말을 머뭇거리는 건 썩 마음에 드는 반응은 아니었다.
“그게…….”
“설마 한 번도 없는 건 아니겠지?”
“……죄송해요.”
설마 하는 대답이 그대로 나오자 우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지금까지 뭘 했는데? 용병 조합에 들어가기 전까지 말이야.”
“딱히…….”
어쩐지 그녀는 대답을 하기 싫은 듯 머뭇거렸다.
‘쉽게 말할 생각은 없나 보네.’
멸망한 왕가의 핏줄.
딱히 행복한 생활은 아니었을 거다.
‘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이군.’
[이블 테일]에 호감도 수치 같은 게 있진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NPC들과 신뢰를 쌓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진짜 인간관계와 같은 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용병을 쓰는 자들은 감정보다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굳이 지금 말하지 않아도 돼. 다만 언젠가는 알려주면 좋겠군. 나는 너에 대해서 알고 싶다. 너와 동료로서 계속 함께 있고 싶으니까.”
“……계속.”
하지만 우진은 모든 관계가 돈으로만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루엔은 몇 번이나 마지막 말을 곱씹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지금부터 어둠숲 서쪽에 있는 [연금술사의 실험실]에 갈 거다.”
[연금술사의 실험실].어둠숲에 존재하는 3개의 인스턴스 던전 중 하나인 그곳은,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공략하기 위해 하나의 조건이 필요했다.
‘속성 공격.’
다른 던전들과 달리 이곳에 소환되는 마물들은 각각의 속성에 맞게 공격을 해야 한다.
‘타임 어택을 할 수 있어도 어쩔 수 없이 패스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 * *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될지…….”
파르타를 나서기 직전, 루엔은 고마워 어쩔 줄 몰라 말을 흐렸다.
“투자라고 생각해. 동료 장비가 갖춰져야 나도 편하고.”
“감사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 그녀의 모습은 꽤 많이 변해 있었다.
꼬질꼬질 낡은 갑옷 대신, 우진은 파르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갑옷과 활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래 봤자 흔한 장비인데…… 왕가니 뭐니 해도 이 정도로 좋아하다니. 경험이 없는 티가 나긴 하네.’
하지만 상관없다.
경험은 채우면 되는 것이지만 자질은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진은 그녀의 혈통을 믿었다.
“마법도 확실하게 익히도록 해. 던전에서 바로 사용 할 수 있도록.”
“이미 모두 익혔어요.”
“……그래?”
그리고 그 믿음은 이미 결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냥 경험도 없으니 사람을 죽여본 경험도 당연히 없겠지?”
“사, 사람이요? 살인……?”
“그래.”
“살인은 좀…….”
루엔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익숙해지라고 하진 않겠지만 언젠가 해낼 각오는 해야 할 거다.”
“하지만…….”
“난 이미 오크 성채에서도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언제라도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우진이 이렇게 경고를 하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파르타를 떠나기 직전, 광장에 [창세단]으로 보이는 자들이 하나둘 다시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50레벨 이상은 어둠숲에서 죽어도 소생자의 사당을 이용할 수 없다. 놈들은 아마 중앙 대륙에서 부활 했겠지.’
만약 간부들이 복수를 위해 이곳에 온다 한들 아무리 빨라도 이틀은 족히 걸릴 것이다.
‘당장 놈들을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간부들이 오기 전까지 이곳에 남아 있는 [창세단] 놈들에게 뒤를 밟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 둘, 셋…….’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파르타의 문을 나설 때 몇 몇의 수상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차라리 습격해 주면 고마울 텐데.’
도시가 큰 만큼 소생자의 사당은 숲에서 꽤 멀다.
한 번만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놈들의 눈을 따돌릴 시간을 만들기엔 충분할 것이다.
“…….”
그런 생각이 들자 우진은 루엔을 슬쩍 바라봤다.
어쩌면 각오를 실천할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모르는 법이니까.
“따라와.”
우진은 다시 어둠숲으로 향했다.
* * *
[오크 전사를 사냥하였습니다.] [오크 전사를 사냥하였습니다.]…….
“왼쪽.”
“네!”
꽈드드득―
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경쾌했다.
퉁―!!
그리고 시위에서 벗어나 날아가는 화살의 소리는 더욱 경쾌했다.
[케에에엑!!]루엔의 화살이 오크의 미간에 정확히 꽂혔다.
“오른쪽은 내가…….”
쓰러지는 오크를 확인하며 우진이 반대쪽 오크를 향해 달리려는 순간,
[켁!!]비명과 함께 반대편에 있던 오크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아…… 제가 실수한 걸까요?”
목표를 잃은 걸음에 우진이 그녀를 바라보자 루엔이 다급히 물었다.
“아냐. 잘했어.”
우진의 대답에 그녀는 마치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아이처럼 기쁜 듯 입술을 히죽이고는 알아서 전리품을 챙겼다.
▶ 상처 없는 오크 가죽 x 2
▶ 조잡한 포션 x 1
▶ 2실버
…….
‘이거 장난 아니네.’
차곡차곡 쌓여가는 인벤토리의 아이템을 보며 우진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할 게 없잖아.’
지금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엘프인데 형편없는 마력 때문에 평가 절하되었던 그녀는 새로운 특성을 익히고 난 뒤 완전히 달라졌다.
‘20레벨 궁수 중에 오크들을 원 샷 원 킬 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최소 35레벨.
혹은 그 이상은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엘프 특유의 반응 속도.
거기에 혈통이 주는 이점까지.
당초 계획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오크를 사냥하면서 루엔의 레벨을 최소 25까지 올리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연금술사의 실험실]에 도착한다. 최소 30레벨의 던전이지만 지금 너와 나라면 충분할 거야.”
하지만 그녀의 사냥을 보고 우진은 마음을 굳혔다.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었다.
“마법은?”
“네. 주신 책의 마법들은 모두 익혔어요.”
“좋아. 마물의 속성은 직관적으로 보일 테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황에 맞게 인챈트를 걸어줘. 네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그거다.”
“알겠습니다.”
우진의 말에 그녀는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때였다.
걸음을 옮기려는 우진의 팔을 그녀가 황급히 잡았다.
“아, 저…… 죄송합니다!”
루엔은 자기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들짝 놀라며 우진의 손목을 잡은 손을 놓았다.
“왜 그래?”
“덫이에요. 지금까지는 없었는데…… 여기 숲길부터 갑자기 깔려 있어요.”
“덫?”
우진은 그녀의 말에 길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데?”
“으음…… 100m 앞까지는 다 깔려 있는 것 같은데요.”
그 정도 거리까지 탐색이 가능하다니…….
과연 엘프다웠다.
“해제가 가능할까?”
“아뇨. 해체 스킬이 없어서 그건 불가능해요. 대신 피해 갈 수는 있으니 제가 앞장설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루엔은 죄송한 듯 처진 어깨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딱히 미안할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도둑 클래스라도 해체 스킬을 익히려면 50레벨이 되어 2차 스킬 트리를 개방해야 가능하니까.
‘그러니까 어둠숲엔 기본적으로 덫 같은 함정은 존재하지 않아.’
인위적인 함정.
덫을 깔아놓은 놈들이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갔다.
‘창세단 녀석들이겠지.’
“다행이군.”
“네?”
루엔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놈들은 나를 습격하지 않고 덫을 놨어.’
고레벨 플레이어가 있다면 당장 공격을 하지 이런 번거로운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끌 생각인 것이다.
성채에서 간부의 죽음은 즉시 보고되었을 거고.
‘파르타를 떠난 지 이제 하루가 지났다.’
놈들이 복수를 하려면…….
‘이제 포털을 타고 중앙 대륙에서 이곳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높겠네.’
남아 있는 시간은 만 하루.
그 안에 던전을 공략하고 빠르게 다음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루엔. 주위에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져?”
그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이요.”
“거리는?”
“대충…… 150m 정도?”
그 먼 거리까지 알아낼 수 있는 엘프의 시야가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우진을 경악하게 만든 건,
“고작 다섯이라고?”
우진은 자신들을 감시하는 [창세단]의 숫자에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시간 끌기도 못할 숫자였다.
“각오는?”
일전에 물었던 물음.
“제, 제가 해야 하는 거죠?”
꿀꺽―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활에 화살을 채웠다.
단 한 번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던 그녀의 화살이 지금은 사시나무 떨리듯 파르르 떨렸다.
“왜? 못하겠어?”
“못하겠으면…… 안 해도 되나요?”
눈망울을 빛내며 그녀가 우진에게 물었다.
“아니.”
까라면 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