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21화(21/150)
“네……? 감시요?”
“감시라기보다는 관리 차원에서 혹시 불법적인 플레이를 하는지 살피라는 거지.”
“……그게 감시랑 뭐가 다르죠? 통신 규율에 보시면 특정 플레이어를 추적하는 건 불법이라고…….”
콰앙―!!
책상에 놓여 있던 키보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어이, 김 대리. 지금 상사 명령에 토다는 거지? 분명 내가 말했을 텐데? 이거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고. 일하기 싫어?”
“아, 아뇨…… 그런게 아니라…….”
“한 이사님께서 직접 코멘트하신 일이란 말이야.”
“네? 누…… 한 이사님께서요?”
“그래. 이거 내가 다 자네를 아껴서 그러는 거라고. 이게 흔한 기회인 줄 알아?”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내려치던 모습과 달리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난 상사는 삐져나온 옷을 집어넣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실실 웃으며 부하의 어깨를 다독였다.
“잘 생각해 보게. 이제 곧 진급 심사지? 동료들은 다 진급하는데 언제까지 혼자 뒤처질 순 없잖아. 안그래?”
“그렇긴 하지만…….”
김하준.
언제 잘랐는지 알 수 없는 덥수룩한 머리와 두꺼운 뿔테. 며칠 동안 밤을 샌 건지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는 얼굴.
180㎝가 넘는 훤칠한 키였지만, 그는 어쩐지 주눅이 든 듯 구부정한 자세로 머리를 긁적였다.
“전 개발팀인데요.”
상사는 하준의 말에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이구, 답답하긴. 그래서 자네가 가야지. 자네처럼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사실 플레이어들도 관리하는 게 맞지.”
그는 하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솔직히 말해서 관리팀 중에 게임에 대해서 아는 녀석들이 있긴 하냐구. 게임도 모르는 인간들이 관리팀이니 뭐니 하니 문제 생길 때마다 개발팀을 찾는 거 아냐. 안 그래?”
“그거야…….”
“게다가 이거 관리팀에서도 특별 요청 들어온 거야. 게임에 빠삭하고 입이 무거운 친구로 부탁한다더군. 그 얘기 듣고 내가 감이 팍 왔지. 우리 팀에서 자네가 딱 적임자라고 말이야.”
“가, 감사합니다.”
“좋아. 그럼 하는 거로 알고. 내일부터는 관리팀으로 출근하게. 말해둘 테니까.”
“네? 어엇…….”
상사는 하준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뭔가를 그의 주머니에 밀어 넣고는 등을 떠밀었다.
“자, 자. 자리 정리도 해야 할 테니 바쁜 사람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 없지! 준비하자구!”
“부, 부장님! 잠시만……!”
쾅―.
하준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최 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문을 닫아버렸다.
“하아…… 이게 무슨 일이람.”
그는 잠겨 버린 부장실의 문을 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관리팀이라니…….”
10년이었다.
그가 [이블 테일]의 제작 시절부터 지금까지 개발팀에 몸을 담았던 시간 말이다.
최연소 디자이너.
천재 개발자.
입사 첫날부터 회사의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였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A. I인 [에단]이 [이블 테일]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A. I가 창조한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엄청난 이슈를 가져올 것이라 여겼고, 그의 제안을 무시하고 [에단]에게 게임의 모든 권한을 주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하준의 생각과 달리 [이블 테이]은 엄청난 흥행을 이뤘고, 그 결과 그와 함께 반대를 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회사를 떠난 지 오래였다.
“……도대체 누나는 무슨 생각인 거지?”
하준은 낮게 중얼거리며 주머니 안에서 부장이 쑤셔 넣었던 뭔가를 꺼냈다.
[제2관리팀 GM 한]그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이상한 일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하준, 아니, GM 한은 삼 일 전 일을 떠올리며 앞을 바라봤다.
[시그 엘릭의 연금실]그가 들여다보는 방의 입구엔 낡은 팻말 하나가 걸려 있었고,
콰아아앙――!!!
요란한 굉음이 들렸다.
‘……말도 안 되는 걸 봐버렸어.’
그는 홀린 듯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시그 엘릭을 처치하였습니다.]“성공이에요!!!”
알림과 함께 루엔이 폴짝폴짝 뛰어 오르며 소리쳤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3 → 25
“응.”
우진은 쓰러진 연금술사의 시체를 바라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 입장 시간 – 9분 40초] [던전 보드의 기록이 갱신됩니다.] [이름을 등록하시겠습니까?]그가 [현자의 돌]을 살피는 동안 알림이 울렸다.
[이름 대신 ???로 던전 보드에 기록됩니다.] [던전 보드의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1위 ??? (2명) 9분 40초] [2위 케르가의 파티(4명) 17분 37초] [3위 라이칸의 파티(4명) 19분 31초] [축하합니다.] [던전 보드의 1위에 도달했습니다.] [칭호 – 속성을 다루는 자를 획득하였습니다.]“우앗……!”
알림이 울림과 동시에 두 사람의 주위로 빛이 일자, 루엔이 놀란 비명을 터뜨렸다.
[던전 보드의 갱신 시간이 10분 이내입니다.] [당신의 경이로운 사냥에 모두가 놀랄 것입니다.] [칭호의 효과가 변합니다.] [속성을 다루는 자ㅡ 속성술사로 변경됩니다.]흰색의 빛이 오색의 빛으로 바뀌었다.
[공략 인원이 2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위대한 경지에 도달한 사냥입니다.] [유례없을 이 기록은 모험가들에게 알려질 것입니다.] [칭호의 효과가 변합니다.] [속성술사 → 속성의 지배자로 변경됩니다.]‘고블린의 둥지 때와 마지막 설명이 다르네.’
살짝 아쉬운 감이 있긴 했지만 루엔의 놀란 표정을 보자 우진은 그런 마음도 사그라졌다.
‘독식해야 할 게 있고 나눠야 할 게 있는 법이니까.’
[속성의 지배자]▶ 등급 : 영웅
▶ 설명 : 2인 이하 플레이로 필드 던전 – 연금술사의 실험실 타임 어택 1위를 달성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 모든 능력치 +5
▶ 특성 : 오행 – 자연계 속성 내성 +15%
▶ 스킬 : 속성 – 자신의 장비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
▶ 스킬 : 방벽 – 속성 스킬로 부여한 속성과 같은 속성의 실드를 생성한다.
‘방벽은…… 시그 엘릭이 썼던 그건가?’
특성은 하나뿐이었지만 스킬이 2개나 붙어 있었다.
‘하나라고 해도 중앙 대륙으로 갈수록 속성을 가진 마물들이 많으니까…… 내성 특성은 엄청 희귀한 거지.’
하나의 속성도 아니고 자연계 모든 속성이었으니까.
[새로운 타임 어택 갱신으로 인하여 신속의 사냥꾼 칭호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 +5 → 10
▶ 특성 : 신속 – 신체 속도 + 10% → 15%
▶ 스킬 : 가속 – 1→3 초간 신체 속도를 2.5배로 증가시킨다.
‘엄청나네.’
끊임없이 쏟아지는 알림에 우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다.
“와…… 이게 다 뭐에요?”
그리고 놀라기는 루엔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어때?”
“어떻긴요……! 엄청나죠!! 이것 보세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활의 시위를 당겼다.
화르륵……!!
그 순간, 화살촉에서 불꽃이 일었다.
“이건 원래 제가 쓰던 인챈트 마법이에요. 무기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칭호의 효과로 속성을 사용하면…….”
화아아악―――!!
놀랍게도 화살촉에 서려 있던 불꽃이 순식간에 화살대까지 모두 번졌다.
“이거 그냥 불화살이 아니에요.”
“음?”
“단순히 불속성을 강화한 게 아니라, 이건 불속성에 풍속성을 더 한 거예요.”
“풍속성?”
우진은 그녀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지금, 2개 속성을 중복으로 인챈트했다는 말이야?”
“네. 상성 관계의 속성만 아니라면 더블 인챈트가 가능해요.”
“허…….”
‘이거 생각지 못한 수확인데.’
우진은 그녀의 대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대부분 [이블 테일]의 존재하는 마물들은 최소 2가지 이상의 속성 약점을 가진다.
언데드가 성(聖) 속성뿐만 아니라 화(火) 속성에도 취약한 것처럼 말이다.
이는 마물 사냥에 있어서 특정 클래스들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는데,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속성 공격의 대미지는 따로 계산된다는 점이지.’
우진은 루엔이 만들어낸 불화살을 바라봤다.
‘더블 인챈트가 가능하면 루엔의 화살은 이제 화속성 대미지와 풍속성 대미지를 동시에 줄 수 있게 된다.’
2개의 속성이 합쳐져 2배의 대미지를 줄 수 있게 되면, 그만큼 사냥 속도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우진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와…… 마스터. 여기 보세요!!”
루엔이 시그 엘릭의 시체 뒤로 빼곡하게 책이 꽂혀 있는 벽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이거 장난 아닌데요? 무려 3등급 마법서라구요!”
벽장에 꽂혀 있던 마법서를 뽑아 든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소리쳤다.
‘누가 엘프 아니랄까 봐 마법에 관심이 많네.’
물론 그녀가 기뻐하는 것 이상으로 3등급 마법서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컸다.
‘마법사들이 50레벨이 되어 중앙 대륙으로 넘어갈 때 익히는 마법 등급이 5등급이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3등급 마법서는 최소 레벨 70 이상에서나 익힐 수 있는 고위 마법이었다.
“배울 수 있어?”
그의 물음에 루엔은 아쉬운 듯 쓴웃음을 지었다.
“아뇨. 불가능하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네 자질이면 마혈병을 치료한 후엔 3등급이 아니라 1등급도 익힐 수 있을걸.”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자신의 레벨 상한선을 알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그저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흐음.”
우진은 벽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바라봤다.
[던전 보상 이외의 물건은 소유할 수 없습니다.]시동어 : 포스 나르아
등급 : 3등급
설명 : 백광탄(白光彈)이라 불리며 강력한 빛과 함께 맹렬한 불꽃을 일으키는 살상 마법.
촤르륵―.
우진은 빠르게 책의 내용을 훑었다.
마법서는 내용까지 있는 진짜였다.
하지만 알림처럼, 익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임에선 벽장에 있는 책들은 그러 장식에 불과했다.
‘하긴 이렇지 않으면 마법사들이 너도나도 다 달려들었겠지.’
“현실이라면 달랐으려나?”
어차피 마력이 없는 상황이니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뭐,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보상 상자를 확인하시겠습니까?]진짜는 지금부터다.
어둠숲에 존재하는 3개의 던전 중에서도 [연금술사의 실험실]은 가장 공략 횟수가 적은 던전이었다.
파티 사냥을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지만, 막상 초심자들끼리 합을 맞추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속성까지 생각해야 하니 난이도는 배가 되었다.
초심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였기에, 타임 어택을 위해 대형 클랜들이 공략하는 것 이외엔 거의 발길이 끊어진 곳이기도 했다.
‘오히려 중앙 대륙의 미궁탑보다 공략 횟수가 적은 특이한 던전이니까.’
공략 횟수가 적다는 건 그만큼 이곳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했다.
“……어?”
상자의 뚜껑을 연 순간 우진의 눈빛이 가볍게 떨렸다.
▶ 실험용 의복 x 1
▶ 실험용 안경 x 1
▶ 평범한 포션 x 2
▶ 50 실버
[실험용 의복]과 [실험용 안경]은 단순한 코스튬 용 장비들이었기에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마지막 드랍템은 우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 충만한 현자의 돌
‘현자의 돌이…… 여기서 나온다고?’
우진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옥색의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이름 : 충만한 현자의 돌
등급 : B
설명 : 연금술사 시그 엘릭이 협회에서 파문되게 된 이유이자 그의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결과물.
협회장 라하드가 이를 탐내 그를 파문시켰다는 소문이 있다.
시그 엘릭이 소환수를 소환하기 전에 그를 처치하면 얻을 수 있다.
▶ 사용 시 랜덤으로 1개체의 골렘 계약이 가능하다.
▶ 사용 시 하급 연금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현자의 돌]이 인기 있는 건 바로 이 골렘 계약 때문이었다.‘그런데 이건 뭐지?’
[고블린의 둥지]에서 얻었던 핵석처럼 [현자의 돌]의 앞에도 수식어가 있었다.‘평범한 돌이 아니다.’
애초에 그가 알기로 [현자의 돌]은 C등급의 아이템이었으니까.
‘미궁탑 8층에서 드랍되는 아이템보다 어둠숲에서 나온 게 더 등급이 높다니…….’
우진은 창 아래에 적혀 있는 설명을 읽었다.
▶ 시그 엘릭의 모든 소환수들이 소환되지 않고 현자의 돌에 머물러 있습니다.
▶ 소환수들로 인한 [충만한] 효과로 사용하게 되면 계약된 골렘의 등급이 1단계 상승합니다.
▶ 계약 개체가 골렘 → 가디언으로 변경됩니다.
“가디언?”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