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22화(22/150)
“가디언…….”
커뮤니티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골렘보다 한 단계 위의 소환수.’
어쩌면 그가 최초일 수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확실해.“
“하…… 하하.”
사실상 던전은 파티 사냥이 필수적이었다.
[고독함] 특성을 유지하면서 던전 사냥을 하고자 하는 그에게 용병 이외에 소환수는 그야말로 필수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었다.‘내게 있어선 최고의 보상이로군.’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미궁탑의 드랍템보다 더 좋은 걸 어둠 숲에서 얻을 수 있다니…… 적탑이 알게 되면 난리 나겠는걸.”
적탑은 중앙 대륙에 있는 가장 거대한 마법 연합이었다.
“아니지. 적탑뿐이겠어? 연금협회인 [플라즈]라든지 드루이드 연합인 [우든 클라우드] 녀석들도 눈에 불을 켜겠지.”
마법사나 드루이드처럼 보통 후위에서 싸우는 플레이어들에게 [현자의 돌]로 계약할 수 있는 골렘은 엄청난 메리트였다.
‘50레벨이 된 후 중앙 대륙에서 연금술사로 전직하면 골렘 계약을 맺을 수 있긴 하지만…….’
[현자의 돌]로 소환된 골렘은 일반적인 연금술로 만들어진 골렘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게다가 골렘은 소환 시 아무런 조건이 필요하지 않았고 정령처럼 생명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 부서져도 하루가 지나면 다시 소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걸 차치하고 가장 큰 메리트는 따로 있지.’
바로 클래스와 상관없이 누구든 [현자의 돌]을 사용하면 골렘 계약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골렘을 소환할 수 있는 연금술사도 이걸 이용하면 2마리의 골렘을 갖게 되는 거니까.’
[현자의 돌]은 그야말로 모두가 탐을 내는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그런 게 지금 내게 있다니…….’
그것도 평범한 골렘이 아닌 상위의 등급과 계약할 수 있게 말이다.
꿀꺽.
우진은 오랜만에 긴장한 얼굴로 [현자의 돌]을 바라봤다.
[충만한 현자의 돌을 사용하시겠습니까?]돌 위에 나타난 알림창의 확인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콰앙―!!!
“……?!!”
갑자기 날아간 루엔의 화살이 일으킨 굉음에 그는 깜짝 놀라며 뒤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침입자예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우진이 뒤로 물러섰다.
“침입자……?”
블란 클랜 녀석들인가?
뒤를 밟힌 건가?
아냐.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스턴스 던전은 입장하는 순간 공간이 분리되기 때문에 외부인이 난입할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콜록, 콜록…….”
그 순간, 문밖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자, 잠시만요!!”
무너진 벽 뒤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한 채, 그를 향해 항복의 의사로 손을 휘젓는 남자를 보며 우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하늘거리는 새하얀 로브.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복장이 아니었다.
“……관리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우진이 무기를 겨누자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공격을 멈춰주세요!”
어쩐지 뭔가 어설픈 모습이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지? 관리자 호출을 한 적 없는데.”
“아…… 하하. 제가 놀라게 해드렸나보네요.”
“요즘은 관리자가 플레이어의 뒤도 캐고 다닙니까?”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어수룩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관리자를 향해 우진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저는 GM 한이라고 합니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그러니까…….”
“그러니까?”
“으음…… 인사차?”
자신을 한이라고 소개한 그는 우진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지, 이 병신은.’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우진의 싸늘한 눈빛뿐이었다.
‘광장에서 만났던 데인이라는 놈과는 뭔가 좀 다른데.’
우진은 도움을 요청하던 자신을 냉정하게 거절했던 그를 떠올리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뭐…… 나라도 그랬겠지만.’
주민번호도 맞지 않고 가족 사항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말을 거짓으로 여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로그아웃은 게임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던가.
‘아무리 내가 말한 정보가 모두 틀렸다 하더라도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입 정보는 남아 있을 거야.’
그건 사라져 버린 김우진의 정보가 아닌, 지금 이 게임 속에 아직 존재하는 전사 칸의 정보였다.
‘그런데도 저들은 내 개인 정보만 가지고 계속 도와 줄 수 없다고 했어.’
꽈악―.
그 순간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마스터……?”
그런 그를 루엔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후우…….”
낮게 숨을 토해내며 화를 삭힌 우진은 어색하게 서 있는 관리자를 바라봤다.
“관리자가 저 따위에게 인사를 하러 여기까지 찾아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게 들리는데.”
“아! 그러니까…… 일전에 광장에서 로그아웃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최근에 로그아웃 기록이 있어서 문제가 해결되셨는지 확인차 들렀습니다.”
“로그아웃이…… 되었다고?”
“네.”
우진은 그의 말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세계로 갔을 때가 시스템상에서는 로그아웃이 된 걸로 기록되는 건가.’
이제 확실해졌다.
정말로 관리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말이다.
‘시스템에 로그아웃 기록까지 남아 있다면 더 말해봤자 내 말은 더욱 거짓말로 치부할 테니까.’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되자 우진은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었다.
“우아…… 공략 시간이 9분 40초? 그것도 파티원도 없이 용병만 데리고서라니…… 이상하네. 디자인 끝내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절대로 10분 안쪽으로 타임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편 GM 한은 던전 보드에 적혀 있는 우진의 기록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지금 나한테 묻는 건가?”
“아차……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는 질문을 했네요. 관리자는 불법적인 행위를 제외하고 플레이어의 플레이에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죠.”
경계하는 우진의 태도에 GM 한은 황급히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관리팀으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돼서요. 그 전까지는 개발팀에 있어서 저도 모르게 기록에 관심이 갔습니다. 죄송합니다.”
‘개발팀이라…….’
확실히 지금껏 본 관리자들과는 달랐다.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인간적이랄까?
‘하지만 어차피 곧 똑같아지겠지.’
우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딱히 당신하고 인사나 나누며 시시덕거릴 생각은 없는데 이만 가주는 게 어때?”
“네. 다만 한 가지 알려 드릴 것이 있어서요. 이번 관리자 회의에서 칸 님에 대한 안건이 있었습니다.”
“안건?”
“관리자 요청을 수차례 했으나 정보 부족으로 인하여 도움을 드리지 못한 바, 관리팀에선 칸 님께서 관리자 호출을 이용 시 즉각 대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
이제 와서?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GM 한은 그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앞으로 칸 님의 담당 관리자로 제가 요청에 응할 예정입니다. 몰래 본 건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멋진 전투였어서요.”
한은 다시 한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했다.
“진심입니다.”
인사를 마친 그는 그대로 던전의 출구를 열었다.
‘관리자도 사람이 어지간히 없나 보군. 저런 어리숙한 사람을 뽑다니.’
우진은 이해가 안 간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잔머리를 굴리는 놈들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그를 좋게 볼 수 없었다.
‘전담 관리자를 두겠다는 게 절대로 호의일 리가 없어. 오히려 나를 감시한다는 의미겠지.’
상관없었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으니까.
“그럼…….”
GM 한이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하고서 몸을 돌리자,
“돌아가자.”
우진 역시 루엔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관리자를 만난 건 의아한 일이었지만 지금 그에겐 고민을 할 시간도 아까웠으니까.
아직 다음 던전인 [핏빛 동굴]의 공략이 남아 있었다.
찌이이잉……!!
“……?!!”
그때였다.
관자놀이를 찌르는 듯한 통증에 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비틀거렸다.
“마스터?”
뒤에 있던 루엔이 황급히 그를 부축했다.
[요청 수락.] [버그 픽스(Bug Fix) 작동.]‘뭐, 뭐지?’
[10초 뒤] [버그 확인을 위해 해당 플레이어는 자동 로그아웃 됩니다.] [1…… 2…….]출구에 들어가기 직전, 시스템 창이 열렸다.
“자, 잠깐……!!”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알림의 밑에 있어야 할 [YES/NO] 선택창이 없었다.
깨진 시스템의 글자처럼 우진의 눈빛도 흔들렸다.
‘강제 로그아웃이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 게 가능했으면 한 달 넘게 광장에서 난리를 피웠을 때 관리자들이 자신을 그냥 내버려 뒀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우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출구로 들어간 듯 이미 GM 한은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카운트는 계속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지끈거리는 두통에도 불구하고 우진의 두뇌는 빠르게 회전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잠깐 동안 로그아웃 되는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현실이 그 현실이 아니라면?
“루엔!! 반지와 허리띠를 줘!!”
“네? 아, 네!!”
우진의 외침에 황급히 그녀가 끼고 있던 장비들을 건넸다.
[치타의 반지를 착용하였습니다.] [삼위일체의 허리띠를 착용하였습니다.]우진은 황급히 장비를 착용했다.
[……10.]허리띠의 버클을 채운 순간, 어느새 카운트되던 숫자가 모두 채워졌다.
“……#$^@#$!!”
솨아아아악――――!!!
루엔이 뭔가 자신을 향해 외치는 것 같았지만, 귀를 찌르는 굉음과 함께 새하얀 빛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 * *
콰앙―!! 콰가가강―――!!!
‘……여긴?’
시야가 걷히자 요란한 폭음이 들렸다.
우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며 주위를 훑었다.
눈앞에 낡은 건축물 하나가 보였다.
부서진 지붕 앞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커다란 시계를 보자 그는 단박에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연금술사의 실험실.’
그가 조금 전 있었던 그 장소였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폐허가 된 던전.
‘역시…….’
우진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다행히도 로그아웃 직전 그녀에게 받은 장비들이 사라지지 않았다.
꿀꺽.
우진은 검을 고쳐 잡으며 자세를 낮췄다.
‘연금술사의 실험실이라면…… 어둠숲이라는 말이겠지.’
이곳엔 아직 놈이 있다.
얼굴 없는 괴물.
놈을 떠올리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공포심이 너무 깊게 자리 잡은 걸까.
조금 강해지긴 했지만 그 괴물을 상대할 엄두는 여전히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처음 로그아웃을 했을 때도 모레티였지.’
아무래도 로그아웃을 하면 그때 게임 속에 있었던 장소로 오는 모양이었다.
‘좋아. 일단 하나는 알게 되었고.’
우진은 몸을 숨긴 건물의 잔해 위로 고개를 내밀며 앞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런데…….’
카앙―! 캉―!! 카가가강―――!!!
전투 소리였다.
‘저들은 누구지?’
눈앞에 있는 십수 명의 사람들.
라울 이외에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인간이었다.
그에게 호의를 베풀어줬던 은인.
“꺄아아악―――!!!”
“잡아!! 서둘러라!! 남자는 죽여서 심장을 빼내고 여자들은 생포해서 두 눈을 파내!!”
폭음 뒤로 터질 듯한 비명 소리, 그리고 남자들의 거친 외침이 우진의 귀를 찔렀다.
모든 사람들이 라울과 같으리란 법은 없었다.
“…….”
꽈악―.
우진은 검을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