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27화(27/150)
“놀랄 필요 없어요. 스승과 제자가 꼭 사이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활활 타는 라탄의 시체에서 눈을 떼며 이루린이 우진에게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스승을 찾으러 온 줄 알았는데?”
“찾으러 왔죠. 살아 있으면 죽여 버리려고.”
“아하.”
“스승님이 사라지고 1년 뒤에 적탑이 마물에 의해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어요. 그때 지하에 비밀 실험실이 발견됐죠.”
“실험실?”
“흑마법을 연구하는 곳이었어요. 이곳과 비슷해요. 아마 여기도 스승님께서 만드신 것이겠죠.”
그녀가 놀라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해부학 실험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거기서 봤어요. 껍데기만 남은 적탑의 제자들.”
“……뭐?”
“모두 3등급 이상의 마법사들이었죠.”
그녀의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맞아요.”
그런 그들을 대신해서 상냥하게도 이루린은 명확하게 라탄이 한 짓을 꼬집어주었다.
“제자들을 가지고 실험을 한 거예요.”
“완전 미친놈이로군.”
‘이게 게임이라면 제자들 중엔 플레이어가 있을 수도 있잖아.’
설마 나중에 플레이어들이 실험용 제물이 되거나 하는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그렇게 되면 완전 필드 보스급이겠군.’
그 와중에 보상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자 우진은 스스로도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역시 이걸론 죽지 않네요.”
[크륵…… 크륵…….]화염 속에서 괴로워하는 라탄은 끈질기게 버둥거렸다.
“적탑에 남은 마법서 중에 익힐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화염 마법인데…….”
확실히 화염계가 언데드에게 효과적이긴 하지만 사제의 성력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정화라면 가능하긴 한데.”
“정말요?”
“어. 이걸로.”
우진은 [순례자의 십자가]를 꺼냈다.
“혹시…… 하루가 지나야 하나요?”
“그럴 필요 없어. 저주 해제와는 다른 효과니까.”
“다행이네요. 귀마개까지는 챙기지 않아서요.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꼬박 지낼 자신은 없었거든요.”
그녀는 십자가를 건네받았다.
“괜찮겠어?”
“네. 마무리는 제가 하고 싶어요.”
이루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탄의 앞으로 걸어갔다.
“잘 가세요. 스승님.”
그녀가 불에 타고 있는 라탄의 앞에 십자가를 가져갔다.
우우우우웅……!!
십자가에서 은은한 은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화가 발동합니다.]게임이라면 이런 로그가 떴을 테지만,
치이이익……!!!
[크, 크갸가가가각!!!!!!!]이루린이 은빛의 십자가를 라탄에 이마에 대고 짓누르자 로그 대신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지?’
우진은 몸부림치는 라탄을 바라봤다.
왜일까?
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이루린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그녀는 냉정하고 다부진 모험가였다.
다만…….
‘저게 평범한 시체가 아니라는 게 걸려.’
평범한 언데드가 아닌 대마법사의 시체가 언데드가 된 것이었다.
물론 라탄은 순조롭게 정화되고 있었다.
십자가에 닿은 머리부터, 팔과 다리가 조금 전 불에 탈 때와 달리 조금씩 재로 변해 부서지고 있었다.
“끝났네요.”
정말 이걸로 끝나는 건가?
이렇게 쉽게?
고운의 중얼거림에 우진은 여전히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카히라의 말대로, 새롭게 생성되는 지형의 열에 아홉은 던전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곳이 던전이라면…….
‘라탄은 던전의 보스.’
평범한 몬스터가 아닌 던전의 보스를 공략할 때는 항상 존재하는 게 있었다.
꿈틀―.
그 순간, 라탄의 뒤에 있던 신록의 시체가 움찔거렸다.
솨아아아악―――!!!!
동시에 새카맣게 탄 라탄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심해!! 2페이즈 시작이다!!”
우진의 외침에 사람들은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이…… 이……!! 개 같은…… 녀…… ㄴ……!!!]“……!!”
신나게 타들어가던 라탄이 화염을 뚫고 하나 남은 팔로 이루린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꺄악!!!”
거친 힘에 이루린이 바닥에 처박히듯 고꾸라졌다.
여전히 너덜너덜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라탄은 괴물 같은 몸놀림으로 쓰러진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
[죽어……! 죽어……!!]그가 이루린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달려들었다.
솨아아악!!
그 순간 빛이 날아들었다.
쾅―! 쾅―!!
콰가가가가강―――!!!
라탄의 몸이 충격에 그대로 뒤로 튕겨 날아갔다.
어마어마한 위력.
우진은 놀란 얼굴로 뒤를 바라봤다.
‘맙소사.’
루엔이 활의 시위를 당기자 어둠 속에서 은빛의 화살이 만들어졌다.
솨아아악―――!!
쏘아진 화살이 날아가며 수십 다발로 나뉘어져 쓰러진 라탄의 몸 위로 다시 한번 쏟아졌다.
‘비전 화살?’
99레벨이 되어야 배울 수 있는 궁수 스킬 트리 맨 마지막에 있는 마스터 스킬이었다.
“쿨럭.”
화살의 위력에 놀람도 잠시, 피를 토하는 그녀에게 우진은 다급히 포션을 던졌다.
“무리하지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그녀가 무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99레벨의 마궁수.
지금 상황에서는 엄청난 전력이었으니까.
[크륵……! 크르르르륵……!!]하지만 루엔의 엄청난 공격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라탄은 죽지 않고서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오고 있었다.
“저거…… 잡을 수는 있는 건가요?”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고운의 말은 순식간에 일행을 공포로 짓눌렀다.
‘……잘못 들어왔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 있잖은가.
쪼렙 주제에 고렙 던전에 잘못 들어갔을 때 말이다.
게임이라면 최악의 순간 그냥 전멸하고 부활해서 던전을 탈출하면 될 일이다.
하지면 이곳에서 전멸은 영원히 전멸이다.
짜악―!!
우진이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정신 차려. 쫄아서는 아무것도 못 해.”
그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그의 말에 짓눌렀던 공포가 조금은 사그라진 듯 일행의 눈빛이 바뀌었다.
우적…….
우그적……!!
그때였다.
라탄이 주위에 너부러진 시체들을 게걸스럽게 먹어대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쿠륵 쿠르르륵……!!
그러자 그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크르르륵…….]한눈에 봐도 뭔가 잘못되었다.
“뛰어!!!”
콰아아아아앙―――!!!!!!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부풀어 올랐던 라탄의 몸이 그대로 터졌다.
* * *
“쿨럭…… 쿨럭…….”
라탄이 뿜어낸 폭발에 연구실 벽에 처박힌 우진은 힘겹게 숨을 토해내며 눈을 떴다.
[크륵…… 크르르륵…….]배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라탄은 다시금 시체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완전 괴물이군…….”
시체를 먹을 때마다 그의 상처가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고운의 외침에 우진이 고개를 돌렸다.
“헉…… 헉…….”
그의 옆에 쓰러진 루엔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조금 전 라탄의 공격 때문일까.
아니면 무리하게 스킬을 쓴 대미지일까.
‘아니. 둘 다겠지.’
그녀는 괴로운 듯 가슴을 움켜쥐고 새우처럼 몸을 말고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크아아아아아―――!!!!]그때였다.
시체를 먹어치우던 라탄이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괴성을 질렀다.
들썩…… 들썩…….
그러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체들이 조금씩 꿈틀 대기 시작했다.
“돌아버리겠군…….”
우진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수십 구의 시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라탄은 마치 그를 비웃듯 부서진 머리로 낄낄거렸다.
“도망…… 치세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루엔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일행에게 말했다.
“……이길 수 없어요.”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병에 걸렸지만 지금 그들 중에 자신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이었다.
그게 실패했다는 건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의미였다.
‘끝인가.’
우진은 그녀의 말에 이를 악물며 라탄을 바라봤다.
놈은 이제 그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등까지 돌린 채 게걸스럽게 시체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어?”
그 순간,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저건 먹지 않지?’
이루린과 루엔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자폭까지 해버린 그였다.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 시체들을 먹어치우고 있는 것일 텐데, 가장 훌륭한 먹잇감을 앞에 두고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바로,
카밀라의 시체였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카밀라의 시체가 꿈틀거렸었다.
그와 동시에 라탄의 몸이 회복되었던 것이 생각나자 우진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설마…….”
우진은 실험대 위에 쓰러져 있는 신록의 시체를 바라봤다.
쿵―.
“……!!!!”
우진의 눈이 커졌다.
‘움직였다?’
분명 신록의 갈비뼈가 아주 조금, 힘겹게 떨리고 있었다.
“……살아 있어.”
그렇다면 말이 된다.
시체가 아니었기에 라탄이 먹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면 말이 다르지.”
그는 엉망이 된 주머니 안에서 운 좋게 아직 깨지지 않고 남은 한 개의 포션을 들이켰다.
통증이 조금 가셨다.
다행히 어딘가 부러지거나 하진 않았다.
‘간신히 움직일 순 있겠어.’
끄응―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그가 몸을 일으켰다.
“설마 싸울 생각이세요?”
이루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 괴물을 내가 무슨 수로 잡겠어.”
그가 루엔을 바라봤다.
“내가 아니라 너다. 지금 상황에서 라탄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잠시만요! 지금 여왕님의 상태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더 이상은 무리라고요!”
고운이 그의 말에 루엔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낫게 해야지.”
“……네?”
“잘 봐. 저 많은 시체들 중에 라탄이 유독 카밀라의 시체만은 먹지 않고 있어. 왜겠어? 아직 신록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잠시만요…… 시체의 피가 아니라 살아 있는 카밀라의 피라면…… 그 즉시 완쾌도 가능해요!!”
그의 말에 이루린이 소리쳤다.
“이루린. 네가 저 시체들을 맡아. 루엔을 보호해서 카밀라까지 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거다.”
“하지만…… 스승님은요?”
“저건 내가 맡겠어.”
“네?”
“내가 미끼가 되서 놈을 통로로 유인할 테니 그사이에 루엔을 치료하는 거다. 알겠어?”
“혼자서는 무리예요!”
모두가 그를 말렸다.
루엔의 공격에도 죽지 않은 괴물이었다.
“당연히 혼자서는 무리지.”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품 안에 넣어둔 뭔가를 꺼내었다.
“이래 봬도 믿는 구석이 있거든.”
그의 손에 쥐어진 작은 돌.
현자의 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