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28화(28/150)
[카가가가가각―――!!!] [카가각――!!!]“칸!!!”
이루린의 외침이 들린다.
“오지 마! 아직이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시체들에게 뛰어든 우진이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조금 더……! 조금 더……!!’
라탄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부족하다.
이대로 이루린의 마법이 들어간다면 놈이 그녀를 쫓을 확률이 높았다.
콰직―!!
달려든 시체가 그의 팔을 물었다.
“크아아아!!!”
말도 못 할 고통이 엄습했지만 우진은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이 정도로 죽을 수 없어……!!’
치지지직……!!
그의 검날에서 옅은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검날을 따라 흩뿌려진 전격이 어두운 연구실을 한순간 밝혔다.
[……크르륵!!!]그의 검날에 닿은 시체들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튕겨 나갔다.
“헉…… 헉……!”
당장에라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렇게 힘든 거였나.’
퉷―.
우진은 입안에 고인 침을 뱉어내며 숨을 골랐다.
“게임이 좋았지. 씨발. 개 같은 현실…….”
조금 편하면 어디가 덧나나.
게임과 다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냥…….
입에서 욕이 멈추지 않을 뿐이지.
용천을 단 한 번 발동한 것만으로도 검이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졸리다.
당장에라도 잠이 들 것 같았다.
“미친.”
고작 이제 두 번째다.
앞으로 몇 번이나 이곳에 와야 할지 모르는 일.
‘이런 주제에 미궁탑을 공략하겠다고?’
나약해지는 마음은 누구도 바로잡아 줄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지켜내야 하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아―――!!”
우진이 두려움을 떨쳐 내려는 듯 고함을 지르자 그가 두르고 있던 갑옷에서 옅은 빛이 흘렀다.
신기했다.
입고 있는 [마력이 담긴 고대 가죽 갑옷]에 담긴 [용맹]의 효과일까?
어쩐지 떨리던 심장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시야가 맑아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머릿속에서 모든 게 떠올랐다.
자신이 알고 있는 스킬들이.
그것을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지도 말이다.
콰아아앙―――!!
우진의 몸이 흐릿한 잔상과 함께 사라졌다.
전사의 스킬인 [대시]와 동시에 칭호의 효과인 [가속]까지 동시에 발동되자 우진은 시체들의 포위를 단순에 뚫으며 라탄에게로 달려갔다.
‘할 수 있다.’
온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흐아아아아!!!!”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놈을 향해 그가 있는 힘껏 검을 박아 넣었다.
쩌적……!
“……!!”
그 순간, 놀랍게도 라탄의 등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커다란 주먹이 튀어 나왔다.
퍼억―!!!
망치처럼 휘두른 주먹에 우진의 몸이 기역자로 꺾이며 바닥에 떨어졌다.
“……쿨럭!!”
한 움큼의 검붉은 핏물이 식도를 타고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클클―.]라탄이 쓰러진 그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갈라진 등이 서서히 닫히고 튀어 나왔던 주먹도 사라지자 라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갑옷의 힘에 취해 버렸구나. 아둔한 인간아.]“……괴물 새끼. 얼마나 처먹은 건지 때깔 한번 좋아졌네.”
농담이 아니었다.
시체에게 이런 말을 하면 우습지만 라탄의 모습은 오히려 처음보다 훨씬 생기가 돌아보였다.
어눌했던 말투도 달라졌다.
마치 생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너 같은 자들을 많이 보았다. 능력도 안 되면서 무구의 힘에 의존하는 자들.]저벅― 저벅―.
라탄이 처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를 잡으러 왔지만 하나같이 결국은 저 꼴이 되었지.]씨익―.
그가 우진을 향해 웃었다.
[다행이라 생각하게. 자넨 시체가 되진 않을 거야.]쩌적……! 쩌저저적……!!
이번엔 라탄의 가슴이 세로로 벌어졌다.
취이이이익―――!!
마치 입처럼 벌어진 상처 안에서 기다란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지금 먹어줄 테니까.]카앙―! 캉――!!!
우진이 기다랗게 튀어나온 촉수들을 쳐내며 라탄을 향해 돌진했다.
“미친 새끼. 살아 있는 건 못 먹는 거 아냐?”
솨아아악―――!!
자세를 낮춰 아슬아슬하게 촉수를 피하며 우진이 라탄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푸욱―!!
그의 검이 라탄의 허리에 박혔다.
“……됐다!!”
그 모습에 고운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젠장.’
하지만 공격에 성공했음에도 우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그렇게 많은 촉수들이 자신을 공격했는데 단 하나도 맞지 않은 것이다.
그사이에 자신의 실력이 성장한 걸까?
그럴 리 없었다.
‘일부러 공격을 안 한 거야.’
[클클…….]촤아아아악―――!!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라탄의 가슴에서 튀어나온 촉수들이 그를 끌어안듯 감쌌다.
[산 채로 먹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만.]“……컥!!!!”
촉수에서 날카로운 가시들이 튀어나와 우진의 전신에 박혔다.
놈의 가시가 아무렇지 않게 갑옷을 뚫고 그의 몸을 찔렀다.
“크아아아아아!!!”
조금 전까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고통이었다.
몸에 박힌 가시들이 꿀렁일 때마다 우진은 온몸의 피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고통 때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정신이 흐릿해진다.
정말…… 죽는 건가?
[……?]그때였다.
정신을 잃기 직전, 우진의 몸이 검은 안개로 뒤덮이며 사라졌다.
콰직―!!
우진의 몸이 사라지자 그를 감싸고 있던 가시들이 먹잇감을 잃은 채 서로 뒤엉켰다.
[크륵?]라탄은 무슨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괴물 같은 울음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쥐새끼 같은 놈……!!]라탄은 우진을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하아…… 하아…….”
‘마치 물속에 있는 기분이군. 촉수 한 방에 체력 절반이 날아간 건가.’
[검은 수호자]의 발동 조건을 떠올리며 우진이 인상을 찡그렸다.흐릿하다 못해 일렁이는 시야로 여기저기 촉수를 날리는 라탄을 보며 우진은 숨을 골랐다.
[어디냐!! 어디에 숨었느냐!!!]‘이대로 가만히 회복만 해서는 안 돼.’
자신을 찾지 못하면 놈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 것이다.
우진은 의식을 집중했다.
아예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겠던 처음과 달리 이젠 모든 스킬이 떠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행하는 것이 다르듯,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것엔 오랜 연습이 필요했다.
‘연습이고 나발이고…… 못하면 죽는 거다, 김우진!’
물론, 그럴 여유가 있을 리 없지만 말이다.
찌이잉――!!
날카로운 쇳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렸다.
찌릿한 통증에 그의 뺨이 흔들렸다.
빠득―!!
우진은 이를 악물며 더욱더 집중했다.
그 순간,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둡던 시야가 밝아졌다.
그의 가려진 시야 속으로 표적이 들어오고 라탄의 얼굴이 보인 순간,
화르륵―――!!!
놈의 이마에 불로 지진 듯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굶주린 낙인]이었다. [큭?!]‘됐다.’
라탄이 당혹스러워하는 사이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우진의 몸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처음 느껴보는 힘.
찌릿한 느낌이 전신을 타고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이거……?’
온몸 구석구석을 휘젓듯 돌아다니던 힘이 혈관을 타고 머리에 도달했을 때, 우진은 그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마력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언데드가 되었지만 라탄은 생전에 대마법사였다.
여전히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그때였다.
“마력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단지 마력을 담아내는 그릇의 차이일 뿐. 마력을 느끼기만 하면 누구라도 마법을 쓸 수 있죠.”
이루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력을 느낀다. 설마?’
어쩌면 시그 엘릭에게 [굶주린 낙인]을 처음 썼던 게 계기가 된 것일지 모른다.
비록 마력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그때 처음 마력의 존재를 깨우친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지금은 달랐다.
어쩌면 현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거기로구나!!]라탄이 빠져나가는 마력의 흐름을 읽은 듯 검은 안개 뒤에 있던 우진을 향해 날카로운 촉수를 뻗었다.
“크윽!!”
그의 공격에 안개가 풀렸다.
간신히 검으로 촉수를 튕겨냈지만 그 반동으로 우진의 몸이 크게 흔들리며 뒤로 밀려났다.
‘차라리 체력 같은 걸 빼앗았으면 좋았을 텐데.’
마력을 느낀 건 좋다.
하지만 그러면 뭐 하는가.
마력이 있다 한들 알고 있는 마법도 없는데 말이다.
‘하다못해 마법서도 읽어본 적도…….’
그때, 그의 머릿속에 기억이 스치더니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있다.’
시그 엘릭의 방에 있던 3등급 마법서.
스킬 하나 쓰려고 해도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이곳엔 게임과 같은 편리함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직업의 제한도 레벨의 제한도 없다.
‘……될까?’
고민을 할 시간에 해보는 게 낫다.
꽈악―.
우진이 있는 힘껏 손을 뻗었다.
‘시동어가 아마…….’
“포스 나르아.”
쑤욱.
그 순간, 그의 단전 아래에서 뭔가가 빨려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복잡한 수식들이 머릿속에 빼곡하게 새겨지기 시작했다.
‘과연…….’
평범한 마법사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가 빼앗은 마력은 한때 대륙 최강이라 불렸던 대마법사의 마력
비록 사자(死者)라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순도 높은 마력이 그의 머릿속을 한없이 맑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마력은…….
“……!!!”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콰가가가가가가―――!!!!!
새하얀 빛이 연구실을 가득 채웠다.
“쿨럭…… 쿨럭…….”
빛이 사라지고 나자 살이 타들어가는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두 번은 못할 짓이네…….”
가공할 만한 위력이었지만 그 여파로 우진은 온몸이 바스러지는 듯한 격통에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뭐, 두 번 할 마력도 없지만.’
전신에 충만했던 마력은 순식간에 고갈되어 텅 비어 있었다.
단지 신기한 점은 몸 안에 그릇이 있는 것처럼 마력의 빈 공간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바, 방금 뭐예요?”
이루린이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우진에게 물었다.
“뭐긴. 마법이지. 세상에 마법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네가 했던 말이잖아?”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누가 처음부터 3등급 마법을 써요?”
우진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크…… 크륵…… 이…… 개……!!]라탄이 반쯤 타버린 얼굴을 부여잡으며 죽일 듯 우진을 노려봤다.
“빌어먹을. 이걸로도 안 되는 건가.”
하긴, 마스터 스킬인 비전 화살을 처맞고도 살아남은 괴물이니까.
“그래도 어그로는 확실히 끌었군.”
[거, 거기 서!!!! 죽여 버리겠어!!!]가볍게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주고서 우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오래는 못 버틴다.”
루엔을 지나치며 우진은 그녀를 향해 눈짓했다.
* * *
콰아아앙―――!!!
던전 입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에 휩싸인 우진의 몸이 부웅 떠올라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쿨럭!!”
바닥을 구르던 그가 피를 토해내며 대자로 너부러졌다.
[쥐새끼처럼 도망치는 것도 끝이다.]호수 밖으로 걸어 나오며 라탄이 우진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보스 몹이 던전 밖으로 나오다니…… 게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말이야.”
[무슨 소릴 하는 거지?]자신의 말을 이해할 리 없는 라탄의 표정을 보며 우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별거 아냐. 현실이라서 다행이란 소리지. 덕분에 이렇게 도망 나올 수 있었으니까.”
놈이 호수 밖으로 나와준 덕에 루엔이 치료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후우―.
우진은 입가에 범벅이 된 핏물을 닦아내며 검을 잡았다.
[한 가지 묻겠다. 지온 뮈렌은 어떻게 되었지?]“그 흑마법사? 어떻게 되긴. 뒈졌지.”
[클클…… 기쁜 일이구나. 날 배신한 놈이…….]하지만 그런 라탄을 보며 우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냉소를 지었다
“쪼개긴. 지는 이미 뒈졌으면서.”
콰직―!!!
그리고 있는 힘껏 [현자의 돌]을 부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