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9)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29화(29/150)
[……현자의 돌?]과연 대마법사인지 라탄은 우진의 손에 들려 있는 돌을 단박에 알아봤다.
“그래, 그럼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도 알겠지!”
솨아아아악―――!!!
돌을 부수자 마치 안에 열기가 가득했던 것처럼 새하얀 연기가 맹렬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제발……!!’
쓸 만한 게 나와줘야 할 텐데.
우진은 떨리는 눈빛으로 재가 된 [현자의 돌]을 바라봤다.
쿠웅―.
뿜어져 나온 연기가 사라지자 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거대한 기사였다.
2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키.
양팔엔 둥근 방패와 두터운 할버드를 쥔 기사가 라탄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한눈에 봐도 묵직한 일격이었다.
라탄의 촉수가 순식간에 가디언의 할버드에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갔다.
[크윽……?!]생각지 못한 일격에 라탄은 놀란 듯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후웁―.”
숨을 있는 힘껏 들이켠 뒤,
파바바밧―!!
우진이 가디언의 뒤에 숨어 튕겨 나간 라탄의 뒤를 노렸다.
그의 모습이 잔상과 함께 옅어졌다.
[기척]이 발동된 것이다.‘지금.’
우진의 생각이 이어진 듯 가디언이 방패를 들어 라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직―!!
라탄의 시선을 가디언이 빼앗은 순간, 우진은 있는 힘껏 검을 그의 등에 찔러 넣었다.
츠측……! 츠즈즈즉……!!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격이 그대로 라탄의 몸을 관통하며 뻗어 나갔다.
“……어?”
그때였다.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라탄의 목이 180도 꺾여 뒤에 있던 그를 내려다보았다.
우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놈의 눈빛에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쿨럭!”
우진의 코와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째서……?’
공격을 한 건 자신인데…….
그 순간, 뭔가가 떠올랐다.
게임에 갇혔던 수십 일 동안 온갖 방법을 찾기 위해 커뮤니티를 뒤졌던 때 누군가 올려놨던 게시글.
[이블 테일]의 주요 NPC에 대한 정보 말이다.그중엔 라탄 그레이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적탑]의 수장.▶ 삭월의 밤이라 불리는 대전쟁에서 활약하며 대륙 3대 마법회를 통합한 대마법사.
▶ 대전쟁 당시 [피의 균형]이라는 전무후무한 마법을 창조하여 큰 승리를 거둠.
디버프 계열의 마법인 [피의 균형].
공격을 당할 시 자신이 걸어둔 타깃이 대신 일정량의 피해를 받는 마법이었다.
그 당시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정보였는데…….
‘당해보니 좆같네…… 젠장.’
피를 한 번에 너무 흘린 탓인지 눈앞의 라탄이 수십 개로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콰직.
가디언이 우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우지끈―!!
곧이어 라탄의 촉수들이 가디언의 방패를 단번에 우그러뜨렸다.
쾅―! 쾅―!! 콰가가각―――!!!
그의 몸에서 뻗어 나온 촉수들이 가디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무차별적인 공격에 우진을 보호하기 위해 치켜들었던 가디언의 방패는 순식간에 넝마가 되었다.
퍼억―!!!
방패가 튕겨 나가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촉수들이 가디언의 전신을 꿰뚫었다.
압도적인 근력 차.
툭―.
라탄이 가디언의 가슴에 손을 가져가자 불꽃이 일었다.
칠흑처럼 검은 화염이었다.
게다가 마법까지.
두르고 있던 갑옷이 반쯤 녹은 채로 가디언이 고통스러운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친…….”
콰직―!!!
라탄의 발이 가디언의 머리를 밟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투구가 짓이겨졌다.
가디언의 움직임이 멈췄다.
마치 죽은 듯 축 늘어진 모습을 내려다보며 라탄은 비웃듯 우진에게 말했다.
[믿는 구석치곤 별것 없는데.]부서진 투구를 발로 차버리고는 라탄이 천천히 우진을 향해 걸어왔다.
“괴물 같은 새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없이 오래 지난 것 같지만, 사실 몇 분 되지 않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버틸 수 있을까.
꿀꺽―.
우진은 쓰러진 가디언에게서 눈을 돌리며 검을 잡았다.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버티지 못하면…….
죽는 거다.
“빌어먹을, 이건 쓰고 싶지 않았는데.”
우진의 전신에 검붉은 기류가 솟구쳤다.
“으아아아아아아―――!!!”
고대 오크의 영혼이 그의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싸워라…… 싸워라……!!!]시야가 붉게 변하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광기가 차오른다.
끄드드드득―.
우진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리며 엄청난 속도로 라탄을 향해 튀어 올랐다.
* * *
머릿속이 새하얗다.
‘저게 뭐지?’
우진은 고개를 돌려 흐릿해진 시야로 자신의 어깨를 바라봤다.
왼쪽 어깨 아래로 있어야 할 것이 없다.
‘……내 팔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저거 때문이었나 보다.
퍼억―!!
순간 우진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마치 만화처럼 두 다리가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커헉!!!”
더 이상 뱉어낼 피도 없는 것인지 떨어지면서 그는 거친 숨을 토해낼 뿐이었다.
호수의 물이 코로, 입으로 밀려 들어왔다.
“아…… 으…… 으…… 어…….”
입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묘한 비명을 터뜨리며 허우적거렸다.
슉―!!
라탄의 촉수가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
슉―! 슈슈슉――!!
팔, 어깨, 옆구리 할 것 없이 물 위에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촉수들이 그의 몸에 박혔다.
‘……아.’
촉수가 몸에 박힐 때마다 그의 몸이 움찔거리며 떠올랐다.
안간힘을 쓰며 버둥거리던 팔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아래로 떨어졌다.
‘졸려.’
미친 듯이 휘둘렀던 검보다 눈꺼풀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난…….’
돌아가고 싶다.
처리해야 할 서류들도 잔뜩이고 계약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엄마는 잘 계실까.
막내 녀석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
빠득―.
우진은 이빨이 바스러질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뭘 하긴……!’
돌아가기 위해…….
‘이러고 있는 거잖아!!!’
파아앗――!!!
호수 바닥을 발로 있는 힘껏 내디디며 그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퍼억―!!
라탄의 촉수가 그의 어깨를 꿰뚫었다.
“크아아악!!!”
쥐고 있던 검이 바닥에 떨어지고, 하나 남은 팔마저 힘이 들어가지 않아 너덜거렸다.
콰직―!!!
그럼에도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오히려 라탄의 품 안으로 달려갔다.
[……?!]저돌적인 그의 모습에 라탄도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드득……!!
두 다리로 라탄의 허리를 감싸고, 힘이 들어가지 않던 팔을 간신히 위로 던지듯 놈의 목을 감쌌다.
[크아아악―――!!!]라탄의 등에 매달린 우진이 그의 뒷목을 있는 힘껏 물어뜯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시체의 썩은 내.
하지만 그는 몇 번이나 놈의 살점을 물어뜯었다.
[이런 미친놈!!!!]라탄이 황급히 우진을 떼어내려 했다.
콰가가가가가각―――!!!
그 순간, 굉음과 함께 호수의 수면을 가로지르며 날아든 화살이 라탄의 머리에 직격했다.
[……컥!!!]충격의 여파로 라탄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쾅! 쾅!!
콰가가강―――!!!
놈의 머리 위로 낙뢰가 떨어졌다.
동시에 날아든 바람의 정령들이 라탄의 두 팔을 잘라냈다.
[크아아악―――!!]그야말로 압도적인 위력.
흐릿한 정신 속에서 똑똑히 들렸다.
쾅―!!
콰가가가가가강――!!
화살이 뿜어내는 굉음과,
[컥…… 커헉…….]라탄의 신음 소리가 말이다.
“하아…… 하아…….”
꽈악―.
우진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섬주섬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을 쥐었다.
“미쳤어요?! 그대로 있어요!!!”
이루린을 그런 그를 보고는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우진은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에서 울려대는 고대 오크의 광기 때문이 아니었다.
턱―.
쓰러진 라탄의 위로 검을 들었다.
“나는…….”
마치 자신에게 하는 다짐처럼 우진은 가슴 깊이 그 말을 내뱉었다.
“절대로 살아남을 거다.”
콰직―!!
못을 박듯 우진의 검이 수직으로 라탄의 목에 꽂혔다.
서걱―.
박힌 검을 옆으로 긋자 놈의 머리가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모든 것을 토해낸 듯 동시에 그의 몸이 무너졌다.
“……칸!!!!”
그 순간 쓰러지는 그를 누군가 움켜잡았다.
풀내음이 났다.
* * *
눈을 떴다.
우진은 낮선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죽지 않은 건가…….’
“……윽.”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의 뼈란 뼈가 조각조각 난 것처럼 고통스러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간신히 고개를 돌리자 낮선 풍경이 나타났다.
벽 곳곳에 박제되어 있는 시체들이 아직 이곳이 다린 호수 안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몸을 일으키려 들썩이던 그를 발견한 고운이 황급히 그를 부축했다.
“……어떻게 된 거지?”
“모두 잘 끝났어요. 저는 복수를 했고 루엔 님도 치료를 끝마쳤으니까요.”
고운의 옆에 있던 이루린이 말했다.
“…… 그래?”
우진은 그녀의 대답에 쯧― 하고 혀를 찼다.
“손해는 나만 본 모양이군.”
깨진 십자가와 박살이 난 가디언을 떠올리며 우진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죽지 않은 게 어디에요?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 게 좋으세요. 잘린 팔을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팔? 아…… 그랬었지.”
우진은 잘렸던 팔을 들어 보았다.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손가락을 꺾어봤지만 다행히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솜씨가 좋은걸.”
팔의 상처는 아물었지만 기억은 생생했다.
라탄과의 전투가 떠오르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래. 살아 있는 것만도 기적이지.’
이런 상황에서 보상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지 모른다.
“제 실력은 아니에요. 운이 좋았어요. 실험실 아래에 숨겨진 창고를 찾았거든요.”
“창고?”
“네. 지금 저희가 있는 곳이요. 아무래도 흑마법 연구를 할 때 스승님과 지온 뮈렌이 사용하던 마도구들을 둔 곳인 모양이에요.”
그러고는 작은 유리병을 가리켰다.
“운 좋게도 엘릭서도 있더라구요. 물론 만 배 정도 희석된 것이지만…… 잘린 팔을 붙이는 것 정도는 문제없죠.”
“……엘릭서?”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훑었다.
그녀의 말대로 박제되어 있는 시체들 아래 처음 보는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저게 다 라탄의 마도구들이란 말이지?”
“네.”
그 순간,
우진의 눈빛이 반짝였다.
“괜찮으시겠어요?”
그가 일어서자 고운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조금 전까진 죽을 것같이 아팠는데 멀쩡해졌어.”
“네?”
보상을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아니, 까짓것 욕심 좀 부리는 게 뭐 어떤가.
그 개고생을 했는데.
탈칵―.
우진은 상자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