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3화(3/150)
[크르르르…….]동굴 앞에서 들려오는 낮은 으르렁거림.
긴장된 순간이지만 라울은 오히려 그 소리를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회색늑대로군.”
‘……저게 보이나?’
우진은 그가 노려보고 있는 동굴의 입구를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회색 늑대가 어떤 마물인지는 알고 있었다.
모레티 마을 앞 초심자 지역인 어둠숲에 서식하고 있는 하급 마물 중 하나.
고블린보다 더 낮은 레벨의 마물로 슬라임과 함께 초보자들의 사냥감이었다.
“……저도 돕죠.”
게임 안에서도 몇 마리 잡아본 적이 있다.
“일단 자넨 여기 있게. 들어오기 전에 조금 수를 줄여놓는 게 좋으니까.”
하지만 긴장 탓일까.
엉거주춤 검을 뽑는 모습을 보며 라울이 우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그러고는 가슴 편에 사선으로 맨 가죽 끈에서 단검을 뽑았다.
슉―.
망설임 없이 단검을 던졌고,
[케겡―!!]비명이 터졌다.
‘투척술?’
우진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슈슉―!!
그사이 라울은 두 자루를 더 던졌고,
캉―.
한 자루는 빗나가 동굴 벽에 부딪혔지만 나머지 하나는 늑대의 미간에 정확히 꽂혔다.
‘역시… 게임과 비슷하지만 달라.’
[이블 테일]에서 검을 쓰는 직업은 전사다.투척술은 도적계 스킬이었고 도적은 지금 라울이 쓰는 롱 소드를 장비할 수 없었다.
직업 제한 같은 게임 속 설정이 적용되지 않는 걸 보며 우진은 다시 한번 이곳이 현실임을 느꼈다.
“다섯 마리로군. 한 마리쯤은 부탁해도 괜찮겠지?”
그는 말이 끝나기 검을 뽑으며 늑대를 향해 휘둘렀다.
“후웁―!!”
우진은 긴장한 얼굴로 검을 잡았다.
부웅……!!
늑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서 집중하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있는 힘껏 그었다.
퍽―!!!
늑대가 여유롭게 뒤로 물러서자 우진의 검은 안쓰럽게 바닥을 후려쳤다.
‘무겁다.’
검집에서 검을 뽑는 순간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블 테일]이 현실성을 극대화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수정된 부분이 많았다.욱신―.
검을 몇 번 휘둘렀는데 벌써 손목이 아렸다.
‘……큭!!’
게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피로감.
만약 게임도 이런 식이었다면 사냥을 하기도 전에 뻗어버렸을 것이다.
“헉…… 헉…….”
게임에서는 한 손으로 가볍게 들었던 검이 급격하게 무거워진 기분이었다.
데스 페널티가 있다 한들 목숨이 걸린 진짜 싸움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극도의 긴장감.
그것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훕.”
우진은 거친 숨을 짧게 내뱉었고, 늑대는 그런 그의 빈틈을 노리듯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쾅―! 콰가가강――!!
라울은 늑대들을 상대로 능숙하게 싸우고 있었다.
콰직―!!
그의 검이 늑대의 목덜미를 내려쳤다.
물 흐르듯 움직이는 그의 검술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카앙―!!!]실수였다.
늑대는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크윽!!”
우진은 황급히 검을 들어 올렸지만 그 순간 늑대가 몸을 비틀며 그의 어깨를 물었다.
“크아아아악―――!!!”
살을 파고드는 늑대의 이빨.
정신을 잃을 듯한 고통에 우진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크르르르…….]늑대가 뛰어내리며 그와 거리를 벌렸다.
드러낸 이빨 사이로 붉은 핏물이 묻어나 있었다.
“헉…… 헉…….”
욱신거리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우진은 창백한 얼굴로 놈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검 끝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렸다.
여긴 진짜다.
이 고통은 지금 그가 있는 곳이 게임이 아닌 실제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정말로…… 난 이세계에 온 거야.’
의심을 해봐야 무의미했다.
그의 팔에 흐르는 핏물은 실제였고 아직 그의 목숨을 노리는 마물이 눈앞에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
파앗―!!
늑대는 지친 먹잇감을 그냥 두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우진은 달려드는 녀석을 향해 몸을 던졌다.
바닥을 구르며 아슬아슬하게 늑대의 공격을 피한 그가 그대로 검을 그었다.
[카릉―!!!]하지만 그의 공격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늑대는 기묘한 포효와 함께 몸을 활자로 꺾어 반동을 주며 뒤로 물러섰다.
퍽―.
그 순간 우진이 미끄러지듯 몸을 숙이며 늑대의 다리를 붙잡았다.
푸욱―!!
늑대의 아랫배에 찔러 넣은 검이 옆구리를 뚫고 튀어 나왔다.
배 아래에 있던 우진의 얼굴로 피와 함께 늑대의 내장이 쏟아졌다.
“우웁……!!”
우진은 황급히 늑대의 시체를 밀치며 일어섰다.
“웁……! 우에에엑!!”
살아 있는 내장은 생각보다 비릿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남아 있는 온기가 그의 속을 뒤틀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헉 헉.”
쏟아진 핏물과 내장 위로 그의 토사물이 뒤엉켜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늑대는 숨통이 끊어지지 않은 듯 그를 향해 입을 벌렸다.
서걱―.
그 순간 은빛 섬광이 우진의 눈앞에서 번쩍였다.
“긴장을 놓지 말게. 하급이라도 마물이야. 생명력 하나만큼은 끈질기지.”
으르렁거리던 늑대의 머리가 깨끗하게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가, 감사합니다.”
회색 늑대가 이렇게 지독한 몬스터였던가.
우진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라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때였다.
우진의 눈에 라울의 검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 늑대의 머리를 잘랐던 섬광.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라울의 검날을 감싸고 있는 옅은 빛.
“설마…… 오러 블레이드?”
“아아. 별것 아닐세.”
라울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우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러 블레이드면 전사 5차 스킬 트리 가장 마지막에 있는 스킬인데…….’
“……대단한 분이셨네요.”
“클클, 이래 봬도 1급 사냥꾼이거든.”
진심으로 놀라는 우진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은 듯 라울은 자신의 허리에 달려 있는 작은 검은색 깃털 장식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게임과 같은 세상이라고 생각만 했지…… 정작 마물이 앞에 있으니 얼어붙어서 스킬을 쓸 생각은 하지 못했어.’
10레벨이라고는 하지만 그 역시 [강타]와 [질주] 두 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쓰는 거지?
애초에 쓸 수 있긴 한 걸까?
스킬을 등록하고 발동 모션만 취하면 되는 쉬운 세계가 아니었다.
‘게임에서야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스킬을 배울 수 있지만…….’
여긴 현실이었다.
우진은 라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푸욱―.
그 순간 라울이 들고 있던 단검으로 늑대의 배를 갈랐다.
쩌저저적…….
“운이 좋은걸.”
라울이 늑대의 배 속에서 뭔가를 꺼내 그에게 보였다.
“이게 뭡니까?”
붉은색의 돌멩이 같은 작은 조각.
“룬일세.”
“……룬이요?”
“최하급이긴 하지만 제법 쓸 만해. 붉은색 룬은 근력을 증가시켜 주거든.”
조각엔 알 수 없는 문양이 반짝거리며 빛을 내고 있었다.
‘진짜다.’
우진은 놀란 눈으로 룬을 바라봤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룬이…… 어떻게 회색 늑대에게서 나오는 거지?’
[이블 테일]에도 룬이 존재하긴 한다.미궁탑 5층의 보스인 리자드킹을 사냥했을 때 보상템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정보.
그 이후 6층부터 소환되는 마물들이 최하급 룬을 낮은 확률로 드랍한다고 했었다.
그 룬이 지금 고작 초심자 지역에 리스폰 되는 회색 늑대에게서 나온 것이다.
“먹어보게.”
라울이 우진의 손에 룬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제가 가져도 됩니까?”
“물론. 인간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룬의 양은 정해져 있거든. 최하급 룬이라면 같은 속성당 스무 개까지라네. 난 이미 충분하지.”
이제 겨우 10층을 공략 중인 [이블 테일]에서는 거래소에서 매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한 것이었다.
‘게임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라는 건가.’
고작 10층을 공략하고 있는 게임과 달리 이곳은 99층까지 공략된 미래였으니까.
‘이렇게 다른 건 환영할 일이지.’
와그작―.
룬은 생각보다 쉽게 깨졌다.
“오……?”
입안에서 향긋한 풀내음 같은 것이 나더니 삼키자 목이 뜨거워졌다.
“이거…… 신기하네요.”
우진은 전신에서 충만한 활력을 느꼈다.
‘붉은색이면…… 힘의 룬이었지.’
부웅―.
그래서일까. 무거웠던 검도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스킬은 잘 모르겠지만 룬은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네.’
[크르르르…….]그때였다.
동굴 밖에서 들려오는 마물의 소리에 우진은 고개를 돌렸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한 붉은 안광들.
조금 들떠 있던 기분이 차갑게 식었다.
“……좋다 말았군. 집요한 놈들.”
라울의 말에 우진도 굳은 얼굴로 검을 고쳐 잡았다.
하지만 조금 전과 다르다.
‘하나, 둘, 셋…….’
수를 세기 힘들 만큼 많은 마물이 두렵지 않았다.
‘룬을 또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굳은 얼굴 속에 우진의 눈빛이 빛났다.
조금 이곳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 * *
[케겡……!!]처절한 늑대의 비명 소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푸욱―.
늑대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동굴 입구에서 서서히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침이로군.”
라울은 검을 지팡이처럼 짚고서는 뻐근한 허리를 두들겼다.
“도대체 몇 마리였지? 나이는 못 속이겠군. 에휴, 지친다. 지쳐.”
그는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바닥을 적실 정도로 가득한 핏물은 모두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민첩 룬이네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지만 우진은 이미 코가 마비된 듯 아무렇지 않게 마지막 늑대의 시체를 가르며 덤덤하게 말했다.
“허허, 자네 적응이 빠른걸. 처음엔 구역질을 하고 난리더만.”
‘힘룬 5개, 민첩룬 6개, 건강룬 8개, 재주룬 4개.’
하룻밤 동안 그가 마물을 사냥하면서 얻은 룬의 개수였다.
‘게임으로 따지면 최하급 룬 하나당 관련 수치가 5포인트씩 오르니까…….’
[이블 테일]에서는 1레벨을 올릴 때마다 5개의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받는다.‘룬 하나당 1업과 같아. 여기가 게임이라면 이것까지 하룻밤 사이에 24레벨을 올린 거로군.’
엄청난 성과였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곳은 부활이 있는 게임이 아니다.
죽으면 그대로 끝.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야 해.’
“네.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죠.”
마물의 피로 칠갑을 한 우진은 아무렇지 않게 민첩룬을 씹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걸론 부족합니다.”
‘……흠?’
그 순간 라울은 우진의 굶주린 듯한 눈빛을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도 배울 수 있을까요?”
신기한 일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 현실.
게임 속에 갇힌 것도 모자라 이세계로 떨어진 이 상황은 그야말로 나락 끝이라 할 수 있었다.
포기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그의 눈빛은 오히려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곳은 레벨 제한이 없는 현실.
반대로 생각하면 스킬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스킬 트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게임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겠지만…….’
여기라면 배울 수 있다.
“오러 블레이드.”
99레벨에 도달했을 때 해금되는 마스터 스킬.
[이블 테일] 역사상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었다.